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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화」
누구나 몇 번씩은 살면서 뒤집힌다 강물이 여울에서 눈부시게 깨어진다 처참한 골짜기에서 피어난 꽃을 보게 「돌아온 토르소」 사랑한다는 말로 너를 뒤덮어 줄게 잘린 어깨에서 거짓말처럼 소망이 피어날 거야 꿈꾸는 플라타너스 나를 환희해 다오 「잠잠한 풍령을 흔들어」 가만히 놓아줘요 동행은 여기까지 풍령에 스민 바람 그림자를 흔들어 잠잠한 生을 노래하게 해요, 행복할 수 있어요 「다시 보는 세계」 아무 데서나 아무렇게나 축복이 피는구나 쓰레기장에 번지는 풀꽃의 미소 이토록 청순했던가 세상을 다시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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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의 주요 특징
1. 정형의 율격 속에 살아나는 강한 서정 서연정 시인의 시조는 정형의 틀을 지키면서도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내면의 에너지를 보여준다. 자연과 인간,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포착하고, 정제된 언어 속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노창수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서연정 시조의 특징을 화자와 대상을 하나의 망으로 연결하는 감각에서 찾는다. 대상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보다 사물의 미세한 움직임과 기미를 감지하고, 그 움직임에 스스로 반응하며 교감하는 시적 태도다. 2. 상처와 파괴의 자리에서 발견하는 생명의 순간 「점화」는 이번 시집의 핵심적인 시적 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강물이 여울에서 “눈부시게 깨어지”는 순간, 삶의 뒤집힘과 파괴는 단순한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자리에서 꽃이 피어나고 새로운 생명의 순간이 시작된다. 서연정의 시조에서 상처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인식으로 나아가는 통로가 된다. 삶의 처참한 순간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다시 피어나는 생명의 힘을 발견하는 것이다. 3. 관계와 이별 이후에도 이어지는 사랑의 감각 시인은 사랑과 동행의 의미를 단순한 결합이나 지속의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 「잠잠한 풍령을 흔들어」에서 “동행은 여기까지”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바람과 풍령의 울림은 계속된다. 함께하는 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관계의 의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남겨진 여운을 자신의 내면에서 받아들이고 다시 살아가는 힘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서연정 시조가 보여주는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다. 4. 익숙한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 시선 「다시 보는 세계」에서는 쓰레기장에 피어난 풀꽃을 통해 익숙한 세계를 새롭게 바라본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피어난 작은 꽃은 시인의 시선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이처럼 시인은 일상의 가장 낮고 가까운 자리에서 생명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 해설- 부분 노창수 문학평론가 시인은 대상을 멀리서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물의 미세한 움직임과 기미를 포착한다. 자연과 인간, 사물과 화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시적 정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점화」에 대해서는 강물이 여울에서 “눈부시게 깨어진다”는 표현에 주목하며, 파괴와 균열의 순간이 오히려 꽃이 피어나는 ‘점화’의 순간으로 전환된다고 분석한다. 「나무의 일생」에서는 나무의 생애를 사랑과 성장, 그리고 열매를 바치는 과정으로 바라보며, “모서리를 지워 사랑이 둥그스름하다”는 이미지 속에서 관계와 사랑에 대한 시인의 태도를 읽어낸다. 결국 서연정의 시조는 삶의 모서리를 지나며 얻은 경험을 정형의 율격 속에 담아내고, 그 과정에서 독자에게 깊은 서정적 체험을 건넨다. ■ 작가의 말 꽃을 본 적이 있었던가? 가끔 열매의 전생을 거슬러 들어갑니다. 어마어마한 생의 적요와 생명의 환희 모든 것을 승복시키는 힘이 그곳에 닿아 있습니다. * 서정의 힘과 삶의 결이 빚어낸 시조의 숲 서연정 시인의 열한 번째 시조집 『사랑할 수 있을 때』는 오랜 시간 시조와 함께해온 시인의 경험과 내면이 정제된 형식 속에서 깊게 발현된 작품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삶의 밝은 순간만을 노래하지 않는다. 사랑할 수 없는 순간, 관계가 끝나는 순간, 삶이 뒤집히는 순간, 상처와 상실이 찾아오는 순간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는 꽃과 생명의 기척을 발견한다. “사랑할 수 없을 때가 있기에 사랑할 수 있는 날이 빛날 것이다”라는 시집의 문제의식은 이러한 시적 세계를 함축한다. 특히 ‘토르소’ 연작은 잘려나간 몸의 이미지를 통해 결핍과 상실을 드러내면서도, 그 자리에서 소망과 사랑이 다시 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점화」에서는 삶의 뒤집힘과 파괴를 지나 새로운 생명의 순간으로 나아가며, 「다시 보는 세계」에서는 버려진 공간에서 피어난 풀꽃을 통해 세계를 새롭게 바라본다. 이처럼 서연정의 시조에서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강물과 꽃, 나무와 바람, 새와 숲은 인간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며 내면의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오랜 세월 정형시조의 길을 걸어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정제된 형식 안에 깊은 서정을 담아낸다. 그 서정은 때로는 처연하고, 때로는 단단하며, 결국에는 다시 살아갈 힘과 생명의 환희로 귀결된다. 『사랑할 수 있을 때』는 상처와 상실을 지나온 이들에게 사랑의 의미를 다시 묻고,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세계의 작은 생명들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시조집이다. ■ 출간 의의 서연정 시인은 1997년 《중앙일보》 지상시조백일장 연말장원과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을 계기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시조 창작을 이어왔다. 이번 『사랑할 수 있을 때』는 그동안 축적해온 시적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과 상실, 관계와 소멸, 자연과 생명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자신만의 정형시조 언어로 풀어낸 열한 번째 시조집이다. 특히 삶의 고난과 상처를 단순한 절망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생명의 가능성과 회복의 순간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이번 시집은 서연정 시조 세계의 한 흐름을 집약해 보여준다. 정형의 틀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서정의 힘, 일상의 사물에서 생명의 기척을 발견하는 섬세한 시선, 그리고 상실 이후에도 다시 사랑하고 세계를 바라보려는 내면의 힘이 이번 시집을 관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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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앞에서 눈물이 터졌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것들을 하나로 잘 꿰는 신통함을 지닌 사람. 서연정 시인의 열한 번째 시조집 『사랑할 수 있을 때』는 천근만근인 마음도 거뜬히 움직인다. 「독작」이나 「잠잠한 풍령을 흔들어」 등 사랑할 수밖에 없는 시인의 진정 앞에서 한참씩 머물며 나는 충전했다. 그리고 회복기를 맞았다. - 이태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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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연정 시인의 시조가 몽상가의 그림책이었으면 했다. 고난을 견디고 나면 행복해지는, 역설적으로 피어나는 가을날의 판타지가 되기를 빌었다. 고단하고 숟가락 들 힘조차 없던 날들을 이겨내고 아이들을 키워낸 어머니의 노래가 이곳에는 있다. 사랑할 수 없을 때가 있기에 사랑할 수 있는 날이빛날 것이다. 서연정 시인의 열한 번째 시조집 《사랑할 수 있을 때》는 수풀에 둥지를 튼 어미 꿩처럼 시조에 둥지를 틀고 살아온 시인의 날이 곳곳에서 번뜩이는 낫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지금 여기에서 더 무엇을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모두가 문을 닫아걸고 잠이 들 때 시인의 길고 긴 곡성이 노래처럼 들린다. 처연하지만 아름답다. 아름답지만, 결코 쉽게 눈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새벽에 가장 먼저 눈 뜨는 이들이 이 풍경을 만날 것이다. 시인이 그린 이 이야기는 읽고 나면 행복해진다. - 임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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