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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상상이 든다. 내 몸 어딘가에 통이 있는데, 그 안에 슬픔이 찰랑찰랑 가득 차 있다. 아니면 유리잔에 가득 담긴 코코아가 떠오른다. 이 코코아 잔은 항상 찰랑찰랑 넘칠 듯 말듯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이 코코아 잔을 휘휘 저으면서 몇 방울 코코아를 더 붓는다고 해 보자. 코코아는 부풀어 오르고 넘칠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팽창한 상태로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때 누가 코코아가 놓인 테이블을 잡고 흔들거나 탁하고 충격을 준다. 힘이 클 필요도 없다. 아주 살짝만 밀거나 건드려도 코코아는 바로 흘러넘친다. 열받게도 이 코코아 잔인지 뭔지는 바로 내 눈 뒤에 있다.
--- p.88 “있잖아. 슬픈 감정 드는 거. 울 엄마랑 의사 쌤이 그러는데, 사춘기가 지나면 그것도 지나갈 수 있대. 청소년기 우울증이라나 뭐라나. 다른 애들은 여드름이 나는데, 나는 눈물이 나는 거래.” 루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운 나쁘면 둘 다 생기는 거고, 진짜 개 불쌍하다.” “근데 이게 그냥 평생 갈 수도 있지. 위키에 쳐도 제대로 안 나오더라고.” 내가 말했다 --- p.109 “노르베르트 훕카도 처음부터 알코올 중독은 아니었을 거고. 그 사람들도 옛날엔 다 열세 살이었을 거 아냐. 학교 가고 친구 만들고, 자전거 타고 개천 따라 달리고…….” 나는 물속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내가 무사히 살아남을 거라고 누가 보장해? 내가 화물차에 깔릴지 누가 알아? 술병에 매달려 사는 주정뱅이가 될지 어떻게 알아? 아니면…….” --- p.129 여자애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잡고 학교 운동장을 누빈다. 최근에 에다랑 얘기하면서, 내 눈엔 너무 이상해 보인다고 말했다. 에다는 나랑 사귀는 중이다. 그런데도 화장실 갈 때면 네스린이랑 손을 꼭 잡고 같이 간다. 오해하지 말아라. 난 지금 질투나 뭐 그런 걸 하는 게 아니다. 맹세한다! “근데 정말 몰라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에다가 오해할까 봐 열심히 설명했다. 에다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아무 뜻도 없어. 그냥 친구니까 그러는 거야.” “남자애들도 친구끼리 다니잖아. 그런데 왜 손을 안 잡지?” 나는 이상해서 혼잣말 겸 질문 겸 다시 물었다. “야,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에다는 코를 살짝 찡그리며 통박을 주더니 나에게 키스했다. “잘 모르겠으면 한번 다른 남자애들에게 물어봐. 그래도 혹시 내 생각이 궁금하다면 말할게. 내가 보기엔 남자애들 대부분 등신들이라서, 감정이니 느낌이니 하는 거에 겁을 내기 때문이야. 뭐가 좋은 건지도 모르고.” --- p.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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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세상을 웃으며 함께 건너는 두 소년의 이야기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무거운 주제와 경쾌한 문체가 절묘하게 공존한다는 데 있다. 레온은 자신의 슬픔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면서도 세상을 냉소적이고 엉뚱한 시선으로 관찰한다. 학교와 교사, 상담실과 친구들을 바라보는 솔직한 독백은 때로 거칠고 발칙하지만, 그래서 더욱 생생하다. 작가는 청소년을 이해의 대상이나 교정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는다. 레온과 루벤의 언어와 시선을 끝까지 따라가며,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두 소년은 어른들의 설명보다 더 집요하게 죽음과 애도의 의미를 묻고, 주변 사람들이 외면해 온 진실에 다가간다. 이러한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13과 4분의 3의 슬픔』은 2025년 독일 복음주의 도서상(Evangelischer Buchpreis)을 수상했다. 독일 교육 현장에서는 윤리·종교 수업 자료로 활용되며 죽음과 애도, 감정과 우정, 폭력과 정체성에 관한 토론을 이끄는 작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죽음을 통해 삶을 더 선명하게 보여 주고, 슬픔을 통해 삶의 유머를 선물하는 작품. 자신의 감정이 낯설고 버거운 청소년뿐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부모와 교사에게도 오래 남을 질문을 건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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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주제를 놀라울 만큼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작품.” - 『슈펙트룸』 (독일 과학·교양 전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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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애도에서 시작해 우정과 첫사랑, 왕따와 정체성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특별한 청소년 소설.” - 독일 청소년 문학 전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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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감정을 믿는 용기, 두려움과 폭력보다 인간다움과 사랑을 앞세우자는 아름다운 호소.” - 야코프 하인 (독일 소설가·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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