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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미래가치연구소 학술총서 시리즈 〈지성 오디세이〉 발간사
불확실성의 안개를 뚫고 나아가는 지적 항해 한국어판 서문 서장 새로운 생명관이 요구되고 있다 1. 왜 생명관인가 1) 생명의 시대 2) 생명정치 3) 문화와 윤리 4) 보이지 않는 방향 5) 생명 존엄의 위기 2. 지구환경문제를 둘러싸고 1) 세계자연헌장 2) 지속가능한 개발 3) 다양한 환경보호사상 4) 예지의 공유 3. 생명관의 동요 1) 밑바탕의 흐름 짚어보기 2) 세포설에서 유전자설로? 3) 문화도 유전한다? 4) 생물의 다양성이란? 5) 문화의 다양성이란? 6) 종이란? 7) 자연순환론의 의미 8) 지구 규모로 생각하기 4. 포스트 냉전 1) 문명의 충돌? 2) 이슬람주의 대 자본주의 3) 향상도 하나의 가치관 5. 생존의 권리란 무엇인가? 1) 가치관의 재검토 2) ‘이에’ 사상 3) 하나뿐인 개인 6. 사람의 목숨은 지구보다 귀중한가? 1) 격언의 유래 2) ‘원리’로 통용되는 기회주의 제1장 인권사상과 진화론의 수용 1. 일본국헌법 제11조 1) 기본적 인권을 부여하는 자는 누구? 2) 자연권 사상 3) 이신론 4) 리셉터 2. ‘생명’이라는 단어 1) ‘성명’과 생명 2) ‘이노치’와 생명 3) ‘생명’과 ‘life’ 4) ‘인생’이라는 단어 3. 기독교와 과학사상의 수용 1) 기독교의 수용 방식 2) 두 개의 ‘이학’ 4. 자유와 평등의 수용 1) 천부인권론 2) 후쿠자와 유키치와 니시 아마네의 경우 3) 가토 히로유키의 경우 4) 공리주의의 수용과 천도사상 5) 사회평권론 6) 평등사상의 리셉터 5. 자유민권 사상의 전개 1) 오이 겐타로와 오노 아즈사 2) 우에키 에모리 3) 가토 히로유키 대 바바 다쓰이 4) 사회진화론의 대립 5) 나카에 조민의 유물론 철학 6. 가토 히로유키의 전향 1) 인권론에서 진화론으로 2) 국법범론 3) 스펜서의 그림자 4) 천칙 5) ‘세계에 유례없는’ 국체론 6) 가족국가론의 전개 제2장 생물학의 생명관 - 20세기로 1. 생물학적 생명관-세포설과 진화론 1) 생물의 속성 2) 그리스 철학 3) 세포설 4) 세포설의 균열 5) 다위니즘 6) 다위니즘에 대한 반응 2. 다위니즘과 스펜서 철학 1) 최적자생존 2) 다위니즘과 사회사상 3. 헉슬리의 상호부조론 1) 엄밀한 과학 2) 상호부조론 4. 창조설의 뿌리 깊음 1) 종교에서 과학으로 2) 다윈과 기독교 3) 다위니즘의 실추 4) 과학에서 종교로? 5. 중국의 진화론 수용 1) 천연론 2) ‘하늘’과 승리를 다투다 6. 진화론 수용의 일본적 특징 1) 진화론의 침투 2) 인생론으로서 3) 진화론 수용의 왜곡 4) 사회관과의 상호 침투 문제 5) 국가 간의 생존투쟁 6) 원리 파악의 미흡함 7. 기계론을 둘러싸고 1) 생기론 2) 동물기계론 3) 캉길렘의 견해 4) 인간기계론 8. ‘기계론 vs 생기론’의 도식 1) 신생기론 2) 도식의 전환 3) 시스템론은 ‘제3의 길’인가 9. 헤켈의 생명일원론 1) ‘생태’의 고안 2) 만물유생론 10. 생명일원론의 철학적 기반 1) 칸트 2) 독일 관념론 3) ‘생의 철학’으로 11. 국가, 사회와 생명관 1) 캉길렘의 신념 2) 국가와 신체 3) 사회와 생물 4) 문화권의 성쇠 역자 후기 ‘생명’이라는 말이 지나온 길을 옮기며 인명 정리 미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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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라는 말이 지나온 길을 옮기며
우리 독자들에게 저자 스즈키 사다미의 이름은 아직 익숙하지는 않다. 일본 근현대 문예와 사상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다이쇼 생명주의’라는 문제 틀을 제기한 학자로 알려졌지만, 그 이름이 일반 독자에게 널리 회자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스즈키 선생이 생명주의를 연구한 것은 단지 과거의 사조를 대상으로 삼은 객관적 연구의 결과만은 아니다. 그는 전시기 일본문학의 사상적 배경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생명’이라는 키워드에 도달했지만, 동시에 1970년대 일본 문예비평과 시론 속에서도 생명중심주의가 여전히 살아 있었음을, 그리고 자기 자신도 그 흐름의 한복판에서 감응하고 있었음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다시 말해 그의 연구는 대상을 바깥에서 바라보는 연구인 동시에, 자기 안에 이미 들어와 있던 시대의 감각을 역사화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이 점을 생각하면 이 책 『생명관의 탐구』는 단순히 ‘생명’이라는 아름답고 고귀한 가치를 논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생명’이라는 말이 얼마나 많은 얼굴을 가졌는지, 그리고 그 말이 얼마나 쉽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추적한다. 생명은 개인의 존엄을 떠받치는 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국가나 민족을 하나의 유기체로 상상하게 만드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생명은 인권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개인을 더 큰 집단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논리에도 동원될 수 있다. 생명의 이름으로 인간을 구하려는 사유와, 생명의 이름으로 개인을 국가와 민족에 종속시키는 사유가 같은 시대의 언어 속에서 자라난다. 스즈키 선생의 사상사적 감각은 바로 이 불편한 동시성을 놓치지 않는다. 생명과 인권, 진화론 이번에 한국어판 제1권으로 묶인 내용은 그 긴 탐구의 입구에 해당한다. 부제에 붙인 “생명의 발명, 진화론은 어떻게 인권이 되었나”라는 표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제1권에서 ‘생명’이라는 말이 근대 일본에서 어떻게 ‘발명’되었는지, 다시 말해 새로운 사상적 기능을 부여받았는지를 보게 된다. life가 ‘생명’으로 옮겨지고, ‘이노치’, ‘성명’, ‘인생’ 같은 말들과 겹치고 어긋나면서 근대적 의미를 획득해 가는 과정은 단순한 번역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동아시아가 서구 근대의 자연권 사상, 기독교적 인간관, 생물학, 진화론, 사회진화론, 국가론을 받아들이며 자기 언어 안에서 다시 조립해 간 과정이기도 하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수용’을 결코 단순한 모방으로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외래 사상은 텅 빈 그릇 속으로 부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받아들이는 쪽의 언어, 감각, 제도, 기억, 욕망을 통과한다. 스즈키 선생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리셉터’라는 말을 사용한다. 어떤 사상이 일본에 들어올 때, 그 사상은 유학, 불교, 신토, 양명학, 석문심학, 천도사상, 막말·메이지기의 정치적 긴장, 지식인의 언어 습관 같은 기존의 장치를 통과한다. 그 과정에서 선택되고, 오해되고, 변형되고, 때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증식한다. 따라서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서구 사상이 일본에 들어왔다’는 평면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번역과 수용의 현장에서 사상이 어떻게 다시 태어나는가 하는 훨씬 복잡한 장면이다. 제1권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생명’과 ‘인권’과 ‘진화론’의 관계다. 일본국헌법 제11조에서 기본적 인권이 “부여된다”고 할 때, 그것을 부여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미국 독립선언에서 말하는 조물주인가. 유럽의 자연법인가. 유학의 하늘인가. 아니면 전후 일본 사회가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한 공백인가. 스즈키 선생은 이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아, 메이지 일본이 천부인권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시 진화론과 사회진화론을 통해 그것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추적한다. 이 책은 여러 사상가들이 서양의 개념을 어떤 전통적 리셉터를 통해 이해했는지, 그 결과 자유와 평등, 권리와 생명, 국가와 사회의 관계가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묻는다. 생명이라는 말의 정당성과 그 위험 그런 의미에서 『일본 생명관의 탐구』는 일본 사상사 연구서이면서 동시에 한국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 역시 ‘생명’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해 왔다. 생명은 언제나 보호되어야 할 가치로 말해지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어떤 생명이 먼저 보호되고 어떤 생명이 뒤로 밀려나는지 끊임없이 결정된다. 생명과학의 발전, 유전정보의 관리, 복제와 생식 기술, 생태 위기, 전쟁과 테러, 국가의 안전 담론, 돌봄과 복지의 문제는 모두 ‘생명’을 둘러싸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는 일은 일본 근대의 과거를 아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오늘 사용하는 ‘생명’이라는 말의 정당성과 위험을 함께 되묻는 일이 된다. 원서는 한 권의 대작이지만, 한국어판은 독자의 접근성을 고려해 다섯 권으로 나누어 발간된다. 이 제1권은 그 첫 번째 입구다. 이어지는 2~5권에서는 바이탈리즘과 동아시아적 기(氣)의 문제, 니시다 기타로와 생명철학, 예술과 신비주의, 생명주의가 파시즘과 만나는 위험한 장면, 그리고 오늘의 지구적 위기 속에서 다시 묻는 생명관의 문제가 차례로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논의의 기초에는 제1권에서 다룬 질문에 있다. ‘생명’이라는 말은 어떻게 근대의 핵심어가 되었는가. 진화론은 어떻게 인권과 충돌하고, 또 어떻게 인권을 다시 설명하는 언어가 되었는가. 과학의 말은 어떻게 정치의 말이 되었는가. 스즈키 선생의 『생명관의 탐구』는 그 가운데 ‘생명’이라는 말을 붙들고, 근대 일본의 사상사를 다시 그린다. 그리고 이 작업은 한국 독자에게도 묻는다. 우리는 지금 어떤 생명관 속에서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오래 남기를 바란다. ‘생명’은 누구나 소중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엄밀하게 물어야 하는 단어이다. 무엇을 생명이라 부르는가. 어떤 생명을 존엄하다고 말하는가. 생명의 이름으로 어떤 권리를 세우고, 또 어떤 폭력을 정당화해 왔는가. 이 책이 그 질문들을 함께 붙드는 하나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