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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교문화연구소 종교문화비평총서

책소개

목차

제1부│종교, 미디어, 예술
종교와 문자 │임현수
소리의 종교적 자리를 찾아서 │이창익
초기 개신교 선교사들의 한국 종교 사진 │방원일
신화, 유령, 잔존하는 이미지 │최화선
근대적 문자성과 개신교 담론의 형성 │도태수
예술이라는 종교의 미디어 │이창익

제2부│종교, 감각, 의례
소노 시온 영화와 ‘응시’의 종교 │박규태
중세 후기의 ‘열리는 성모상’과 그리스도교 신앙의 물질적 상상력│안연희
이미지와 응시: 고대 그리스도교의 시각적 신심 │최화선
‘사이버 법당’의 의례적 구성과 감각의 배치에 관하여│우혜란
생태의례와 감각의 정치 │유기쁨

저자 소개

기획 : 한국종교문화연구소 & 종교문화비평총서
한국종교문화연구소는 종교문화 전반에 관한 학문적 연구를 기반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인문학적 전망을 모색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본 연구소는 2011년부터 내외 종교문화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종교문화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와 비평을 통해 종교에 대한 건전한 의식을 함양하고 바람직한 종교문화를 창달하는 데 기여하고자 종교문화비평총서를 발간하고 있다.
저 자 소 개
임현수 서울대 종교학과 박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이창익 서울대 종교학과 박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방원일 서울대 종교학박사. 서울대 강사.
최화선 서울대 종교학과 박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도태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과정.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박규태 한양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안연희 서울대 종교학과 박사. 선문대학교 연구교수.
우혜란 독일 마부르그 대학 종교학과 박사. 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 외래교수.
유기쁨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박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630g | 152*225*20mm
ISBN13
9791186502440

책 속으로

시각의 세계는 상당히 안정적이지만, 청각의 세계는 쉽게 붕괴되며 매 순간 새롭게 구성된다. 서로 마주 앉아 대화를 하면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소리의 풍경’을 형성한다. 그러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시각적인 경험이다. 따라서 경전을 읽는 종교는 안정적인 이미지로 구성된 시각적 세계를 구성할 것이다. 그러나 청각의 종교청각의 종교는 건드리는 순간 사라지는 기포 같은 세계를 구성한다. 소리는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감각에 쉽게 흡수되지만, 같은 이유로 쉽게 허물어진다. 또한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사물을 응시하는 일은 어렵지만, 같은 소리를 내거나 듣는 일은 쉽다. 하나의 소리 경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 이미지의 종교이미지의 종교’보다는 ‘소리의 종교’가 훨씬 집합적인 것일 수 있다. 종교는 귀, 소리, 청각을 좋아한다. 이렇게 우리는 시각과의 대비를 통해 ‘소리의 힘’을 찾아나갈 수 있다. --- p.37

우리가 종교를 단순히 정신의 영역에만 두고 이해하기에는 종교의 역동성이 너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종교를 삶의 자리에 두었을 때, 종교는 다양한 물질적 맥락과 조우하면서 인간에게 육체적이고 감각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종교를 이해하고자 할 때, 물질과의 다양한 상호관계를 인식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문제이다. --- p.126

예술은 사물을 더 이상 사물일 수 없게 하는 테크놀로지이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해석학의 문제가 아니라 테크놀로지가 확보하는 사물의 존재 가능성의 문제이다. 우리는 춤, 드라마, 문학, 회화, 음악, 건축 같은 기본적인 예술 장르를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술은 자연을 변용시키는 문화적인 테크닉이다. 예술에 의해 모든 사물은 존재 가능성으로 두꺼워지고, 보이지 않는 잠재성의 무게를 지니게 된다. 예술이 종교와 만나는 지점도 이렇게 해서 확보된다. 문화는 망각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과도 같다. 모든 문화는 망각과의 투쟁이다. 예술 역시 사물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는 투쟁이다. --- p.161

종교는 신화와 의례, 말과 행위로 이분되는 것이 아니라 춤, 드라마, 말, 그림, 건축, 음악 같은 좀 더 세밀한 층위로 분할될 수 있다. 종교 개념 역시 이러한 복잡한 층위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속에서만 도출될 수 있다. 종교는 이러한 여러 겹의 종교들이 형성하는 갈등과 통합 속에서 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과 단절될 때 종교는 스스로를 표현할 매체를 상실하게 된다. 오로지 언어만으로 말하는 종교는 ‘절대 언어’를 말해야 한다는 강박증 속에서 해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언어의 종교’는 필경 ‘침묵하는 종교’에 이를 것이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종교가 침묵하는 현상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 p.201

한국의 3대 종교 조직(불교, 개신교, 천주교) 중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웹 콘텐츠에 의례를 포함시켜 사이버 공간을 새로운 의례의 장으로 구축하고 있는 것은 불교계이다. 그 결과 중대형 사찰들의 웹사이트에서 ‘사이버 법당’이라는 시각적·청각적 그리고 텍스트 콘텐츠로 구성된 인터렉티브(interactive) 혹은 쌍방향 프로그램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한국 기독교 교회의 웹 사이트에서 의례를 실질적으로 행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비록 그들의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채플’이나 ‘ 웹 기도실’웹 기도실’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제공되더라도 이는 거의 예외 없이 텍스트 콘텐츠에 기반을 둔 것이다. 이 경우 흔히 성결 구절이나 기도문이 사이트에 올려져 있고, 드문 경우 예배의 전 과정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이 또한 각각의 예배 순서에 필요한 찬송가나 성경 구절이 올려져 있을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기독교 교회가 제공하는 사이버 의례는 사용자와 웹 콘텐츠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배제된 ‘ritual online’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p.299

생태의례의 효과를 적절히 조명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몸과 환경의 순환적 상호작용을 염두에 두고서 생태운동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항적 생태운동의 현장(주로 지켜야 할 생태환경)에서 수행되는 종교의례들은 해당 전통의 ‘종교적 맥락’을 현장의 상황에 접속(접목)하면서 다양한 복합적 감각자극 요소들이 활용되는 가운데 진행된다. 생태운동 현장에서 수행되는 의례는 차창 밖으로, 혹은 TV를 통해 보던 경치를 단지 외부적 경관이 아닌, 내가 그 일부가 되는 환경으로 지각하게끔 변형시키는 효과적 기제로 사용된다. 나아가 그러한 지각의 변형은 내부적으로도 일어난다. 즉 생태의례에 참여하는 가운데 생태운동의 현장은 더 이상 균질적인 공간이 아니라 특별한 장소로 경험될 뿐 아니라, 주위 환경과 신체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자아에 대한 인식도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변형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 p.329

출판사 리뷰

초감각의 종교에 의문을 던진다

흔히 종교는 초자연적, 초인간적, 초감각적인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즉 우리는 종교가 일상을 초월하는 비일상, 세계를 초월하는 타계, 시간 너머의 영원, 죽음 너머의 내세 등에 관계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이때 종교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같은 감각 작용 너머에 있는 것을 인식하는 장치처럼 서술된다. 이처럼 근대 경험의 지형 속에서 종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의 존재를 가리키는 초감각을 지시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교라는 말을 수식하는 이러한 ‘초(超)~’, ‘~ 너머’라는 말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이 책을 기획했다. 우리는 항상 종교를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먹는다.

종교와 감각, 만지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종교

요즘 우리의 종교는 어떠한 모습인가? 성소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모든 소리를 죽이고 침묵으로 가라앉으며 내면의 소리에 집중한다. 화려한 세속의 색깔이 탈색된 채 종교는 마치 흑백 사진처럼, 수묵화처럼 존재한다. 음식이 없기에 냄새도 없고 맛도 없는 종교만이 가득하다. 종교는 만질 수 없는 것만을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감각을 지우라고 주장한다. 종교는 세속의 반대어로 존재할 때만 자신의 정당성을 갖는 것처럼 움직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이와는 다른 종교의 모습을 복원하려 했다. 춤추는 종교, 노래하는 종교, 그리는 종교, 요리하는 종교, 향기로운 종교, 만지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종교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종교와 미디어, 종교는 매체 없이 존재한 적이 없다

종교사는 성과 속을 잇는, 인간과 신을 잇는 모든 매체의 역사이다. 그러므로 종교사는 종교적인 미디어의 역사라고 불러도 될 만큼 많은 매체의 존재를 보여준다. 의례가 인간과 신의 만남의 장이라면, 의례는 미디어다. 신화가 이야기를 통해 신화적 원형과 현재의 공허를 접속하게 한다면, 신화 역시 미디어다. 성화, 성상, 묵주, 십자가, 경전, 찬가, 주문, 제물, 성찬, 향불, 신전뿐만 아니라, 예언자, 구세주, 부처, 보살, 샤먼 등도 모두 미디어가 된다. 그러므로 종교적인 미디어라는 말은 성과 속, 인간과 신을 잇는 것으로 가정되는 모든 매체를 총칭한다. 사실 종교는 인간의 감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많은 종교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미디어를 제작할 때, 가장 성공적인 종교가 될 수 있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에 실린 총 11편의 글은 1부와 2부로 분할된다. 1부에는 ‘종교, 미디어, 예술’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1부에서 각 저자는 종교적인 미디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문자, 소리, 사진, 영화, 독서, 예술이라는 주제를 차례를 검토한다. 2부에는 ‘종교, 감각, 의례’라는 제목을 붙였다. 2부에서 각 저자는 영화와 응시, 성상과 물질적 상상력, 순례와 이미지, 사이버 법당과 불교 의례, 생태 의례라는 주제를 차례로 검토한다. 그러나 1부와 2부를 가르는 엄격한 분할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책 전체를 읽어나가면서 독자는 미디어와 감각이라는 두 주제의 수렴점을 인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 감각, 미디어

인간은 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가용한 매체, 즉 미디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그 매체는 시대적, 문화적 적합성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우리가 종교가 애용한 미디어의 역사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종교는 자신을 감각할 수 있는 사물로 번역하는 데 매진한다. 종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자신의 미디어로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디어는 항상 감각을 이용하고, 나아가 감각의 기억을 물질화한다. 이 책이 독자에게 보이는 종교, 들리는 종교, 먹을 수 있는 종교, 향기로운 종교, 만질 수 있는 종교를 감각할 수 있는 미디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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