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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아이에게는 바람도 다르게 분다
타고난 민감성이 아이의 성장을 바꾸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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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Prologue 아이의 성장에는 ‘중력’이 작동한다

제I부 역경에서 빨라지는 생체시계
— 사춘기 가설The Puberty Hypothesis

Chapter 1 환경이 성장의 ‘속도’를 바꾼다
Chapter 2 문제 행동이 아닌 진화의 전략
Chapter 3 역경은 사춘기를 앞당기는가
Chapter 4 빠른 발달의 대가
Chapter 5 아이에게 찾아오는 생물학적 노화
Chapter 6 생물학은 운명이 아니다

제II부 크게 흔들리고, 크게 자라는 아이들
— 차등 감수성 가설The Differential Susceptibility Hypothesis

Chapter 7 더 나아질 수도, 더 나빠질 수도
Chapter 8 ‘까다로운 아이’의 역설
Chapter 9 환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들
Chapter 10 가소성은 유전되는가

Epilogue ‘회복탄력성’이라는 양날의 검
감사의 말
주(註)

저자 소개 2

제이 벨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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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 Belsky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의 인간발달학 명예 교수이자 아동 발달과 가족 연구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이다. 1978년 코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9년부터 10년간 버벡 대학교에서 심리학 교수로 재직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조기 보육 및 청소년 발달 연구와 영국 슈어 스타트 평가 연구의 창립 연구원이기도 하다. 보육이 아동의 심리적 행동적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300편 이상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발달심리학에 관한 과학적, 사회적 평생 기여와 헌신을 인정받아 미국 심리학회로부터 유리 브론펜브레너상을 받았다.
출판사 편집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으며, 이 경험을 토대로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와인 바이블(2022 EDITION)』,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스티비 원더 이야기: 최악의 운명을 최강의 능력으로 바꾼』, 『우리가 사랑할 때 물어야 할 여덟 가지: 행복한 남녀관계를 위한 대화 수업』, 『아이 마음에 공부불꽃을 당겨주는 엄마표 학습법: 미국 엄마들의 홈스쿨링 바이블』, 『나는 무조건 성공하는 사업만 한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성공의 법칙을 만든 사람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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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428쪽 | 748g | 152*215*26mm
ISBN13
9791199778917

책 속으로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양육을 연구해온 사람이었다. 이 책이 보여주듯이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그 한 편의 인류학 논문에 자극을 받은 뒤, 인간 발달에 대한 내 생각과 이해, 그리고 학생들에게 그것을 가르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특히 이 책의 핵심 주제인 생애 초기 경험이 이후 발달에 미치는 단기적·장기적 영향을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바뀌었다. 이제 나는 더는 ‘인간의 완전성(perfectibility of man)’에 기초한 인간 발달의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을 지나치게 이상화하고 낭만화한 시각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p.8~9

이 책 전반에 걸쳐 나는 모든 생명체의 근본적 목표인 유전자의 전달을 아동 발달에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작용하는 압력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아이들이 넓은 의미의 양육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생물학적 중력(biological gravity)’과 같은 힘이다. 비행기를 설계하고 제작할 때 물리적 중력을 고려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비행기의 근본 목표인 안전한 비행을 가능하게 하려면 중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인간 발달을 이해할 때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리적 중력을 이해하지 못하면 공학적으로 설계된 비행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는 양육이 훗날 어떤 사람으로 자라나는 데 영향을 미치는지, 영향을 미친다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때도 ‘생물학적 중력’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 p.32

우리는 종종 서로 다른 발달 방식을 도덕적 기준으로 평가하곤 한다. 예컨대 어떤 아이들의 성향을 두고 좋다거나 나쁘다고 부르는 식이다. 그러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도덕적 판단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진화하는 것은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조건 속에서 포괄 적합도, 곧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특성들이다. 어떤 조건에서는 짝을 매우 신중하게 선택하는 성향이 유리할 수 있고, 타인을 대하는 특정한 방식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반면 다른 조건에서는 포괄 적합도를 높이는 방식이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 p.79

여기서 분명히 드러나는 함의는 우리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선택을 도덕적 결함으로 돌리는 것이 잘못된 것인 동시에, 우리가 선호하는 선택을 인간의 ‘자연스러운 상태’에 더 가까운 것으로 간주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잘못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특정한 선택을 다른 선택보다 더 가치 있게 여기거나 선호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빠른 생애사적 발달 방식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이러한 이해는 우리가 흔히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의 선택이 실제로 얼마나 의식적으로 선택할 여지가 제한되어 있는지 헤아려보게 한다.
--- p.101

남성은 여성과는 다른 발달 세계에 놓여 있다. 남성이 번식하려면 여성의 선택을 받아야 할 뿐 아니라, 짝짓기의 기회를 놓고 다른 남성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그래서 몇몇 진화적 이론가들은 남성의 생애사 전략을 형성하는 데서 가족보다 또래 집단의 세계를 더 중요하게 본다. 이는 심리사회적 가속 이론이 처음 짜일 때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남자아이들은 또래 집단 안에서 인기, 힘, 지위가 무엇인지 배운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은 여성 본인이나 그 선택에 관여하는 어른들이 배우자를 고를 때 자주 고려하는 기준이 된다. 또한 남자아이의 경우에는 사춘기가 너무 빨리 오면 몸이 충분히 자랄 시간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체격과 힘에서 또래와 경쟁할 때 불리해지고, 이는 남자 또래 집단 안팎에서 힘과 지위를 확보하는 데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 p.140

최근에야 빠른 생애사와 느린 생애사를 구분하는 특징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있다. 무엇인가를 찾거나 정보를 얻으려 할 때 나타나는 ‘탐색(exploration)’과 ‘활용(exploitation)’의 구분이다. 이는 학습과 문제 해결의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완전히 구분된 접근이라기보다 하나의 연속선의 양 끝에 놓인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하다. 예를 들어 여러 선택지 가운데 넓게 탐색할 것인지, 아니면 제한된 범위 안에서 해결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이미 알고 있고 당장 활용할 수 있는 해법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더 나은 해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할 것인가. 사람은 성장하면서 점차 탐색에서 활용으로 이동한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아이들의 주의는 스포트라이트보다 랜턴에 가깝다. 성인보다 더 넓은 범위를 비추기 때문이다.
--- p.149

자연선택은 생존이나 성인이 된 뒤의 역량, 장기적인 건강과 삶의 질보다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일을 더 우선한다는 것이 진화적 관점의 핵심 주장이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논리는 단순하다. 어린 시절의 역경과 이른 사춘기의 영향으로 훗날, 특히 아이를 낳고 키우는 시기가 한참 지난 뒤 건강이 나빠지는 대가는 발달이 빨라짐으로써 번식 가능성이 커지는 잠재적 이익과 맞바꾸어진다. 발달을 늦추다가 아예 유전자를 남기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느니, 빨리 살고 번식한 뒤 젊은 나이에 죽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연선택은 건강, 부, 행복보다 미래 세대로 유전자를 전달하는 일을 더 우선한다.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누구도 당신에게 장밋빛 삶을 약속한 적은 없다. 진화의 힘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 p.182~183

사람의 타고난 성향이 드러나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를테면 문제 행동이 적고, 지능이 높고, 첫 성경험이 늦은 경우다. 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그 반대로 나타날 수도 있다. 문제 행동이 많고, 지능이 낮고, 첫 성경험이 이른 경우가 그렇다. 그런데 인간 발달을 그저 ‘잠재력을 실현하는 과정’으로만 보면, 발달의 다른 모습은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자연은 발달을 그렇게 보지 않는다. 자연의 관점에서는 무엇이 더 바람직하냐보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발달이 더 유리하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 발달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진화가 만든 방향, 개인의 유전적 차이, 그리고 어린 시절의 경험과 환경을 함께 봐야 한다.
--- p.225~226

역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들 가운데에는 훗날 훨씬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어린 시절에는 비교적 괜찮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이후 삶에서는 더 나쁜 조건에 놓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어린 시절의 환경과 이후 삶의 환경이 어긋나면, 어린 시절 환경에 맞추어 발달한 사람은 다른 이들보다 이후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할 수 있고, 그만큼 번식 성공에도 불리해질 수 있다. 현대에 일어난 이런 사례 가운데 내가 자주 떠올리는 것, 아니 정확히는 가장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례는 1970년대 후반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집단학살이다. 이 비극은 영화 《킬링 필드(The Killing Fields)》에도 그려져 있다.
--- p.240

보살핌과 풍요로운 자극이 있는 어린 시절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큰 아이들은 역경의 영향에도 그만큼 더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발달을 진화적 렌즈로 바라보자, 아이마다 부정적 환경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도만 다르다고 보아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중 위험이나 취약성-스트레스 모델이 바로 그런 관점이었다. 오히려 자연선택은 개인마다 발달 가소성 자체가 전반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도록 빚어놓았을 것이다. 말 그대로 ‘좋을 때도 더 크게, 나쁠 때도 더 크게’ 반응하도록 말이다. 역경에 가장 취약한 아이들은 보살핌과 풍요로운 자극이 주어질 때 가장 큰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 p.247~248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것은 어쩌면 다소 뜻밖이지만, 적어도 개인적 특성에 바탕을 둔 회복탄력성은 양날의 검일 수 있다는 점이다. 역경 앞에서는 큰 힘이 되지만, 발달에 도움이 되는 ‘영양분’이 충분히 주어질 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개인적 특성에 바탕을 둔 회복탄력성이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결국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느냐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역경 속에서는 축복일 수 있지만, 더 좋은 환경이 주어질 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 p.287

내 기억과 이 장에서 살펴본 여러 증거를 함께 떠올려보면, 어떤 영아들이 그렇게 강한 부정적 정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극도로 민감한 신경계를 지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신경계에서는 모든 자극이 너무 강하게 들어와, 아이가 그것을 감당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힘을 쉽게 압도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일레인 아론이 말하는 초민감자 개념의 핵심이기도 하다. 부모가 내 아내처럼 아이의 민감한 신경계에 맞춰 반응할 수 있으면, 아이에게 맞는 조정을 해줄 수 있고, 그 결과 부정적 반응은 줄어들며 훨씬 더 많은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내가 처음에 그랬듯이 부모에게 그런 능력이 없으면, 그 결과는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 p.289

이런 결과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부부 관계의 질이 부모의 우울감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초민감자 성향이 높은 부모에게서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일 수 있다. 실제로 초민감자 성향이 높은 부모는 부부 관계가 좋지 않을 때 민감성이 낮은 부모보다 우울감이 더 높았고, 부부 관계가 좋을 때는 오히려 더 낮았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와 부모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비슷한 양상이 보인다는 점은, 감각 처리 민감성이 어느 정도 유전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 말해, 민감성이 낮은 부모보다 초민감한 부모에게서 초민감한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 p.302

유전체는 워낙 방대하다. 실제로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며 발달, 사고, 행동의 차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자는 그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전자-환경 상호작용 연구에서 검토할 만한 후보 유전자는 여전히 많다. 초기 연구자들은 이 많은 후보 가운데 환경적 역경에 대한 취약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 유전자들을 골라 이중 위험 관점에서 검증했다. 흥미롭게도 훗날 차등 감수성 가설이 등장하면서, 연구자들은 바로 그 유전자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그것들이 단순한 ‘취약성 유전자’가 아니라, 좋은 환경과 나쁜 환경 모두에 더 크게 반응하게 하는 ‘가소성 유전자’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 p.316

주류 사회가 선호하지 않는 감정, 사고, 행동, 그리고 발달의 방식을 병리로만 규정하면, 우리가 이해하고 바꾸려는 것을 밝히는 만큼이나 오히려 가릴 위험이 있다.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생애 초기 역경이 낳는 여러 결과를 너무 쉽게 병리로 보는 널리 퍼진 경향이다. 특히 심리사회적 가속 이론이 중요하게 다루는 기회를 노려 자기 이익을 챙기는 태도, 이른 성경험, 무분별한 짝짓기 같은 것들을 장애나 기능 이상, 조절 실패, 심지어 진단 가능한 정신질환의 증거로 여기는 식이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이런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실제로 아이를 돕는 길까지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가 잘못되면 그 이해에 기대어 설계한 개입도 잘못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대로 도우려면 먼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 p.356~357

회복탄력성이란 역경을 겪어도 그 부정적 영향을 덜 받게 해주는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취약한 아이는 역경의 부정적 영향을 피하지 못하지만, 회복탄력성이 있는 아이는 그렇지 않다. 이제 차등 감수성 가설에 바탕을 둔 개입 연구들이 무엇을 보여주었는지 떠올려보자. 이 연구들이 시사하는 바는 중요하다. 어떤 아이들이 역경 속에서도 잘 버티는 것은, 그 아이들에게 역경을 이겨내는 특별한 힘이 있어서라기보다 환경의 영향을 전반적으로 덜 받기 때문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역경의 부정적 영향도 덜 받지만, 충분한 돌봄과 성장 자극이 주는 긍정적 영향도 덜 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어떤 개인적 특성은 아이가 역경 앞에서 회복탄력성을 보이게 해주지만, 동시에 그 아이를 전반적으로 발달 가소성이 낮은 아이로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역경에는 잘 버티는 아이들이 오히려 충분한 돌봄과 성장 자극이 있는 환경에서는 가장 적은 혜택을 얻는 아이들로 나타난다. 이 통찰은 발달이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어떤 방식으로 발달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이 도움이 될지 부담이 될지는 발달 맥락에 달려 있다. 역경 앞에서는 회복탄력성이 이득이지만, 충분한 돌봄과 성장 자극 앞에서는 그렇지 않다.

--- p.356

출판사 리뷰

“쉽게 흔들리는 아이는 정말 약한 아이일까?”
회복탄력성 신화를 뒤집는 진화발달심리학의 새로운 관점

“발달이 ‘잘못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에는 어느 정도 그와 대비되는 ‘잘못되지 않은’, 즉 올바른 발달 경로가 존재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말하자면 불리한 조건이 자연이 인간에게 마련해놓은 발달의 길을 가로막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_본문 중에서

아이가 조금만 오래 집중하지 못해도 산만하다고 말한다. 감정이 크게 흔들리면 예민하다고 걱정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면 충동적이라고 판단한다. 또래보다 빨리 성숙하면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고, 역경 앞에서 쉽게 흔들리면 취약한 아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아이가 환경에 반응하는 다양한 방식을 너무 빨리 결함과 문제의 언어로 단정해왔다. 쉽게 흔들리는 아이는 약한 아이로, 무던하게 버티는 아이는 강한 아이로 분류해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흔들림은 언제나 발달의 실패일까? 회복탄력성이 높은 아이가 언제나 가장 잘 자라는 아이일까? 우리가 ‘문제’라고 부르는 특성들 속에, 어쩌면 다른 성장의 가능성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세계적인 발달심리학자이자 진화발달심리학자인 제이 벨스키는 『흔들리는 아이에게는 바람도 다르게 분다』에서 인간 발달을 둘러싼 이 익숙한 선입견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그 출발점에는 두 가지 문제의식이 있다. 하나는 인간은 좋은 환경만 주어지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완성될 수 있다는, 이른바 ‘인간의 완전성’에 대한 낭만화된 믿음이다. 이 믿음은 아이의 바람직한 발달 경로를 하나로 상정하고, 그 길에서 벗어난 반응을 결함이나 일탈로 읽게 만든다. 다른 하나는 다른 생물의 발달과 행동을 설명할 때는 당연하게 적용되는 진화적 관점이, 유독 인간 아이의 발달을 설명할 때는 오랫동안 주변부로 밀려나 있었다는 사실이다.

벨스키는 바로 이 공백에서 출발해, 인간도 지구상의 다른 모든 종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진화의 역사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특별함마저 진화의 산물이라면, 아이의 발달 역시 정상과 비정상, 건강과 병리의 이분법으로만 볼 수 없다. 진화적 관점에서 발달이란 하나의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과정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이 놓인 환경을 읽고 그 환경에 맞춰 몸과 마음을 조정해가는 과정이다.

자연선택은 인간 발달을 하나의 ‘정상 경로’로만 이끌지 않는다. 가혹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은 아이를 망가뜨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더 빠른 성숙, 더 예민한 위험 감지, 더 즉각적인 반응, 더 강한 자기보호 전략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주류 사회가 문제행동이나 취약성으로 분류하는 특성들 가운데 일부는,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특정 환경에 맞춰 발달한 또 하나의 적응 전략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달라진다. 아이가 왜 이렇게 흔들리는지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험과 환경이 그 아이를 이런 방향으로 이끌었는지 물어야 한다.

“나쁜 환경은 아이를 망가뜨리기만 할까?”
빠른 생애사와 차등 감수성으로 읽는 발달의 두 얼굴

“인간 발달 역시 마찬가지다. 진화의 유산 때문에 발달이 특정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생물학적 중력을 고려하고 그것을 전제로 대응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 _본문 중에서

어린 시절의 역경은 아이를 망가뜨리기만 할까? 벨스키의 대답은 단순하지 않다. 역경은 상처를 남기고 위험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아이의 몸과 마음에 앞으로 살아갈 세계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세상이 가혹하고 예측하기 어렵다면, 오래 기다리고 천천히 준비하는 전략은 반드시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 더 빨리 성숙하고, 위험을 더 예민하게 감지하며,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자기 자신을 먼저 지키는 방향으로 발달하는 것이 그 환경에서는 더 현실적인 전략일 수 있다.

벨스키는 이처럼 아이의 발달을 끌어당기는 진화적 압력을 ‘생물학적 중력’이라고 부른다. 물리적 중력을 무시하고 비행기를 설계할 수 없듯이, 인간 발달을 이해할 때도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려는 진화적 압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관점이 생물학적 결정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물리적 중력을 이해해야 비행기를 띄울 수 있듯이, 생물학적 중력을 이해해야 아이의 발달이 특정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더 정교하게 개입할 수 있다. 진화적 관점은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아니라,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더 정확히 보게 하는 렌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춘기는 단순한 신체 변화가 아니라, 아이의 생체시계가 어떤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벨스키는 아버지 부재, 가족 스트레스, 가혹성, 예측 불가능성 같은 조건이 아이의 성숙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지 추적한다. 이른 사춘기와 빠른 성숙은 반드시 ‘잘못된 발달’의 증거가 아니라, 특정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발달이 속도를 바꾼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환경이 발달의 속도와 방향을 바꾼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같은 환경에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여기서 벨스키의 또 하나의 결정적 관점인 ‘차등 감수성’이 등장한다. 어떤 아이는 나쁜 환경에서 더 크게 흔들리지만, 좋은 환경에서는 누구보다 크게 성장한다. 반대로 어떤 아이는 역경의 영향도 덜 받지만, 풍부한 돌봄과 자극이 주어질 때 얻는 이익도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예민한 아이는 단지 취약한 아이가 아니다. 환경의 영향을 더 깊이 받아들이는 아이이며, 바로 그 때문에 더 큰 위험에 놓일 수도, 더 큰 성장에 이를 수도 있다.

이 지점은 회복탄력성에 관한 우리의 상식을 흔든다. 우리는 흔히 역경 속에서도 무던하게 버티는 아이를 강한 아이로 여기지만, 벨스키는 그런 아이가 좋은 환경의 혜택도 덜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쉽게 흔들리는 아이는 나쁜 환경에서는 더 큰 위험에 놓일 수 있지만, 충분한 돌봄과 안정, 풍부한 자극이 주어질 때 더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지닌다. 역경이 압도적이고 돌봄의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회복탄력성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좋은 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조건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지 상처를 덜 받는 힘보다, 돌봄과 자극을 더 깊이 받아들이고 더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가소성이 아이의 성장에 더 결정적인 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은 언제나 축복만은 아니며, 예민함은 언제나 약점만도 아니다. 이 책은 바로 이 역설을 통해 양육의 효과가 모든 아이에게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이를 바꾸기 전에, 아이에게 부는 바람을 보아야 한다”
부모, 교사, 상담자에게 던지는 양육의 새로운 질문

“우리가 달가워하지 않는 발달과 행동의 양상이 여러 집단에서 일관되게 나타날 때, 이제는 먼저 진화론의 핵심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어린 시절 역경을 겪은 아이들이 왜 흔히 그런 방향으로 발달하게 되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반드시 답을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답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_본문 중에서

이 책이 부모와 교육자, 심리·교육 분야 독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먼저 이 책은 아이를 고쳐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산만한 아이, 예민한 아이, 충동적인 아이, 쉽게 흔들리는 아이를 문제의 이름으로 분류하기 전에, 그 아이가 어떤 환경 속에서 그런 방식으로 발달해왔는지 묻게 한다. 아이의 행동은 단순한 결함의 표현이 아니라, 그 아이가 살아온 세계에 대한 반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양육 담론은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더 높은 회복탄력성을 요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에게 더 완벽한 돌봄을 요구한다. 아이는 역경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아야 하고, 부모는 아이에게 부족함 없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요구가 놓치고 있는 사실을 보여준다. 모든 아이가 같은 환경에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으며, 같은 돌봄도 아이마다 다른 결과를 낳는다. 어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해지라는 요구가 아니라, 자신이 지닌 민감성과 가소성이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이다.

따라서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양육법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 아이에게 어떤 환경이 필요하고, 그 환경이 아이를 어떻게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양육을 진화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아이를 더 효과적으로 돌보는 방법을 찾는 일인 동시에, 인간이 왜 이렇게 흔들리고, 왜 서로 다르게 자라며, 어떤 환경에서 더 잘 살아갈 수 있는지 묻는 일이다.

이는 부모에게는 아이를 바라보는 방식을, 교사에게는 교실 안의 차이를 이해하는 방식을, 상담자와 정책 입안자에게는 개입과 지원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벨스키의 관점은 아이의 발달을 운명으로 돌리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마다 다른 반응의 폭을 이해할 때 더 정확한 돌봄과 개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평균적인 아이를 기준으로 모든 아이에게 같은 처방을 내리는 방식으로는, 크게 흔들리고 크게 자랄 수 있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도, 그들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도록 도울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평균에 맞춰 고치는 일이 아니라, 그 아이가 어떤 조건에서 더 잘 자랄 수 있는지 알아보는 일이다.

『흔들리는 아이에게는 바람도 다르게 분다』는 바로 이 질문을 끝까지 따라간다. 예민함을 약점으로만 보지 않고, 회복탄력성을 무조건적인 미덕으로도 보지 않는다. 대신 아버지 부재와 빠른 사춘기, 가족 스트레스와 생체시계, 까다로운 기질과 부모의 돌봄, 회복탄력성과 가소성의 역설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연구와 흥미로운 사례를 따라가며, 아이마다 다르게 흔들리고 다르게 자라는 이유를 진화발달심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강한 아이와 약한 아이, 정상과 비정상, 타고남과 환경이라는 낡은 구분을 넘어설 때, 우리는 비로소 아이에게 필요한 바람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추천평

“생각을 자극하고, 과학적 근거가 탄탄하며, 뜻밖에도 읽는 즐거움이 있다. 우리가 이미 안다고 생각했던 주제에 신선한 관점을 제시하며, 발달이 우리가 견뎌낸 환경뿐 아니라 우리 안에 지닌 진화의 역사에 의해서도 빚어진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 더 사이콜로지스트(The Psychologist)
“본성과 양육을 둘러싼 오랜 논쟁을 다시 살피되, 익숙한 구도를 넘어선다. 그의 주장은 어린 시절이 모든 것을 획일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마다 발달 ‘가소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 가혹한 조건에서 가장 취약한 아이들이 조건이 나아졌을 때 가장 크게 성장할 수도 있다는 통찰은 양육, 개입, 사회정책에 중대한 함의를 지닌다.” - 마이클 셔머 (『스켑틱(Skeptic)』 창간 발행인)
“이 책은 발달과학이 수십 년 동안 절실히 필요로 해온 현대적 종합이다. 대단히 읽기 쉬운 이 책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인간 발달의 경로를 빚어내기 위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을 것이다.” - 로렌스 스타인버그 (템플대학교 심리학,신경과학 석좌교수)
“이 책에서 아동 발달의 세계적 권위자는 어린 시절의 환경이 훗날의 삶을 ‘어떻게, 왜, 누구에게’ 빚어내는지 이해하려는 평생의 탐구 속에서, 자신이 진화적 관점을 점차 통합해온 과정을 추적한다. 인간 심리와 재생산 전략에 관한 저자의 놀라운 통찰만큼이나, 오늘날 사회과학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는 패러다임 전환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 세라 블래퍼 허디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 인류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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