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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맹인모상 속 난중일기 그림자 살인 평행의 아름다움 겨울비 로취베이트 작품해설/구모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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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낭만적 사랑에 대한 동경
정영선의 소설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뚜렷한 전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위악과 폭력을 세상을 실상으로 인식하고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관계는 원초적으로 훼손되어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표제작「평행의 아름다움」에서 보여 지는 두 부부의 관계는 자본의 권력과 가부장적 권력에 의해 와해된 관계로, 불구적 의존과 예속으로서의 결혼이라는 관계양식이 전제되어 있다. 여성들은 가부장제의 희생물이 되거나 자본의 물신에 종속되어 있고, 가문과 계급, 지위 등의 사회적 조건들이 진정한 사랑의 이데올로기를 추상과 환상의 영역으로 밀어낸다. 불가능한 사랑에 대한 낭만적 동경이 바로 그것인데, 이때 작가는 불평등한 관계를 돌파하는 새로운 주체를 찾는 대신에 불평등한 관계 양식의 환멸성에 천착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녀의 인물들은 폭력적이고 불평등한 세상의 질서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오히려 세상의 폭력적 질서를 모방하고 추종한다. 이는 개인의 좌절이라기보다는 사적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들의 존재적 추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맹인모상」의 경우 어린 딸을 잃은 남자와 아버지에 대한 성폭력의 상처를 안고 있는 여자의 관계가 그려져 있다. 아버지뻘의 남자와 딸쯤되는 여자의 관계는 권력에 의한 성적 지배라는 위선과 권력을 성과 바꾸는 위악의 교환관계로 사랑을 권력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환멸이 짙게 깔려있다. 「속 난중일기」역시 국가 정보기관에서 근무하면서 도청, 고문 등 불법적 행위는 일삼는 권력의 주구로 폭력의 논리를 신봉하는 주인공은 사회를 폭력에 의해 세워진 질서로 인식한다. 그리고 그에게 가족 또한 친밀성의공간이 아닌 권력 공간이며 따라서 새도-매저키즘이 가족을 지배하는 내적 원리로 작동한다. 가족과 모성의 신화는 없다 정영선의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가족은 더 이상 피난처로서의 안식을 주는 개념의 가족이 아니다. 소설 속에서 가족은 폭력에 의한 지배관계와 훼손되고 타락한 관계로 겹쳐져 있으며, 친밀성보다는 자본과 권력에 의한 지배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구조 안에서 가족들은 가족 내부의 폭력에 의해 트라우마적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고통은 다시 자발적 선택을 통해 단절되고 해체되는 사회적 폭력으로 재연된다. 등장인물들 역시 속악적이고 남성적 폭력에 종속됨으로써 오히려 존재의 의미를 찾는 피학증적 타자들이다. 작가는 상처에 사로잡혀 사유와 정체성을 상실해 가는 여자들의 군상을 통해 더 이상 가족과 모성의 신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항변하고 있다. 「로취베이트」나 「그림자 살인」의 인물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소통불가의 관계 속에서 여성들은 불순하거나 비굴하거나 성적 방종을 일삼으며, 남성 중심의 폭력적 질서에 대한 하나의 알리바이 역할을 하며 성 정체성이 왜곡되어지고 있다. 작가 정영선이 지향하는 이 불온한 작품들은 음모와 폭력의 세계에서 고통 받고 상처 입은 이들의 삶을 효과적으로 기록하며, 세상과 동화하지 못하는 이들의 생경함과 황량함을 통해 우리 삶의 스산한 풍경들을 묘사하는데 있다 하겠다. 그간 타성에 젖었던 우리 여성문학에 독특하고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작가 정영선의 행보를 주목해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