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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PART 1 1 빈센트 반 고흐: 그림자와 햇빛의 사이에서 2 아리스티드 마욜: 후원자와의 특별한 동행 3 피에르 보나르: 행복을 그린 화가의 어두운 면 4 오브리 비어즐리: 짧았던 찬란함 5 피카소: 예술가가 세상에 자신을 보여 주는 방식 6 호안 미로: 시인 중의 화가 7 소냐 들로네: 색으로 바라보는 세상 8 크리스티안 샤드: 1920년대의 초상 PART 2 9 도라 마르: 피카소의 그늘에 가려진 예술가 10 앨리스 벨로니리월드: 어느 뮤즈의 초상 11 존 리처드슨: 마법사의 제자 PART 3 12 앙리 미쇼: 화가이자 시인 13 장 뒤퓌페: 교양과의 전쟁 14 브르통에서부터 베케트까지: 자코메티 사단의 작가들 15 자코메티를 기억하며: 자크 뒤팽과의 인터뷰 16 발튀스: 깨어진 꿈 17 살바도르 달리: 부끄러운 삶 PART 4 18 니콜라 드 스탈 : 물감의 언어를 발명한 개척자 19 조란 무시치: 다하우 강제 수용소 이후의 창작 20 다도: 일상의 잔혹함 PART 5 21 안토니 타피에스: 마법 같은 미술 22 프랜시스 베이컨: 수수께끼의 인물 23 반 고흐와 베이컨: 위대한 유산 24 베이컨과 자코메티: 끔찍한 진실에 관한 시각 25 루치안 프로이트: 시대를 거스른 사실주의 화가 26 레이먼드 메이슨: 삶의 격랑에 맞서다 27 R. B. 키타이: 소설 같은 회화 미주│감사의 글│찾아보기 │도판 저작권 |
Michael Peppi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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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당시에는 미처 의식하지 못했지만, ‘예술가들의 삶’을 글의 소재로 다루려 했던 의도 중에는 예술과 예술가 모두에게 생기를 불어넣으려는 마음도 있었다. 나는 화가 누구누구가 아침으로 뭘 먹었는지 따위에는 가벼운 관심만 갖고 말지만, 피카소가 말라가에서의 어린 시절에 먹었던 수프의 맛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기억하며 그 맛과 똑같은 수프를 찾지 못해 슬퍼하곤 했다는 일화를 알게 되면 흥미가 돋는다.
---「들어가며」중에서 내가 깊은 관심을 가져온 그 모든 예술가 중에서 반 고흐는 특히나 남다른 감응을 일으킨다. 고매한 꿈과 비참한 나날 사이의 괴리 속에 살다 간 그의 삶을 떠올릴 때면 언제나 가슴이 저며 온다. 그런 삶이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너무 생생히 담겨 있어, 편지를 읽다 보면 반 고흐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마치 그의 말소리를 엿듣고 있는 것처럼. 또 한편으로 보면 내가 아는 그 어떤 예술가도 반 고흐만큼 시각으로 그렇게 직접적이고, 그렇게 다급하게 호소해 오는 인물은 없다. ---「빈센트 반 고흐: 그림자와 햇빛의 사이에서」중에서 다하우에서 죽은 이들을 기리는 무시치의 작품이 그토록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시선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는 과장된 표현도, 복수심이나 분노의 흔적도 없다. 무시치는 그저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그건 일어난 일이야. 일어나지 않았으면 훨씬 좋았겠지만, 일어나고 말았어.” 사실을 전하지만 이야기로 풀어내거나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조란 무시치: 다하우 강제 수용소 이후의 창작」중에서 그의 작업실에서 거의 하루 종일을 보냈던 일은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그와 길게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가르침을 얻기도 했지만, 예술가의 작업실은 그 자체로 예술가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공간과 빛, 완성되었거나 아직 미완성인 작품들, 예비 스케치, 사방에 흩어진 붓과 도구들, (마치 조리 전의 식재료처럼) 테이블과 바닥에 놓인 이런저런 재료들. 작업실을 나와서는 같은 건물의 또 다른 층에 있는 서재로 향했다. 이 인상적인 서재도 작업실 못지않게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타피에스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탐독하는 열정적인 독서가일 뿐만 아니라 동양 철학과 현대 물리학 같은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했다. ---「안토니 타피에스: 마법같은 예술」중에서 나는 베이컨과 오랜 시간 깊은 우정을 나누는 동안, 험악한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었지만 몇 번의 예외는 있었다. 한번은 내가 고급 보르도 와인을 잔뜩 마시고 과감해진 나머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에 대한 그의 끝없는 비판에 반기를 든 적이 있다. 순간 그는 벼랑 끝에 몰려 목덜미의 털이 곤두선 동물처럼 돌변하더니 나를 거세게 몰아세웠다. ---「프랜시스 베이컨: 수수께끼의 인물」중에서 내 마음을 끈 것은 그들의 예술이 아니라 삶이었다. 베이컨과 자코메티의 예술은 내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마치 폭풍우 치는 어두운 바다를 건너는 동안 길을 밝혀 주는 등대와도 같았다. 물론 지나친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삶에서 가장 힘겨운 순간에 이 두 예술가가 그만큼 중요한 존재였다는 뜻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상황에서 베이컨이라면 어떻게 할까? 본질로 압축된 뼈만 남은 자코메티의 조각들에서 어떤 힘을 끌어낼 수 있을까? 깊은 우울에서 벗어나거나, 엉망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길을 찾기 위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베이컨과 자코메티: 끔찍한 진실에 관한 시각」중에서 |
붓 터치, 물감의 결 하나하나에 새겨진
치열한 삶의 흔적을 들여다보다 반 고흐의 불운한 삶과 거친 붓질의 강렬한 그림, 살바도르 달리의 기행과 기묘한 그림, 프랜시스 베이컨의 추문으로 얼룩진 사생활과 잔인한 작품 이미지… 우리는 이미 예술가들의 삶과 그림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뛰어난 감수성과 재능, 충격적인 경험, 평생을 지배했던 감정적 고통 등 흔히 알려진 삶의 단편적 사실과 작품 세계를 연관 지으면 핵심을 놓친다고 지적한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흔적을 감추는 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해석을 경계하고 예술 세계와 작품에 좀 더 깊게 감응할 수 있도록 저자는 다방면으로 예술적 여정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어릴 적 집안 환경과 질병, 전쟁 등의 배경부터 연인 및 가족뿐 아니라 다른 화가나 후원자와의 관계, 평생토록 좇던 이상적인 예술상, 당대를 지배했던 예술 운동의 영향, 심지어 환각제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까지 사회, 정치적인 환경과 감정, 심리적인 과정을 면밀히 살펴본다. 베이컨이 세계대전을 겪으며 삶의 폭력성을 절감했다는 것을 이해하면 화가의 점잖은 모습과 공포스러운 그림과의 괴리감이 줄어든다. 달리의 성적 결핍감이 무엇 때문에 비롯되었는지 알게 되면 그의 걸작 대부분에 감도는 에로틱한 분위기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사는 동안 내내 극단적인 감정을 오가며 괴로워한 니콜라 드 스탈의 심리 상태를 헤아리면 그의 작품에 균형이라는 개념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이렇게 저자는 예술과 사회의 상호작용, 삶의 고뇌와 기쁨을 빈틈없이 보여줌으로써 예술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표현한 미학적 매개체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중요한 방식임을 깨닫게 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멀리까지 본 위대한 예술가들의 초상 저자인 마이클 페피엇은 예술 평론 분야에서 손꼽히는 권위자로, 60여 년간 현대 예술가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교류하며 그들의 삶과 작업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한 책들로 주목을 받았다. 평론가로서 화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그는 심층적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예술 정신에 대해 화가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뿐 아니라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는 화실 풍경, 카페에서 나눈 담소로 알게 된 개인적인 생각들, 인상 깊은 예술가의 매력, 지인의 입을 통해 듣는 예술가의 성격 등 일반적으로 알기 어려운 내밀한 이야기들로 예술가의 삶을 다채롭게 구성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예술가들은 저자가 자신만의 신전에 모신 최상위 작가들이다. 미학적으로 높게 평가하며 본인의 취향과 감수성에 가장 잘 와닿는다는 이유로 떠받들지만, 개인적인 친분을 넘어서 비평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발튀스의 경우엔 작품 활동 초기의 찬사와 달리 수십 년이 지난 뒤엔 얕은 기교와 통찰 없는 그림으로 혹평하는가 하면, 달리의 경우엔 독선적인 성격과 잇속만 차리는 태도를 냉정하게 그려내기도 한다. 이런 객관적인 시각으로 인해 예술가들의 내면세계가 더 생생하고 진실하게 전달된다. 예술가들이 어떻게 사회와 문화의 변화에 영향을 받았는지, 그러다 어떻게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발전시켰는지, 예술을 통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저자의 개인사와 맞물리는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에서 인간의 다양성과 당시의 사회상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눈 밝은 독자라면 저자가 분석하는 작품을 통해 거장과 걸작의 기준을 어렴풋하게나마 가늠할 수 있다. 왜 어떤 작품이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지, 똑같이 특이한 기법이나 소재나 주제를 선택했어도 왜 특정 작품만 걸작으로 평가받는지 등을 알아차리며 위대한 예술의 세계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될 것이다. |
예술가의 작품보다 그들의 삶에 시선을 두고 쓴 아름다운 책이다. 찬란하거나 추한, 복잡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들이 그들의 작품만큼이나 나의 마음을 이끌었다. 저자는 이 모든 예술가들을 우상으로 치켜세우지 않고, 벗처럼 우리 곁에 머물게 한다. 삶의 모순과 고통, 치열한 갈망이 어떻게 이미지로 남게 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를 발견한다. 그들의 삶은 비극적일 수도 있고, 때로는 기이하거나 외롭지만, 그 모든 순간이 곧 예술의 재료가 된다.
이 책은 단순히 예술을 넘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살아가고 흔적을 남기는지 보여 준다. 그래서 나도 이들처럼 애써 살아 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모든 예술 작품 뒤에는 치열하게 살아 낸 한 인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예술은 더 이상 특별한 사람들만의 세계가 아닌, 우리 모두의 삶과도 가깝게 맞닿아 있다는 걸 느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예술가라는 단어 앞에 ‘위대하다’는 수식어보다도 어쩌면 ‘살아 냈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삶의 흔들림은 멀리 있는 천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내 삶의 격랑 또한 빛나는 생의 증거라는 것. 나의 삶으로 무엇을 만들까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 - 이연 (96만 팔로어 드로잉 크리에이터, 《매일을 헤엄치는 법》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