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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했어요?"
숟가락을 들다 말고 문씨를 봤다. 어수선하게 숭숭 돋아난 수염 속의 입이 아무리 술을 넣는다 해도 벌어질 것 같지 않았다. 시름없이 식탁에 꽂아 내는 눈길에는 과일장수의 등에 엎혀 사라진 아내를 향한 증오의 불길이 엿보였다. 마흔다섯 살에 홀아비가 되어 시장을 떠도는 문씨가 강윤이 자신의 신세와 다를 바 없었다. 그를 이곳에 밀쳐 넣고 유유히 사라진 강부달이 증오스러웠다. 그는 밥그릇을 밀어 버리고 주인 여자한테 술 한 병을 시켰다. "자넨 아직 밥을 그냥 버릴 때가 아닌데." 그가 부어 주는 술을 마시며 문씨가 말했다. "슈퍼에서 늦게 간식을 먹었어요." 그는 일부러 얼버무렸다. "아끼게. 그리고 돈푼이 모여지면 자네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나. 이 시장판에서 주저앉을 텐가!" 문씨는 나박김치 하나를 집어 씹었다. 문씨는 그의 은인이었다. --- p. 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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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했어요?"
숟가락을 들다 말고 문씨를 봤다. 어수선하게 숭숭 돋아난 수염 속의 입이 아무리 술을 넣는다 해도 벌어질 것 같지 않았다. 시름없이 식탁에 꽂아 내는 눈길에는 과일장수의 등에 엎혀 사라진 아내를 향한 증오의 불길이 엿보였다. 마흔다섯 살에 홀아비가 되어 시장을 떠도는 문씨가 강윤이 자신의 신세와 다를 바 없었다. 그를 이곳에 밀쳐 넣고 유유히 사라진 강부달이 증오스러웠다. 그는 밥그릇을 밀어 버리고 주인 여자한테 술 한 병을 시켰다. "자넨 아직 밥을 그냥 버릴 때가 아닌데." 그가 부어 주는 술을 마시며 문씨가 말했다. "슈퍼에서 늦게 간식을 먹었어요." 그는 일부러 얼버무렸다. "아끼게. 그리고 돈푼이 모여지면 자네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나. 이 시장판에서 주저앉을 텐가!" 문씨는 나박김치 하나를 집어 씹었다. 문씨는 그의 은인이었다. --- p. 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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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구조를 이중화하는 기법과 문체의 특이함으로 '작단에 새로운 충격'(구인환·평론가)을 준 강준용이『스콜』이후 7년만에 장편소설을 펴냈다. 강준용은 묵묵히 소설 쓰는 일에만 몰두해오며 그동안 문예지에 60여편이 중·단편소설을 발표해왔다.
『별나라를 지나는 소풍』은 샐러리맨->사업가에서 빈민이 된 한 사람의 눈으 통해 불화음적인 인간관계를 형이상학적으로 나타내 보이고 있다. 어둡고 그늘진 곳에서 소중한 것을 찾아 절규하는 인간상이 잘 보여지는 작품이다. 물질을 위해 우정을 배신한 자와 그 배신을 용서해주지 못해 과거를 떠나지 못하는 자들의 인간적인 갈등의식을 통하여 물질이 인간에게 끼치는 해악을 세밀하게 추적해가고 있다. 또 소설 속에는 여러 환경(현장)이 배치되어 있어 드라마적 요소가 많이 나타나 있다. 특히, 작가의 이전 작품처럼 강준용 특유의 간결하고 강한 문체, 정확하고 치밀한 상황 묘사가 두드러진다. 구성은 현재-과거-현재의 역행적인 서사구조를 지니고 있고 각 장이 단단한 연결고리로 묶어져 소설을 읽는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