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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1장 _ 연꽃 향기처럼 스미는 희망의 두드림 01 단종의 눈물 서린 영월 금강정 02 비가 와도 나비는 날아간다 봉화 청암정 03 나 홀로 외롭지 않으리 경주 독락당 계정 04 옥처럼 맑은 물 흐르는 ‘완산 8경’ 전주 한벽당(寒碧堂) 05 나를 키운 8할의 대바람 담양 소쇄원 06 연꽃의 향기는 멀수록 청아하네 경복궁 향원정 07 흥선대원군의 흔적 서울 석파정 2장 _ 그림자에서 미래의 반올림 08 ‘상욕속빈(喪欲速貧)’이 깃든 남원 퇴수정 09 거창장씨의 뿌리 거창 건계정 10 그림자도 잠시 쉬어가는 담양 식영정 11 윤선도의 기억 완도 세연정 12 백두대간 남쪽에서 가장 아름다운 안동 만휴정 13 물과 돌의 조화 함양 거연정 3장 _ 기암절벽에서 오늘의 설렘 14 최치원과 ‘산을 감싼다’는 합천 농산정 15 ‘십승지(十勝地)’의 으뜸 영주 금선정 16 기암 위 절묘하게 내려앉은 예천 초간정 17 ‘밖’에서 ‘안’을 보아야 하는 광주 풍암정 18 굴원의 잔영 제천 탁사정 19 ‘천상의 하모니’ 청송 방호정 20 ‘맑음을 모으는 정자’ 반구대 집청정 4장 _ 연못에서 자연의 어울림 21 안빈낙도로 통하는 함양 농월정과 동호정 22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거창 용암정 23 검푸른 빛 어디에서 왔을까 합천 함벽루 24 연못과 정자, 백일홍이 황홀한 담양 명옥헌 25 보리 피리 잘라 하룻밤만 묵어도 천년 세월 기약하는 고창 석탄정 26 자연은 크고 정자는 겸손하니 운치가 훨씬 더하다 성주 만귀정 5장 _ 술잔에서 세월의 즐거움 27 ‘술잔을 걸어둔 듯’ 울주 작천정 28 복사꽃으로 멀미하는 영덕 침수정 29 ‘산으로 둘러싸인’ 화순 환산정 30 ‘하늘에서 학이 내려오는 길지’ 고성 천학정 31 송시열이 만든 양지를 흐르는 개울 대전 남간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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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어린 단종이 도래샘을 꿈꾸지 않았을까. 도래샘, 언제나 하늘을 품는다. 새벽 별빛에 사뿐히 내려앉아 밤이 다하도록 허공을 떠돌다가 똘똘 뭉쳐 방울이 될 때, 빈 공간에서 자기들끼리는 뭉칠 수 없어 나뭇잎과 꽃술 위에 자리 잡아 도래샘처럼 동그란 우주를 만든다. 어느새 풀잎에 내린 새벽이슬 뒤에는 빨간색 접시꽃 한 송이 온통 빨간색이 물들었다.
--- p.23 승암산 기슭 절벽을 깎아 세운 한벽당은 조선 건국에 큰 공을 세운 월당 최담이 별장으로 지은 건물이다. 누각 아래로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데, 바위에 부딪쳐 흰 옥처럼 흩어지는 물이 시리도록 차다고 해서 ‘한벽당’이란 이름을 붙였다. 전북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있는 한벽당은 승암산 기슭인 발산 머리의 절벽을 깎아 세운 누각으로, ‘호남읍지’에는 이경전, 이경여, 이기발, 김진상 등 19명의 저명한 인사들의 시문이 담겨 있어 그 시절의 풍류를 살필 수 있다. --- p.51 개울을 건너기 위해서는 외나무다리를 지나야 한다. 세속의 번잡함이 원내에 침입하는 것을 막기위함인가. 외나무다리가 전하는 뜻은 오직 바른 한길로 가라는 선비의 곧은 지조와 상 물빛에 나를 비춰보며 맑고 깨끗이 살라는 염원과 함께 세상의 풍진에서 부대끼다가도 다시 자신을 정제하라는 의미가 아닌가. 물빛에 나를 비춰보며 맑고 깨끗하게 살리라 다짐을 해본다. 외나무다리는 다리 하나로도 균형을 잘 잡는 콩나물과 별반 다르지 않나요. 전주콩나물국밥과 전주비빔밥을 먹을 때면 콩나물의 삶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무럭무럭 뻑뻑한, 캄캄한 시루 속에서 다리 하나로 지내지만 이들 음식에선 없어서는 안될, 필요한 존재다. 세상에 다리 하나로도 이렇게 당당할 수도 있을까 생각하며, 적어도 오늘만큼은 내 떡과 이웃의 떡을 놓고 저울질하지 않기로 다짐해 본다. --- p.59 ‘벗’이란 무엇일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벗’고 주어야 ‘벗’이다. 가리지 않고 내 알몸을 보여주는 사람, 숨기지 않고 내 허물을 보여주는 사람, 감추지 않고 내 눈물을 보여주는 사람이 참벗이니 ‘벗’고 주어야 ‘벗’이다. 참다운 친구는 찾는 게 아니라 뒤돌아보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거래요. 태평양 바다에 동전을 던져 이를 찾을 때까지 영원한 게 우정이다. 세상이 정전되어 깜깜할 때, 제일 먼저 너에게 달려가서 촛불을 켜줄 수 있는 게 우정이다. 우정이 모래시계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우정이 끝날쯤에 다시 돌려놓으면 되니까.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종종 사람에게서 하늘 새를 맡곤 한다.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만이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친구(親舊)의‘친(親)’자의 한자 구성을 보면 ‘나무 위에 서서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이다. 그렇게 지켜보다가 내가 어렵고 힘들 때 내게로 다가와 준다. 진정한 친구는 모두가 떠날 때 내게 오는 사람이다. 과연 나에게 그런 친구는 몇이나 될까. --- p.99 재미있는 것은 이 아름다운 누각의 탄생 비화다. 함벽루가 세워질 당시, 황강 상류에서 큰 홍수가 나 수많은 나무가 물을 타고 떠내려왔다고 한다. 강가에 모여든 합천 백성들은 거대한 목재들이 둥둥 떠내려오는 것을 보고 “저 귀한 나무들을 건져서 어디에 쓸꼬?” 하며 고민에 빠졌다. 그때 누군가 황강의 절경이 내려다보이는 대야성 기슭을 가리켰다. 백성들은 마음을 모아 강물에서 나무를건져내고, 껍질을 벗겨 기둥을 세우고 들보를 얹었다. --- p.181 ‘남간(南澗)’이란 ‘양지를 흐르는 개울’이란 뜻으로, 주자(朱子)의 시 ‘운곡남간(雲谷南澗)’에서 따온 말이다. ‘남쪽 양지 바른 곳에 흐르는 시냇물’을 나타내면서 주자를 사모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남간정사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물(水) 처리 기법은 이미 이전의 송씨 일족의 다른 건물에도 적용되어 왔다. --- p.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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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함게 흐르는 아름다운 정자의 풍경과 흔적
책의 포문을 여는 1장은 슬픔과 고고함이 교차하는 공간들을 다룬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발길이 닿는 곳은 강원도 영월의 '금강정(錦江亭)'이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을 잃고 / 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 저 물도 내 마음 같아서 울며 밤길을 가는구나” 조선 초 계유정난 당시 영월로 유배 가는 단종을 호송했던 의금부도사 왕방연의 시조(혹은 홀로 남겨진 정순왕후의 애절함이 투영된 노래)가 흐르는 영월은 비운의 왕 단종의 가슴 아픈 사연이 서린 곳이다. 영월읍을 가로질러 흐르는 동강 푸른 물을 굽어보는 벼랑 끝에 자리한 금강정(강원도 문화재자료 제24호)은 단종이 죽은 뒤 낙화암에서 몸을 날려 왕을 따른 시녀들과 종인들의 슬픈 영혼을 위로하는 사당 앞에 서 있다. 이종근 작가는 영월의 빼어난 절경이 가슴을 더 파고드는 이유가 바로 이 슬픔의 역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홍성모 화백은 백빈(白鬢)을 휘날리며 붓끝에 기세(氣勢)를 실어낸다. 5년 전 고향 부안에 56m의 대작 ‘해원부안사계도’를 기증한 후, 제2의 고향인 영월로 넘어와 완성한 ‘금강정의 사계’는 화폭 속 하얀빛과 누런빛, 먹의 농담이 어우러져 시각적 즐거움과 평안을 선사한다. 거대한 역사 속에서 인간의 욕망(동강댐 건설 추진과 백지화)을 묵묵히 받아내며 흐르는 강물처럼, 홍 화백의 그림은 한 줄기 ‘도래샘(여러 줄기의 물이 돌아서 하나 되는 강물)’이 되어 타인을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삶의 태도를 역설한다. 이어지는 서사에서는 거북 모양의 너럭바위 위에 세워진 명승 제60호 '봉화 청암정(靑巖亭)'으로 향한다. 기묘사화로 파직당한 충재 권벌 선생이 닭실마을(유곡리)에 터를 잡고 건립한 이 정자는 ‘하우비접(下雨飛蝶)’, 즉 ‘비가 와도 나비는 날아간다’는 선비의 지조를 상징한다. 빗속을 유람하는 투명한 나비처럼, 삶의 무게와 서슬 퍼런 권력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고 한 마리 나비처럼 살고자 했던 선비의 꿈이 서려 있다. 퇴계 이황 역시 이곳을 연모하여 ‘청암정 제영시’ 두 수를 남겼을 만큼, 청암정은 자연물과 인공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최고의 명승지다. 이 외에도 책은 나 홀로 외롭지 않은 경주 독락당 계정, 옥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전주 한벽당, 퇴계의 발자취와 양산보의 유훈이 숨 쉬는 담양 소쇄원, 고종과 흥선대원군의 흔적이 깃든 경복궁 향원정과 서울 석파정까지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공간들을 1장에서 심층적으로 다룬다. # 전국의 명승을 아우르는 5부의 파노라마 이 책은 총 5장에 걸쳐 대한민국의 가장 아름다운 풍광과 우리만의 정서를 촘촘하게 엮어냈다. 2장. 그림자에서 미래의 반올림: ‘상욕속빈(喪欲速貧)’의 정신이 깃든 남원 퇴수정, 거창장씨의 뿌리 건계정,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담양 식영정, 윤선도의 격조가 살아있는 완도 세연정, 안동 만휴정과 함양 거연정 등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살핀다. 3장. 기암절벽에서 오늘의 설렘: 최치원의 발자취가 남은 합천 농산정, 십승지의 으뜸인 영주 금선정, 절벽 위 절묘하게 내려앉은 예천 초간정, 그리고 광주 풍암정, 제천 탁사정, 청송 방호정, 반구대 집청정 등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정자의 역동성을 포착했다. 4장. 연못에서 자연의 어울림: 안빈낙도의 극치인 함양 농월정과 동호정, 거창 용암정, 합천 함벽루, 백일홍이 황홀한 담양 명옥헌, 고창 석탄정, 성주 만귀정 등 물과 정자가 만들어내는 아늑한 서정성을 담았다. 5장. 술잔에서 세월의 즐거움: 울주 작천정, 복사꽃 멀미가 나는 영덕 침수정, 화순 환산정, 고성 천학정, 그리고 우암 송시열이 축조한 대전 남간정사까지 풍류와 철학이 교차하는 공간들을 마지막으로 장식한다. # 전통의 고법과 현대적 서정성의 만남 『한국의 아름다운 정자와 정원』은 서양화에서 동양화로 이어지며 갈고닦은 홍성모 화백의 독보적인 필법이 빛을 발하는 책이다. 작가는 “사상을 중시하며 사실적 표현을 기초로 서정성을 궁극의 목표로 했다”고 밝힌다. 먹의 특성을 완벽히 파악하여 선의 굵기와 변화, 농담만으로 원근을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풍경 묘사를 넘어,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한 인간미를 풍긴다. 청명한 달밤, 안개 낀 아침, 혹은 눈비 오는 날에도 누정에 올라 옛 풍류객들의 마음자리를 찾아 서성였던 두 거장의 고군분투가 이 한 권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바쁘고 옹졸한 일상 속에서 세상의 아름다운 반짝임을 잊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내 안의 '도래샘'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상에 지쳐 있는 당신에게, 우리 선조들이 남긴 누정의 문을 열고 영혼의 단비를 맞아보길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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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에게 정자와 정원은 단순히 건물이 서 있고 나무가 심어진 물리적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고, 그 안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으며, 학문과 예술을 논하던 ‘정신문화의 산실’이었습니다. 한국 고유의 미학과 철학을 오롯이 담아낸 이 책으로 인해 오늘, 자연을 품고 삶을 노래한 공간, 한국의 정자와 정원을 만납니다. - 이성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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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 작가의 인문학적 깊이와 홍성모 화백의 예술적 감성이 어우러진 ‘한국의 아름다운 정자와 정원’은 전통 공간의 아름다움을 글과 그림으로 오롯이 담아낸 훌륭한 문화 교양서입니다. 이 단행본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우리 전통 조경의 미학을 발견하고, 나아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아끼고 보존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이종철 (전 국립민속박물관 관장, 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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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북특별자치도는 예로부터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정자 문화가 찬란하게 꽃핀 고장입니다. 자연과 동화되어 호연지기를 기르던 수많은 누정과 정원들이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속도와 효율만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자연과 동화되는 쉼표를 선물할 것이며, 교육적 효과도 아주 클 것으로 보여 추천합니다. - 천호성 (전북특별자치도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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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국에 산재한 아름다운 전통 정자와 정원의 숨은 가치를 발굴하고,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이야기와 건축적 미학을 수려한 문장과 수묵화로 풀어냈습니다. 선조들이 추구했던 자연 친화적인 삶의 태도와 지혜를 현대인들에게 전해 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깊습니다. 시대를 넘어 많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향기로운 지침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 김희수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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