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딸1장 일식 2장 미역국 3장 전쟁놀이 4장 상처 5장 흰 운동화 6장 부치지 못한 편지 7장 아빠의 장례식
제2부 아빠8장 국방경비대 제14연대 9장 동포의 학살을 거부한다 10장 재회 11장 불길한 징조 12장 학살 13장 흰 신 14장 은희야, 울지 마라 15장 살아남은 사람들
여성들의 목소리 작가의 말 지도 해방에서 여순항쟁까지 참고 문헌 |
Keum Suk Gendr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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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니 오빠를 따라 뛰어놀던 고흥의 팔영산. 이곳에선 여순항쟁과 한국전쟁 당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유골들이 나의 고향 땅에서 바람 불고 비 오면 서성댄다. 나는 어렸을 때 비만 오면 우리 집 뒷산에 있던 대나무 숲에서 귀신들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아빠는 여순항쟁을 어떻게 살아냈고 어떻게 기억할까? 나는 아빠 생전에 묻지 못했다. 그 시대를 기억하고 아빠를 알던 사람들도 모두 돌아가셨다. 그러니 나는 영원히 알 수가 없다. 그 답답한 마음에, 아빠를 만나고 싶고 이해하고 싶고 아빠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에 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픽노블 『흰 신』은 대한민국 최초의 계엄령 하에 일어났던 여순항쟁에 관해 유족들의 증언 및 연구자들과의 인터뷰, 현장답사, 문헌기록 그리고 1990년대 민주화 투쟁을 했던 우리 세대의 경험과 실화를 바탕으로 쓰고 그렸다. ‘흰 신’이라는 제목은 엄마와 여러 유족들의 증언에서 비롯되었다. 여순항쟁 당시 사람들은 흰 신을 신었다는 이유로 잡혀갔다. 정말 흰 신을 신어서였겠는가? 그저 닥치는 대로 사람을 잡아 죽이기 위한 핑계는 아니었을까? 여러차례 남도로 내려가 유족들을 만났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땅, 내 부모와 조상이 농사짓고 살았던 땅을 밟으며 그들의 억울함과 슬픔, 가난 속에서도 살아낸 생명력을 마주했다. 작업하는 동안 단 하루도, 단 한순간도 여순항쟁의 영령을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몸으로 그렸다. 손에, 발에 먹물을 묻혀 그렸다. 몸과 마음과 정신과 영혼의 기록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작가의 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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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10월 19일, 말하지 못한 그날의 역사
여순항쟁을 생생히 복원해낸 최초의 그래픽노블 여순항쟁은 1948년 여수에 주둔하던 국군 제14연대의 군인들이 이승만정부의 제주4·3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봉기한 데 따른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학살당한 사건이다. 당시 대한민국 최초의 비상계엄이 선포되기도 했으며, 그 희생자만 수천, 수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나 8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제대로 된 조사 한번 이뤄지지 못했다. 흰색 신발을 신었다는 이유로, 군용 속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바짓가랑이에 흙이 묻었다는 이유로 봉기군으로 몰려 죽임당한 이들과 그 유족은 ‘빨갱이’라는 낙인에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못한 채 오랜 시간 침묵의 삶을 살아왔다. 일본군 ‘위안부’, 제주4·3, 한국전쟁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담담히 그려온 김금숙은 마침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땅의 비극적 역사를 그려냈다. 6년 전 순천에서 열린 한 북토크에서 ‘왜 정작 고향에서 일어난 여순사건에 대해서는 작품을 그리지 않느냐’는 독자 질문을 받고서 반드시 그리겠노라고 화답했다는 저자는 유족 증언, 현장답사, 당대 사료, 전문가 취재 등 어느 하나 허투루 다루지 않고 여순항쟁의 면면을 엄밀히 복원해냈다. 특히 여순항쟁을 살아낸 여성 피해자와 유족을 실제로 만나 대화를 주고받은 순간을 글과 그림으로 채록한 증언록 ‘여성들의 목소리’는 이 책의 백미다. 한국현대사의 가장 아픈 손가락 중 하나지만 여태껏 제대로 이야기되지 못했던 여순항쟁을 최초로 그려낸 그래픽노블이자 출판만화라는 점에서 『흰 신』의 의미는 깊다. 여순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진행 과정,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의 삶과 후대에 남긴 의미까지 만화라는 생생한 매체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꼭 알아야 할 우리네 역사와 그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친근한 형식 안에 녹여냄으로써 전 세대를 아울러 두루 읽힐 만한 가치 있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아버지의 누나들은 왜들 그리 일찍 돌아가신 걸까’ 저자의 가족사에서 한반도의 역사로 『흰 신』은 저자의 실제 삶과 가족 배경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왜 아버지는 한번도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을까, 아버지의 누나들은 어째서 다들 그리 일찍 돌아가신 걸까’라는 질문에서 비롯된 이야기는 저자의 성인기에서 시작해 어릴 적 고향 살던 시절, 그리고 아버지의 젊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흰 신’은 이 세 시점을 연결하며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소재다. 아버지에게 대입 선물로 받은 흰 운동화를 신고 1990년대 초 캠퍼스를 누빈 저자에게 ‘흰 신’이라는 소재는 아버지와 더불어 1980~90년대 대학가를 물들인 민주화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작품 속 아버지에게 ‘흰 신’은 여순항쟁 때 학살로 목숨을 잃은 누나를 위한 선물이기도 했다. 실제로 여순항쟁 당시 봉기군이 점령한 곳에서는 인민위원회가 설치되어 주민들에게 흰색 운동화를 무료로 나눠주었는데, 이승만정부가 보낸 토벌군이 다시 점령한 뒤 흰 신을 신은 사람들 모두 봉기군 협력자라며 남김없이 학살했다. 그저 흰 신을 신었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장면은 이후 한반도에서 빈번하게 반복될 양민 학살의 참극을 상징한다. 이처럼 『흰 신』은 1948년 여순항쟁에서 출발해 1980~9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를 거쳐 12.3 내란을 겪어낸 오늘날 독자들에게 도달한다. 국가권력의 부당한 폭력이 이 땅에서 어떻게 되풀이되어왔는지를 마주하게 만들기에 이 이야기는 80여년 전에 그저 지나간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다시금 소환되고 확장된다. 가장 한국적인 필치로 세계를 울리다 전세계 6개 언어권 출간 확정 한국 만화가 최초 하비상 수상,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수훈, 아이즈너상 3개 부문 후보 지명에 빛나는 김금숙 만화의 특장은 붓과 먹으로 오롯이 그려낸 수묵의 향연이다. 거친 선과 짙은 먹의 강렬한 그림은 이번 작품에서도 지면 위에서 시원스레 펼쳐진다.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만화 한편이 뚝딱 만들어지는 시대, “손에, 발에 먹물을 묻혀”(458면)가며 종이 위에 한장 한장 그려낸 묵화로 작품을 빚는 저자의 장인정신은 국경을 넘어 전세계를 울리기에 충분하다. 글로벌 독자들이 믿고 읽는 그래픽노블 작가답게 『흰 신』은 이미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독일어 등 여러 언어권에 판권이 판매되어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여순항쟁의 기억을 복원하는 것을 넘어, 국가폭력과 전쟁,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인간의 존엄이라는 보편적 질문을 세계에 건네고 있기에 이러한 호응이 가능했다. 역사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새로이 재현하고 마주하는 일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이자 존엄의 회복임을 이 작품은 일깨운다. 서평 잊으라고 해서는 안 된다. 언제 적 이야기를 아직도 하고 있느냐고 답답하게 여겨서는 더더욱 안 된다.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일들이 있다. 어떤 이유로든 사람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국가가 국민을 죽여서는 더더욱 안 된다.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죽은 자들의 한은 민족의 영혼을 좀먹으며 영생한다. 작가의 아버지가 죽은 누이의 시신을 찾아 산중을 헤매던 그 밤은 아버지만의 밤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밤이다. 김금숙 작가가 되살려낸 그날의 밤이, 우리 민족의 그 어둔 밤이 다시 환히 밝아지기를! - 소설가 정지아 어머니는 평생 여순사건을 입에 올리지 않으셨다. 여순으로 아버지를 잃은 내게 어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은 “앞장서지 마라. 지고 살아야 한다”였다. 억울한 고통 속에 부모를 잃고 뿔뿔이 지내온 유족들에게 『흰 신』은 마침내 침묵의 한을 달래줄 선물이다. 흰 신에 새겨진 살벌했던 역사를 고요하게 펼쳐낸 이 거작을 마주하며, 여순항쟁 2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감사의 마음으로 추천한다. - 여순항쟁 여수유족회장 서장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