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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세의 작가 염상섭
2. 한 작가의 기묘한 출발 3. 초기작의 문제들 4. 자기인식을 위한 밤의 여행 - 『만세전』 5. 부랑자로서의 시민들(1) 6. 부랑자로서의 시민들(2) 7. 풍자적 희극의 세계 - 『이심』 8. 저항적 중심의 태동 - 『사랑과 죄』 9. 저항적 중심의 형성 - 『삼대』 10. 저항적 중심의 혼미 - 『무화과』 11. 염상섭과 사회주의 12. 염상섭의 창작정신 13. 후퇴와 좌절 14.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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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서 '영원'을 추구하는 태도는 로맨틱한 것으로서 세속사회에서는 몽상이나 다름 없다. 그러나 그처럼 유한한 인간이 세계와 능력을 초월한 시적(詩的)세계를 이성(異性)에 투영하면서 동경하는 것은 혼탁한 현실에 대한 반동과 부정의 표현이다. 명수가 육조 앞길을 '영원을 생각하게' 하는 길이라고 중환에게 한 말도 그다운 말이다. 그의 눈에는 그 평범한 한길이 시적인 삶의 세계로 무한히 이끌어 갈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는 기생 도홍의 '커다란 광채 있는 눈'을 중환으로 하여금 '꿈을 들여다 보는 듯한 눈'으로 표현하도록 한 염상섭 자신이다. 그런 표현이야 말로 로맨틱 아이러니라는 이 소설의 주제 겸 구성원리를 압축해 놓은 듯한 말로서 염상섭의 천재적인 언어감각의 산물이다. 왜냐하면 '꿈을 들여다 보는 듯한 눈'이란 가득히 꿈을 담은 듯한 눈인 동시에 모든 꿈의 정체를 통찰하여 어느 순간 그 꿈을 깨어버릴지 모를 위험성이 숨어 있는 마력적인 눈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꿈의 심연(深淵)과 같다. 스스로 꿈을 꾸면서 그 꿈의 세계에 유인된 사람을 단숨에 삼켜버리는 심연이다. 과연 도홍은 강한 성적인 몽상을 유도하는 매력을 지녔으면서도 주환이 그녀의 유난히 오똑한 코를 통하여 통찰한 것처럼 오만하고 이해타산에 밝은 여자이기도 하다. --- pp. 183-1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