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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에서 저장, 그리고 입력으로
01 사진, 최초의 기술 이미지 02 후기 사진 시대와 하이퍼포토그래피 03 메타사진: 촬영, 저장, 입력 04 디지털 지도 플랫폼과 사진적 행위 05 가상세계 플랫폼과 사진적 행위 06 생성형 인공지능과 사진적 이미지 07 사진과 사진적 이미지의 경계 08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진 예술 실험 09 사진적 이미지와 주체성의 재편 10 메타사진과 뉴픽처스의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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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지점에서 세 번째 단계, 즉 기술 이미지(technical image)가 등장한다. 플루서는 사진을 인류 최초의 기술 이미지로 규정하는데, 기술 이미지는 전통 이미지와 달리 인간의 손이 아니라 ‘장치(apparatus)’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사진기라는 장치 자체가 과학적 이론과 개념이 기술적으로 구현된 결과이기 때문에, 기술 이미지는 장치에 내재된 개념을 다시 이미지의 형태로 변환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기술 이미지는 현실을 직접 추상화한 전통 이미지와 다른 층위에 놓여 있다. 그림은 화가가 세계를 해석하여 캔버스 위에 붓이라는 도구로 그려내는 것인 반면에, 사진은 렌즈, 카메라, 감광판이나 이미지 센서라는 장치를 통해 빛을 물리적으로 포착한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 「01 사진, 최초의 기술 이미지」 중에서 ‘촬영ᐨ저장ᐨ입력’이라는 구분은 사용자가 수행하는 행위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같은 ‘저장’이라 하더라도 그 결과물이 물리적 실재와 맺는 관계는 서로 다르다. 디지털 지도 플랫폼에서 저장한 화면은 이미 촬영된 사진 아카이브에서 파생된 것인 반면, 가상세계 플랫폼에서 저장한 화면은 촬영을 거친 적이 없는 이미지다. 프롬프트를 ‘입력’해서 얻은 이미지에는 촬영이라는 행위 자체가 없다. 사진적 행위의 변화와 사진적 이미지의 조건은 서로 다른 층위의 문제이며, 메타사진은 이 둘을 함께 다룬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사진적 행위는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이라는 특정 동작을 넘어, 사진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미지를 포착·저장·생성하는 모든 실천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촬영ᐨ저장ᐨ입력’으로 이어지는 사진적 행위의 확장을 하나의 틀 안에서 바라보려고 하는 개념이 바로 메타사진이다. --- 「03 메타사진: 촬영, 저장, 입력」 중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사진처럼 보이는 이미지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애초에 사진이 아니다. 카메라도, 실재하는 피사체도, 빛의 물리적 기록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사진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지며, 사진처럼 보이기 때문에 기존의 사진과 유사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한다. (…) 이 변화가 지니는 함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실제 세계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사진적 이미지가, 기존의 전통적인 사진처럼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이 도래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진처럼 보이는 어떤 이미지를 보았을 때, 그것이 실제로 촬영한 것인지, 아니면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것인지를 구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처럼 변화한 이미지 환경을 성찰하기 위해 메타사진이라는 개념적 틀이 필요하다. --- 「06 생성형 인공지능과 사진적 이미지」 중에서 물론 생성형 인공지능의 이미지 생성 알고리즘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의 추천 알고리즘은 서로 다른 기술이다. 그러나 둘 모두 사용자가 내부 작동 방식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알고리즘적 장치를 매개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주체성이라는 공통된 문제를 제기한다. 이 지점에서 이 장 전체를 관통해 온 주체성의 문제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뒤샹의 레디메이드가 그러했듯, 그리고 엘다크젠의 프롬프토그래피 논쟁이 그러했듯, 결국 관건은 인공지능이라는 장치 자체가 아니라 생성형 인공지능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있다. 인간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던져 주는 이미지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존재로 머무를 수도 있고, 반대로 유희의 주체로서 그 장치를 능동적으로 활용하여 예술적 도구로 전유할 수도 있다. 앞에서 살펴본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여러 작가들의 예술적 실천은 모두, 후자의 가능성을 향해 나아간 시도들이었다. --- 「09 사진적 이미지와 주체성의 재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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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았던 장면도 사진처럼 보이는 시대, 사진의 경계가 다시 움직인다
사진은 오랫동안 카메라 앞에 실제 대상이 존재하고, 그 대상에서 온 빛이 이미지로 기록된다는 전제를 지녀 왔다. 그ᅟᅵᆫ간러나 메타버스의 스크린샷과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 오래된 조건을 흔든다. 이렇게 카메라 없이 만들어지는 사진적 행위를 설명하기 위해 ‘메타사진’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디지털 지도에서는 이미 촬영된 장면을 탐색해 저장하고, 가상세계에서는 코드로 구현된 공간을 포착하며, 생성형 AI에서는 문자 프롬프트를 입력해 존재한 적 없는 장면을 사진처럼 만들어 낸다. 사진적 행위가 ‘촬영’에서 ‘저장’을 거쳐 ‘입력’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 책은 지표성과 기록성을 기준으로 전통적 사진과 ‘사진적 이미지’를 구분하면서, 생성형 AI 이미지가 사진과 어디에서 만나고 갈라지는지 살핀다. 플루서, 미첼, 리친, 마노비치, 바르트 등의 사진 이론을 다시 읽고 실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논의를 구체화한다. 나아가 사진·회화·일러스트레이션·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성 이미지를 ‘뉴픽처스’라는 틀로 확장한다. 생성형 AI는 단지 새로운 제작 도구가 아니라 사진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하게 만드는 조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