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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 구제 금지
김성민
황금가지 20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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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직장 생활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로 제4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을, 『자력 구제 금지』로 제4회 브릿G 로맨스릴러 문학 공모전 우수상과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이야기 부문을 수상하였다. ▶수상 이력 제7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이야기 부문 선정 제4회 브릿G 로맨스릴러 공모전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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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28*188*30mm
ISBN13
9791170526568

책 속으로

순간 평소와 다른 느낌이 빠르게 전신을 훑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몸이 먼저 멈춰 섰다. 잠시 후, 이질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냄새였다. 선명하면서도 역한, 기억 어딘가에 남아 있는 냄새. 문은 끼리리릭,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움직였다. 회색 콘크리트로 덮인 어두운 마당이 보였다. 뻣뻣해진 목에 힘을 주어 고개를 들었다. 언뜻 시선을 끄는 것은 없었다. 천천히 다른 발을 대문 안으로 들였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가 다시 동그래지더니, 이번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의 시그널을 ‘흥미 있음’으로 잘못 파악한 나는 신이 나서 더 떠들어 댔다.
“실족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가 있겠죠? 다 큰 어른이 옥상에서 왜 떨어져요? 애초에 혼자 올라갈 이유도 없잖아요? 안 그래요?”
“너무 단언하시네요. 이유가 있을 수도 있죠. 가령 담배를 피우러 갔다든가. 옥상에서 피운 지 얼마 안 된 담배꽁초도 나왔고요.”
“그건 더 이상한데요? 나 여기서 담배 피웠다고 광고를 하는 것 같잖아요. 마당도 넓은 집인데 담배 피우러 옥상까지 올라갔다고요? 제가 아는 박민철 씨는 교실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인데, 굳이? 혹시 다른 사람이 있던 흔적 같은 건 없었나요?”
“지금 타살이라는 말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형사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허.”
헛웃음 치는 소리를 듣고서야 그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어이없음과 비웃음의 중간쯤에 있는 얼굴.
그는 턱짓으로 방 한쪽의 책장을 가리켰다.
“추리 소설을 너무 많이 보신 것 같네요. 고전부터 신간까지 스펙트럼이 넓으신 것 보니 그쪽으로 조예가 깊으신가 봅니다만.”

“정확히 누구 짓입니까? 친부, 아니면 계모?”
“둘 다요. 멍은 계모, 화상은 친부, 골절은 계모, 타박상은 친부, 이런 식으로요.”
장 형사가 눈가를 찌푸렸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어 보였지만 하지 않았다. 나는 상자에 서류를 다시 챙겨 넣으며 말했다.
“소연이는 4학년 때 벌써 다 커 버린 것 같은 아이였어요. 그 이유를 알게 됐을 때 너무 놀라서……. 제가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무작정 신고부터 해 버렸어요. 한바탕 난리가 나고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더니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끝나 있더라고요. 학대자인 계모가 충분히 반성을 했고, 친부가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나요. 제 말은 가해자들 변명만큼도 효과가 없었어요.”
제자리에 두려고 들어 올린 상자를 장 형사가 채어 갔다. 빈 상자처럼 가볍게 들어 책장 위에 올려두더니, 돌아서서 고개짓을 했다. 계속 이야기하라는 듯.
“두어 달쯤 뒤에 소연이가 무단결석을 했어요. 종일 연락이 안 돼 집에 갔다가 혼자 앓고 있는 애를 발견했고요. 병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죠.”

“영양가 없는 사람이라도 없는 것보단 낫잖아요. 그럼 세상이랑 혼자 맞설까요?”
“나라도 불러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룸 미러 속 그의 얼굴을 찾았다. 찌푸린 눈, 고집스럽게 다문 입술, 언제나처럼 영 못마땅한 얼굴.
“이런 일 있을 때 전화하시라고요.”
잘못 들은 건 아니구나. 왜요? 왜 그래야 하는데요? 질문을 가득 담은 눈으로 그를 응시하였으나 그는 정면만 쳐다보았다.
“사건 사고가 따라다니는 체질 같은데, 섣불리 나섰다가 강력 사건 하나 더 만들지 말고 연락해요. 혹시, 내가 또 시간이 괜찮을지 모르니까. 뭐, 건장하기도 하고, 남자기도 하고. 아무튼! 전화하시라고요.”

--- 본문 중에서

줄거리

“그냥 그런 사람이 우연히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죽어 마땅한 사람이 천벌을 받아 죽었다는 건 너무 교과서적이라서.”

초등학교 교사인 김은아는 자신의 옛 제자로 현재는 고등학생이 된 박소연과 함께 살고 있다. 소연의 친부는 딸에게 폭력과 학대를 일삼던 인물로, 소연을 돌보던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실종된 이후 은아가 그녀를 보호하며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박민철이 자택 옥상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담당 형사인 장경준은 수사를 위해 은아를 찾아오는데, 은아는 재기발랄한 추리로 장경준을 들쑤신다. 박민철의 죽음이 단순 추락사가 아닌 살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며 주변 인물들이 용의자 선상에 오르는 한편, 경준과 은아는 이웃집 여자와 그녀의 애인 사이에 벌어진 데이트 폭력 사건을 도우며 점차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하지만 은아에게는 오래된 친구인 지환만이 알고 있는 어두운 과거가 있고, 그 과거가 현재의 연애에 불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데…….

추천평

“한 줄로 설명하면, 로코풍 「헤어질 결심」” - 진산 (소설가)
“통속극의 외피 아래 반전 스릴러 서사를 결합한 방식이 독특하다.” - 이시우 (소설가)
“안정적이고 몰입도 높으며 입체감 가득한 작품” _ - 김은하 (전 비룡소 편집장)
“캐릭터들이 살아 있는 느낌” - 박하익 (소설가)
“필력이 대단하고,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을 탁월하게 독자에게 전달한다.” - 김봉석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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