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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살귀
끝나지 않은 이야기
쌈무이
책과삶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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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주도 숨비소리 수살귀 [애맥]
옥탑방 그 집 [쨈]
황구렁이의 저주 [최씨]
우리 딸 관 좀 들어줍시다 [바람따라구름따라]
스님이 쥐어준 귤 [메이슨]
자취방 602호 [스트레스]
걸려와서는 안 되는 전화 [안온]
돼지어멈 [남평]
문 밖의 기척: 최전방 GOP의 겨울 [츄마왕]
강남구 빌라에서 [이사도라]
주인 잃은 물건은 없다 [쏭쩡하우스]
후쿠오카 호텔에서 [턱시도]
옹호비 이야기 [레드]
남산의 트렁크 [길PD]
그 비디오 테이프 [콩이맘]
양밥 [보는내가민망하네]
장례식장에서의 영업 [구사장]
개할머니 [아이]
30년 간 죽음을 피해 온 남자 [믹스루시]
초인종이 두 번 울릴 때 [강사니]
엄마를 몸에 실어보려고 [홍연]
그날 밤 저수지에서 [마따리]

에필로그 - 그 밤이 지나고

저자 소개 1

대한민국 최초의 공포라디오 호스트.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하며 14년째 굳건하게 밤의 시간을 지키고 있는 독보적인 스토리텔러다. 2012년 8월, 유독 선선한 바람이 불던 어느 저녁. 그 순간,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스마트폰을 들고 원룸 옥상에 올라가 켠 인터넷 생방송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매일 밤마다 얼굴도 모르는 타인들과 두려움을 나누며 스스로의 불안을 덜어냈고,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나란히 누워 듣던 라디오의 기억을 되살려 ‘공포라디오’라는 장르를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그는 억지로 꾸며낸 비명이나 작위적인 연출보다는, 가장 평범하고
대한민국 최초의 공포라디오 호스트.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하며 14년째 굳건하게 밤의 시간을 지키고 있는 독보적인 스토리텔러다.
2012년 8월, 유독 선선한 바람이 불던 어느 저녁. 그 순간,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스마트폰을 들고 원룸 옥상에 올라가 켠 인터넷 생방송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매일 밤마다 얼굴도 모르는 타인들과 두려움을 나누며 스스로의 불안을 덜어냈고,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나란히 누워 듣던 라디오의 기억을 되살려 ‘공포라디오’라는 장르를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그는 억지로 꾸며낸 비명이나 작위적인 연출보다는, 가장 평범하고 단단했던 일상이 무방비하게 짓눌리는 찰나의 공포에 주목한다. 지난 14년 동안 수많은 사연자로부터 묵직한 실화들을 건네받았으며, 섣불리 사연을 평가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타인의 밤을 묵묵히 기록하는 관찰자의 태도로 두터운 팬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128*188*19mm
ISBN13
9791199327894

책 속으로

두 대째 담배를 다 태울 때까지 K는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던 저는 결국 스노클링 마스크를 쓰고 배 옆 수면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슬슬 햇볕이 잦아드는 바다 밑은 깊고 어두웠습니다. 한참 동안 고개를 돌려대던 제 눈에 배 후미 아래 1미터 지점에서 수류를 따라 흔들거리는 K의 검은 잠수복이 들어왔습니다.
---「제주도 숨비소리 수살귀」중에서

유일하게 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신 분은 신기가 약간 있으셨던 할머니뿐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아무 말씀 없이 장롱 위 신줏단지를 꺼내어, 정화수를 떠놓고 새벽 동이 틀 때까지 떨리는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셨습니다.
---「옥탑방 그집」중에서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골목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자, 지은 지 30년은 족히 넘었을 법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비대하게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5층짜리 낡은 구축 아파트. 먼지가 두껍게 앉은 계단을 오르던 중, 제 시선은 묘한 기형성에 사로잡혔습니다.
---「자취방 602호」중에서

잠시 후 상황실로 복귀한 중대장은 철책선을 바라보며 말없이 커피만 마셨습니다. 공기가 무거웠습니다. 저와 후임은 조용히 눈치만 살폈습니다. 이윽고 중대장이 혼잣말처럼 입을 열었습니다.
“잘못 봤어. 확실히 잘못 본 거야.”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예, 맞습니다. 아무래도 잘못 본 것 같습니다.”
“그치? 방탄이 많아서 헷갈렸어.”
“예, 저도 잘못 봤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대장님… 분명히…”
---「문 밖의 기척: 최전방 GOP의 겨울」중에서

부모님도 얘 우리랑 계속 같이 있었다, 화장실 근처에도 안 갔다 하시는데… 그때 오빠 눈빛이 묘하게 이상했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까만 바둑알 같은? 형광등 불빛이 탁하게 반사되는 그 섬뜩한 눈으로 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너 한 번만 더 장난치면 진짜 가만 안 둬.”
---「강남구 빌라에서」중에서

같은 가게에서 일하던 동창의 말에 따르면, S가 일을 하면서 자꾸 허공을 향해 뜻 모를 혼잣말을 중얼거린다고 했습니다. 잠을 통 못 자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시꺼멓게 내려앉았고, 전보다 넉넉히 먹고 다니는 것 같은데도 몸은 핏기가 빠진 채 말라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급기야 그가 친구들을 붙잡고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주인 잃은 물건은 없다」중에서

그 늦은 시각, 웬 여자 한 명이 맞은편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블라우스에 발목을 덮는 긴 치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새까만 차림이었습니다. 짙은 어둠 속에서 하얀 얼굴만 둥둥 떠 있는 것 같았던 그 여자는 한 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었습니다.
여자는 저희를 조심스럽게 불러 세우더니, 간단한 부탁이 하나 있다며 운을 뗐습니다.
“저기… 이 가방을 두 시간만 맡아 주실 수 있을까요?”
---「남산의 트렁크」중에서

그 일은 제게 다시금 뼈저리게 일깨워 줬습니다. 우리 집안 핏줄에 무언가 단단히 엉켜 있긴 하구나, 하고요. 물론 그전에도 남들 못 보는 걸 보며 살았으니 짐작은 했지만, 피부가 찢어질 듯 서늘하게 체감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엄마를 몸에 실어보려고」중에서

출판사 리뷰

어떤 이야기들은 끝나지 않습니다.

14년 동안 〈공포라디오0.4MHz 쌈무이〉를 운영해온 쌈무이는 밤마다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왔습니다. 누적 조회수 3억 회. 그 숫자 뒤에는 수많은 사연이 있고, 그 사연마다 오랫동안 혼자 품고 있던 기억을 어렵게 꺼내놓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혼자 사는 자취방에서 마주한 검은 그림자, 낡은 여관에서 겪은 설명할 수 없는 밤, 장례식장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의뢰인과 나눈 상담. 『수살귀』는 그동안 쌈무이에게 전해진 수많은 제보 가운데 오래도록 잊히지 않은 이야기들을 골라 한 권에 담은 괴담집입니다.

책에 실린 22편의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일상의 틈을 파고듭니다.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집이 어느 날 낯선 공간으로 변하고, 평범한 여행지에서 보아서는 안 될 존재와 눈을 마주치며, 오래전 누군가가 남긴 원한과 후회가 세월을 건너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특별한 흉가나 폐허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취방과 빌라, 호텔과 장례식장, 군부대와 저수지처럼 누구에게나 익숙한 장소에서 시작되기에 그 공포는 당장의 이야기로 머물지 않고 어느새 독자의 일상 가까이로 스며듭니다.

그러나 『수살귀』에 남는 것이 공포뿐인 것은 아닙니다. 갓 새끼를 낳은 어미돼지가 남긴 처절한 한, 한순간 내뱉은 말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간 자매의 이야기, 30년 동안 번번이 죽음의 문턱을 비껴간 한 남자의 삶. 이렇게 기이한 현상을 한 겹 걷어내고 나면 그 아래에는 상실과 죄책감, 미련과 그리움처럼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이 남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연은 무섭기보다 먹먹하고, 마지막 문장을 읽은 뒤에도 좀처럼 마음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마지막 장면에서 완전히 끝나지도 않습니다. 책 말미에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사연자들이 들려준 후일담을 함께 실었습니다. 어떤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어떤 경험은 여전히 지금의 삶을 따라다닙니다. 어쩌면 그것이 『수살귀』가 품고 있는 또 하나의 이름,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의미일 것입니다.

여름밤, 이 책을 읽고 불을 끈 뒤에는 평소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곳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열린 방문 너머의 어둠이나 불 꺼진 부엌 한쪽, 익숙한 복도 끝에 무심코 시선이 머물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다면 다행입니다. 다만 한밤중, 등을 돌린 낯익은 뒷모습이 다정한 목소리로 당신을 부른다면, 대답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목소리가 부르는 이름이…… 정말 당신의 이름이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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