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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슬픈 쪽으로
우린 저마다의 불행을 건너고 있다
곽다영
여름의서재 202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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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을 글로 쓰면
아픈, 마흔
기다리면서
봄의 산책
이 다정함에 나는 안도한다
나는 괜찮은 걸까
좋은 날

2부 쓸수록 삶에 가까워졌다

쓰는 사람
봄날의 글방
나를 지키는 일
또 다른 시도

3부 눈앞에 있는 사람, 눈 뒤에 남은 사람

눈 뒤에 남은 사람
한강에서
끝나지 않는 밤
술은 무엇도 구원할 수 없다
엄마의 베란다
가장 오래된 사랑

4부 그렇게 나는 나를 더 믿게 된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바다의 위로
그 세상에는 내가 없다
약을 먹으면서
밤바다
나에게 내준 숙제
아프면 아픈 대로
늙은 얼굴

에필로그

저자 소개 1

오롯이 나로 살기를 소망하며, 나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글을 쓴다. 일인 출판사 그다음을 운영하며, 에세이 『우리는 여전히』와 사진 단상집 『삶의 겨를마다』를 쓰고 만들었다. 공저로『혼자 남은 마음에게』, 『제가 아니고요, PMS예요!』, 『괄호 안 하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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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28g | 128*188*14mm
ISBN13
9791199429437

책 속으로

나는 되도록 불행이 보이지 않는 쪽으로 걸었다. 부모의 가난을 못 본 척했고 그들의 고난과 슬픔을 내게 말하지 못하게 했다. 나의 무능과 잘못을 어쩔 수 없거나 별일 아닌 일로 위장했고 점점 더 그럴듯하게 나를 감추거나 꾸몄다. 친구와 싸우면 그를 다시는 보지 않기를 택했고 애인과 헤어지면 금세 새로운 애인을 만들었다.

그러나 남편의 외도는 너무도 확실하고 철저한 불행이었다. 그건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못 본 척하거나 숨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더없이 평온하고 안전하다고 믿었던 나의 아름다운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졌고, 나는 아주 난폭한 방식으로 그 세계에서 끌려 나왔다.
---「불행을 글로 쓰면」 중에서

온종일 병원에서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며 몇 번씩 피를 뽑거나 약을 투여하고, 어떤 기구 앞에 서거나 눕거나 엎드리고 가슴을 짓눌리면서, 앞으로 이런 일들을 얼마나 더 겪게 될지 생각했다. 내 몸에 대한 소유권이나 자유 의지가 무용해지는 순간들을.

결국 어느 시점이 되면 내 가슴의 일부 혹은 전부를 잘라내야 할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바늘이 내 피부를 찌를 것이고, 어떤 약물들이 내 혈관을 타고 흐를 것이다. 내 몸은 고스란히 그 약물의 작용과 부작용을 견뎌야 할 테고, 나는 아주 많이 아프고 괴롭고 슬플 것이다. 어떤 순간에는 차라리 죽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내 몸과 마음은 또 무엇을 기다리게 될까.
---「기다리면서」 중에서

글을 내놓는 일은 나를 공개하는 일과 다름없다. 내가 한 말과 행동을, 내가 느낀 감정과 의견을 세상에 내보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기 검열과 복제와 박제를 반복하며, 때로는 내가 쓴 문장이 나와 동일하지 않음을 확인하기도 한다. 어쩌면 제가 쓴 문장으로 제 발목을 잡는 일이기도 할 테다.

그럼에도 쓰는 사람들에게는 삶을 바로 보겠다는 의지와 용기가 있다고 믿는다. 나와 남이 나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삶을 정성껏 정돈하여 전달하는 일은 그만큼 삶을 귀중히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그 일이 나를 피로하게 하고 쉬이 잠들지 못하게 하더라도, 나는 쓰는 사람들 곁에서 오래오래 함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쓰는 사람」 중에서

끈적이는 바라나시의 더운 공기처럼 아빠의 삶과 죽음이 내 온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화장터 옆에 앉아 하염없이 강가를 바라보면서 죽은 아빠가 어디쯤 있을까 생각했다. 나를 따라 아빠가 여기에 와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저 어두운 강물과 허옇게 마른 가트의 바닥과 화장터에서 타고 있는 뼈들과 연기를, 그 연기가 퍼져가는 붉은 하늘을 나와 함께 보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안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보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아빠가 와있다면, 아빠를 여기에 두고 가고 싶었다. 나는 결국 돌아가야 할 테지만, 아빠는 여기에 남아 그냥 좀 쉬었으면 했다.
---「한강에서」 중에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주 앉아 밥을 먹고 말하고 걷던 사람이었는데 내가 보고 만지고 미워할 수 있는 몸이 있었는데 아빠에게는 더 이상 사람이라고 할 만한 육체가 없었다. 아빠가 정말 죽었구나. 죽어서 영영 사라지고 없구나. 그제야 아빠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게 어떤 감정인지 모르는 채로 자꾸만 헛구역질이 났다. 아빠의 뼈는 죽음이 어떤 모습인지 알려주었다. 죽는다는 건 육체를 잃어버리는 일이다. 무엇을 해볼 마음도 몸도 잃어버리고 남은 뼈마저도 전부 부서져 아무것도 아닌 상태가 되는 일이다. 그건 분명한 끝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때부터 죽음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내가 목도한 죽음은 생의 완결도 해방도 아니었다. 그것은 다만 무(無)였다.
---「늙은 얼굴」 중에서

하루하루는 비슷비슷하지만, 시간은 더없이 선명하게 흐르고 있다. 지나온 나와 먼 훗날의 나를 넘나들면서 나의 표정과 목소리와 언어와 의견이 변했다는 것을, 하루하루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나의 습관과 양식이 하루하루 나를 더 튼튼하게 하고,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내가 서로를 이끌고 격려하고 밀어줄 거라는 걸 안다. 그렇게 나는 나를 더 믿을 수 있게 된다.

---「나에게 내준 숙제」 중에서

출판사 리뷰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의 지옥을,
각자의 불행을 건너고 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속절없는 불행과 맞닥뜨리게 된다. 누군가는 병을 앓고, 누군가는 사랑을 잃고, 누군가는 삶의 방향을 잃는다. 불행의 모양과 무게는 모두 다르지만, 그것을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도 없다.

저자는 유방암 진단을 받은 후 수술과 치료를 거치며 이전과는 다른 삶을 마주한다. 몸은 매 순간 달라지고 마음은 흔들린다. 여기에 관계의 상처까지 더해지면서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럼에도 저자는 그 시간을 애써 외면하지 않는다. 아픈 몸과 흔들리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글쓰기라는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간다. 이 책은 불행을 통과하고 있는 기록이자 우리 모두가 마주해야 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슬픔 뒤에 오는 기쁨,
기쁨 뒤에 오는 슬픔

병원 복도에서의 긴 기다림, 수술 후 달라진 몸을 바라보는 순간, 통증으로 잠 못 드는 밤, 미래를 걱정하며 잠들지 못하는 밤, 아버지의 죽음과 다가올 죽음, 살아남은 이들의 삶을 되새김질 하는 순간. 이 책에는 이러한 불행의 다양한 얼굴들이 담겨 있다.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의 다정한 말 한마디, 창밖으로 스며드는 햇살, 산책과 커피 한 잔에서 만난 평범한 행복도 함께 존재한다. 저자는 불행을 통과하면서 깨닫는다. 삶은 행복하거나 불행한 한쪽만으로 이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예고 없는 슬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날들은 예고 없이 계속 찾아온다는 것을.

불행을 글로 쓰면
살아갈 힘이 된다

작가는 암세포나 불안, 아픈 육체보다 내면에서 일어날 변화가 두려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변화에 끌려가지 않고 내 의지로 ‘관여’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을 관통하는 불행을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통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과거에서 원인을 찾거나 병과 싸워 이겨내려 하지 않았다. 그저 삶과 겨루기보다는 삶의 흐름을 수용할 힘을 기르려 했다.

‘쓰는 사람’으로 불행과 마주하고 글로 쓰면서 불행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 글쓰기는 현실을 직시하게 했고 스스로를 연민하고 위로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의 욕망과 감정과 삶을 바로 보게 되었다. 마침내 ‘쓰는 사람’으로 다시 살게 되었다.

오늘보다 조금 덜 슬픈 쪽으로

저자는 암 환자로 살아가는 일은 ‘다르게 살아 볼 기회’라고 말한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느 쪽으로 가고 싶은지 다시 살피고 정정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섣부른 희망을 강요하지 않는다. 괜찮지 않은 사람에게 괜찮아질 것이라 말하지도 않는다. 대신 지금의 불행을 인정하고, 아픔을 외면하지 않은 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아도 괜찮고, 여전히 슬퍼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덜 슬픈 쪽으로』는 삶이 버거운 날에도 다시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불행을 건너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함께 걸어주고 조금 덜 슬픈 쪽을 함께 바라보자 이야기한다. 그리고 덜 슬픈 쪽으로 더 밝은 쪽으로 걸어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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