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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_왜 지금 한국 현대 정치사를 다시 읽어야 하는가
서문_거꾸로 읽는 한국 현대 정치사 1부 민주주의의 방어선 1장 비상계엄과 12·3 겨울 광장 2장 대통령을 바꾼 촛불 3장 광장의 탄생, 거리의 민주주의 실험 4장 대통령 탄핵, 노무현과 헌정 위기 5장 인터넷이 만든 대통령, 노무현 2부 체제의 균열 6장 1997년 IMF 외환위기와 정권교체 7장 1987년 체제의 탄생 8장 서울의 봄, 그리고 광주 3부 권력의 기원 9장 헌법을 바꾼 권력, 유신체제 10장 군이 정치에 들어온 5·16 군사정변 11장 학생과 시민이 독재를 무너뜨린 4·19 혁명 12장 해방과 분단에서 시작된 한국 정치 맺음말 민주주의는 왜 늘 현재형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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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의 국회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다. 둥근 지붕과 회의장, 담장과 출입문을 가진 물리적 공간인 동시에 헌법이 비상권력을 제어하기 위해 남겨 둔 마지막 절차의 장소였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권이 있다면, 국회에는 계엄 해제 요구권이 있다. 따라서 국회가 열릴 수 있는가,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는가, 표결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는 곧 민주주의가 아직 살아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 p.26 12·3 사태의 핵심은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만이 아니다. 계엄 선포권은 헌법에 존재하지만, 그 권한은 엄격한 요건과 국회의 통제권 아래에서만 정당화된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비상권력을 부여하면서도, 동시에 그 권력이 헌법 자체를 삼키지 못하도록 국회의 해제 요구권을 둔다. 계엄 선포권과 계엄 해제 요구권은 따로 읽을 수 없다. 둘은 권력과 통제의 한 쌍이다. --- p.35 2008년 촛불의 직접적 계기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협상 내용 자체만이 아니었다. 왜 이렇게 서둘렀는지, 왜 국민의 우려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는지, 왜 정부는 불안을 해소하기보다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는지가 더 큰 문제로 떠올랐다. 정권은 이 문제를 관리 가능한 정책 논란으로 보려 했지만, 시민에게 그것은 자기 삶의 감각과 직결된 문제였다. 설령 정부가 기술적으로 옳은 근거를 일부 갖고 있더라도, 국민이 ‘이 정부는 우리 편에서 말하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정책은 곧 정치가 된다. --- p.63 2004년의 탄핵은 노무현을 끌어내리지 못했다. 오히려 탄핵을 추진한 세력에게 역풍을 안겼고, 총선 결과는 시민이 국회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보여 주었다. 시민은 거리에서만 반응한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서도 판단했다. 이 사건의 교훈은 분명하다. 탄핵이 정치적 무기로 보이는 순간 오히려 탄핵의 정당성이 무너진다. 선출 권력을 통제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 통제는 단순한 적대감이나 의회 다수의 힘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바로 이 점 때문에 2004년은 2016년을 예비하는 장면이 된다. 2004년은 ‘탄핵이 가능한가’를 보여 준 사건이었고, 2016년은 ‘어떤 탄핵이 정당한가’를 더 넓은 사회적 합의 속에서 보여 준 사건이었다. --- p.80 1987년 6월 항쟁의 결정적 성취는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했다는 데 있다. 물론 민주주의는 직선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 한국 사회에서 직선제는 단순한 선거 방식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권력의 정당성이 더 이상 군과 폐쇄적 정치 엘리트, 권위주의적 승계 구조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는 요구의 핵심 표현이었다. 대통령을 직접 뽑는다는 것은 곧 시민이 국가 최고권력의 원천임을 제도적으로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직선제 개헌은 제도 개편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그것은 권력의 주인이 바뀐 것이 아니라, 권력의 주인을 다시 확인한 사건이었다. --- p.129 1980년 5월 광주는 한국 현대정치에서 가장 무거운 사건 중 하나다. 그러나 광주를 단지 비극적 사건의 목록이나 희생의 숫자로만 기억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광주는 국가가 시민을 적으로 취급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 준 가장 집약된 정치적 장면이었다. 그것은 권력의 공포가 한 도시 전체를 어떻게 폭력의 대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사건이었고, 동시에 시민이 그런 폭력 앞에서도 어떻게 존엄과 공동체를 지켜 내는지를 보여 준 사건이었다. --- p.158 당시 권력은 유신을 시대적 불가피성으로 설명했다. 남북 대치가 심화되고 국제질서가 요동치며, 경제개발을 지속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문제는 바로 그런 순간에 드러난다. 위기가 있을 때 권력은 더 큰 권한을 요구한다. 국민은 빠른 결정을 원하고, 정치적 토론은 비효율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중요한 이유는 평온한 시기보다 위기의 시기에 더 분명하다. 위기의 이름으로 권력의 제한을 없애면, 그 위기가 끝난 뒤에도 권력은 스스로 줄어들지 않는다. --- p.177 우리가 해방과 분단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했던 이유도 결국은 지금의 한국 정치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왜 여전히 강한 국가와 시민의 자유가 자주 충돌하는지, 왜 권력은 자주 비상의 언어를 꺼내 들고 시민은 자주 거리로 나서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가장 깊은 출발점까지 가고 나면 다시 처음의 장면이 달리 보인다. 한밤중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던 사람들의 발걸음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해방 이후 한국 현대정치의 긴 시간 동안 축적된 기억과 경계심,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감각의 결과였다. --- p.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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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정치사의 주요 일곱 장면을 다루는 책
책은 일반적인 역사서처럼 과거에서 현재로 흐르지 않는다. 2024년 계엄 위기에서 출발해 촛불혁명과 노무현 탄핵, IMF 외환위기와 정권교체, 6월 민주항쟁과 광주민주화운동, 유신체제와 5·16 군사정변, 4·19 혁명, 해방과 분단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오늘의 정치가 어떤 역사적 선택과 갈등 위에 세워졌는지를 보여준다. 각각의 사건을 개별적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권력과 시민, 헌법과 민주주의라는 하나의 흐름 속에서 연결해 읽도록 구성했다. 또한 헌법과 법률, 국회 기록, 헌법재판소 결정문, 국가기록원과 민주화운동 관련 공공기록 등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서술하고, 역사 사진과 도표를 함께 수록해 독자들이 사건의 맥락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는 누구의 것인가』는 특정 정권이나 정치 세력을 평가하거나 옹호하는 책이 아니다. 계엄과 탄핵, 민주화운동과 헌정 질서 등 반복되어 온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을 통해 민주주의는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 왔는지,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정치적 성향을 넘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한국 현대정치의 일곱 가지 결정적 장면을 한 권에 담아낸 책이다. 한국 현대정치사의 주요 일곱 장면 첫 번째 장면: 4·19 혁명(1960)_학생과 시민이 부정선거와 독재에 맞서 거리로 나왔고, 권력이 시민의 저항 앞에서 물러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 주었다. 두 번째 장면: 5·16 군사정변(1961)_군이 정치의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민주주의 실험은 중단되었고, 군사정치의 문법이 한국 정치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세 번째 장면: 유신체제(1972)_헌법은 권력을 제한하는 장치가 아니라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변형됐다. 네 번째 장면: 광주 민주화운동(1980)_국가폭력은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깊은 상처가 되었고, 이후 민주화 운동의 윤리적 원점으로 남았다. 다섯 번째 장면: 6월 민주항쟁(1987)_시민의 집단적 요구는 대통령직선제 개헌으로 이어졌고, 87년 체제라는 새로운 정치 질서를 열었다. 여섯 번째 장면: 대통령 탄핵과 촛불(2016~2017)_광장의 시민과 헌정 제도는 결합했고, 대통령 권력도 헌법 위에 설 수 없다는 기준을 현실의 사건으로 확인했다. 일곱 번째 장면: 계엄(2024)_민주주의는 여전히 시험 받고 있음을 드러냈다. 동시에 시민과 국회, 언론과 사법이 어떻게 비상권력을 제어하는지도 보여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