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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과 멋짓: 디자이너의 질문들 1
안병학
코르푸스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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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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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여는 글 5
질문들
2. 질문들 14
3. 시작과 탐색 15
관점들
4. 구술성과 문자성 26
5. 몸과 정신 34
6. 과학이라는 관습 35
7. 보는 전략 38
계기들
8. 탄성과 운동 44
9. 무한한 주름, 접힘과 펼쳐짐 50
10. 디자인의 본질 53
11. 자기 조직화와 잠재적 창발 58
몸들
12. 감각이란 무엇인가 64
13. 감각적인 것과 감각하는 것 69
14. 몸의 자발성과 자기 촉발 72
15. 몸의 동사성과 사물 75
16. 몸의 시간성과 공간성 80
17. 몸의 익명성 83
18. 몸들의 공존 84
몸짓들
19. 머리도 꼬리도 없는 쓰기 90
20. 몸을 쓴다는 것 93
21. 몸을 향해 쓴다는 것 95
멋짓들
22. 몸 그대로의 멋짓: 노동과 자율 100
23. 몸 밖을 향하는 멋짓: 관계와 접촉 109
24. 몸과 몸 사이에서의 멋짓: 공유와 협력 122
25. 닫는 글 130
부록
참고문헌 136
그림 차례 143

저자 소개 1

텍스트와 이미지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타이포그래피적 토대에서 디자인과 주변 영역이 만나는 경계를 탐험한다. 시각문화 실험집단 진달래 멤버로 활동했고, 개인전 〈조각의 나열 혹은 구경거리〉(2014)와 〈Juxtaposition〉(2013)을 열었으며, 〈5회 타이포잔치: 몸과 타이포그래피〉(2016-2017), 〈1회 공공디자인페스티벌 주제전시: 길몸삶터〉(2022), 〈디자인코리아〉(2024) 총감독을 지냈다. 코르푸스(Corpu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디자인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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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60g | 148*210*20mm
ISBN13
9791199395510

책 속으로

문자 이전, 구술성(orality)에 의존했던 인식의 전통에서 ‘안다’라는 것은 알려지는 대상과의
밀접한 감정이입적 공유와 일체화를 뜻했다. 더 서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말(음성)을 통해 이
루어져야 했다. 반면, 지금 우리는 ‘안다’라는 것을 ‘본다’라고 표현한다. ‘보이는 것’이 ‘존재
하는 것’이고, ‘존재하는 것은 볼 수 있어야 한다’라는 문자성(literacy)에 의존한 인식이다. 알
려지는 대상으로부터 아는 주체를 분리해 냄으로써 객관성을 ‘안다는 것’의 조건으로 만든 인
식의 전통이다. 이처럼 우리의 인식 깊은 곳에는 ‘계량화할 수 있는 것’, ‘수치화할 수 있는
것’,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신뢰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것들만이 지식, 즉 학문의 대
상이라는 믿음이 있다. 인간은 이런 생각을 오랫동안 우리가 접하는 세계에 적용했다. 디자인
도 예외는 아니다.
--- p.5

하나, 디자인은, 디자이너는 무엇인가.
둘, 몸은 어떻게 창의성을 가져오는가.
셋, ‘몸 그대로’, ‘몸 밖을 향하는’, ‘몸과 몸 사이에서의’ 디자인은 무엇인가.
--- p.14

과학이 형이상학과 예술이 그어 놓은 점선을 따라가면서 그 점선을 실선으로 만들 듯, 디자인
은 형이상학과 예술이 그어 놓은 점선을 좇는다. 다만, 과학의 역할처럼 디자인이 그것을 항
상 실선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디자이너의 역할은 예술가의
그것처럼 우리가 마주하는 세계에 질문하고, 문제를 발견하고, 개입의 장치를 고안하며, 사용
자를 그들이 고안한 전략적 의미의 틈 앞에 불러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틈
을 실선화 되지 않은 점선의 형태로 유지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사용자의 참여와 개입을 유도
할 수 있는 열린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에 관한 깊은 인식의 오해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과학과의 관계에서는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열린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예술과의 관계에서는 지나치게 예민하게 거리 두는
태도를 보인다. 디자이너라는 직업 집단에 전문가적 정체성을 부여하며 예술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해 온 역사가 ‘디자이너는 예술가와 달리 점선을 반드시 실선화 해야 하는 존재’라고 확
신하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나는 적어도 창의성 측면에서는 디자이너가 예술가와 전혀 다르지 않고, 또 다르지 않아야 한
다고 본다. 디자이너보다 더 전략적인 예술가, 예술가보다 더 실험적인 디자이너를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지금, 예술과 디자인을 이런 기준으로 구분하는 일은 이제 더는 의미 없다.
오히려 디자이너의 역할은 실선과 점선을 넘나들며, 결정된 모든 것에 질문하고, 기성으로부
터 의도적으로 벗어나 새로운 질서를 탐구하고 실험하는 것이어야 한다.
--- p.23

몸이 디자인에 제공하는 미학적 지향점은 거대 목표를 버리고 몸을 다시 바라보는 것이다. 낭
시가 지적했듯 접고, 되접고, 펼치고, 중첩하고, 접혀 들어갔다가 다시 돌출하고, 구멍을 뚫고
새 나가거나 새어 들어오고, 팽팽히 잡아당겼다가 다시 놓고, 흥분했다가 졸도하고, 연결했다
가 끊는 몸의 일상적 움직임을 노동 안에서 미학적으로 실천하는 일이다.
--- p.133

출판사 리뷰

왜 질문인가? 무언가를 공부해서 말이나 글로 정리하는 것을 요약이라고 부른다. 학습하고 핵
심을 꿰뚫어 잘 요약하는 능력은 무언가를 공부하기 위한 기초 소양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소양을 가진 사람을 공부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잘 습득
하고 정리하는 능력과 창의성은 다르다. 창의적 인간은 습득한 것을 토대로 자기 생각을 만들
고, 또 그 생각에 스스로 질문할 줄 알아야 한다. 끊임없이 익히고, 질문하고, 왜 그렇게 생각
하는지 자신의 이유를 마련하고, 나와 같거나 다른 입장에 있는 이들과 내 생각을 논증하며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이가 질문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근원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다. ‘왜?’, ‘무
엇을?’ 보다 ‘어떻게?’를 더 궁금해한다. 원인이나 근거에 관심 두기보다는 현상과 방법을 더
궁금해한다. 현상을 일으키는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기보다는 현상 그 자체를 소비한다.
그런데 현상은 모두가 목격하는, 같은 것이다. BTS가 멋있고, 매력 있다는 것은 나도, 너도
보고 느끼는 현상이다. 하지만, 그 현상을 만드는 사람은 현상 그 자체에 몰입하기보다는 그
것을 만들어내는 원인을 질문한다. 그 질문이 있기에 현상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것이
다. 반면, 현상 그 자체만을 보는 경우는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산자가 되지 못하고 소비자로 남는다.
『디자이너의 질문들』 시리즈는 모두가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그 이면을 향해 던지는 질
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다. 자기 내면과 경험으로부터 끌어올린 질문 앞에서만큼은 타인의 일
반화된 방법론에 기대지 않으려는 태도의 사색이다. 논증은 중요하다. 하지만 완벽한 논리는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질문을 현상 이면에서 끌어올려야 하듯이, 질문을 뒷받침하는 논리에
도 언제나 이면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근거를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주장에 관한 반대 의견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정당한 태도
와 깊이 있는 이해를 보일 수 있다면, 설사 이 글이 다른 생각을 가진 모든 독자를 설득하지
는 못한다 하더라도 글에 담긴 사려 깊은 통찰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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