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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라는 약속
오드리 로드의 영원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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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1. 바람 냄새를 맡다
2. 오리샤의 바람
3. 프롤로그

2부
4. 오야
5. 어린 시절의 노래
6. 식탁 위 동화책
7. 통과의례
8. 이야기에 이름 붙이기
9. 흑인학
10. 모든 성인의 날 전야
11. 좋은 거울은 저렴하지 않다
12. 학교 노트
13. 형제 앨빈

3부
14. 그가 남겨준 것 
15. 갈색 위협 
16. 환상과 대화 
17. 시인을 위한 시 
18. 지구 위의 평화 

4부
19. 세대 
20. 콘택트렌즈 
21. 피루엣 
22. 봄 3
23. 선생님 

5부
24. 울지 못하는 종달새 
25. 아버지, 그해가 저물었어요 
26. (마리에게) 비행기 안에서 
27. 장인 
28. 초상 

6부
29. 자연히 
30. 급류에서 낚시하기 
31. 하지점 
32. 온실에서 
33. 125번가와 아보메이 
34. 타이밍 
35. 아이 하나가 우리를 이끌 것이다 
36. 생존을 위한 호칭기도 

7부
37. 추모 1~4
38. 지금 
39. 성부, 성자, 그리고 성령 
40. za ki tan ke parlay lot
41. 그녀의 유산 
42. 하드 록 러브 

8부
43. 가장자리에서 
44. 여자친구 
45. 여러분 하나하나에게 
46. 추도사 
47. 자매의 아침은 기적의 시간이다 
48. 예마야의 집에서 

9부
49. 집 
50. 빛줄기 
51. 원 위에 놓인 다양한 점들의 유의미함 
52. 잔상 

10부
53. 처음에 나는 당신이 이런 얘길 하는 줄 알았죠 
54. 채굴 
55. 미래의 약속 
56. 부름
57. 이별 
58. 기후 문제 

주 
감사의 말 

저자 소개 2

알렉시스 폴린 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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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is Pauline Gumbs

미국의 시인, 독립 연구자, 흑인 퀴어 페미니스트 활동가. 저서로 『유출: 흑인 페미니스트 탈주자의 장면들』, 『엠-아카이브: 세상의 끝 이후』, 『더브: 의식 찾기』 등이 있고, 무용, 설치, 회화, 오페라 등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오드리 로드의 유산을 잇는 온라인 네트워크 ‘브릴리언스 리마스터드’의 창립자로 일반적인 기관들이 경시하는 자원에 기반을 둔 연구자, 예술가를 지원해왔다. 지난 11년 동안 파트너와 함께 미국을 여행하며 흑인 페미니스트 퀴어 미디어 및 오디오 아카이브 작업을 수행했고, 흑인 페미니스트 영화학교를 공동 설립했다. 앵귈라 문학 축
미국의 시인, 독립 연구자, 흑인 퀴어 페미니스트 활동가. 저서로 『유출: 흑인 페미니스트 탈주자의 장면들』, 『엠-아카이브: 세상의 끝 이후』, 『더브: 의식 찾기』 등이 있고, 무용, 설치, 회화, 오페라 등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오드리 로드의 유산을 잇는 온라인 네트워크 ‘브릴리언스 리마스터드’의 창립자로 일반적인 기관들이 경시하는 자원에 기반을 둔 연구자, 예술가를 지원해왔다. 지난 11년 동안 파트너와 함께 미국을 여행하며 흑인 페미니스트 퀴어 미디어 및 오디오 아카이브 작업을 수행했고, 흑인 페미니스트 영화학교를 공동 설립했다. 앵귈라 문학 축제에서 ‘앵귈라의 자긍심’으로 선정되었는데, 알렉시스 폴린 검스의 조부모 제레미아와 리디아 검스가 1967년 앵귈라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다수의 영화에 흑인 페미니즘 전문가로 출연하였고 수십 권의 책과 저널에 글을 게재했다. 『떠오르는 숨』으로 2022년 와이팅 재단 논픽션 부문상을 수상했다. 2023년에는 윈덤캠벨문학상 시 부문상을 수상했다. 오드리 로드 연구서 『생존은 약속이다: 오드리 로드의 영원한 삶』이 올해 8월, 미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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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고, 자유롭고 건강하게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누리며 충분한 정보와 평등한 자원을 바탕으로 서로의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해 활동하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에서 일하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스스로 해일이 된 여자들』,『출렁이는 시간[들]』,『아프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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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696쪽 | 788g | 140*220*35mm
ISBN13
9791192884622

책 속으로

오드리 로드는 우리에게 “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나는 흉터이며 최전선에서 온 포성이고, 부적이자 부활이다.” 그러하거나, 작가 아요페미 폴라얀이 상상했듯, “지금 살아 있는 우리가 우주 보이드 속의 원자가 되고도 한참 시간이 흐른 뒤까지, 그녀가 상징했던 탁월함의 숭고한 유산이 미래 세대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 p.30

바이런은 어린 딸을 잘 키우는 일에 대해서는 대체로 배우자에게 맡겨왔지만 이번 일에는 개입했다. 책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책도 딸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고 믿었다. “만약 글로 쓰인 내용이라면 딸이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어떤 책을 읽든 막아서는 안 된다.” 로드네 가족 사이에서 언어는 강력한 힘이 있었고, 오드리는 이 작은 승리로부터 한 가지 사실을 배웠다. 책이 제한적인 작은 집단의 문화로부터 탈출하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 페이지마다 뚤려 있는 검은 구멍들. 자유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통로들.
--- p.104

오드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악몽에 시달렸다. 예컨대 방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벌 한 마리가 죽일 수 있는 꿈, 그녀와 어린 딸이 말을 탄 경찰 그림자 속에 서 있는 꿈, 그녀가 러시아 전쟁 포로가 된 꿈, 스파이가 그녀의 영혼을 훔치려 하는 꿈, 플로리다에서 거대한 바퀴벌레가 그녀 손에 알을 낳는 것과 같은 약간 메스꺼운 꿈. 그녀는 가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깼는데 다시 잠들면 여전히 같은 꿈속에 있곤 했다. 어느 때는 세 번을 깼는데도 꿈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그러나 악몽은 시의 자원이 되기도 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가장 무서웠던 꿈을 쓰게 하고, 그 꿈을 통해 내면에서부터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혜를 찾아보라고 가르쳤다. 어둠의 변혁적 힘을 통해 작업하며 오드리는 새로운 기도를 창조했다. 나를 용감하게 하는 그 두려움을 절대 잃지 않게 하소서.
--- p.82

해바라기의 미성숙한 봉오리들이 움직이기는 하지만 이는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최선의 방향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성숙한 해바라기들은 태양이 자기 뒤로 저물고 난 뒤에 다음 날 다시 떠오른다는 사실을 믿으며, 아침 태양을 마주하기 위해 동쪽을 바라볼 줄 안다. 프랜시스가 오드리와 가정을 꾸리고 가족이 되기 위해 생활 양식을 바꾸었지만, 두 사람이 거의 20년 동안 파트너로서 서로의 중심에 자리했지만, 또 이 세상은 프랜시스 클레이턴보다 오드리 로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터였지만, 이는 프랜시스의 삶이 오드리 주변에서만 전개되었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 p.230

“이런 방식으로 남자들은 자기의 가장 중요한 인간성을 부정하고 의존과 공포 속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오드리에게 삶과 죽음이 달린 문제였다. 여전히 감정 억압이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아들이 내가 아는 어떤 남자들처럼 자라는 걸 보느니 아들을 죽이겠어요.” 오드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고, 그때는 조너선이 열세 살쯤 됐을 때였다.
--- p.241

우리는 그녀의 제자였기 때문에 우리가 그녀와 특별히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긴 했지만, 모든 여성, 글을 쓰는 모든 여성, 책을 읽는 모든 여성, 책을 읽지 않는 모든 여성도 그렇게 느꼈다.
모두가 그렇게 느꼈다.
남성들까지도.
--- p.292

몇 년 뒤, 1989년 오벌린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오드리 로드는 팔레스타인 점령을 지원하는 미군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라고 다음 세대를 북돋웠다. “우리의 연방세 중 매해 20억 달러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원조를 위해 사용됩니다. 그 자금 중 2억 달러 이상이 자기 고향에 대한 군사 점령을 끝내기 위해 봉기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진압하는 데 쓰입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미국에서 만든 최루탄을 팔레스타인 집과 병원에 쏘아 아기들, 환자들, 노인들을 죽입니다.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열두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 재판도 받지 않고 가시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수용소에 구금되고 있으며, 이러한 행위에 반대하는 양심적인 유대인들도 체포, 구금되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국회의원에게 중동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 인정을 요구하는 건 이타심이 아닙니다. 생존에 관한 문제입니다.
--- p.414

나는 생존이라는 단어를 사랑한다. 이 단어는 언제나 내게 약속처럼 들린다. 그러나 가끔 궁금해진다. 이 땅에 남긴 내 영향의 형태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 p.489

한 권의 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사유했던 로드의 삶이 다시 한 권의 책이 되어 우리 앞에 도착했다. 혐오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한 용감한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 그 용감한 사람이 수많은 흑인, 여성, 퀴어의 삶을 생전에도, 지금도 어떻게 북돋고 있는지, 우리 곁에 어떻게 영원히 살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 p.666

출판사 리뷰

내리누르는 혐오의 무게,
씨앗 같은 생존의 입자들

오드리는 “사랑과 저항을 동시에 할 수 없다면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생존이라는 약속』 236쪽

생존 입자 하나. 흑인 소녀는 “책”을 읽었다

“나는 한 사람을 한 편의 시로 만들어버리는 괴이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라고 일기에 썼던 오드리 로드. 서인도제도에서 뉴욕 할렘으로 이주해온 흑인 이민자 가정을 압박했던 고용 및 주거 차별이라는 외적인 인종주의에 더해, 자매 중 피부가 가장 검다는 이유로 어머니에게 유독 벌을 많이 받으며 내면화된 인종주의라는 벽에도 부딪쳐야 했던 흑인 소녀. 겹겹의 혐오 속에서 소녀는 책을 붙들고 살아남았다.

동네 도서관 어린이 열람실의 흑인 여성 사서 오거스타 베이커에게 빌린 262쪽짜리 『머더 구스: 전래 동요』를 일부 외우기까지 하며 소중히 했던 어린 소녀, 아버지가 헌책방 주인들과 함께 경매에 참가해 더미째 사 나른 책들 속에서 미스터리, SF, 범죄소설, 프랑스어 기하학 책, 낭만시 선집, 14개 주에서 금서로 지정된 선정적인 역사 로맨스 소설까지 가리지 않고 읽었던 책벌레.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1950)를 읽으며 “SF 팬”으로서 자신의 첫 산문을 잡지에 싣고, 시 모임 “낙인찍힌 사람들”의 친구들과 강령회를 열어 존 키츠, 퍼시 셸리, 로드 바이런 등 죽은 낭만주의 시인들을 불러내던 문학 소녀. “친구이자 사랑하는 사람의 멈춘 생에 정신적 외상을 입은 채 계속 자라야 했던 극도의 고통” 속에서 책은 죽음과 고통의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유일하고 강력한 무기였다.


생존 입자 둘. 소녀는 어른이 되어 “분노”했다

걔네가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오드리는 매일 아침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거기에서 발견한 폭력 사건들을 낭독했다. 그리고 보도되지 않은 내용에 더 주목했다. 지역 뉴스를 다루는 지면 깊이 묻힌 흑인 여성과 소녀 들에게 일어난 기사들에 동그라미를 쳤다. 오드리는 그 공포들로 인해 악몽을 꾸었고, 오드리의 손을 통해 그 공포는 시가 되었다. -『생존이라는 약속』 261쪽

1973년, 열 살 흑인 소년 클리퍼드 글로버가 새아버지와 고물상에 가다 “인상착의가 같았다”는 이유로 백인 경찰에게 살해당했다(백인 경찰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1976년, 아버지가 임신시킨 두 명의 10대 여성이 위탁 가정에서 지내는 대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주장했다. 1979년, 석 달 동안 보스턴에서 열세 명의 여성이 살해당했다(그중 열두 명이 흑인 여성이었다)….

시를 낭독하던 소녀는 어른이 되어 뉴스의 폭력 사건을 낭독하게 된다. 그리고 “뉴스 보도의 지배적 서사를 수정하는 수단”으로 자기 시를 이해하며 시를 쓴다. 「힘」을, 「사슬」을, 「필요: 흑인 여성의 목소리를 위한 합창곡」을…. 그렇게 “문학 소녀”는 “전사 시인”이 되었다. 밤낮으로 접하는 숱한 죽음(들) 속에서 시와 책을 무기 삼아 살아남은 소녀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걸음이었다.

“우리가 여기서 하는 일이 저 밖에서 일어나는 일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싶네요.” -『생존이라는 약속』 288쪽

“흑인 레즈비언” 오드리 로드는 존제이칼리지 영어과 최초 흑인 교수로 첫 번째 흑인학 수업과 여성학 수업을 개설했다. 오드리의 작업이 흑인성을 중심에 둔다는 이유로 그 타당성을 의심하는 백인 동료들, 동성애 혐오 때문에 오드리가 흑인 연구 교육과정을 함께 만들려고 해도 의심하는 흑인 동료들 사이에서, “자기 교실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과 지속되는 부정의를 알아차리는 공명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고군분투했다.

생존 입자 셋. 어머니가 되어, 자매들과 주고받았다

때때로 엘리자베스나 조너선이 운동장이나 동네에서 인종주의나 괴롭힘을 겪어 눈에 보이지 않는, 혹은 보이는 상처를 안고 집에 돌아오면 오드리는 책장으로 달려가 고등학교 시절 자기를 버티게 해준 시를 읽어주었다. -『생존이라는 약속』 241쪽

오드리 로드는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남편과 이혼한 후 20년간 함께한 동반자 프랜시스 클레이턴 박사와 두 자녀를 공동 양육하면서 “격주로 가족회의를 열었고”, “아이들의 꿈과 아이들의 말을 받아 적었”다. “아이들이 묘사한 꿈의 내용은 통찰의 씨앗이 되어 오드리의 글쓰기에서 자라났다.” “오드리는 물과 햇빛만큼이나 필수적이라 느꼈던 것들, 즉 시와 언어의 구조를 아이들에게 주었다.”

몇 년 후 오드리는 에이드리언 리치와 대화하며, 어느 날 휴게실에서 사물함을 열었을 때 새 전기빗이 떨어졌던 순간의 굴욕적인 기분에 대해 설명했다. 동료들은 오드리가 머리를 펴야 한다는 의미로 그 빗을 사서 넣었다. 오드리에게 이 일은 자기표현에 대한 공격이자, 자매애와 연대를 기대했던 흑인 여성들로부터, 그러니까 “우리 사이에”로부터 거절당한 고통스러운 사건이었다. -『생존이라는 약속』 198쪽

1977년, 현대언어학회 회의에서 한 여성이 일어나 도전적으로 발언했다. “나는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문학 평론가입니다. 이런 존재로 살고 또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하는 게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청중석에 앉아 있던 오드리 로드는 바버라의 이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소설 『자미: 내 이름의 새로운 철자』를 썼다. “자전신화(Biomythography)”라는 실험적인 형식으로 쓰인 이 소설에서 오드리는 “그녀의 가장 친했던 고등학교 친구이자 첫사랑이었던 제너비브가 그랬듯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하지 못한 흑인 여성들의 미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오드리는 소설의 초고를 바버라에게 보내 편집을 부탁했고, 바버라는 한 줄씩 꼼꼼히 살폈다. 1990년, 두 사람은 바버라의 집 거실에서 다른 유색인 여성들과 함께 “키친테이블: 유색인 여성 출판사”를 공동 설립했다.
1982년 하반기,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과 사브라-샤틸라 학살이 일어난 때에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가 공개적으로 자신 시온주의자라 주장하자, 리치의 친구이자 흑인 페미니스트 시인 준 조던이 즉각 입장을 표명했다. “에이드리언에게, 나는 공개적으로 답한다. 당신이 명백하게 보여준 페미니즘의 정의는 지구를 멸망의 위협으로 밀어넣는 백인 남성들과 구분되지 않는다… 나는 당신을 ‘우리’ 안에 포함하지 않는다.” 리치와 조던 둘 모두와 절친했던 오드리 로드는 조던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았고, (공개적으로 충돌했던 조던과 리치는 정작 관계를 회복했음에도) 조던과 죽을 때까지 관계를 회복하지 못했다.

“자미(Zami)”는 오드리의 뿌리가 닿아 있는 그레나딘제도 캐러쿠 섬의 언어로, “연인이자 친구인 여성들”을 뜻한다. “당신의 공동체는 당신이 만드는 거예요”라는 자신의 말처럼 오드리는 전화로, 편지로, 글로, 책으로 자미=자매들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았다. “나는 내 진짜 엄마가 되어줄 흑인 여성들을 찾고 또 찾아왔다”고 일기에 썼던 오드리는 “우리는 우리 자신의 어머니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자매들을 북돋웠다. 오드리 로드 연구자이자 흑인 페미니즘 전문가인 저자 검스는 오드리 로드와 자매들의 관계를 줌인-줌아웃하며 오드리의 영향력이 어떻게 개인적인 범위에서 전 지구적인 범위로 뿌리를 뻗어갔는지, 역동적으로 증언한다.

1993년, 세상을 떠난 오드리 로드의 생일을 기념하며 준은 이런 헌사를 썼다. “우리의 삶은 여러 지점에서, 우리가 선택한 투쟁 경로가 그렇듯 서로 갈라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혐오에 맞서고 모든 편협함을 섬멸하기 위해 공동 전투를 펼쳤기에 우리의 연결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생존이라는 약속』 424쪽

허리케인, 화산, 돌바닥을 지나… 영원한 빛이 된 오드리 로드의 삶

“알렉시스 폴린 검스의 이 책은, 오드리 로드와의 유비성을 환기하는 물질적이고 생태적인 요소들의 속성을 연결해준다. 오드리 로드라는 나무의 가지와 뿌리가 어떻게 지구 위에서 뻗어가고, 어떻게 외부와 얽혀 있는지 상상하게 한다.” -『생존이라는 약속』 674쪽, 추천사(윤은성 시인)

열다섯에 쓴 시에서 “낮이 오기까지 몇 개의 밤이 필요할까?”라고 질문했던, 어둠을 두려워하던 소녀는 변화무쌍하며 혼란한 바람의 여신 오야의 딸로 자라나 허리케인처럼,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삶으로 끌어들였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내 최고의 노력, 희망, 그리고 욕망 들이 하나로 모여들고 있다.” 1992년 초, 오드리는 자신의 유해를 여덟 개의 묶음으로 나눠 의식을 치르며 지구 곳곳에 퍼뜨리도록 지시했다. 대서양과 카리브해가 만나는 세인트크로이의 지하 동굴, 하와이의 성스러운 화산 지대 두 곳, 오드리가 좋아했던 독일의 크루메랑케 호수…. 세인트크로이에서 오드리의 재는 상자 안에 머무르려 하지 않았다. “유골이 담긴 함을 테이프로 봉했는데도 다시 열렸고, 세 번이나 다시 닫았는데 계속 다시 열렸어요.”

『생존이라는 약속』에서 저자 검스는 오드리 로드의 삶의 입자들을 씨줄 삼고 그 삶을 둘러싼 물질적, 생태적 조건들을 날줄 삼아 생존을 위한 한 장의 지도를 짜나간다. 오드리 아버지 고향 섬 가장자리의 바베이도스 부가체와 해양 석유 시추 문제. 해바라기의 속성과 동반자 프랜시스와의 관계. 아버지를 표류시킨 1898년 윈드워드제도 허리케인과 오드리가 직접 겪은 1989년의 허리케인 휴고, 미국의 그레나다 침공. 오드리가 공장에서 들이마신 사염화탄소와 쉰여덟 살에 오드리를 죽게 한 간암. 양자물리학의 대형 입자가속기와 선조들의 노예무역. 방사선 암 치료를 위한 작은 입자가속기와 아파르트헤이트….

과거와 현재, 외부와 내부를 동시에 조망하게 하는 이러한 양자적 연결이야말로 암을 가리켜 “침묵하기를 거부하는 우리 각자의 조각”이라 말했던 오드리 로드의 삶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는 것을, 책을 읽어가며 깊이 실감하게 된다. 이러한 연결이 이해되며 믿어지는 순간, 오드리 로드는 죽음을 넘어 끝없는 사후 삶을 시작한다.
2026년, 한국의 우리에게로 오드리 로드의 삶이 날아들었다.

“이 책을 생존 안내서로 읽기를. 이 책을 변화하는 생태계와 당신의, 또 우리 공동체의 관계에서 가장 긴급한 문제들을 오드리의 삶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연결 지점으로 읽기를 바란다. 이 책을 당신이 원하는 순서대로 읽어도 좋다. 개인적 차원과 우주적 차원에서 이 책이 당신에게 가닿을 것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의 장들을 모든 방향에서 합창해 오는 시의 모음처럼 읽기를. 각각의 단어를 화산을 탄생시키고 대륙을 가른 그 사랑, 오드리의 맹렬한 사랑을 당신에게 가닿게 하는 하나의 기회로 이해하기를.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생존이라는 약속』 29쪽

추천평

“그런 이름이 있다. 자기 이름의 알파벳 하나를 스스로 탈락시켜 몸을 바꾼 이름. 아프고 존엄한 몸을 떠올리게 되는 이름. 그래서 발음하는 순간 몸의 가장 약한 부분이 반응하는 이름. 약한 곳에서 가장 놀라운 격동이 발생한다는 증거가 되는 그 이름. 오드리 로드는 우주를 범위 삼아 유영하는 존재와 몸으로 거듭 돌아온다.” - 김지승 (작가, 독립연구자)
“이 책을 통해 헤아려지는 건 오드리 로드라는 한 사람의 구획된 삶뿐만이 아니다. 알렉시스 폴린 검스에게 도착하기까지, 자료들이 축적되고 시간을 통과했을 물리적 여정의 질곡이 이 책에서 샘물처럼 배어 나온다. 이때의 시간은 서로 다른 위치의 존재들이 차이를 인정하며 공존하는 방식을 긍정해가는 변혁과 투쟁의 사회사를 의미하는 것이자, 기후 격변으로 이어진 인류사의 한 층위이기도 하다. 이 책으로 초대되는 일은 낮은 곳에서, 서로를 구원하는 일의 가능 여부를 오래 앓으며 탐색해온 이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일일 것이다.” - 윤은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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