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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 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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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보다도 적은 분량으로 더 많은 것을 해낸다” _럼퍼스 매거진상처의 근원지에 6억 년 된 부싯돌을 던지는 100쪽 남짓의 작은 걸작맥스 포터는 『슬픔은 날개 달린 것』과 『래니』로 시와 산문의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인 형식미를 선보이며, 한국에서도 꾸준히 신뢰를 얻어온 작가다. 2025년에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심사위원장을 맡아 세계 문학의 흐름을 가늠하는 가장 권위 있는 자리에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평가했다. 이는 그가 단순한 소설가를 넘어 국제 문학계에서 비평적 안목과 영향력을 인정받은 인물임을 보여준다. 소설가 한강은 포터를 “이상한 온기와 아름다움을 지닌 책”을 쓰는 작가로 평했고, 소설가 김연수는 “이 작은 책이 당신을 세상 어디로든 데려갈 것”이라는 찬사를 보내며 그의 책을 권했다. 『샤이』는 136쪽 분량(영미판)으로 포터의 작품 중 가장 짧으면서도 강렬한 울림을 준다.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 하지만 도망치지 못하는 남자아이의 심경이 너무나도 잘 그려진, 곧 부서질 것처럼 연약하면서도 ‘6억 년 된 부싯돌’처럼 단단하고 강렬한 작품이다.“내 마음을 산산이 부숴놓았다” _킬리언 머피[이처럼 사소한 것들] 제작진이 만든 두 번째 작품무엇보다 이 소설은 문학적 경험에 그치지 않고, 영화로까지 이어지며 독자에게 한층 넓은 감상의 장을 열어준다. 소설을 각색한 영화 〈스티브〉가 2025년 토론토 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첫선을 보인 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었다. 아카데미 수상 배우 킬리언 머피가 제작·주연을 맡아 원작의 주인공 ‘샤이’가 아닌, 소설 속 배경 인물이던 교장 ‘스티브’를 전면으로 끌어내 재구성했다. 킬리언 머피는 『샤이』를 읽고 나서 “내 마음이 산산이 부서졌다”고 고백했다. 작품이 지닌 강렬한 감정적 울림이 그를 사로잡은 것이다. 바로 이 문학적 충격이 머피가 제작자이자 배우로 나서게 된 가장 큰 배경이었다.킬리언 머피와 팀 밀란츠가 수장으로 있는 영화사 ‘Big Things Film’은 앞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제작해 높은 안목을 인정받은 바 있다. 『샤이』는 이들이 영화화를 결정한 두 번째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팀 밀란츠 감독은 키건의 영화 작업 도중에 포터의 작품을 읽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두 작품이 “이보다 더 다를 수는 없을 것”이라며, “클레어 키건이 많은 침묵 위에 아주 작은 대사를 얹는 작가라면, 맥스 포터는 빙산 위에 단어들의 대성당을 쌓듯이 글을 쓴다”고 말했다. 키건과 포터의 작품이 모두 높은 수준의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는 사실을 짚어주는 대목이다.“너로 사는 게 지칠 때는 없어?”살아가는 일이 버거운 소년의 인생을 지켜낼 단 하루중학교 입학시험 낙방. 두 학교에서 퇴학. 1992년 열세 살에 받은 첫 경고. 열다섯 살에 첫 체포. 사고뭉치 십 대 소년 샤이는 더는 그를 품어주지 않는 사회적 구조로부터 사실상 거부당한 존재다. 그는 사회가 자신을 실망시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부모, 학교, 친구들, 여자친구들을 실망시켰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뒤, 지금은 자신과 같은 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라스트 찬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밤이면 밤마다, 시골의 뒤엉킨 진창 같은 꿈속에서 그들은 해치고 싶은 충동을 삭인다. 집에서도 멀고, 불빛도 택시 정류장도, 신뢰도, 엄마도 없는 곳. 샤이는 그곳에서 도망치고 싶다. “인생이 이렇게까지 스트레스고, 이렇게까지 힘든 거라면, 너무하다고, 씨발 진짜 너무하다고. 세상이 전부 귀찮고 성가시다고.” 새벽 3시 13분, 무너져 가는 건물에서 그는 생의 마지막 결정이 될지도 모를 선택을 앞두고 집을 나선다. 소설가 김연수는 이렇게 말했다. “『샤이』는 타인의 삶에서 일어나는 급격한 변화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과 슬픔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그래서 혼란스럽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그 혼란은 사랑에서 비롯된다. 한밤중, 끔찍하게 무거운 돌이 가득 든 배낭을 메고 연못까지 내려갔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샤이의 이야기는, 타인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지만 바로 그렇기에 우리를 낯선 곳으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우리는 돌들의 말을 듣게 되고, 등이 점점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김연수는 팬데믹 시절 맥스 포터와의 대담에서 그가 한 말을 기억한다. “저는 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포터에게 돌은 죽음을, 살과 피는 사랑을 뜻했다. 사랑을 택한다는 건 죽음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직시하면서도 끝내 살아 있는 존재로 남겠다는 선언이다. 『샤이』의 한밤의 여정은 그 선언의 서사적 구현이기도 하다.“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읽히길, 야상곡처럼 들리길 바란다.” _맥스 포터시와 소설의 접면에서 글을 쓰는 작가『샤이』의 문장은 리드미컬하다. 짧은 절들이 비트처럼 끊기고, 때로는 한 호흡이 페이지를 넘어 길고 긴 문장을 만든다. 이 리듬은 샤이가 듣는 드럼 앤 베이스, 정글 음악과 겹치며 그의 의식과 감정 상태를 물리적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저자는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읽히기를, 야상곡처럼 들리기를 바라며 썼다고 말한다. 십 대 남자아이의 분노를 쉬운 해결책 없이, 그러나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이러한 독창적인 형식은 독자에게 더 깊은 차원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또 하나 특징적인 포터의 윤리는 ‘규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독자에게 진단을 내리거나 인물을 틀에 가두어 설명하기를 거부한다. 라스트 찬스의 소년들을 문제 있는 아이들로 손쉽게 단정 짓지 않고, 다층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샤이가 라스트 찬스로 오기 전, 엄마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는 장면이 있다. 엄마는 그곳에서 마주하게 될 아이들의 유형을 알려주며, 샤이에게는 그들과는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애쓴다. 엄마에게 그는 분명 특별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라스트 찬스에는 “굉장히 문제가 심각한 청소년들이 있다”고 말하자, 샤이는 “나도 문제가 심각한 청소년”이라고 말한다. 엄마는 “넌 그냥 길을 잃은 거”라고 답한다. 그러자 샤이는 이렇게 응수한다. “나 길 잃은 거 아니야. 난 바로 내가 만든 자리에 있어.” 이 장면은 포터가 글쓰기에서 취하는 핵심적인 태도다. 샤이는 여기서 스스로를 탓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자각과 인식을 얻는다. 만약 자신이 길을 잃었다면, 그건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이고, 그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늘 있던 자리에 있다고 느낀다면, 그 여정은 전혀 달라진다. 탈출을 위한 여정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 ‘나는 누구인가’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무엇이 남는지를 탐색하는 여정으로 변한다. 이는 샤이에게 작은 희망의 조각을 내비치는 순간이다. 그를 늘 자기 자신에게 가혹하게 만들던 자각이, 역설적으로 치유를 향한 여정을 돕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암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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