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서극장 1 / 10
우물풀이 호서극장 2 / 52 장옥 사람들 호서극장 3 / 80 우월한 행복 호서극장 4 / 112 어둠의 밀실과 쇼 호서극장 5 / 150 인옥의 동백아가씨 호서극장 6 / 198 환절기 호서극장 7 / 234 미술실 박광두 작가의 말 |
김홍정의 다른 상품
|
작가의 말
고수는 앉고 소리꾼이 서면 1. 고수는 앉고 소리꾼은 선다. 먼저 온 이가 앞, 나중에 온 이가 뒤, 그 주위에 둘러앉거나 서서 소릴 듣는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절창은 물론이거니와 고수의 추임새 한 마디도 놓칠까 숨이 가쁘다. 순간 소리꾼의 손끝에서 활짝 부채가 펴지거나 고갯짓 발림으로 탄성을 일으키고 겨우 숨을 내쉰다. 또 다른 자리, 탈을 쓰고 나온 이들이 사대부뿐이 아니라 왕 노릇을 거칠게 하는 삐뚤어진 심사에 은근짜를 놓고 구경꾼들은 두고두고 그 이야길 하느라 밤을 밝힌다. 속에 감춘 욕망을 자지러지게 드러내는 곳, 사람들이 소문을 키우자 그리로 사람들이 모인다. 극장이다. 『호서극장』을 모르는 공주 사람은 없다. 거기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놀며 행복하거나 슬픈 만남을 꿈꾼다. 누구도 흔적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실체적 흔적들의 언어마저 소실되는 시기에 이르러 굳이 유물들을 되새김하여 어쩌자는 것인가. 다만 부정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호서극장과 장옥은 한 동네로 뗄 수 없다. 영화 속 이야기는 장옥 사람들의 현실이다. 작가는 전기수傳奇叟, 소설을 읽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야기 책을 읽을 수 있는 이가 드물었던 세상을 굳이 떠올리는 것은 읽을 수 있는 이들이 읽지 않는 세상이라서가 아니다. 지중해를 둘러싸고 있는 이집트, 터키, 그리스, 이태리를 여행할 때다. 한때는 깊고 우뚝했으나 뿌리마저 드러낸 삶의 흔적을 보러 여행자들은 극장으로 모인다. 원형의 흔적으로 남은 객석에 앉거나 총탄의 흔적이 무수한 무대로 나가 노래 하나쯤 부른다. 여행자들을 원형극장으로 불러내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면 고독하기 때문이리라. 나서, 자라고, 학교 다니고, 어른이 되어 사는 곳을 생각하면 울컥한다.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더라도 들고나는 이들, 거기 어디쯤 아는 사람이 제법 있어 심심치 않다. 흔적을 되새기는 것은 연민만이 아니고, 사는 지혜고, 독한 주술呪術이다. 이 연작소설의 등장 인물들은 여전히 작가의 편린이고, 편을 먹는 패거리다. 낯설지 않아도 서먹한 것은 너무 멀리서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2. 작가의 말을 다시 쓰려니 마음이 아프다. 발간 후 두어 달 만에 이야기만 남고 책이 사라졌다. 참 별일이다. 소설은 제멋대로 동네를 돌아다니더니 〈공주문학상〉을 물고 돌아왔다. 여섯 해가 훌쩍 지났는데 이야기는 여전히 제민천 주변을 떠돌고 있다. 이야기를 둘 곳이 필요하다. 골간은 두고 허물어진 벽과 창을 새로 달았다. 새집이라 하나 낯설지 않으니 살던 집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사이 무너졌던 호서극장이 새집으로 다시 살아났다. 이른바 기억 속의 문화공간이 현실의 문화 플랫폼으로 번듯하니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한다. 이제 제대로 된 새 연극 「호서극장」 한 편 올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