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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성의 해부학01 색스어 대 저잣거리어02 사회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과학03 0.2초의 정치학04 표상주의적 앎 대 반표상주의적 삶05 인접 관계와 인접쌍06 자기집행범주화 실천07 동사로서의 아이덴티티08 권력의 민낯09 ‘보통’이라는 이름의 수행10 학술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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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씹’은 왜 그토록 공포스러운가?‘회화분석가’ 하비 색스의 눈으로 본 펄떡이는 일상사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거대한 사회 질서를 맨손으로 지어 올리고 있다. 이 펄떡이는 실천은 기존 사회학의 죽은 언어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다. 하비 색스는 주류 학계가 노이즈로 치부해 쓰레기통에 내버린 헛기침, 더듬은 말, 짧은 침묵 속에서 저잣거리의 땀내 나는 숨결을 온전히 포착해 낸다. 정교한 ‘회화분석’으로 사람들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경이로운 방법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오만한 이론의 껍데기를 벗겨 낸 섬세하고 정교한 현상의 언어로 묘사한다. 이로써 쓸모없어 보이는 사소한 일상의 파편들이야말로 인간 사회라는 거대하고 위태로운 건축물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튼튼한 주춧돌이자 소름 돋도록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 장치임이 명백히 드러난다.색스의 언어는 어렵다. 그러나 이는 색스가 현실과 동떨어진 상아탑의 몽상가였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그 어떤 촘촘한 이론의 그물로도 다 퍼 올릴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복잡한 우리의 일상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오롯이 담아내려 했기 때문이다. 저자 박동섭은 ‘지적 번역 게릴라’를 자처해 색스의 빛나는 언어와 통찰을 보통 사람들의 하루하루로, ‘저잣거리’의 언어로 번역해 낸다. 너무 가벼워 이내 흘러가 버리는 ‘일상 언어’와 생생한 역동성을 깡그리 압사시키는 ‘과학 언어’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으며 색스의 이론과 개념을 언제든 빼어 들 수 있는 도구로 제련한다.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는 대화 상대의 침묵과 카톡 읽씹, 레스토랑의 진상과 지하철의 취객, 북적이는 카페에서의 대화를 색다른 시선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예리하게 벼려진 색스의 언어를 손에 쥐고 야성적 항해라는 학술의 본질을 되살려 보자.하비 색스(Harvey Sacks, 1935∼1975)회화분석의 창시자이자 에스노메소돌로지를 대표하는 혁명적 사상가.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 등에서 사회학 교수로 재직했다. 기존 학자들이 도서관에 앉아 거시적인 사회 구조를 논할 때 평범한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대화에 렌즈를 들이밀었다. 아무렇게나 던져진 듯한 일상의 말들이 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정교한 상호작용의 톱니바퀴임을 밝혀낸 것이다. 사후에 엮인 주저 ≪대화에 대한 강의(Lectures on Conversation)≫(1992)에서는 일상어가 세상을 서술하는 도구를 넘어 우리의 삶과 사회를 매 순간 새롭게 빚어내는 역동적인 ‘실천적 행위’임을 치밀하게 입증했다. 무심코 흘려보내는 일상적 찰나에서 인류가 공유하는 기막힌 질서의 뼈대를 발견해 내는 시선으로 현대 사회학과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가장 서늘하고도 결정적인 균열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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