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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교문화연구소 종교문화비평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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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제1부 노년 문제에 대한 동아시아 종교의 담론

중국 고대 노인의 정체성과 권위에 관한 연구 / 임현수
구장(鳩杖), 노인에게 부여하는 황제의 권위 / 이연승
‘노화’와 ‘장생’을 바라보는 도교적 시선(視線)의 복합성과 그 함의 / 최수빈
일본과 한국의 엇갈린 불교 기로(棄老) 설화의 궤적 / 셈 베르메르스(Sem Vermeersch)
노년의 몸과 유교적 성찰 / 임부연
두 가지 몸의 늙음 / 장석만

제2부 노년 문제에 대한 동아시아 종교의 실천적 대응

서주 금문에 나타난 장수(長壽)와 종법(宗法)의 관계에 관한 소고 / 임현수
‘법률의 유가화’라는 관점에서 본 한대의 효와 불효 / 이연승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 신앙과 의례의 도교적 변형과 발전, 그리고 그 의미 / 최수빈
중세 동아시아 불교의 노승(老僧) 처우 / 셈 베르메르스(Sem Vermeersch)
유교 군왕의 ‘기로(耆老)’ 정치 / 임부연
자전거, 선교사, 그리고 노년 / 장석만
초고령 다사사회 일본에 있어 종교의 새로운 지평 / 박규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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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608쪽 | 152*225*35mm
ISBN13
9791166292866

책 속으로

이 글은 나이 듦이 문화현상이며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점에서 출발하였다. 모든 유기체는 연대기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생물학적인 변화를 겪지만, 노화를 경험하는 존재는 유독 인간밖에 없다. 그러므로 노화의 경험과 인식, 노화 담론, 노화의 제도와 실천 등은 역사적인 상황과 사회문화적인 조건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난다. 노화를 경험하는 존재는 오직 인간이지만, 인간은 무수하게 많은 노화를 경험한다. 인간이 경험한 노화의 실상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노화의 다양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p.56

특대체로 살펴본 결과, 궤장은 주로 제후왕이나 고위 관료 혹은 고령의 유생에게 개별적으로 내리는 은사였으며, 따라서 황제의 조령으로 일률적으로 시행되었던 왕장제와는 구별이 된다.57 적어도 전한 시대의 경우, 왕장제는 황제가 특정인에게 개별적으로 베풀었던 은사인 궤장의 하사를 확대 실시함으로써 황제의 권위를 널리 드러냈고, 아울러 그 권위를 일정 조건에 부합하는 노인들에게 부여함으로써 유가적 효치의 이념을 드러냈던 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 p.89

전진교 노도사들의 예를 통해 보았듯이 양생을 통해 실현되는 장생자로서의 노인의 이상은 개인적(육체적, 정신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 모두에 걸쳐 완성된다. 그리고 자기초월과 세속초월을 전제로 하여 성취된다. 그들은 연명을 위한 필사적 노력 대신 죽음을 수용함으로써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도교의 양생론은 연명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운 통제, 사회·자연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통해 삶을 향유하고자 하는 이론으로서 그 결과가 자연스럽게 장수로 이어지는 것이다.
--- p.137

이 글은 노인을 버린 나라(棄老國)를 다룬 불교 우화가 내적으로 구현된 여러 이야기를 전근대 및 근대 일본 사회 속 연령차별주의가 드러나는 부분에 주요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고, 이러한 통찰을 활용하여 수 세기에 걸친 유교의 주입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도 지속된 노인에 대한 암묵적인 편견을 되찾아내고자 하였다. 이야기는 많은 변형을 거쳤으며 많은 이들이 그 불교적 기원을 알지 못함에도 기본적인 요소는 놀랍도록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레비 스트로스의 신화에 대한 정의를 충족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p.170

서구적 근대 체계에 편입된 소위 ‘개화기(開化期)’의 국권 위기 상황, 그리고 이미 국권을 상실한 일제(日帝) 식민지 상황에서는 근대적 ‘국민국가’라는 과제를 실현할 역사의 주체로서 ‘청년’이 부각되었다. 이에 비례해서 기존의 유교적 가치와 삶의 방식을 대변하는 ‘노년’은 역사 발전의 장애물이자 청산의 대상으로 규정되었다. 고도의 산업화와 경제발전 시기를 거쳐 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른 현재에는 비록 ‘경로(敬老)’의 문화가 잔존(殘存)하지만 주로 경제적 측면에서 노인을 생산능력이 결여된, 따라서 무능(無能)하고 무용(無用)한 존재로 간주하는 경향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특히 국가의 복지 재정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노인들은 미래 세대에게 짐만 되는 존재로 폄하되기도 한다.
--- p.223

부모가 자식을 “불효”로 고발하면 곧바로 기시형에 처했던 진한률의 경우와는 달리, 부자간의 의리[義]가 있는 경우에 비로소 “불효”죄가 인정된다고 판결하였으니, 동중서 춘추결옥은 효와 불효가 부모의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유교의 경의(經義)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황제가 정식으로 반포한 조령(詔令)만이 보편적인 법률적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지만, 정식 법률조항이 없거나 의혹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서 유가의 윤리를 반영하는 춘추결옥은 한률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였다.
--- p.337

유교 전통에서는 나이가 사회의 차등적 권위를 부여하는 문화적 기호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하지만 나이든 노인이라고 해서 완전히 동일하게 사회적 존경을 받거나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것은 아니었으니, 나이에도 계층의 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정(朝庭)에서 먹고 살기 힘든 늙은 서민[庶老]에게 미백(米帛)을 하사(下賜)하고 잔치를 베푸는 양로의 제도는 철저한 시혜(施惠)의 성격을 갖는다. 이에 비해 고위 관료 출신의 노인들은 ‘기영회(耆英會)’라는 모임을 만들어 현실의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고 음풍농월(吟風弄月)하는 노년의 삶을 누렸다.
--- p.425

그런데 영감에서 노인으로 그리고 다시 사람으로 가사가 왜 바뀐 것일까? 그것은 동요 자전거가 교과서에 수록되면서 영감에 함축된 비아냥의 의미를 없애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목일신 노래비 가운데 “저기 가는 저 노인 조심하셔요.”라는 가사로 되어 있는 것도 있다. 요새의 노랫말은 “저기 가는 저 사람 조심하셔요/어물어물하다가는 큰일 납니다.”로 바뀌었다. 영감 혹은 노인에서 사람으로 가사가 바뀐 것은 초등학교 아이가 어렵게 길을 가고 있는 나이 든 이에게 당장 비키기를 강요하고 있는 태도의 방자함을 고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 p.506

출판사 리뷰

초고령사회, 우리는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 동아시아 종교의 역사에서 다시 묻는 노년의 의미
- 현대사회의 연령차별주의 성찰과 공존공생의 모색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서며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뒤, 2017년 고령사회가 되었고, 불과 7년 뒤인 2024년 12월에는 그 비율이 주민등록 인구의 20%에 이르렀다. 고령화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노년을 둘러싼 문제도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후소득과 의료, 돌봄과 복지, 정년과 일자리 문제에서 세대 갈등과 노인 혐오에 이르기까지 노년은 이제 일부 연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대답해야 할 질문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더 근본적인 질문에는 익숙하지 않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늙음을 두려워하는가. 한 인간의 가치는 나이가 들고 생산능력이 줄어들면 함께 감소하는가. 그리고 한 사회가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지금까지 노년 문제는 주로 사회과학·의학·노인복지학의 영역에서 다루어져 왔다. 물론 초고령사회의 현실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접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와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노인을 부담이나 결핍, 부양과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노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역시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이 ‘노년 인문학’을 요청하는 이유다. 노년에 대한 태도는 경제적 조건만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 그리고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사상적·정서적 토대와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시선을 동아시아의 긴 역사로 돌린다. 한국·중국·일본을 아우르며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종교와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늙음을 어떻게 이해했고, 노인을 어떻게 대우했는지를 추적한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경로효친’을 오늘에 되살리자는 식의 단순한 전통 회귀가 아니다. 동아시아에서도 노년은 언제나 존경받기만 했던 것이 아니며, 노인에 대한 권위와 존경, 보호와 배제, 지혜와 쇠약이라는 상반된 시선이 공존했다. 바로 그 복합적인 역사를 들여다봄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노년의 이미지 역시 역사적·문화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보여준다.

제1부 ‘노년 문제에 대한 동아시아 종교의 담론’은 이러한 인식의 역사를 파고든다. 중국 고대사회에서 노인이 어떻게 권위와 존경의 대상이 되었는지, 황제가 노인에게 하사한 구장(鳩杖)이 어떻게 효와 경로, 덕성과 지혜의 상징으로 발전했는지를 살핀다. 도교의 노화와 장생에 관한 연구에서는 늙음을 무조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삼기보다 신체와 정신, 개인과 사회와 자연의 조화를 추구했던 양생(養生)의 전통을 들여다본다. 일본과 한국의 기로(棄老) 설화에서는 노인을 버리는 이야기에 투영된 두려움과 혐오, 화해의 문제를 추적하며, 조선 유자들의 ‘흰머리’에 대한 성찰에서는 늙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안로(安老)’의 지혜를 발견한다.

제2부 ‘노년 문제에 대한 동아시아 종교의 실천적 대응’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가 실제로 노인을 어떻게 대우하고 돌보았는지를 살펴본다. 중국 고대의 종법과 효의 제도화, 남극노인성 신앙과 의례, 중세 불교의 노승 간병과 양로·임종 시설, 조선의 기로소와 기로연 등을 통해 노년을 둘러싼 제도와 의례, 돌봄의 역사를 탐색한다. 특히 7세기 중국에서 무상원(無常院)과 같은 양로 또는 임종 시설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돌봄 문제를 긴 역사 속에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에는 근대의 자전거와 철도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노년의 경험과 세대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거쳐, 오늘날 일본에서 활동하는 ‘임상종교사’가 초고령사회의 돌봄과 죽음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까지 논의를 확장한다.

이 책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근대사회가 만들어 낸 ‘청년’과 ‘노년’의 대립이다. 빠름과 새로움, 생산성과 발전이 중요한 가치가 되면서 청년은 미래와 진보를 상징하고 노년은 낡음과 쇠퇴를 상징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식은 어느새 늙음 그 자체를 부끄럽거나 피하고 싶은 상태로 만들었다. 하지만 노년에 대한 차별은 다른 차별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젊은 사람도 시간이 흐르면 늙는다. 오늘 누군가에게 가한 연령에 따른 배제는 미래의 자기 자신을 향해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 책의 표현대로 그것은 결국 “자학의 폐쇄회로”가 된다.

그래서 초고령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노인을 위한 복지정책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간을 무엇으로 평가하는가,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진 인간도 이전과 똑같이 존엄한가, 늙음과 쇠약과 의존을 인간다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더 깊은 질문이 그 뒤에 놓여 있다.

이 책은 과거의 전통에서 오늘의 문제에 대한 정답을 찾아내려 하지 않는다. 대신 한때 노인이 장수와 지혜, 덕성과 권위의 상징이었고, 늙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지혜와 늙은이를 돌보는 여러 제도와 실천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 전통 안에도 계층에 따른 차별과 노인에 대한 두려움, 배제의 역사가 있었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되살리고자 하는 것은 ‘옛날에는 노인을 공경했다’는 낭만적인 기억이 아니라, 노년을 바라보는 방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역사적 가능성이다.

초고령사회는 노인이 많아진 사회만을 뜻하지 않는다. 누구나 이전보다 긴 노년을 살아가게 된 사회이다. 따라서 노년의 문제를 묻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미래를 묻는 일이다. 어떻게 늙을 것인가. 그리고 늙어 가는 사람들과 어떤 사회를 이루며 살아갈 것인가. 동아시아의 종교와 문화가 축적해 온 노년에 관한 사유와 실천을 다시 읽는 이 책은, 바로 그 오래되었지만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질문을 오늘의 독자 앞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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