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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에필로그 1. 그해 여름의 기억 -그 기억 속에서 살아오는 것들 어떤 서정(抒情) 어떤 떠난 자리|개그맨 전유성을 보내며 한 그루가 숲을 이룰 때|반계리 은행나무 앞에서 사랑 나무 그 소리|추억으로 그가 말을 걸어올 때 홍운탁월(烘雲托月)|나는 구름일까 달일까 나만의 퀘렌시아 금줄(禁-) 찻잔의 마음 그해 여름의 기억|기억하고 싶거나 잊고 싶거나 2. 경계(境界)와 한계(限界) -삶을 바라보는 마음의 자리 찐득한 것들에 대하여|눈물은 왜 찐득한가 개 같은 놈? 그때 그분들을 생각하며|『계간수필』 100호에 사람으로 완성된 문학|선생님만큼 멋진 수필가는 없어요 선생님, 이제는 바람이 되셨습니까|운정(雲亭) 윤재천(尹在天) 선생님 개 혀?|보신탕이라는 질문 노인의 섬|노년은 이 시대의 섬인가 내가 선택한, 그가 선택한|수필과 나 경계(境界)와 한계(限界) 잇다, 영원(永遠)의 시작 3. 상하이 트위스트 -시대와 문학을 지나며 하마터면, 그리움 설렘과 기대가 이끄는 곳|이집트 여행에 걸며 나무, 나를 철들게 했다|2025 문학인 나무 심기 고요한 서정의 고향, 부안|신석정(辛夕汀)의 시를 따라 상하이 트위스트 인공지능 시대에 살며|인공지능, 난 솔직히 네가 두렵고 무섭다 수필문학 헌장, 수필문학인의 선언 노벨문학상 수상, 우리도 잔치의 주인이어야 그가 내게로 왔다|부여, 신동엽을 만나며 창간호와의 만남|월간 『隨筆文學』 4. 느낌표가 있는 풍경 -길 위에서 만난 시간들 세상으로 문을 열어주던 사창역社倉驛 서울의 북동쪽 뒷문 화랑대역 가슴속 사진기로 찍어두는 간이역|황동철길역 그리움으로 기억하고픈 옛 만종역 다시 시작하는 중앙선의 원주 간현역 폐역에서 따는 그리움의 열매 하나|벽제역 꿈꾸던 그곳에 가면 과연 행복할까|원주 반곡역 영화가 있는 풍경 양평 구둔역 레고 장난감 같은 아름다운 석불역 눈 감아도 떠오르는 고향역|나주 노안역 발길 닿는 대로 집을 나서고 싶을 때|남양주 능내역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가 떠오르는 남평역 5. 행복한 숙제 -일상의 작은 빛 복 많이 받으세요 옷이 무겁다 봄, 생명, 그 눈부신 아름다움 부시다 행복한 숙제 먹고 싶다는 것 유명하지 않은 행복 세 번이나 젖다 잘라가지 마세요 반가워요 국화빵의 추억 사라진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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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사람들은 덩실덩실 이제 살았다며 춤을 추어대며 좋아라 했다. 갈라진 땅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자 땅은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벌컥벌컥 들이키고 타들어 가던 식물들도 온몸으로 비를 받아들였다. 한데 그냥 좋아만 할 일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내리는 비는 하늘이 구멍이라도 난 듯 쏟아져 내렸고 좋아라 입을 벌리고 목을 축이던 땅들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내리는 비를 감당 못 해 급기야 머금었던 것까지 토해내기 시작했다. 땅이 토해낸 빗물은 낮은 곳을 찾아 흘러 영산강 자락을 감아쥐었고 이내 강물에 합류하자 넘실넘실 제 세상이란 듯 폭군처럼 변해 세상을 뒤엎을 무서운 기세로 흘러갔다. ---「1부 그 해 여름의 기억」 중에서 오늘 또 하나의 경계 앞에 선다. 넘을까, 머물까, 돌아설까. 그러나 이번에는 안다. 경계에 선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성장이며, 한계를 마주한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고희古稀를 한참이나 넘긴 나에게 새로운 출발은 어렵겠지만 여전히 나는 관계 속에서 또 다른 선택 앞에 선다. 경계와 한계는 결국 내가 품어야 할 삶의 숨결이고, 그 앞에 선 나는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다. 경계와 한계를 나는 오히려 삶의 동반자로 품는다. ---「경계(境界)와 한계(限界)」 중에서 기대는 크고, 마음은 가볍다. 흔들릴 준비도 되었다. 비틀거릴지도 모르겠다. 방향을 바꾸거나, 낯선 상황에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 비틀거림과 흔들림도 차라리 춤이 되기를 그래서 상하이라는 도시에서 나만의 트위스트를 추게 되기를 은근히 바라본다. 여행은 가끔 삶의 리듬을 새롭게 조율해 준다. 이번 상하이 여행도 그럴 것 같다. 어쩌면 아주 다른 삶의 음악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익숙한 박자를 벗어난 그 리듬 속에서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워질지도 모르겠다. ---「상하이 트위스트」 중에서 기차는 사람을 목적지로 데려다 주지만, 역은 사람의 시간을 붙잡아 둔다. 이 4부에는 사창역, 화랑대역, 만종역, 구둔역, 남평역 등 우리 곁에서 사라졌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역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마다의 역은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꿈과 이별, 설렘과 그리움, 그리고 삶의 한 장면을 간직한 기억의 장소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간이역과 폐역, 그리고 고향역 풍경 속에서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고,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다시 불러낸다. 철길을 따라 이어지는 풍경은 결국 우리의 인생 여정과 닮아있으며, 이 글들은 그 길 위에서 발견한 따뜻한 느낌표 같은 순간들의 기록이다. ---「느낌표가 있는 풍경」 중에서 행복은 특별한 날에만 찾아오는 선물이 아니다. 국화빵 하나에 깃든 추억, 누군가의 반가운 인사, 먹고 싶다는 소박한 욕구, 계절이 건네는 생명의 기운 속에도 행복은 조용히 숨어 있다. 이 5부는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기쁨과 삶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잃어가는 것과 새롭게 깨닫는 것들이 교차하는 순간, 평범한 하루는 오히려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된다. 눈부신 봄의 생명력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유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행복을 통해 삶을 더욱 깊고 따뜻하게 바라본다. 결국 행복이란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행복한 숙제’임을 이야기하는 글들이다. ---「행복한 숙제」 중에서 건강이 약해지는 날에도 그대의 표정은 고요할 거야.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안도와 위안을 주는 거지. 후회의 무게가 더 이상 그대를 짓누를 수 없어. 왜냐하면 그것들은 이미 바다에 놓아버린 조그만 배들처럼 잔잔한 물결에 실려가고 그대는 다만 그 빈자리에 원하는 색으로 채울 자격이 있음을 내가 인정해. ---「황혼을 바라보는 나에게」 중에서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을 크게 바꾼 사건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자랑할 만한 특별한 삶의 기록도 아니다. 다만 ‘나’라고 하는 한 사람이 살아오며 마음속에 오래 남겨 두었던 장면들, 그리고 그 장면들이 세월 속에서 천천히 말을 걸어온 이야기들이다. 어쩌면 이것은 기억의 기록이기도 하고, 삶을 돌아보는 작은 독백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대부분은 사실 이런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사람의 마음을 가장 오래 붙잡는 것은 거창한 성공이나 이룸이 아니라, 평범하지만 따뜻했던 어떤 순간들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유명하지 않은 행복』이라고 붙였다.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행복. 세상에서는 크게 빛나지 않았지만 내 삶 속에서는 오래 따뜻하게 남아 있는 순간들. 지금에 생각해 보니 내 삶의 9할은 사랑의 빚이었다. 나는 그 사랑과 내 작은 행복들의 흔적을 따라 이 글들을 모았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각자의 마음속에서 비슷한 기억 하나쯤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이름 없이 지나갔던 어떤 순간, 그러나 지금도 마음을 데우고 있는 어떤 기억. 어쩌면 우리의 삶은 그렇게 서로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유명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오래 남는 행복들로. ---「프롤로그」 중에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