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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누가 미개하고 누가 선진적인가 4
서장 문화는 줄 세울 수 없다 문화상대주의의 딜레마 · 21 /문화란 익숙한 것,그렇기에 당연한 것 · 25 / 문화의 범위와 속성 · 29 /문화마다 다른 심리 · 34 /무지개는 몇 가지 색일까 · 39 1장 선을 넘는 편견 다름을 오해할 때 발생하는 충돌 옛날 사람들은 모두 불행했을까-오늘의 기준으로 과거를 재단할 수 없는 이유 · 46 문화는 빼앗아 갈 수 없다-문화의 원조를 둘러싼 이상한 싸움 · 54 코란은 악의 경전인가-이슬람교에 관한 오해 · 63 제2차 세계대전 추축국의 공통점-자국의 우월성을 믿는 순간 · 70 이탈리아에는 왜 조각 미남이 많을까-미의 기준이 만들어지는 과정 · 76 북유럽 사람들은 모두 행복할까-행복 강국의 조건 · 82 기근,애도 그리고 권력이 만든 금기-식인 풍습과 인신공양의 심리 · 88 혼란의 시대,집단 히스테리의 탄생-불안이 낳은 집단적 착란 · 95 아프리카는 원래 가난했을까-황금과 무역을 지배했던 아프리카 대제국들 · 101 문화는 성격을 결정하지 않는다-집단 정체성 뒤에 숨은 개인의 차이 · 106 개인주의 대 집단주의-이분법의 함정 · 111 2장 이야기 속 오래된 오해: 신화, 드라마, 영화 그리고 역사에 숨은 문화적 맥락 나라마다 다른 변신의 모습-변신 설화에 숨겨진 욕망 · 120 한국 설화 속 변신-변신에 담긴 한국인의 심리 · 129 슈퍼히어로는 왜 미국에서 탄생했나-초능력 영웅과 대공황의 그림자 · 135 삼국지와 중국의 자존심-영웅서사가 시대의 상처를 봉합하는 방식 · 143 무협지로 읽는 중국인의 욕망-무공으로 되갚은 역사의 치욕 · 151 좀비가 무서운 진짜 이유-죽은 자의 세계에 비친 산 자의 불안 · 157 괴물영화로 읽는 미국과 일본-괴물은 시대의 공포를 먹고 자란다 · 165 〈터미네이터〉 속 문화적 상징-세상을 구하는 자 · 172 〈아바타〉는 미국의 속죄일까-판도라에 투사된 식민주의의 기억 · 179 사라지지 않은 오리엔탈리즘-국가 위상이 올라도 시선은 여전하다 · 186 도깨비는 왜 고블린이 아닐까-번역을 할 때 잃어버리는 것들 · 194 도깨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낯선 이웃에 대한 기억 · 201 서양 귀신과 한국 귀신의 차이-초자연적 존재와 공포 · 209 동양의 용,서양의 드래곤-상상의 동물로 본 동서양의 문화 · 216 한·중·일 유행어 변천사-헬조선에서 원영적 사고 그리고 그 이후 · 223 3장 성, 젠더, 결혼, 가족: 이상했지만 당연했던 관계의 규칙 북유럽은 왜 여성 인권이 높을까-약탈경제와 성평등 지수의 관계 · 232 문화상대주의로 본 결혼제도-일부일처제는 가장 진화한 제도일까 · 239 결혼 없이도 가족이 되는 사람들-지구상 마지막 모계사회 · 246 옛이야기를 보는 시대의 시선-나무꾼은 성범죄자였나 · 251 근친상간 금기의 수수께끼-여자는 왜 선물이 되었나 · 259 일본은 왜 오카마가 많을까-젠더 규범과 문화적 압력의 관계 · 266 알라 카추와 신부 납치의 문화사-유목민족은 왜 납치혼을 했나 · 272 성씨가 같아야 가족일까-성씨 관습으로 본 결혼문화의 역사 · 278 ‘이모’에 담긴 한국의 가족사-고모보다 이모가 편한 이유 · 285 비혼과 저출산의 이유-선택의 자유와 개인주의 · 291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대물림된 가족의 상처 · 297 4장 한국인의 감정 사용법: 한 많고 정 많고 신명 난 사람들 한이란 무엇인가-슬픈 역사가 전부는 아니다 · 308 한은 어떻게 신명…이 되는가-회복탄력성 그리고 예술로의 승화 · 314 정이란 무엇인가-주관성이 만드는 한국적 연대 · 320 한국인은 감정 인식에 취약한가-감정 표현과 눈치 · 326 한,흥,신명… 그리고 멋-자기 가치 회복의 여정 · 331 ‘찢었다’는 말의 유래-신명…의 조건,파격과 공감 · 338 한국인은 왜 공정에 민감한가-선택적 공정의 함정 · 344 냄비근성인가,응집력인가-쏠림 문화의 역사성과 양면성 · 350 자기소개가 어려운 한국인-self와 자기와 자신 · 357 맹모삼천지교가 잘못된 이유-한국 부모의 자식 사랑과 그 이면 · 364 한류의 기원-표현의 욕구가 만든 문화 · 3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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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내게는 당연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낯선 일들이 많습니다. 그 나라 특유의 음식 냄새, 자주 쓰는 색과 무늬, 집 안에서 신는 신발, 가족끼리 연락하는 빈도, 손님을 대접하는 방식, 출퇴근 시간의 대화 예절까지 모두 그렇습니다. 어떤 집에서 어떤 옷을 입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일하며, 어떤 방식으로 여가를 보내는지는 저마다의 문화와 생활 조건 속에서 형성됩니다. 그러므로 내가 당연하다고 여긴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그렇게 느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낯설다고 해서 내가 하는 일이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누군가에게 익숙한지, 그리고 왜 그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지를 이해하려는 태도입니다. 내게 낯선 행동이라고 해서 곧바로 틀렸다고 판단하는 일은 위험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문화심리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pp.28-29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문화에 익숙하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다른 문화를 만나 면 반사적으로 ‘이상하다’, ‘틀렸다’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내 문화의 기준에서 아무리 낯설고 어색해 보여도,그것 이 잘못된 문화라는 뜻은 아닙니다.먼저 그 문화가 어떤 조건에서 생겨났고, 어떤 필요를 충족하며 유지되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문화 이해의 목적은 결국 다른 문화와 공존하는 데 있습니다. --- pp.46-47 그렇다면 전족과 코르셋, 하이힐은 모두 남성 중심 사회에서 만 들어진 여성의 왜곡된 욕망일까요? 현대 여성학과 역사학은 성별 규범과 권력관계가 여성의 몸, 아름다움, 욕망을 구성해왔다는 점을 중요하게 봅니다. 이 관점은 매우 필요합니다. 과거 여성들은 남성의 소유물이었고,오늘의 여성은 완전히 자유로운 선택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겠죠. 과거의 여성도 제약 속에서 자기 욕망과 전략을 가졌고, 오늘의 여성 역시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는 기준 속에서 압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전족을 하지 않았던 과거 중국의 여성은 자신이 남성의 억압을 거부하고 실존적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하층민의 딸로 태어나 전족을 하지 못해 상류층 문화에 들어가기 어려웠던 여성은 자신의 삶을 해방된 삶으로 느꼈을까요? 꼭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문화는 동시대 사람들의 욕망과 판단 기준을 구성합니다. 나의 가치판단 역시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문화가 반영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도 미래의 사람들 눈에는 매우 낯설고 이상하게 보일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우리는 자신이 가장 옳다고 믿는 가치에 따라 살아갑니다. 내가 가장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고, 따라서 이전 시대의 사람들은 나보다 미개하고 불쌍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다른 이들의 삶이 잘못되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 절대적 기준이 과연 존재할까요? --- pp.52-53 결국 문명의 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상대에 대한 무지, 자기만 옳다는 확신, 그리고 그 확신을 권력과 폭력으로 밀어붙이는 행동입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전쟁과 파괴, 살육과 핍박도 근본적으로는 비슷한 원인에서 나옵니다. --- p.68 북유럽 사람들이 행복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들의 마음 습관입니다. 범죄 피해와 주관적 불안감에 관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핀란드인 100명 중 범죄 피해를 경험했다는 비율이 26.72%에 달했지만, 불안하다는 비율은 6.77%로 낮았습니다. 반면 한국인은 실제 범죄 피해를 경험한 사람이 1.49%에 불과했지만, 범죄를 당할까 봐 불안하다는 비율은 22.07%로 매우 높았습니다. 저는 북유럽과 한국의 행복 차이를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결과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유럽 사람들은 자신의 객관적인 현실보다 자신의 삶을 훨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한국인들은 그 반대입니다. 다시 말해, 북유럽과 한국의 행복 차이는 마음의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말입니다. --- p.86 사실 변화한 정체성과 이전 정체성 사이의 혼란은 일본 변신물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신지는 자신이 왜 에반게리온의 조종사가 되어야 하는지 끝까지 혼란스러워했고, 〈진격의 거인〉의 에렌 역시 자신이 왜 거인이 되어야 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결국 동료를 위해서나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그 정체성을 받아 들이게 되는 과정을 보입니다. 최근작 중에서는 〈체인소맨〉의 덴지도 비슷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악마와 계약해 스스로 악마와 인간이 뒤섞인 존재가 된 덴지는, 자신이 무엇인지보다 그 힘으로 누구를 지키고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는 ‘나’는 다른 이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존재라는 인식과 관련 있습니다. 독립적이고 일관적인 자기를 유지해야 하는 개인주의 문화와 상황에 따라 다른 역할 수행을 해야 하는 집단주의 문화에서 개인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변신’이라는 상징적 방식을 통해 표출되는 것입니다. ---pp.126-127 내면의 악이 자신을 침식할지 모르는 두려움을 표현한 서구 개인주의 문화권의 변신과, 현실의 내가 아닌 더 크고 멋진 내가 되려는 욕망의 표출인 일본의 변신에 비해, 한국의 변신은 ‘다른 존재들도 나처럼 되고 싶을 거라는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써놓고 보니 ‘웬 근자감인가’ 싶은데요. 사실 ‘근자감’은 한국인 심리의 중요한 한 축입니다. 문화심리학에서 한국인들은 ‘자기 가치감’이 높은 이들로 나타납니다. 정리하자면, 서양의 변신이 자기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개인 주의 문화의 압력에서 비롯되었고, 일본의 변신이 개인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 이외의 선택지가 매우 적은 일본 문화적 특성에서 유래되었다면, 한국의 변신은 왠지 자신을 대단한 존재로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pp.133-134 이 지점에서 짚어볼 만한 것이 바로, ‘문화는 욕구 충족의 체계’라는 관점입니다. 문화는 개인의 ‘성격’과 닮아서 문화가 작동하는 방식 역시, 개인 심리의 역동과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가령, 욕구가 충족되지 않거나 충족될 수 없을 때, 사람은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불안을 견디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여러 방어기제를 작동시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투사’입니다. --- p.139 일본이 패망하고 중국에는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섰지만,서양과 일본 등에 짓눌렸던 중국의 자존심은 오랫동안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중국이 공산주의식 계획경제를 유지하는 동안,한때 속국쯤으로 여겼던 한국조차 경제력에서 중국을 앞섰고, 공산당의 문화혁명으로 찬란했던 과거의 문화는 쓰레기통에 처박혔습니다. 이런 일들을 목도하면서, 김용은 땅에 떨어진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보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신적 노력을 기울였을 겁니다. 그러면서 중국 역사에서 유사한 시기를 떠올렸고, 한족의 명예를 지켜낸 한족 영웅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요? 원래 사람들은 자신에게 없거나 부족한 것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며, 이 열등감을 만회하기 위해 동기화됩니다. 상상 속에서라도 내가 그것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중국인들의 무의식 속 열등감은 바로 무력이었습니다. 송나라 때도, 근대의 청나라도, 결국 무력이 약했기 때문에 나라를 빼앗겼다는 것입니다. --- p.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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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세계, 그 바깥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요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세계를 눈앞에서 본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지구 반대편의 영화를, 번역 자막은 낯선 나라의 뉴스를, SNS는 실시간으로 타인의 일상을 실어 나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좁은 세계에 갇혀 있기도 하다. 알고리즘은 내가 이미 동의하는 의견, 내가 이미 좋아하는 화면만 골라 보여주고, 그렇게 편식된 정보는 확신으로 굳어진다. 더 많이 볼수록 더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같은 시야를 반복해서 확인할 뿐인 경우가 많다. 신간 『오만한 편견』은 바로 이 착각, '많이 보고 이미 익숙하니 잘 안다'는 착각의 구조를 정조준한다. 저자는 문화심리학자이면서, 동시에 각종 방송과 유튜브를 넘나들며 대중과 호흡해온 이야기꾼이다. 그 이력이 책 전반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저자는 흔히 편견이 무지에서 온다고 여겨지는 통념부터 뒤집는다. 문제는 모른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설프게 아는 상태에서 더 알려 하지 않는 태도라는 것이다. 조금 안다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은 이내 ‘내가 옳다’는 확신으로, 그 확신은 다시 ‘우리가 더 낫다’는 우월감으로 이어진다. 책은 서장에서부터 이 지점을 짚는다. 문화란 애초에 줄을 세울 수 없는 것인데도, 우리는 은연중에 어느 문화는 더 앞서 있고 어느 문화는 뒤처져 있다는 식의 위계를 그려왔다는 것이다. 낯선 것에 '미개함'이라는 딱지를 붙여온 역사 이어 1장에서는 이 위계 짓기가 낳은 충돌의 현장들을 펼쳐 보여준다. 특정 문화권의 경전을 오독해 위험한 것으로 낙인찍어온 관행이 있는가 하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추축국들이 공유했던 ‘자국이 가장 우월하다’는 믿음도 있다. 식인 풍습이나 인신공양처럼 낯설게만 보이는 관습 뒤에도 기근과 애도와 권력의 논리가 숨어 있었음을, 저자는 하나하나 살펴본다. 우리가 미개하다고 손가락질해온 관습들 대부분이 실은 저마다의 합리적 맥락 속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 논의는 과거의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에도 벌어지는 문화 원조 논쟁, 즉 어느 나라의 것이 원래 누구의 것이었는가를 둘러싼 다툼까지 같은 틀로 짚어내면서, 저자는 오만함이 결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1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이다. 낯선 관습을 미개함의 증거로 읽어온 우리의 습관이야말로, 정작 가장 오래되고 완고한 편견이었다는 것이다. 콘텐츠 속에 숨은 편견의 지도 2장에서 저자의 시선은 신화나 영화 등 콘텐츠로 옮겨간다. 삼국지와 무협지는 어떻게 중국인들의 역사적 열등감을 상상 속에서 되갚는 서사로 기능해왔을까? 〈터미네이터〉와 〈아바타〉 같은 할리우드 영화 곳곳에는 또 어떤 문화적 상징과 죄의식이 스며 있을까? 국가의 위상이 아무리 높아져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시선의 습관까지, 저자는 이야기 속 세계를 경유해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편견의 지도를 그려 보인다. ‘도깨비’가 해외에서 ‘고블린’으로 번역되는 등 사소한 언어의 오류에서도 문화적 오해가 손쉽게 발생한다. 동양의 용과 서양의 드래곤이 전혀 다른 존재로 상상되어온 이유, 최근 유행어들이 시대의 정서를 어떻게 반영해왔는지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콘텐츠가 그저 오락거리가 아니라 한 사회가 자신과 타자를 상상하는 방식이 고스란히 새겨지는 텍스트다. 지금 우리가 무심코 즐겨온 이야기들 속에도 편견은 이미 촘촘히 스며 있다. 이상하고 당연한 관계의 역사 결혼과 가족, 젠더에 관해서는 더욱 예리한 저자의 태도를 만날 수 있다. 일부일처제가 과연 가장 진화한 결혼 형태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지구상에 여전히 남아 있는 모계사회가 가족을 구성하는 방식도 함께 소개한다. 근친상간 금기와 신부 납치처럼 낯선 관습의 이면에 어떤 사회적 필요가 있었는지도 차분히 되짚는다. 옛이야기 속 인물을 오늘의 잣대로 다시 읽어내는 대목, ‘이모’라는 호칭 하나에 담긴 한국 특유의 가족 감각을 풀어내는 대목도 눈에 띈다. 어떤 관습을 이상하다고 느끼는 감각 자체가 실은 시대와 문화가 새겨놓은 결과물이었다고 전한다. 가장 사적이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결혼과 가족의 형태도, 실은 특정한 시대와 사회가 빚어낸 하나의 선택지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인의 정서가 만들어진 과정 시선의 대상은 이제 우리 자신, 한국인이다. 한(恨)과 신명, 정(情)과 눈치 같은 한국인 특유의 정서 어휘가 문화심리학의 언어로 하나씩 풀린다. 한국인이 유독 공정에 민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냄비근성이라 불려온 쏠림 현상은 정말 부끄러워할 일일까, 자기소개를 유독 어려워하는 심리와 오래도록 미덕으로 칭송받아온 자식 교육열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이 모든 물음에 앞서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댄다. 타인의 문화를 오해해온 방식을 앞선 장들에서 들여다봤듯, 이번에는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가져온 확신이 도마 위에 오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지 묻는다. 타인을 향한 편견을 걷어내려는 노력은, 나 자신을 향한 확신부터 점검하는 데서 완성된다고 말한다. 이해라는, 거창하지 않은 해법 이 책이 유효한 지점은, 문제를 이주민이나 타국과의 관계로만 좁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낯선 종교와 관습에 대한 오해에서부터, 익숙한 콘텐츠 속에 스며든 편견, 그리고 우리 자신의 감정과 관계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저자가 짚는 ‘이해 빠진 확신’의 구조는 대상이 무엇이든 반복해서 나타난다. 초문화 시대를 건너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해법은 거창하지 않다. 낯선 것을 만났을 때 판단을 잠시 미루고, 그 문화가 어떤 조건에서 생겨났는지 조금 더 알아보는 수고를 들이라는 것. 이 단순한 습관이 쌓여 만드는 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문화 문해력’이며, 이는 초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소양을 넘어 정보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독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