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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담배의 해독
2. 독충
3. 견인
4. 뻐꾹아씨, 뻐꾹귀신
5. 금자의 산
6. 어느 낯선 별에서

저자 소개 1

1937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마산 고교를 거쳐 홍익대 조소과에서 입학했으나, 조각과에 입학했으나 곧 중퇴하고 1961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3학년에 다시 편입하였다. 「현대문학」, 「신태양」, 「한국일보」 등을 통해 시와 소설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초식』『기차, 기선, 바다, 하늘』『용』『독충』등과 장편소설 『열망』『소녀 유자』『진눈깨비 결혼』, 『능라도에서 생긴 일』, 시집 『저 어둠 속 등빛들을 느끼듯이』『빈 들판』및 영화칼럼집, CD『이제하 노래모음』등이 있다. 이상문학상, 한국일보 문학상, 편운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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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99g | 148*210*20mm
ISBN13
9788933801246

책 속으로

'잠이 안 옵니더.'

'그럼 억지로 청하지 말고 기다려봐...그놈이 또 올 거다.'

그 놈이 누군가...하고 오싹해지려는데 선생님의 낮은 소리가 다시 들렸다.

'한번 냄새를 맡은 놈은 죽을 때까지 따라와.'

그렇지...그래요...라고 생각하면서 조만간 스르르 잠으로 떨어졌던 것 같은데 몇 점이나 지났는지 다시 요량 없이 눈이 떠졌다.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어디선지 들려오고 있었다.

--- p.49.pp.2-8

멀리 어두운 숲속 길로 들어서던 초병이 돌아서더니 손을 흔들었다.녀석과 지선희를 앞세운 채 그 뒤를 따라 오솔길을 걸은 지 얼마 안돼 음식점 건물이 나타났고, 앞치마를 두른 뚱뚱한 사내 하나가 현관 앞에 서 있었다. -…… 도움이 필요하다고? 웅얼거리듯 하면서, 그렇다면 조건을 받아들이겠느냐는 눈으로 뚱보가 주의깊게 이쪽을 바라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뚱보가 턱으로 다른 쪽 문을 가르쳤다. 아마 그가 <양산박>주인이었을 것이다. 녀석과 지선희를 그리고 데리고 가 등을 밀어넣자 문이 닫혔다. 단칼에 연놈이 작살나는 비명소리가 안에서 들렸다. 내일 아침이면 현체도 없는 만두속이 돼 연놈은 아마 접시에나 얌전히 담겨 나오게 되리라. -우리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힘껏 천막을 친 이쪽 바지 앞을 움켜쥔 채, 와들와들 떨며 아내가 중얼거렸다.

--- p.68

"놀고 있네."

그렇게 중얼대는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엎어지면서 제풀에 두 팔도 함께 앞으로 내던졌던 것이었으나 탁자에 사뭇 호되게 찧은 이마 한쪽으로 방금 뿜어내 커피물이 번져들고 있다는 걸 기애는 알았다. 의식적인 짓거리였다면 그러니까 두 손을 완전히 가늠을 잘못 했던 셈이 된다. 그 어이없는 착오에 치를 떨면서 그녀는 한순간 숨을 죽였다.

울어라…… 이런 경우엔 그 방법밖에 상책이 없어……

내심의 명령에 따라 기애는 외마디 비명을 쥐어짜려고 했다. 그것은 또 내가 아직도 악몽을 깨지 못하고 있구나 싶은 집요한 강박관념과도 닿아 있어서, 울음만 트뜨릴 수 있다면 나쁜 꿈도 말짱히 깨고 말리라는 본능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어릴 때 곧잘 효과를 본 듯싶은 그 방법은, 그러나 이 경우엔 전혀 핀트가 맞고 있지 않다는 걸 그녀는 깨달았다. 어디선가 순태의 목소리가 그 틈을 비집고 들려왔던 것이다.

……실버호텔엘 갔었다고?

--- p.172

"놀고 있네."

그렇게 중얼대는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엎어지면서 제풀에 두 팔도 함께 앞으로 내던졌던 것이었으나 탁자에 사뭇 호되게 찧은 이마 한쪽으로 방금 뿜어내 커피물이 번져들고 있다는 걸 기애는 알았다. 의식적인 짓거리였다면 그러니까 두 손을 완전히 가늠을 잘못 했던 셈이 된다. 그 어이없는 착오에 치를 떨면서 그녀는 한순간 숨을 죽였다.

울어라…… 이런 경우엔 그 방법밖에 상책이 없어……

내심의 명령에 따라 기애는 외마디 비명을 쥐어짜려고 했다. 그것은 또 내가 아직도 악몽을 깨지 못하고 있구나 싶은 집요한 강박관념과도 닿아 있어서, 울음만 트뜨릴 수 있다면 나쁜 꿈도 말짱히 깨고 말리라는 본능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어릴 때 곧잘 효과를 본 듯싶은 그 방법은, 그러나 이 경우엔 전혀 핀트가 맞고 있지 않다는 걸 그녀는 깨달았다. 어디선가 순태의 목소리가 그 틈을 비집고 들려왔던 것이다.

……실버호텔엘 갔었다고?

--- p.172

출판사 리뷰

이제하의 신작소설집이 출간되었다. 1986년에『용』을 펴낸 이후 15년 만에 독자들에게 노작의 결실을 선보이는 셈이다. 그의 소설세계는 지금까지 환상적 리얼리즘이나 광기의 미학이라는 용어로 규정되어 왔다. 이러한 용어만으로도 그의 소설세계가 한국문학에서 차지하는 독특한 위상과 성격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의 소설은 삶의 외부적 현실을 소설의 주된 탐구 영역으로 삼아온 한국소설의 리얼리즘적 전통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내면세계, 그중에서도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본능의 세계가 삶의 현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다. 그 본능은 대체로 사회의 제도나 규범에 의하여 억압되어 있으므로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러한 본능을 꿈이나 환상, 혹은 광기의 형태로 표출한다. 그러한 것들을 표출하는 행위는 일상적인 삶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상적인 삶의 질서가 교란되면서 그러한 질서가 간직하고 있는 추악하거나 왜곡된 속성이 드러나게 된다. 겉으로는 합리적이며 건전해보이는 삶의 질서가 사실은 근원적인 삶의 가치와 욕망을 억압하고 배척하면서 사람끼리의 관계를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방향으로 몰고 가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되는 것이다. 그러한 삶의 질서와 속성을 이제하는 그의 작품들 속에서 주로 수컷의 폭력이 지배하는 상황으로 그려 보인다.

이번 작품집에서도 그러한 주제와 내용은 득의의 문체에 힘입어 치밀하게 형상화되고 있다. 그의 문체는 정황을 냉소적으로 관찰하는 화자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실감나는 구어체의 묘미를 선사하는 그의 문장들은 삶이나 존재에 대한 어떠한 낭만적 환상도 거부하며 작중상황에 대한 일정한 정서적 거리감을 유지해나가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그 문체 속에는 존재의 허상을 냉철하게 직시하려는 의지가 숨어 있는 것이다.

리뷰/한줄평4

리뷰

7.8 리뷰 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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