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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정리 번호 1] 그 책은 제목이 『불쌍한 고릴라』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2] 그 책은 마지막 문장이 ‘2천년은 의외로 짧다.’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3] 그 책은 첫 문장이 ‘아이가 만든 진흙 경단이 이렇게나 단단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4] 그 책은 첫 문장이 ‘양말 같은 건 이제 다시는 신지 마. 정말 싫어.’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5] 그 책은 첫 문장이 ‘생각났다. 대꼬챙이다.’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6] 그 책은 제목이 『좋아한다. 짜증난다』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7] 그 책은 첫 문장이 ‘나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 뭘 먹을지 망설이다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뭘 입을지 고민하느라 아직 아무것도 입지 못했다.’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8] 그 책은 제목이 『인간 실격』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9] 그 책은 제목이 『노스트라다무스의 자잘한 예언』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10] 그 책은 제목이 『다섯 글자의 세계』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11] 그 책은 제목이 『머리띠밖에 없다』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12] 그 책은 제목이 『보이 미츠 컬』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13] 그 책은 첫 문장이 ‘저주의 말로만 채워졌지만 그건 러브레터였다.’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14] 그 책은 첫 문장이 ‘‘듀랏 뵤니 현상.’ 이름은 몰라도 들으면 “아아!” 하고 아는 그것이다.’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15] 그 책은 마지막 문장이 ‘손잡고 있어서 다행이다.’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16] 그 책은 첫 문장이 ‘천동설도 지동설도 틀렸다. 움직이는 건 하늘도 땅도 아니었다.’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17] 그 책은 첫 문장이 ‘우유를 마시고 난 뒤에 커피를 마신다. 그러면 뱃속에서 커피 우유가 완성된다. 그런 식으로…….’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18] 그 책은 첫 문장이 ‘구부려 봐도 되나요? 힘껏 구부려도?’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19] 그 책은 첫 문장이 ‘안경이 없다. 어디에도 없다. 머리에 걸친 안경은 내 안경이 아니다.’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20] 그 책은 마지막 문장이 ‘이런 이유로 나는 공룡입니다.’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21] 그 책은 마지막 문장이 ‘그런 까닭에 단체 사진에 찍힌 사람들 모두가 웃고 있었다.’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22] 그 책은 만든 목적이 ‘이 책갈피를 끼우기 위해서’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23] 그 책은 삽화의 일부분이 ‘다음 그림’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24] 그 책은 당시 독자의 비율이 ‘간호사가 될 사람의 10%, 스모 선수가 된 사람의 95%’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25] 그 책은 인물 관계도가 ‘다음 그림’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26] 그 책은 판매 지역이 ‘오니가시마여서 우리가 아는 『모모타로』와는 다른 이야기‘이었습니다. [정리 번호 27] 그 책은 주인공이 책을 좋아했습니다. 에필로그 |
Matayoshi Naoki,またよし なおき,又吉 直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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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suke Yoshitake,ヨシタケ シンス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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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마을에서 떨어져 외따로 서 있는 빈집에 언제부턴가 두 남자가 들어와 살았습니다. 어느 날 두 남자는 작은 입간판을 내놓았습니다. 너덜너덜해진 책이나 찢어진 책도 특수한 기술로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단 한 페이지, 단 한 줄만 있어도 혹은 제목만 있어도 아주 조그만 단서만 있으면 원래 책으로 복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제목 『불쌍한 고릴라』 고릴라로만 결성된 밴드가 있었다. 멤버는 기타, 베이스, 드럼 총 세 명이었다. 기타와 베이스를 맡은 고릴라는 악기를 능숙하게 다뤘지만 드럼을 맡은 고릴라는 악기가 아니라 자기가슴을 양손으로 두드려 소리를 냈다. 마침내 밴드가 데뷔하게 됐을 때, 동료들은 드럼을 맡은 고릴라에게 밴드에서 나가 달라고 말했다. ---「책 복원 의뢰서 정리 번호 1」 중에서 우유를 마시고 난 뒤에 커피를 마신다. 그러면 뱃속에서 커피 우유가 완성된다. 그런 식으로, 경제·경영서를 읽고 난 뒤에 카페에서 노트북을 켠다. 그러면 머릿속에 ‘연봉 10억인 당신’이 완성된다. ---「책 복원 의뢰서 정리 번호 17」 중에서 그해 11월, 아프리카 여행에서 돌아온 일흔아홉 살 남성이 죽었다.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 지 사흘 뒤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지더니 사망했다. 원래 지병이 있었고, 낯선 여행으로 지병이 악화된 것 같다고 의사는 판단했지만 딱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다. 남성은 사망했을 때 웃고 있었다. ---「책 복원 의뢰서 정리 번호 20」 중에서 우리와 여러분을 이어 준 것도, 우리를 괴롭힌 것도, 기쁘게 한 것도,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과 가치관을 가르쳐 준 것도, 우리를 웃게 하고 놀라게 하고 울게 만든 것도,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우리를 구원한 것도, 여기 있는 수많은 책이었습니다. ---에필로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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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단서 하나로 두 작가가 만들어 낸 세상에 없던 이야기
웃기고, 이상하고, 엉뚱하고, 때로는 마음을 오래 붙잡는 이야기 책장을 덮은 뒤에도 당신의 상상 속에서 계속될 이야기 『이게 정말 사과일까』, 『있으려나 서점』 등으로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와 『불꽃』으로 일본 최초 개그맨 출신 아쿠타가와상 수상자가 된 작가 마타요시 나오키가 다시 뭉쳤다. 두 사람은 앞서 『그 책은』을 통해 ‘책’이라는 매개체로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을 펼쳐 보인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한층 더 깊고 넓어진 세계관 속에서 ‘이야기가 태어나는 순간’과 ‘이야기가 사람에게 건네는 힘’을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려 낸다. 한 줄의 단서에서 출발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두 작가의 상상력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초대한다. 『책이었습니다』는 요시타케 신스케의 엉뚱하고 재치 있는 글, 그림과 마타요시 나오키의 기발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학적인 상상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창작 릴레이’다. 책은 무엇일까? 이야기는 어디에서 시작될까? 그리고 한 권의 책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길까? ‘책’은 단순히 글이 적힌 물건이 아니다. 책은 누군가의 상상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고,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매개체다. 책을 읽으며 웃고, 놀라고, 울고, 새로운 세상과 가치관을 만나고, 때로는 삶을 버틸 힘을 얻는 그 모든 경험까지도 책의 일부다. 『책이었습니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책을 읽는 즐거움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상상의 즐거움을, 그리고 한동안 책과 멀어졌던 사람에게는 다시 책을 펼쳐 보고 싶게 만드는 선물이 되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