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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도 와줬으면…
“위로는 해결이 아니라 곁에 있음에서 온다” 눈에 안보이는 손바닥만 한 행운의 정령들이 지친 ‘주인님’곁에 조용이 눌러앉는다. 특별한 사건이나 자극은 없지만 그저 지친 주인공 곁에 조용히 나타나는 이 캐릭터들을 보고 사람들은 “치유됐다”라는 댓글을 쏟아냈다. “누가 나를 위해 조용히 존재해준다”는 감각은 국적을 안 가리는 위로의 원형이고, 하마유는 이를 ‘입시에 짓눌리는 학생,‘야근에 지친 직장인’등의 얼굴로 그려냈다. 복덩이들은 주인님의 문제를 대신 폴어주지 않는다. 야근을 줄여주지도, 성적을 올려주지도, 부상을 낫게 해주지도 않는다. 다만 그 곁에 조용히, 그리고 정확한 모양으로 있어 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문제는 그래도인데 마음은 조금 가벼워진다. “힘내”보다 “그냥 옆에 있어줄게”가 더 절실한 시대를, 그리고 그런 방식의 관계에 이미 익숙한 세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랜선 집사들의 마음과 만나는 지점. 귀여움이 세상을 구할거야! 이 책이 특히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을 이유는 요즘 SNS에는 직접 키우지 않지만 특정 동물이나 캐릭터 계정을 팔로우하며 매일 사진과 영상을 챙겨보는, 이른바 ‘랜선 집사’들이 많다. 실제로 곁에 두고 돌보는 게 아닌데도 하루의 안부를 확인하듯 들여다보고, 댓글로 마음을 나눈다. 무해하고 부담없는 존재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곁에 있다는 설정 자체가 랜선 집사들이 화면 너머의 존재에게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셈이다. 이미 그런 방식의 애정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 책의 정서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이 책이 건네는 위로-캐릭터별 상황과 그 의미 여덟명의 주인님과 그 옆에 아무 말 없이 존재해주는 것. 여덟 개의 이야기를 나란히 놓고 보면, 각 복덩이가 하필 ‘그 사람’곁에 나타난 이유가 하나씩 보인다. 이 책이 독자에게 위로가 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 캐릭터와 주인님 조합 자체에 있다. 주인님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자기 자신의 마음을 대신 보여주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야근에 지쳐 쓰러지듯 잠든 소타에게는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줄 존재보다, 그가 애쓴 과정을 조용히 지켜봐 준 존재가 먼저 필요했다. 그래서 물범은 위로의 말 대신 밤새 곁을 지키는 방식을 택한다. ·늘 강한 모습만 보여야 했던 아야에게는 자신을 다독여줄 존재보다, 자기보다 더 여리고 겁 많은 존재를 돌볼 기회가 먼저 필요했다. 그래서 도깨비는 강한 수호자가 아니라 오히려 보살핌이 필요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사람들 틈에서 정작 마음 나눌 곳이 없던 마코토에게는 대단한 위로의 언어보다, 그냥 옆에서 같이 밥을 먹어주는 존재가 먼저 필요했다. 그래서 고양이들은 설명도 없이 그냥 나타나 함께 식사한다. ·가정주부 구미코는 덜렁대는 성격 탓에 자잘한 실수가 잦고, 그 실수는 대개 당연한 것으로 지나쳐진다. 하치는 발바닥 마사지와 물건 찾아주기처럼 작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그녀 곁을 지킨다. 이 이야기가 위로가 되는 건, 반복노동이 ‘눈에 띄지 않는 노력’이라는 걸 정확히 짚어내기 때문이다. 알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반복은 조금 덜 지친다. •장편 「꼬마 복덩이들, 가출하다」 편에서는 사랑하는 사이도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 마지막 장편에서는 복덩이들조차 서로에게 지치고, 서운해하고, 잠시 각자의 길로 흩어진다. 그리고 결국 다시 서로를 찾는다. 이 결말이 담백하게 말해주는 건 “관계는 늘 완벽할 수 없고, 소홀해지는 순간도 있지만, 그렇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애정을 당연하게 여기다가도 문득 그 소중함을 다시 발견하게 되는 경험-독자가 자신의 관계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장치다. 이 책이 영리한 지점은 여기에 있다. 각 인물에게 필요했던 건 문제 해결이 아니라, 자신도 몰랐던 자기 마음의 정확한 모양을 알아봐 주는 존재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양에 꼭 맞는 복덩이가 매번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 독자는 이 조합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되묻게 된다. ‘지금 나에게는 어떤 복덩이가 필요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