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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us Klie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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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와 새들이 울어댈 때, 그때 그는 한 점의 의심도 없이 그날이 비참한 밤이 되리라는 걸 직감했다. 자연이 오솔길 끝에서 뭘 발견하게 될지 그에게 경고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 p.15, 「의례를 따르라」 중에서 특별한 기회. 노령의 남편을 돌볼 간병인 급구. 기간 사흘, 보수 많음. 정말로 일하실 분만, 관심이 있으면 carnswel54@aol.com으로 연락 바람. --- p.28, 「의례를 따르라」 중에서 알맹이 없는 빈약한 설명이었지만, 미늘이 돋아난 낚시 미끼처럼 사람을 단숨에 낚아채는 묘한 유혹이 있었다. (…) 모호하든 말든 이 구인 공고는 평생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내 22년 인생에서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지푸라기였다. --- p.34, 「인생 망한 실업자」 중에서 집 안에서 놈들을 발견한다면, 특히 그게 하얀 토끼일 경우엔 무조건 잡아서 바깥으로 내던지세요. 그게 다예요. 하지만 발견한 지 10분 이내에 잡아야 합니다. (…) 절대, 절대로 10분이 지난 후에 토끼를 밖으로 내보내면 안 돼요. --- p.99, 「인생 망한 실업자」 중에서 언제나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정확히 행동하세요. (…) 그리고 그 지시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설령 그 지시가 내가 일러준 규칙과 상충된다 해도 말이죠. --- p.101, 「인생 망한 실업자」 중에서 관리인을 맡겠다고 이곳에 발 들인 순간부터 마음대로 일을 관둘 수는 없습니다. --- p.102, 「인생 망한 실업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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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를 깨뜨린 대가, 덮어둔 죄의식의 실체
웹 괴담의 신선함과 탄탄한 서사의 완벽한 결합 설명되지 않는 규칙과 금기로 서늘한 몰입을 유발하는 나폴리탄 괴담은 이제 서스펜스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포맷을 일회성 자극에 그치지 않고 완성도 높은 긴 호흡의 이야기로 끌어올린 작품은 극히 드물다. 『토끼 소각 지침』은 괴담 포맷의 한계를 가뿐히 넘어, 단편적 콘셉트를 가장 정교한 장편 스릴러로 승화한 독보적인 작품이다. 기존의 규칙 괴담이 결말 없는 일회성 밈이나 1차원적 자극에 머물렀다면, 이 소설은 규칙이라는 장치를 인물의 서사와 정교하게 결합한다. ‘새벽 3시 소등’, ‘10분 내 토끼 소각’ 같은 규칙을 어길 때 찾아오는 이상 현상은 단순한 공포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의 현실적 결핍과 억눌린 죄의식을 투영하는 심리적 거울로 작동한다. 여기에 인물의 동선과 제한 시간, 정통 스릴러의 치밀한 복선과 인과관계를 이식함으로써 단절된 저택을 정교한 퍼즐로 바꾸어 놓는 동시에 완결된 장편 서사를 완성해 냈다. “‘내가 저 주인공보다는 똑똑하겠다’고 자만하던 장르 팬들을 위한 책”(마이크 솔트)이라는 찬사처럼, 이 정교한 퍼즐은 독자의 예측과 계산을 번번이 비껴가며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기발한 소재와 클래식한 장르 문법이 결합해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 『토끼 소각 지침』은 신선한 기믹에 머물던 괴담을 단숨에 정통 스릴러의 반열로 올린 완벽한 답안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