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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를 잣는 물레를 부수고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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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2

앨릭스 E. 해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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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x E. Harrow

미국 켄터키에서 나고 자랐다. 베레아 대학에서 역사학 학사, 버몬트 대학에서 역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스턴 켄터키 대학에서 부교수로 재직하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를 가르쳤다. 2018년에 단편 〈A Witch's Guide to Escape: A Practical Compendium of Portal Fantasies〉로 휴고상을 수상했다. 2019년 작 《재뉴어리의 푸른 문》은 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최고의 판타지 소설에 선정되었고, 비평가들의 찬사와 더불어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월드판타지상 최종 후보작이 되었으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등재되었다.
미국 켄터키에서 나고 자랐다. 베레아 대학에서 역사학 학사, 버몬트 대학에서 역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스턴 켄터키 대학에서 부교수로 재직하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를 가르쳤다. 2018년에 단편 〈A Witch's Guide to Escape: A Practical Compendium of Portal Fantasies〉로 휴고상을 수상했다. 2019년 작 《재뉴어리의 푸른 문》은 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최고의 판타지 소설에 선정되었고, 비평가들의 찬사와 더불어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월드판타지상 최종 후보작이 되었으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등재되었다. 2020년 작 《The Once and Future Witches》는 영국 판타지 소설상인 로버트 홀드스톡상을 수상했다. 2021년 작 《A Spindle Spintered》는 휴고상과 로커스상 후보에 올랐다. 2023년 작 《Starling House》는 리즈 위더스푼 추천 도서에 선정되었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등재되었다. 현재 남편과 두 아이들과 함께 버지니아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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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출판기획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가 되었다. 옮긴 책으로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전집』,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 『케이크와 맥주』,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헤밍웨이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휴버트 셀비 주니어의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찰스 부코스키의 시집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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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115*200*20mm
ISBN13
9791198556080

책 속으로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어느 면으로 보나 단연 최악의 동화다. 이 동화에서는 어떤 방향성이나 도덕성도 찾아볼 수 없고 맹목적인 남성들의 우월주의만 들끓는다. 페미니스트들이 민간 설화에 나타나는 여성의 수동성을 말할 때 흔히 거론하는 대표적인 동화이기도 하다(“절정으로 치닫는데도 미녀는 줄곧 잠만 잤다”고 내가 좋아했던 젠더학 교수님은 말했다. “두 가지 의미로 말이지”). 《제저벨》지는 디즈니 영화 역사상 ‘가장 구시대적인’ 작품으로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꼽았는데, 〈인어 공주〉가 버젓이 존재하는 세상인 걸 감안하면 의미심장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인어 공주〉에서 에리얼은 남자를 위해 자기 목소리를 포기했지만,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오로라는 애초에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다. 오로라가 자기 영화에서 내뱉은 대사는 딱 열여덟 줄로, 왕자나 악당은 물론이려니와 대모 요정들보다도 분량이 적다.

심지어 민속학을 전공한 다른 너드들 중에서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로맨틱한 여자들은 《미녀와 야수》를 좋아하고, 평범한 여자들은 《신데렐라》를 좋아하고, 고스 타입의 여자들은 《백설 공주》를 좋아한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좋아하는 건 죽어가는 여자들 밖에 없다.
--- p.9~10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당연하지. 일어날 리가. 이건 먼지가 풀풀 나는 버려진 감시탑 안의 고물일 뿐이고, 피가 날 만큼 날카롭지도 않다. 나는 그저 지지리도 운이 없어 따분하게 죽어가는 여자일 뿐이고, 둘 다 특별할 게 하나도 없다.

나는 살짝 꼬인 눈으로 물렛가락의 뾰족한 쇠침을 내려다본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래컴의 그림에서 본 비련의 금발 머리 여인이 떠오른다. 저주의 그늘 아래에서 성장하는 건 어떤 느낌이었을까. 자기에게 주어진 그 이야기가 얼마나 증오스러웠을까. 그의 증오심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공주는 물렛가락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고 이야기의 그 잔인한 굴레를 벗어나기엔 무력했으니까.

샴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맙소사, 진.”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물렛가락 끝을 꾹 누르고 있다. 침이 말랑말랑한 살 속을 파고든다. 내려다보니 손끝에서 빨간 눈물방울이 하나 맺힌다.
그러고는 정말 무슨 일이 생겨버렸다.
--- p.22~23

나는 공주님에게 환한 미소를 짓는다. 공주님의 완벽한 이마에 가느다란 주름이 두 줄 생긴다. “이름이 뭐야?” 내가 묻는다.
공주가 턱을 아주 살짝 치켜든다. “난 페르스포 레스트의 프림로즈 공주. 그러는 너는 누구니?” ‘넌’에서 우쭐거리는 기색이 감지된다. 말끝에 ‘시골뜨기’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은 눈치다.
“지니아 그레이. 음, 오하이오에서 왔어.” 나는 시선을 휴대전화로 돌려 문자를 보낸다.

무슨 프림로즈인가 등신인가 하는 공주라는데.
야, 그 물레 어디서 샀어?
--- p.31

두 팔로 무릎을 감싸고 앉아 뺨을 무릎에 얹고 새벽이 공주를 은빛과 그림자로 물들이는 걸 바라본다. 잠을 자고 또 자면 어떤 기분일까. 죽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우리 둘 다 참 지랄맞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우주 도덕의 궤적이 정의를 향하니 어쩌니 하는 말이 있던데 그건 잘 모르겠고, 우리의 궤적이 정의를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가 흐름을 바꾼다면 모를까. 우리가 이야기의 귓불을 움켜잡고 발로 걷어차고 고함도 질러가며 더 나은 결말로 끌고 간다면 혹시 모르지. 어쩌면 우주는 원래부터 정의를 향해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로지 조금씩 조금씩 똑바로 이끄는 손과 마음의 무게만이 변화를 만들어내는지도.
--- p.64~65

나는 휴대전화를 뒷주머니에 찔러 넣고 손바닥 밑동으로 눈을 세게 누른다. 눈꺼풀 안쪽에서 작은 불꽃놀이가 팡팡 터진다. 열여섯 살 때도 내 이야기에서 도망치려 시도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험이니 진정한 사랑이니 ‘이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꿈은 접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며 현실에 안주했다.

나는 죽어가는 여자의 철칙을 만들어 그것을 철저히 따랐다. 샴에게 아주 진지한 3장짜리 이별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했지만, 샴은 나더러 ① 머저리라면서 ② 절친이랑 헤어지는 건 법적으로도 불가능하고 ③ 자기는 금발을 더 좋아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내 옆을 지켰다. 내가 의사를 만나러 갈 때도, 처방약을 탈 때도, 〈가고일스〉를 반복 시청할 때도, 룸메이트 때문에 문자로 징징거릴 때도. 난 오로라, 브라이어 로즈 등등 페인트 기포처럼 작은 우주에 홀로 사는 잠자는 공주들이 죄다 안쓰러울 따름이다.
--- p.120

출판사 리뷰

동화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누구보다 잘 비트는 21세기 여자

우리 둘 다 참 지랄맞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본문 64쪽)

지니아 그레이는 스물한 살을 넘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죽음을 알고 살아온 지니아가 유독 마음을 빼앗긴 이야기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다. 자신처럼 미래가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이는 공주에게 동질감을 느껴 이 이야기와 사랑에 빠졌고, 민속학을 전공할 만큼 깊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정작 지니아는 이 동화를 최악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주에 걸려 잠들고 처음 보는 왕자의 키스로 깨어나 그와 결혼하는 공주에게는 자기 삶을 선택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스물한 번째 생일, 지니아의 가장 친한 친구 샴은 오래된 감시탑에 물레까지 가져다놓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테마로 한 생일 파티를 준비한다. 지니아가 장난처럼 물렛가락에 손가락을 찔리는 순간 현실이 뒤틀리고 눈을 뜬 그는 진짜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살아가는 세계에 떨어진다.

그곳에서 지니아는 공주 프림로즈를 만난다. 프림로즈에게도 이미 결말이 있다. 정해진 때가 되면 물렛가락에 손가락을 찔러 백 년 동안 잠들고 왕자의 키스로 깨어나 그와 결혼해야 한다. 문제는 프림로즈가 그 결말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죽음을 알고 살아온 여자와 자신의 해피 엔딩을 알고 살아온 공주. 기다리는 결말은 정반대지만 두 사람 모두 그것을 직접 선택한 적이 없다. 지니아와 프림로즈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는 대신 저주를 건 요정을 찾아가 운명을 바꾸기로 한다. 그러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지니아의 예상과 달리, 그들이 들어선 동화는 조금씩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우리가 사랑했던 동화를 다시 읽는다는 것

동화는 많은 사람이 어린 시절 처음 만나는 이야기다. 무엇이 선하고 악한지, 어떤 사람이 사랑받으며 어떤 삶을 행복이라 부르는지를 단순하고 강렬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역시 아름다운 공주와 사악한 저주, 왕자의 키스와 결혼을 하나의 완성된 해피 엔딩으로 오래도록 반복해왔다. 어린 독자는 잠든 공주를 구하는 낭만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이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공주가 정작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앨릭스 E. 해로우는 이 오래된 동화를 부정하거나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대체하지 않는다. 오래된 동화를 다시 쓰는 일은 과거의 이야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없었던 논의를 꺼내 드는 일이다. 공주는 반드시 왕자를 기다려야 하는지, 모두가 같은 해피 엔딩을 원해야 하는지, 한 번 정해진 결말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를 묻는 순간 독자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이야기를 돌아보게 된다. 《저주를 잣는 물레를 부수고》는 어린 시절 동화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던 독자에게도 이야기 안으로 들어갈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오래도록 반복된 동화의 결말도 다시 쓸 수 있다면 우리에게 당연한 것으로 주어진 역할과 삶의 방향 역시 새롭게 상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나은 결말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여성이 교육받고 재산을 소유하며 투표하고 자신의 몸과 결혼, 삶의 방향을 결정할 권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허락된 자리만을 따르지 않고 다른 삶을 요구했던 수많은 여성이 오랜 시간 싸우며 확보해온 것이다. 그러나 오래된 동화 속에는 여성이 스스로 선택하기보다 구원받기를 기다려야 했던 시대의 질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공주의 이야기지만 정작 공주가 결정하는 것은 거의 없다. 저주는 다른 사람이 내리고, 공주는 그 저주에 따라 잠든다. 다시 깨어나는 계기 역시 왕자의 키스라는 외부의 힘이다. 이어지는 결혼까지 해피 엔딩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지지만 그 과정 어디에도 공주의 선택은 없다. 공주는 이야기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자기 이야기를 움직이지 못하는 수동적인 주인공으로 남는다.

지니아가 물렛가락에 손가락을 찔려 수많은 잠자는 공주들을 목격하고 “멈춰, 돌대가리들아!”라고 외치자(본문 25쪽) 몇몇 공주들의 운명이 선로를 이탈한 기차처럼 살짝 어그러진다. 다가올 운명을 맞이해야 했을 스물한 번째 생일을 무사히 보내는 서사의 이탈을 경험하고 나서, 지니아는 이것이 운명을 바꿀 기회라고 여긴다.

“운명을 바꿀 기회야. 뭐라도 할 기회.” 열여섯 살 때 짐을 꾸려 달아날 계획을 세운 이후 ‘뭐라도 할’ 의욕이 생긴 건 처음이다.
공주는 좌절이 어린 한숨을 길게 내쉬지만 눈빛에서 실낱같은 희망이 반짝거린다. “이를테면?”
“이를테면……” 내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반짝 떠올라 온전한 형태를 갖춘다. 무장한 아테나인처럼, 정말 무모한데 마음에 쏙 든다. “우리가 주도권을 쥐는 거야.”
(본문 49쪽)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만 했던 두 여자가 서로를 만나서 서사의 궤적이 살짝 어긋난다. 그제야 두 사람은 처음으로 인생의 주도권을 쥐려 결심한다. 자신들의 자유와 삶을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 행동에 나서야만 내 앞에 더 나은 결말이 생겨날 수 있다.

《저주를 잣는 물레를 부수고》는 세상과 이야기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정의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더 나은 결말은 기다린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이미 쓰인 이야기에 직접 개입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우주 도덕의 궤적이 정의를 향하니 어쩌니 하는 말이 있던데 그건 잘 모르겠고, 우리의 궤적이 정의를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가 흐름을 바꾼다면 모를까. 우리가 이야기의 귓불을 움켜잡고 발로 걷어차고 고함도 질러가며 더 나은 결말로 끌고 간다면 혹시 모르지. 어쩌면 우주는 원래부터 정의를 향해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로지 조금씩 조금씩 똑바로 이끄는 손과 마음의 무게만이 변화를 만들어내는지도.
(본문 64~65쪽)

이것이 해로우가 고전 서사를 전복하는 방식이다. 공주를 더 강한 전사로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공주의 운명을 결정해온 이야기의 규칙 자체를 흔든다. 지니아와 프림로즈가 원하는 것은 완벽하게 보장된 해피 엔딩이 아니라 자기 삶에 개입하고 다른 길을 선택할 권리다. 이 작품에서 생존은 죽음과 저주를 완벽하게 물리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결말 앞에서도 그곳까지 어떻게 살아갈지를 직접 선택하는 일이다.

하나의 동화, 수없이 많은 여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우리가 하나의 이야기로 기억하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는 수많은 판본이 존재한다. 이야기가 전해진 시대와 지역에 따라 공주가 잠드는 이유와 깨어나는 방식, 마지막에 도착하는 결말도 다르다. 앨릭스 E. 해로우는 이 동화의 오랜 전승과 변형을 멀티버스라는 판타지적 장치로 확장한다. 어깨가 떡 벌어진 바이킹 여인, 우주를 누비는 흑인 공주, 1990년대 청소년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소녀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 인종과 모습으로 존재하는 ‘잠자는 공주’들은 아름답고 순종적이며 왕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단 하나의 여성상에서 벗어난다.

이 멀티버스의 중심에 서있는 지니아 역시 기존의 동화가 주인공으로 삼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는 완벽한 공주도 선택받은 영웅도 아니라 자신의 죽음을 알고 살아온 시한부 환자이자 동화의 여러 판본과 규칙을 줄줄 꿰고 있는 21세기 민속학 너드다. 지니아는 이야기 바깥의 독자처럼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지닌 한계를 알아보면서도, 이야기 안의 인물이 되어 그 규칙에 직접 개입한다. 해로우는 수동적인 공주를 또 하나의 전형적인 ‘강한 여성’으로 교체하는 대신 동화를 읽고 비판해온 여자를 그 세계 안으로 밀어 넣는다. 지니아가 독자와 등장인물의 경계에 서서 동화의 규칙을 읽고 바꾸는 인물이라는 점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나의 동화가 수없이 많은 여성의 이야기로 갈라지는 순간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더 이상 특정한 공주에게만 주어진 옛이야기가 아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역할과 결말 앞에서 다른 삶을 상상해본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해로우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의 결말을 반복하는 대신 여자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함께 더 나은 결말로 나아갈 수 있는 세계를 보여준다.

완벽한 해피 엔딩보다 내 삶을 선택할 권리

《저주를 잣는 물레를 부수고》에서 공주를 구한다는 것은 왕자를 대신해 새로운 결말을 정해주는 일이 아니다. 운명과 조건을 마음대로 통제한다는 뜻도 아니다. 지니아의 병과 프림로즈의 저주처럼 개인의 의지만으로 없앨 수 없는 현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결말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과 그곳까지 살아가는 방식마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지니아가 프림로즈에게 돌려주려는 것은 정답처럼 완성된 또 하나의 해피 엔딩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이야기에 직접 개입하고 앞으로의 삶을 선택할 기회다.

두 사람은 자신에게 닥친 모든 일을 물리치는 대신 이미 정해진 결말에 어떻게 맞설지, 누구와 함께할지, 그곳까지 어떤 삶을 살아갈지를 직접 선택한다. 이야기에서 행복하다고 선언한 결말이 아니라 당사자가 직접 ‘선택’한 결말. 누구도 대신 써주지 않은 자기 몫의 다음 페이지. 이것이 앨릭스 E. 해로우가 공주들에게 돌려주는 주체성이며 《저주를 잣는 물레를 부수고》가 다시 쓰는 새로운 해피 엔딩이다.

추천평

“생생하고 전복적이며 페미니즘적인 《잠자는 숲속의 공주》 다시 쓰기!” - 캐서린 아든 (《The Bear and the Nightingale》 작가)
“뛰어난 주인공, 영리한 문장, 매력적인 플롯.” - 낸시 펄 (NPR 도서 평론가)
“디즈니 공주들을 위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같은 작품!” - 마이크 첸 (《Here and Now and Then》 작가)
“자기 이야기의 작가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놀랍도록 상상력 넘치고 지독하게 퀴어한 이야기.” - 칼린 베이런 (《Cinderella Is Dead》 작가)
“스릴 넘치고, 유쾌하고,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자의식적이고 주체적인 변주.” - 세라 핀스커 (《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 작가)
“해로우는 전통 동화를 뒤집고 또 뒤집어 그것으로 통쾌하게 한 방을 날린다.” - 엘런 클레이저스 (《Passing Strange》 작가)
“공주 이야기가 궤도를 이탈했다. 때로는 달콤하고 유쾌하며, 때로는 신랄하게 기존의 ‘행복하게 오래오래’를 찌른다.” - 커스틴 홀 (《The Border Keeper》 작가)
“유쾌하고 날카로우며 퀴어하고, 원작을 깊이 사랑하는 작품이다.” - NPR
“여성의 우정과 힘, 독립이라는 주제가 유쾌한 여운을 남긴다. 동화와 슈퍼히어로 영화의 매시업 같은 순수한 즐거움.” - 커커스 리뷰
“해로우는 뛰어난 이야기 솜씨로 수동적인 공주에게 다시 주체성을 돌려준다.” - 북리스트
“동화 독자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빠르고 매력적인 독서.” - 버즈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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