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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우리에게 온 인사1부 바람에 스치는 별학창시절, 이루고 싶었던 꿈인천간호전문학교의 수석 입학생윤동주의 별이 빛나는 밤간호사, 병원에서 나오다2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기를남양만의 보육 교사조산사의 나날들보건소에서 일어난 일인천도시산업선교회와 만나다3부 별을 노래하는 마음민들레의료협동조합의 노래주민의 힘으로 꽃핀 자리골목에서 들은 한마디새 세상을 꿈꾸는 친구들4부 잎새에 이는 괴로움문 앞에 놓인 신발들신천연합의원의 이름 없는 간호사경찰서에 연행되다인천의원의 상담실5부 밤을 가로지른 걸음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하얀 그림자를 벗어나산업사회보건연구회 사무국장의 일공원에서 울려 퍼진 노동자 노래6부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일하는 여성들의 새출발주민이 만드는 병원어머니와의 작별방문 간호사의 인사나가는 말: 오늘도 길을 걷는다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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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나선 간호사, 약자의 편에 서다 인천간호전문학교 시절, 조옥화는 미국인 선교사 매리언 킹즐리 학감에게서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간호’를 배웠다. 환자의 몸뿐 아니라 마음과 처지를 함께 살피는 전인적 간호의 태도는 그의 평생 간호 철학을 형성했다. 학교를 졸업한 뒤, 그는 조산사로 일하며 또 다른 생의 현장을 마주했다. 분만실은 생과 죽음, 기쁨과 불안이 동시에 교차하는 자리였다. 의료 환경이 좋지 않았던 시절, 그는 산모의 손을 붙잡고 숨을 맞추며 아이의 탄생을 함께 견뎠다.그러나 조옥화가 병원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그의 이상과는 달랐다. 의료 현실은 위계적이었고, 환자는 쉽게 대상화되었다. 그는 점차 의료인의 권위와 환자의 취약성 사이의 간극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소위 말하면 약자 편에 있는 게 편하다”는 그의 고백은 이후 삶의 방향을 설정했다. 돌봄이 병원 담장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은 점점 분명해졌다. 환자를 치료하며 그는 현실의 불평등에 눈을 떴고, 진짜 간호는 병실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그는 하얀 가운을 벗고, 약자들 곁의 자리로 걸어 나가기를 결심한다. 노동자와 여성, 주민의 현장으로 향하다 조옥화의 삶은 간호사라는 직업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에서 활동하며 주민과 노동자들을 만났다. 산업화의 그늘 아래에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삶은 그에게 또 다른 배움의 현장이었다. 그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건강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노동 현장의 현실을 몸으로 익혔다.이후 인천의원 상담실에서 일하며 그는 산업재해 노동자들을 가까이에서 지원했다. 산재 신청 절차를 안내하고, 치료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듣고, 노동자들이 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그의 일상이었다. 이 경험은 이후 산업사회보건연구회 활동으로 이어져, 사회적인 여론을 만들고 산재의 문제의식을 확장하며 조직적으로 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활동을 추진했다.인천도시산업선교회 시절, 무료 진료 사업을 맡아 의료실무자로 일하던 조옥화는 민들레의료협동조합을 세워 주민과 함께 만드는 의료를 실천하기도 했다. 지역 주민이 의료 소비자가 아니라 조합원으로서 병원의 주인이 되는 구조, 예방과 상담을 중시하는 일상적 의료,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이 그곳에 있었다. 그는 의료가 경쟁과 수익이 아니라 협동과 참여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했다.주민의 곁에서 함께하는 그의 활동은 여성 관련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일하는 여성의 나눔의 집에서는 생계와 돌봄을 동시에 감당하며 살아가는 여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시흥여성인력개발센터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곳에서 그는 경력 단절 여성과 구직 여성들을 상담하고 교육을 지원하며 그들의 새출발을 도왔다. 간호사로 시작한 그의 길은 그렇게 노동과 여성의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한 사람의 걸음이 남긴 유산『길 위의 간호사』는 단순한 개인의 생애사가 아니다. 산업화와 민주화, 노동과 여성, 의료와 공동체를 가로지르는 한국 현대사의 또 다른 기록이다. 동시에 간호사라는 직업을 넘어 민주주의자, 보건의료인, 사회운동가로 살아온 한 여성의 역사이기도 하다. 조옥화는 특별한 영웅이 아니다. 일흔이 넘은 그는 오늘도 평범한 방문 간호사로 일하며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화려한 직함도, 앞장선 자리도 없지만, 필요할 때 약자의 곁에 서는 사람으로 살아왔다.조옥화가 오래도록 마음에 품어온 윤동주 시인의 「서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자 했던 한 시인의 고백처럼, 조옥화 또한 늘 스스로의 역할을 자문하며 자신의 길을 만들었다. 『길 위의 간호사』는 한 사람이 그렇게 묻고, 살아온 시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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