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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며 새벽을 향해 걷기 0111?기억은 어디에서 흘러나오는가가장자리 016갈망 019거두절미 022기억 024같은 027골목 028광장 029굽은 030기도 032극단 036귀환 0382?그때 나는 죽은 사람을 따라가고 있었다꿈 042닿는 045나무 046낮은 052노래 056너머 058되다 060딱딱 063뒷길 066둥 068등 0703?우리는 거기에 살지 않는다막다른 074먼 077묘지 078무덤 084물꿈 086발견 088부끄러움 090불생불멸 092블라인드 095빙빙 098사람 100사랑 1024?오른발과 왼발 사이, 당신과 나 사이사이 106상세 108설렘 110순간 113스텝퍼 114스무 살 118아해 121앞으로 124어슬렁어슬렁 126시장 128애틋 130슬픔 1345?세상에 나와 첫 산책은 엄마와 했을 것이다얼굴 138엄마 141여행 144울음 146월요일 148엄마손 151월정 156이상 161작게 164작은 166자문 1686?너는 가고 있어라제멋대로 172지향 174창 176질주 178천진 181침묵 184턱턱 186토닥토닥 188헌신 190흙냄새 192큰길 194홀연 195나아가며 저물녘에 쓰는 편지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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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하루에 한 번 꼭 산책을 간다.걸어야 얼굴이 밝아지는 사람이다.나도 그렇다.세상에 나와 첫 산책은 엄마와 했을 것이다. 어느 여름날, 엄마는 그날도 산책 나가고 시인 혼자 마루에 누워 있다가 설핏 잠이 들었는데, 그는 그곳에서 어린 엄마와 나를 보았다. 우리는 함께 허공의 반달에 나란히 걸터앉아 있었다.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사방은 푸른빛이었다. 이렇게 조그만데 어떻게 엄마가 되려고 해? 어린 시인이 물었다(30쪽). 엄마와의 첫 산책에는 풀도 바람도 구름도 하늘도 함께했다. “이것 봐” 하면 엄마는 신기하게 그것을 함께 보고 있었으며, 구름을 손으로 가리키면 이미 구름을 잡아두고 있었다(146쪽). 그것은 최초의 혼자 걷기. 그때 시인은, 엄마 있는 소리가 나면 거기로 갔다. 엄마의 두 손을 믿었을 것이다. 아니 믿기 이전 엄마가 그곳에 있었다(142쪽). 그러니, 엄마와 목적 없는 산책을 자주 해야겠다. 최소한은 꼭 해야겠다. 그리 마음먹는다. 엄마가 굽은 허리로 펴지지 않는 무릎으로 마른 몸으로 걷다가 “이 꽃 좀 봐” 그럴 때, 내가 애기 때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이미 보고 있는 시선이 되어야겠다. 엄마의 산책 어딘가에 그늘을 가진 나무로, 나무의 바람으로 있어야겠다(31쪽). 그렇게 엄마와 산책을 나서는 시간은 천천히 걸어야 한다. 엄마는 뒤에서 따라온다. 시인은 누군가에게 등을 보이는 것에 예민하다. 등은 벗어나는 순간을 가지고 있기에. 또한 등은 헤어지는 순간을 내포하고 있기에(70쪽). 엄마가 앞에 가, 시인이 그리 말해도 엄마는 한사코 그를 앞세우고 한 두 걸음 뒤에 따라온다. 나란히 걷고 있으면 어느새 뒤에 가 있다. 시인이 빨리 걸었는지 엄마가 더 느리게 걸었는지는 알 수 없다. 엄마가 점점 멀어지는 꿈을 꾼 적이 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내 등 뒤에서 멀어지는 엄마를 보게 되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엄마는 등을 보고 따라온다. 등에 눈이 달린다는 말을 알 듯도 하다(191쪽). 그러므로, 산책은 눈이 등에 가 있는 셈.헤어지고 나서 뒤에서 오래 지켜보는 사람은 헤어지는 사람에게 마음이 많이 와 있는 사람, 누군가를 알고 싶다면 등을 보면 안다. 헤어지고 난 뒤의 등은 얼굴보다 훨씬 더 많은, 솔직한 표정을 보여준다(71쪽). 그러므로 선생님들이 가신 너머를 생각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곳이 자주 궁금하다. 선생님들께 바싹 붙어 있었던 시인에게 너머라는 공간이 생겨났다는 것. 선생님들은 이곳을 어떻게 넘어가셨을까. 이곳에서 저곳 사이 무엇을 보며 건너가셨을까. 소리 하나 없는 침묵으로 내게 무엇을 보라고 하셨던 걸까(59쪽). 태어나고 자라고 다시 소멸해가는 방향을 ‘자연(自然)’이라고 하는데, ‘자연’은 ‘그 스스로 그러하다’는 자족(自足)의 방향을 이미 내장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곳은 가장 끝이 아니라 가장 처음은 아닐까.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시작되는 시간이 다시 있는 것일까(139쪽). 다만 내가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 계속 모르는 것이야말로, 시인을 살게 하는 어떤 힘이 되기도 한다(101쪽). 알지 못한 채로, 오지 않은 시간에 먼저 가보는 것.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가보는 것. 있지도 않은 시간에 가보는 것. 그보다 먼저 그의 먼 시간에 가보는 것. 가서 살이 타고 뼈가 타는 것을 경험하는 것. 그리고 혼자 간 길을 혼자 돌아오는 것, 사랑의 안쪽으로 걸으며, 무수하게 걸으면서(102쪽). 지금 어두운 제 몸을 통과하는 제 언어는 불투명하고 가라앉지도 않았습니다. 이 어둠 속에서 밝음과 나직하게 몸을 바꾸는 시간은 아직 생각해볼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어둠의 대척점으로서 밝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둠의 몸인 밝음을 기다리다보면 어느 순간 저물녘처럼 가장 나직하며 가장 격렬한 언어를 갖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선생님, 제 눈앞은 어느덧 어둠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어둠은 출렁이지 않아 창에 제 얼굴이 흐르지도 못한 채 떠 있습니다. 그러나 어둠은 얼굴을 제 안에 새기는 것을 늘 잊지 않습니다. 선생님께 편지를 쓰기 시작할 때는 무겁게 쓰지 말아야지 했는데, 써놓고 보니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제 자신이 못마땅하지만, 그러나 바로 여기가, 제 몸이, 제 언어가 서 있는 지점입니다. (…)저는 여전히 저물녘이 되어서야 편지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도 제 몸은 언제나처럼 밝음과 어둠이 몸을 바꾸는 경이의 순간이 어떻게 저토록 나직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휩싸여 있을 것입니다._「저물녘에 쓰는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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