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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의 네버랜드를 찾아서
한 아버지의 회고록. 간암 말기인 자신이 떠난 후, 중증자폐인 아들이 살아갈 곳을 찾지만 잔인한 현실에 부딪힌다. 장애인과 그 가족이 놓인 돌봄 사각지대를 향한 질문이자, 그들을 위한 네버랜드를 찾으려는 아버지의 소망을 담은 책.
2026.07.10.
에세이 PD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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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_ ‘피터팬의 네버랜드’를 찾아서 … 4
1부 아빠의 날들 회고록의 이유 … 13 인생 전역 명령서 … 18 아빠 마중 … 23 늘 고소한 냄새가 나던 친구 … 28 서울 도심 속 귀곡산장 … 32 귀곡산장 마당냥 1 … 42 생전장례식, 38년 만의 82 번개 … 52 머슴밥 두 공기 … 60 풀밭, 꽃밭, 텃밭 귀곡정원 … 64 인터뷰 혹은 자술서 … 72 인터뷰가 남긴 아빠의 소망 … 83 공주 종가 마지막 김장 … 89 귀곡산장 마당냥 2 … 96 아듀 2025 … 105 포레스트 검프의 회상 … 112 한여름 밤의 동대문야구장 … 119 이제 곧 만나러 갑니다 … 125 길 잃은 아이 그리고 고독사 … 132 모진 결심 그리고 반전 … 138 구연 만화 세상 … 144 어머니의 ‘세계문학전집’ … 150 날라리에서 딴따라까지 … 156 바쁘게 살든지, 바쁘게 죽든지 … 163 캠퍼스의 야사 이야기꾼 … 169 ‘졸업정원제’가 잉태한 ‘꿘’과의 접속 … 177 혁명가가 될 수 없었던 딴따라 … 183 한恨의 모닥불 … 194 하늘님께 드리는 그의 회고이유서 … 204 사실을 심리하다, 새길을 시작하다 … 211 ‘생의 종착례’ 소풍, 귀천 마침내 해방 … 219 두 가지 색, 블루 … 225 돋은 풀 위로 싹을 틔우며 … 232 2부 아들의 날들 생을 기록하게 된 사연 … 245 아들의 아침 … 252 가을소풍, 선사문화축제 … 260 피터팬 신드롬 … 268 해양천국 … 275 이별 연습 … 284 모세의 지팡이 … 291 전투의 시작, 커지는 희망 … 296 빗줄기 속 출정의 아침 … 304 승전勝戰의 북소리 … 310 최후의 만찬 … 315 생이별 … 323 빈집 … 330 사라진 하늘 … 336 ‘말없음표’의 끝 … 342 ‘쉼표’의 시작 … 349 “하느님? 제 법정에 출두하세요!” … 358 안녕, 피터팬! … 366 네버랜드를 찾아서 … 375 피터팬의 새집, 행복의 시놉시스 … 385 민들레처럼 … 397 ‘배리’가 지키지 못한 소년 … 408 ‘오도네’의 신화 〈로렌조 오일〉 … 419 34번가의 기적 … 434 333번가의 기적 … 4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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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 동안 시간이 멈춰선 곳. 도심 속 귀곡산장 같은 집에서 우리 가(家) 마지막 3대가 살았습니다. 일 년 전, 어머니는 저를 위해 서둘러 소풍을 마치고 떠나가셨어요. 20년간 버텨온 ‘나홀로’ 아빠의 날도 마쳐야 할 때가 오고 말았죠. 그 마지막 숙제는 힘들었어요. 고단한 여정이었지만, 틈이 허락될 때마다 그 길을 기록했습니다. 제 피터팬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려두고 싶어서.
---「작가의 말」 중에서 최근 3년, 너도 알다시피 나 죽을둥살둥 지내고 있었잖아. 점점 힘만 세지는 자폐아들 평생육아에 더해, 급기야 뇌경색까지 찾아온 치매 엄니도 모시느라. 한 지붕 세 사람 생활에서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건 온전히 나 혼자인 상황. 다른 건 엄두도 내기 힘들 뿐 아니라, 뭔가 이미 결말 다 쓰여진 극본 속으로 하기 싫은 주인공 연기하러 억지로 무대에 들어서는 느낌. 그 불길한 예지력. 이해가 되려나? 그냥 한마디로, 당장 내가 하루라도 집을 비울 수가 없었어. 올 1월까지는 둘이었고, 지금도 장정아들 밥해 먹이는 게 가장 중요한 일과인 내 생활. 무엇보다 엄니 생전에는 그 불길한 드라마를 행여 보거나 듣게 해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해가 바뀌고 1월. 어이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어머니가 떠나가셨어. 내 예측과 각오가 무색할 정도로 갑자기. 난 지금도 어머니가 오로지 나를 위해 그렇게 서두르신 거라고 생각해. 어머니를 고향마을에 모셔드리고 온 날부터 들었던 생각이, ‘이제는 내가 내 상황을 알아야 한다. 나도 삶의 정돈이라는 걸 할 때가 됐어’ 그거였고, 그동안 원장이 그토록 하자 했던 검사를 받으러 지역 병원들을 돌아다녔지. (…)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날짜 4월 3일. 확정 진단. “간암이 확실하네요. 입원합시다. 할 수 있는 치료 방법 찾아야죠.” 난 이미 아들의 자폐를 받아들일 때 겪어본 경험에 더해, 불길한 예지력과 고단했던 검사 과정을 거치며 벌써 죽음의 5단계를 마친 상태였나봐. 다 알고 왔다는 듯 말했어. “저는 치료 안 받을 겁니다. 그저 알고 싶네요. 제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일지……” 의사가 갸웃거리며 묻네. “아직 젊은데 왜…… 요즘은 이식부터 시술까지 치료 방법 많아요.” 간략하게 답했어. 길게 설명하기도 구차하고. “제가요. 자폐아들을 스물여섯 살까지 나홀로 키우고 있는데요. 너무 힘들었나봐요. 이제…… 쉬고 싶네요. 어머니 가시는 순간을 혼자 집에서 감당하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별거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요.” ---「인터뷰 혹은 자술서」 중에서 아버지, 우주를 팔아먹은 놈답게 아들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끔찍한 상상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독하게 버텨내고 있답니다. 제 마지막 소원은요. 아들이 집도 잊고, 저도 잊고 새로운 곳에서 혼자 잘사는 것. 그저 그거 하나뿐이에요. 우리 종가 마지막 장손은 지켜내야 하지 않겠어요? 이것만 해내고 제가 아버지께 의기양양 걸어가는 날. 아버지, ‘욕봤다, 아들아’ 하며 반겨주실 거죠? 아버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이제 곧 만나러 갑니다」 중에서 정작 제가 오른 계단의 끝에, 가장 큰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저는 곰나루의 웅녀처럼, 짙푸른 상실의 미드나잇 블루에 잠기지 않겠습니다. 제 아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는 이 땅에 너무 힘겹게 버텨야 할 피터팬이 없게 하는 꿈. 더는 이 땅에 그 고단함에 지쳐, 자식과 자신을 포기하는 부모가 없어야 하는 소명. 아들이 빈자리 대신, 제게 남겨준 큰 과제입니다. 제가 찾아야 할, 눈 시리게 푸른 스카이 블루의 청산입니다. 제게는 아직 2026년이 온전히 필요합니다. ---「돋은 풀 위로 싹을 틔우며」 중에서 제 아들은 증상으로는 제일 안 좋은 쪽 끝에 있어요.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알아듣는 말은 쉼표 없는 한두 단어 정도의 짧은 지시어입니다. 소통 불가라는 자폐의 대표 증상 끝판왕이죠. 말이 안 되니 글도 없고요. 저와의 대화는 당연히 제로입니다. 제가 20여 년간 포기하지 못했던 꿈이 아들로부터 ‘아빠’라는 말을 들어보는 거였어요. 단 한 번이라도. 이웃들에게는 그저 유치원 다닌다고 하지만, 자폐아가 유치원 전부터 다니는 곳을 ‘조기교실’이라고 합니다. 아침에 데려다주고는, 늦은 출근과 빠른 퇴근을 마치고 다시 아들을 만나러 조기교실 문을 들어설 때마다 기대에 부풀죠. 오늘 드디어 아들이 ‘아빠’ 하며 내게 뛰어와 안기는 꿈.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어요. 단 한 번도. 제 꿈을 너무 잘 아는, 아들보다 한 살 많은 누나가 10년 가까이 ‘아빠’라는 두 글자 한마디를 연습시켰지만 소용없었고 딸이 먼저 포기했죠. 저는 20년을 채우고서야 더는 그 꿈을 꾸지 못하게 됐고요. ---「생을 기록하게 된 사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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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 연령 2세, 나의 어리고 여린 피터팬 아들
죽음을 선고받았지만 나는 이대로 죽을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피터팬’이라 부른다. 몸은 다 자랐지만 세상의 기준으로는 끝내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 언제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 하지만 아버지에게 피터팬은 불쌍한 존재가 아니다. 다른 보통의 아이들은 단 몇 년만 주고 사라지는 어린아이의 순수와 기다림을 20년 넘게 아버지에게 안겨준 아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들이다. 그렇기에 그는 간암 말기, 죽음을 선고받은 순간에도 자신의 병보다 아들의 내일을 먼저 걱정했다. 의사가 말한 평균 기대여명은 이미 지났다. 그러나 아버지는 버텼다.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살길을 찾기 전에는 도저히 눈감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 아들 살 곳 찾을 때까지만 살려주셔야겠습니다. 더는 안 바랄게요.” (…) 그리고 내 전쟁이 시작됐어. 아들 살 곳 찾아야 하는 전쟁. “제발 저를 제 아들과 생이별시켜주세요” 읍소하는. (「인터뷰가 남긴 아빠의 소망」 , 87~88쪽) 1부 「아빠의 날들」에서는 ‘꼭두’라는 가상의 화자를 통해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자신의 지난 삶을 담담하게 돌아보며 남은 시간을 정리해나간다. 20년 넘게 ‘나홀로 아빠’로 자폐인 아들을 돌보며 남들의 시선이 거의 닿지 않는 서울 시장통 한구석의 ‘귀곡산장’에서 아들을 정성껏 돌보아온 저자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후회와 그리움, 사랑과 감사가 교차하는 기록 속에는 한 인간으로서의 삶과 한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이 깊이 배어 있다. 2부 「아들의 날들」은 중증 자폐인 아들과 함께한 아름답고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담아낸다. 시한부 아버지는 수천수만 번의 절망 끝에 간신히 아들이 머물 곳을 찾아낸다. 그러나 이내 어떠한 사유로 다시 그 희망은 산산조각나고, 끝내 이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한 비통한 아버지는 절규한다. 페스탈로치와 마더 테레사 같은 누군가에게 기댔다가, 기대했다가 다시, 또다시 거부당하고 배제당하는 아버지에게는, 그러나 절망조차 사치다. 저자는 자신의 죽음 이후에도 아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을 상상하며, 아들이 머물 공간과 사람들, 그리고 미래를 향한 간절한 바람을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다. 그리하여『안녕, 피터팬』은 단순한 투병기가 아니다. 죽음을 앞둔 한 아버지가 이 세상에 남기는 처절한 유서이자, 장애인과 가족의 삶을 외면해온 우리 사회를 향한 묵직한 질문이다. 동시에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제 저자는 막연히 죽음을 기다리는 대신 행동을 선택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과 같은 장애인 가족들이 더이상 홀로 고통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꿈을 제안한다. 『안녕, 피터팬』이 향하는 마지막 목적지는 바로 [피터팬재단]이다. 세상 모든 ‘피터팬’을 위한 ‘네버랜드’를 꿈꾸며 “더이상 숨어 있는 기적을 찾지 않을 거야. 우리가 직접 그 기적의 주소가 돼야겠어.” 저자는 이제 자신의 아들만 살려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온 세상의 피터팬 딸, 아들을 살려달라고 목소리를 낸다. [피터팬재단]은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장애인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다. 저자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루어내고 싶은 꿈은 바로 ‘네버랜드’의 첫 삽을 뜨는 것이다. 부모가 없어도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을. 가족이 사라진다고 해도 장애인 딸 아들의 삶은 사라지지 않는 세상. 중증장애인도 지역사회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간. 저자 전경철은 말한다. “다시는 이 땅에, 피터팬이라는 이유로 세상 밖으로 내몰리는 아이가 없어야 한다. 더는 길이 보이지 않아, 자식과 자신을 포기하는 부모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의 꿈은 거창한 이상이 아니다. 오늘도 수많은 장애인 가족들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중증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을 위한 24시간 돌봄 공동체마을 ‘피터팬네버랜드’의 설립과 완성. 과연 그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한 사람의 이토록 간절한 마지막 소원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인세 수익금 전액은 [피터팬재단]의 발족과 운영을 위해 쓰인다. 피터팬이 살아갈 세상이 완성되지 않았어요. 자폐는 아직 불치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피터팬의 생이 모조리 불행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더는 우리의 많은 딸, 아들이 피터팬이라는 이유로 외면받거나, 부모와 함께 모진 결심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저는 꿈을 꿉니다. ‘피터팬의 네버랜드’를 마을마다 지어, ‘더불어 사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 책 한 권 들고 시작합니다. 짧지 않은 생을 살며 쌓아온 지혜가 있다면 남김없이 쏟아넣으려 합니다.〈피터팬재단〉의 설립과 ‘피터팬네버랜드’ 첫 마을 완성의 날까지 계속합니다. 설렙니다. 지치지 않고 그 길의 마지막까지 걸어가겠습니다. _작가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