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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산책길에서 가끔 마주치는 얼룩무늬 길고양이와 혼자 걷는 시간이 유난히 많은 한 소년. 이상교 작가의 동시 <덜룩이>를 바탕으로 한 <얼루기>는 이 둘이 서로에게 곁을 내주기까지의 느리고, 그래서 더 진실한 과정을 보여줍니다.
얼루기는 장애가 있는 고양이입니다. 소년은 그런 얼루기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저 낙엽 밟는 소리를 나눠 듣고, 나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가까워질 뿐입니다. 이 책이 그리는 소통은 이처럼 말이 아니라 '곁에 머무는 마음'입니다. 얼루기와 소년은 서로 다른 두 존재가 같은 모습이거나 같은 처지에 있지 않더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이 이야기는 얼루기가 소년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소년은 몸이 커서 얼루기의 집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작가는 '들어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소년의 대답과 그럼에도 이어지는 둘의 관계를 통해 다름은 굳이 없애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우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행복한 공존이 시작됩니다. 이형진 작가는 이 조심스러운 관계의 변화를 계절의 흐름으로 말해 줍니다. 계절의 변화를 따라 흐르는 공원의 사계절과 얼루기와 소년의 표정을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 넣으며, 짧은 동시 한 편으로 한 권의 그림책으로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가로로 긴 판형이 각 인물의 시점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주어 몰입감을 높이도록 했습니다. 얼루기와 소년이 함께 앉아 있는 책의 표지처럼,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함께하는 마음이 담긴 <얼루기>를 통해 진정한 소통과 공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