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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심장이 하는 일
1부 나의 ‘듣는 사람’에게 나는 네가 궁금해 사랑을 닮은 듣기 비인간의 ‘말’ 듣는 사람은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압도됨 H선배의 가정방문 2부 타인 속으로 들어가는 일 어떻게 이래요? ‘듣는 일’과 ‘들어주는 일’ 파도와 애도 소리 없는 목소리에 대하여 어떤 쓸모 세상이 여자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그 일은 잘 돼가? 3부 약하고 흔들리고 뒤돌아보는 당신의 용기를 빌릴게요 수치심 ‘들어내기’ 소설 피드백을 피드백하기 대형견과 외출할 때 들어낸 말들 날것의 자기혐오를 마주하는 나날 당신의 듣기는 어디까지 갔나요 나가며: 실현 불가능한 소망일지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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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어온 말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살아가면서 갑작스레 어떤 사건을 마주했을 때, 내 안에 그 사건을 설명할 언어가 없을 때, 그들의 목소리는 나를 두드렸다.
---p.18 나는 판결문을 몇 번이나 재독했다. 듣는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죽고 사는 일이기도 하다고. 그러나 그것은 비단 말하는 사람에게만이 아닌 듣는 사람에게도 그렇다고. 과거에 내가 들었던 말이 현재의 내게 도착해 나를 계속 듣는 사람으로 만든다. ---p.20 보는 것 혹은 말하는 것이 아닌 듣는 것으로 어떤 진실을 드러낼 수 있다는 생각. 〈해피아워〉를 처음 만난 날 기뻤던 이유는(기뻤다는 표현이 너무 상투적이라 쓰기 꺼려지나 다른 말로 대체하기가 어렵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어쩌면 이 감독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짐작에서였다. ---p.47 선배는 언론계 안팎에서 정치인을 다소 극적으로 촬영하는 기자로 잘 알려져 있었으나 나와는 주로 노동, 장애, 이주 등 기획 기사로 만났다. 우리는 팬데믹 당시 혐오 정서로 가득했던 대림동에서,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들의 농성 현장에서, 뇌병변 장애인 부부의 결혼식장에서, 이주 배경 청소년의 음악 교실에서 만났다. ---p.60 이 힘과 사랑을 목격한 이상, 더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절절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p.80 무엇이든 꽉꽉 채우기에 여념이 없는 사회에서 미리 자리를 비워둔다니? 듣는 행위에는 이렇듯 비생산적인 구석이 있다. 귀를 기울여서 잘 듣는, 잘 들으려 애쓰는 일은 생산적일 수도 효율적일 수도 없다. ---p.115 무더운 날이었지만 10주기 집회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주말이었고, 곧 있을 지방선거 취재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지만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나는 아무런 계기 없이도 종종 10년 전 그날의 강남역을 떠올렸다. 노트북을 챙겨 집을 나섰고, 그날처럼 강남역 10번 출구 앞으로 갔다. 역시 많은 메모지와 꽃다발이 있었다. ---p.122 어쩌면 사진을 찍는 일과도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찍는 이와 찍히는 이가 같이 호흡해 만들어낸 결과물에는 교감의 흔적이 어쩔 수 없이 묻어난다. 나는 인터뷰에 임할 때마다 그것이 오늘도 가능하기를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p.136 나는 안전한 사람들 앞에서라면 몸에 대해 말해도 다치지 않는다는 걸 거듭 확인했다. ---p.143 몸과 마음이 합심해서 가하는 지독한 공격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계속 고팠다. 자도 자도 계속 졸렸다. 자고 일어났는데 일어난 그 상태가 꿈인지 현실인지를 분간하지 못했다. 걷고 있어도 꿈 같았고 누워 있어도 현실 같았다. 나중에는 꿈이든 현실이든 그다지 상관없다고도 생각했다. ---p.180 내가 내게서 멀어져 거처를 옮긴다는 건 흔들림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p.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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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는 내게 남도의 여성들이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며 밝은 보름달 아래에서 다홍색 치마를 펄럭거리며 한 발씩 힘차게 내딛는 강강술래의 이미지로도 도착한다. 목청이 좋은 누군가가 먼저 흥이 나 메기면 누군가가 반드시 받는 노래, 누군가가 힘차게 내디딘 걸음이 엉키면 손발을 맞추는 이들의 동작도 연달아 엉키는 일. 그러다 와르르 쏟아지는 웃음. 듣기는 일방향적 삼킴이 아닌 다채로운 반향이고 부딪침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바라건대 나는 앞으로도 절실하게 듣고 싶다. 앞으로도 내내 오직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듣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 설령 그것이 실현 불가능한 소망일지라도 계속 소망하고 싶다. 이렇게 겁도 없이 쓴 문장이 앞으로의 내 삶을 붙들어줄 족쇄가 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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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본도, 민주주의의 기본도 ‘듣기’다. 듣기는 누구나 할 줄 아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다. 『심장 듣기』를 통해 마음 다해 귀 기울여온 한 사람의 조용한 목소리를 듣게 되어 기쁘다. 이 목소리를 들은 후 나의 듣기는 이전과는 영원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듣는 행위가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을까. 듣기에 임하는 나의 마음가짐을 바꾸어준 책이다. - 김하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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