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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리 세공인 집안의 아이들
2. 위기를 넘기다 3. 젊은 건축가 4. 정상으로 가는 길 5. 진보에 영광을! 6. 그리스도를 본받아 7. 속죄의 성전 |
Max Ve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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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가우디의 ‘삶’인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가우디의 이름은 언제나 건축물과 함께 불려 왔다. 그러나 이 책은 가우디가 남긴 건물보다, 한 인간으로서 가우디의 내면에 주목한다. 저자는 시험장에 지각해 허둥대는 학생, 명함에 이름을 ‘안토’라고 줄여 쓴 신출내기 건축가, 부유층 사교계에서 끝내 이방인으로 머물 수밖에 없던 가우디를 그린다. 형과 어머니, 누나가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 꿈꾸던 노동자 주택 사업과 구엘 도시 주거지 계획이 무산되며, 결국 가족도 친구도 재산도 남지 않는다. 이 책은 성공담보다는 상실과 고난의 기록에 가깝다. 그렇기에 자신이 떠난 뒤에도 계획이 왜곡되지 않도록 공사 순서마저 바꿔 가며 성당에 모든 것을 바친 그의 마지막 모습이 더욱 뭉클하게 다가온다. 한 개인의 실패와 좌절이라도 그것이 절실한 꿈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당대를 넘어 후대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가우디는 생생히 보여주는 것이다. 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한 막스 벤토는 예리한 후배 예술가의 시선으로 가우디의 삶을 면밀히 살핀다. 마지막 날에서 시작해 마지막 날로 돌아오는 이야기 이야기는 가우디가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인 1926년 6월 7일에서 시작된다. 성당 작업실을 나와 경당으로 향하던 그가 전차에 치이는 장면이다. 느닷없이 돌진하여 파국적 결말을 초래하고 멀어지는 전차, 쓰러진 노인을 두고 행인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시간은 그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스토리는 일곱 개의 장으로 나뉘어, 4대째 구리를 두드리던 집안의 막내가 대성당의 건축가가 되기까지의 갈림길을 차례로 보여준다.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 이야기는 다시 6월 7일로 돌아온다. 가우디가 퇴근하면서 동료들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 “내일은 아주 멋진 일을 하게 될 거야!” 결말을 아는 독자는 이 평범한 한마디 앞에서 오래 머무르게 된다. 처음과 끝이 이어지며 한 사람의 생애가 하나의 원으로 완성되는 구성이다. 이 같은 순환구조를 만들면서 작가는 스토리가 맞물리는 지점에 주인을 잃고 텅 빈 가우디의 작업실 장면을 삽입한다. 가우디의 죽음이 초래할 불투명한 미래를 암시하며 독자를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긴장 상태로 이끄는 것이다. 천재의 곁에 있던 사람들 가우디의 삶은 그가 만난 사람들을 통해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성실한 의대생 형은 몽상가 동생을 다그치면서도 밤새 도면 작업을 옆에서 도와주었는데, 그 형이 스물다섯에 세상을 떠나자 가우디는 아버지의 신뢰와 지원하에 가족의 재산을 처분하여 건축가의 길을 이어 간다. 우연한 기회에 그를 알아본 에우세비 구엘은 평생의 후원자가 되지만, 저자는 그의 사회의식이 시혜적 온정주의에 기반해 있었음을 쿨하게 짚어 둔다. 노동자 협동조합을 세운 살바도르 파제스와 함께한 마타로 프로젝트는 서른 채로 계획된 노동자 주택이 단 두 채만 지어지며 씁쓸하게 끝난다. 가우디가 인공폭포까지 설치하며 심혈을 기울인 마타로 작업장의 준공식 날 밤, 그는 마타로의 교사 페페타 모레우에게 청혼하지만 그 사랑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여러 어려움이 이어지던 시기, 가우디는 단식에 몰두해 쇠약해지고 토라스 신부가 그를 찾아와 ‘예정된’ 사명을 일깨운다. 저자는 가우디를 홀로 우뚝 선 천재가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흔들리고 상처받으며 자기 길을 찾아가는 인간으로 그려낸다. 자연에서 답을 찾은 불멸의 건축가 저자는 가우디의 건축을 난해한 이론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직관적인 장면으로 보여준다. 고딕 성당의 외부 버팀벽을 ‘목발에 기댄 불완전한 몸’이라 여겼던 청년은 버팀목이 필요 없는 나무에서 성당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현수선 아치는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 앞에서 목걸이를 늘어뜨려 보이는 장면으로 등장하고, 이 아이디어는 마타로의 작업장에서 열세 개의 아치로 구현된다. 토라스 신부가 숲속을 거닐며 가우디에게 넌지시 건넨 멘트, “이곳을 거대한 성당이라고 생각해보세요”라는 말은 자연과 신앙, 기하학이 하나로 이어진 그의 건축 세계를 예고한다. 막스 벤토는 이 과정을 암시적인 대사와 함께 고전적인 드로잉과 따뜻한 색조로 담아낸다. 리세우 극장 참사를 전하는 당시 신문지면 같은 장면들은 독자를 19세기 말 바르셀로나 한복판으로 데려가고, 건축 이야기에 낯선 독자도 한 컷씩 따라가다 보면 가우디의 속마음에 닿게 된다. 스토리 전개의 빈틈을 메워주는 옮긴이 주석 한국의 독자들 사이에서 안토니 가우디가 갖는 지명도는 다른 건축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그의 서거 100주년을 맞아 그에 대한 관심도 더 뜨거워졌다. 이 책의 역자는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옮긴이 주석을 충분히 달았다. 개별 에피소드와 그 배경 사이의 간극을 메워 이미지 중심 스토리 전개의 빈틈을 보완함으로써, 누구나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갈릴레이가 현수선을 포물선으로 오인했다는 대목이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초기 설계와 건축가 교체 경위처럼, 그림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설명이 곳곳에 추가되어 있다. 특히 가우디의 상상력과 관련하여 독자가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장면에서는 옮긴이가 저자에게 메일로 질문하고 받은 답변을 실었다. 작가가 참고한 자료와 ‘예술적 상상’이 어디서 갈라지는지를 저자의 목소리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 서거 100주년에 가우디를 다시 만나려는 독자에게 이 책은 믿을 만한 안내서이자 한 편의 인간 드라마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