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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보물찾기 … 7
리스본행 에그타르트 … 25 비 오는 샌프란시스코, 오렌지 초콜릿 컵케이크 … 39 코펜하겐 라운지체어와 플랫 화이트 … 55 오후 3시 30분, 런던의 애프터눈 티세트 … 73 제주 바다의 결혼식과 꽃향기 나는 강릉 카페의 커피 … 87 알록달록한 서울과 한강공원의 치맥 … 105 네덜란드의 튤립을 입은 꽃병과 갓 구운 애플파이 … 1 25 스페인 와이너리, 주고받은 선물 … 145 바나나 브레드와 시드니의 파자마 파티 … 163 구불구불한 골목길 운전과 나폴리의 마르게리타 … 177 뉴욕의 밸런타인데이와 새빨간 레드벨벳 도넛 … 195 빈의 자허토르테와 바이올린 … 213 프라하의 선물이 열리는 크리스마스트리 … 233 클레멘타인과 아이슬란드 오로라 헌팅 … 247 작가의 말 … 269 |
이수민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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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비 내린 뒤에 먹는 향긋한 바나나 푸딩과 따듯한 스튜
지친 퇴근길의 발걸음, 길어지는 수험생활, 업무 중 갑작스러운 돌발 사건의 발생……. 우리의 일상은 지친 마음과 그것에 무뎌져 가는 일로 가득하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우리의 일상에서 떼어놓을 수 없이 가득한 것이 있다. 바로 ‘먹는 것’이다. 생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든,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이든, 나만의 소중한 쉬는 시간을 위해서이든, 우리는 먹고 마신다. 이 소설은 열다섯 개의 일상과 열다섯 개의 음식을 함께 놓으며,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을 소설로 재현한다. 소설의 미덕은 일상의 아주 조그마한 틈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작가의 섬세한 눈에 있다. 이를 테면 가까운 거리에 유명한 에그타르트 맛집이 있음을 아는데도 퇴근 후 동선이 조금 더 길어지는 것이 번거롭고 지쳐 그냥 집으로 향하게 되는 마음. 그러나 어느 날 불현듯 힘을 내어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가게 되는 마음 같은 것을, 작가는 소설을 통해 바로 당신의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오늘은 꼭 에그타르트를 사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르노트르 제과 학교 출신의 포르투갈 파티시에가 굽는 에그타르트. 몇 달 전부터 점찍어두었던 가게였다. 버스 환승 정류장에서 멀지 않았지만 몇 번째 생각만 하고 가보지 못했다. 큰길가가 아닌 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해서 지친 퇴근길에 쉽사리 마음을 먹기 어려웠다. 그렇게 매번 다음을 기약하며 버스를 타버리곤 했다. 날이 가는 만큼 상상 속 에그타르트는 더 노릇노릇해지고 토실하게 커져갔다. 바사삭 소리가 날까, 당도는 어느 정도일까, 질감은 몽글몽글할까. 하늘색이 달라져가는 저녁 7시 20분. 꽤나 빠른 퇴근이었다. 그저께는 자정에도 사무실에서 메일을 보냈다. 오늘은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뛰쳐나온 것이 이 시간이었다. 나를 위한 보상이 필요했다. 오래 궁금했던 에그타르트는 그 보상으로 적절해 보였다. 나는 지도 앱을 켜고 찬찬히 길을 따라갔다. ―본문 27~28쪽 이런 ‘불현듯’의 순간은 혼자서만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소설은 꼼꼼히 짚는다. 관계에서 상처받고 숨고 싶은 날에도 우리는 나도 모르게 타인의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그 사람과 집으로 가서 냉장고에 남은 음식을 모아 홈파티를 열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늘 마음대로 되기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망설이다 우산을 가져오길 잘했다고 생각한 날이었다. 비가 이례적으로 세차게 내려서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도착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버스에 비를 쫄딱 맞은 모습의 클레어가 탔다. 추운지 팔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두 정거장 뒤면 우리는 또 같은 곳에서 내릴 것이었다. 클레어가 먼저 일어섰다. 나는 클레어와 한 사람을 사이에 두고 섰다. 이미 다 젖었는데, 비를 좀 더 맞고 가는 것이 그렇게 큰일은 아닐 거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분명히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버스 문이 열리고 클레어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가리며 발을 내디디려는 순간 나도 모르게 외쳤다. [클레어!] ―본문 173~174쪽 매일매일 어떤 음식을 먹을지 전적으로 계획하지 않듯, 그리고 그 계획대로 식사를 하게 되지 않듯, 인생은 놀라운 우연과 만남들로 가득하다. 어떤 우연은 슬픔의 그림자 속에 우리를 데려다 두기도 하고 어떤 만남은 예기치 못했던 불안과 긴장으로 얼룩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순간에도 나를 대접하며 묵묵히 먹고 마시듯이, 그곳에서 처음 맛보는 무언가를 발견할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몰랐으면 큰일 날 뻔’한 아름다움이 열릴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그런 순간을 독자의 앞에 가져다 두며 묻는다. 이런 하루하루가 아름답지 않느냐고. [아름답죠?] 그가 물었다. [엄청나게요.] 나는 여전히 하늘에 시선을 고정하고 답했다. [보통 오로라 하면 초록색만 떠올리잖아요.]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그가 말했다. [그런데 초록색 오로라만 있는 건 아니에요. 다른 색 오로라도 이렇게 아름다워요.] 나는 그 조심스러운 목소리에서 그가 무슨 말을 해주려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는지 알아차렸다. 눈빛만큼 마음이 다정한 사람이었다. 눈물이 살짝 고여 오로라가 블러 처리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잠시라도 오로라를 보지 못하는 순간이 아까워 소매로 얼른 눈물을 닦아냈다. 남은 눈물이 찬 공기와 만나 눈 주위가 시큰했다. [맞아요. 몰랐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본문 267~268쪽 어쩌면 우리가 가장 기다린, 아프지 않은 소설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한 수박주스를 권하고 찬 비 내리는 날에는 따듯한 차 한 잔을 권하듯, 우리의 마음과 먹고 마시는 일은 아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아마도 먹고 마시는 일이 나를 돌보고 대접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의 양식이라는 책은 어떨까? 읽고 쓰는 일이 나를 살리는 일이라는 체감을 통과하며 우리는 독자가 된다. 그러나 모든 독자에게는 글자를 피해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대문자의 언어들이 우리를 교란할 때, 글자 밖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 한 글자도 읽어나가지 못할 때. "곁을 떠나지 않는 이야기를 선물해드리고 싶다"는 작가의 포부처럼, 이 소설은 그런 순간에도 독자의 곁에 있을 소설이다. 단순하고 순정한 다정함으로. 그러나 이 소설의 매력이 위로하는 힘에 그쳤다면 13회 브런치북 소설 부문 대상이라는 영예를 얻지는 못했을 터. 이 소설의 진정한 힘은 열다섯 가지 에피소드가 구현하는 시공간이 모두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독자를 끌어들인다는 데에 있다. 화려한 수사가 없이도, 아름다운 형용사와 맛 표현이 난무하지 않아도, 이 소설은 단순하고 명료한 언어로 독자를 소설 속 세계로 끌어들인다. 파리에서 시작한 소설은 서울과 코펜하겐, 제주도와 빈, 프라하와 아이슬란드로 독자를 이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화자의 입을 통해 구현되는 세계는 세상에 존재하는 음식의 개수만큼이나 다양하고 아름답다. 작가의 경험과 애정 어린 조사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그리고 거기에 묻어 있는 일상성은 어느 에피소드든 독자가 푹 빠져 여행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한다. 담백한 문장이 가장 힘센 문장임을 아는 이 소설은 첫 책을 내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강한 흡인력을 지닌다. 부디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곁에 둘 수 있기를, 그리하여 불화의 시대에 언어로 지어진 작은 온기를 품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 누군가를 지탱해주는 그 다정함을 쓰고 싶습니다. 겨우 버텨내고 있는 이를 안아주는, 이야기 안과 밖의 사람이 모두 위로받는 소설을 오래도록 많이 쓰는 것이 꿈입니다. 캄캄한 우주에 방향도 모른 채 혼자 떠 있는 것만 같을 때, 옆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때에도, 곁을 떠나지 않는 이야기를 선물해드리고 싶습니다. 주인공의 손을 잡고 어느새 긴 터널을 빠져 나올 수 있는 소설을요. 심사평 이수민의 소설은 다정한 말과 향긋한 음식으로 독자를 일으켜 세운다. 불화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온기에 마음을 빼앗겼다. 삶의 곳곳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이 있다는 사실이 귀하게 느껴진다. 소설 부문에 응모된 모든 글이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대결하기를 바라며, 쓰는 마음만큼 읽는 마음이 귀하게 여겨지기를 기대한다. 선정작에 축하를 건네며 참여한 모든 작가들을 응원하는 마음도 함께 붙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