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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 자본주의
가치와 소유권의 새로운 질서
이준정 저
미래탐험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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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지능이 풍요로워진 날
Ⅰ. AGI 자본주의를 읽는 법
제1장 풍요는 새로운 희소성을 만든다
제2장 AGI 자본주의를 읽는 다섯 질문
제3장 지능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Ⅱ. 지능자본은 어디에 쌓이는가
제4장 데이터 - 지능의 원료에서 자산으로
제5장 계산 - 지능을 만드는 공장
제6장 모델 - 지능은 어떻게 자본재가 되는가
Ⅲ. 일과 돈은 어떻게 다시 나뉘는가
제7장 직업은 사라지기 전에 쪼개진다
제8장 노동의 새로운 계층 - 누가 AI를 지휘하는가
제9장 노동소득은 어디로 이동하는가?
제10장 AI가 만든 부는 누구의 것인가?
Ⅳ. 누가 지능의 방향을 결정하는가
제11장 소버린 AI - 소유보다 선택권
제12장 에이전트 경제 - 지능이 행동하기 시작한다
제13장 인간 최종권 - AI에게 어디까지 맡길 것인가
제14장 신뢰의 경제 - 지능이 흔해질수록 무엇을 믿을 것인가
제15장 규제의 역설 - 혁신을 막지 않고 권력을 통제하는 법
Ⅴ. 지능자본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바꾸는가
제16장 지능자본의 집중 - 승자독식은 더 강해지는가
제17장 기업의 재편 - 사람이 적은 기업이 더 커질 수 있는가
제18장 금융은 미래의 지능을 먼저 산다
제19장 지능무역 - 국가는 무엇을 사고팔게 되는가
제20장 지능강국의 조건 - 한국은 무엇을 소유해야 하는가
Ⅵ. 어떤 AGI 자본주의를 만들 것인가
제21장 풍요의 역설 - 생산성은 모두를 부유하게 만드는가
제22장 소유의 재설계 - 시민도 지능 자본의 주인이 될 수 있는가?
제23장 기회의 재설계 - 지능은 새로운 사회간접자본인가
제24장 시민경력 사다리 - AI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다시 생산자가 되는가
제25장 AGI 자본주의 -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에필로그
풍요의 주인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SPECIAL APPENDIX / 특별부록
찾아보기
핵심 개념 찾아보기

저자 소개 1

미래탐험연구소 대표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객원교수다. 과학기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기술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칼럼을 신문 및 잡지에 연재하고 있으며, 각종 교육기관, 대학, 기업, 단체 등에 초청되어 미래 첨단기술과 우리의 삶의 변화를 재미있게 소개해 주는 명강사이기도 하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졸업 후, KAIST 재료공학부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포스코(POSCO) 산하 연구소에서 30여 년간 첨단 산업기술을 연구 개발하여 국내외 특허를 40건 취득했다. 주요 직책으로는 박판 그룹장, 압연 연구실장. 설비엔지니어링 그룹장, 자동화 연구센
미래탐험연구소 대표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객원교수다. 과학기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기술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칼럼을 신문 및 잡지에 연재하고 있으며, 각종 교육기관, 대학, 기업, 단체 등에 초청되어 미래 첨단기술과 우리의 삶의 변화를 재미있게 소개해 주는 명강사이기도 하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졸업 후, KAIST 재료공학부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포스코(POSCO) 산하 연구소에서 30여 년간 첨단 산업기술을 연구 개발하여 국내외 특허를 40건 취득했다. 주요 직책으로는 박판 그룹장, 압연 연구실장. 설비엔지니어링 그룹장, 자동화 연구센터장, 울산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또한 포스텍(Postech) 겸직교수, 지식경제부 첨단소재분과위원, 소재원천기술위원, 산업단지혁신클러스터 전문위원, 금속기술지원단장 등을 역임했다.

과학기술진흥의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원로공학기술자의 모임인 한국공학한림원 회원이기도 하다.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저명한 연구자로 12년 연속 등재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미래를 생각한다(정재승 외 10인 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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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150*225*30mm
ISBN13
9791199742529

책 속으로

지능의 가격이 무너진다
기계가 육체노동의 가격을 낮추고, 컴퓨터가 연산 비용을 떨어뜨렸으며, 인터넷이 정보 복제 비용을 '0'으로 수렴시켰듯, AI는 이제 '지능의 가격'을 파괴하고 있다.

글쓰기, 번역, 리서치, 데이터 분석, 코딩, 이미지 생성, 설계와 대안 평가까지. 과거에는 고등 교육을 받은 전문가 집단을 동원해야 했던 수많은 지적 과업을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극단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추론 비용의 하락 폭은 놀라울 정도다. 스탠퍼드대 보고서에 따르면 GPT-3.5 수준의 추론 비용은 18개월 만에 280분의 1 이하로 급락했으며, 과업에 따라 연간 최대 900배까지 하락한 사례도 관찰되었다.¹ 게다가 최상위권 모델 간 성능 격차마저 빠르게 좁혀지면서, 기술 경쟁의 무게중심은 단순한 벤치마크 점수에서 '비용과 신뢰성, 실제 현장에서의 유용성'으로 이동하고 있다.²

AGI는 단순한 '지능 혁명'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가격 혁명'이다.
중요한 것은 AI가 시험문제를 몇 개 더 맞히느냐가 아니다. 인간과 기업이 지적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지불해야 했던 시간, 자본, 조직의 규모가 얼마나 극적으로 줄어드는가이다. 가격이 달라지면 소비 방식이 바뀌고, 사용 방식이 바뀌면 산업 구조가 재편되며, 산업 구조가 재편되면 자본의 흐름 또한 완전히 이동한다.
--- pp.19-20

물건이 아닌 경험과 신뢰가 자본이 된다
산업사회의 희소성이 토지, 광물, 공장, 기계 같은 물리적 자산에 머물렀다면, 지능 과잉 사회의 희소성은 훨씬 무형적이고 유기적인 영역으로 이동한다.

· 제품과 공간:기본 설계와 기능 최적화가 평준화될수록 손끝에 닿는 소재의 질감, 내구성, 철저한 사후 지원, 오랜 시간 쌓아온 브랜드 신뢰가 가격을 결정한다. 주거 공간 역시 단순한 평수와 설비를 넘어 어떤 빛과 소리가 머물고 이웃과 어떤 관계가 형성되는가 하는 ‘경험의 질’이 핵심 상품이 된다.
· 지식과 학문:AI가 논문 검색, 요약, 통계 분석, 초안 작성을 전담하는 시대에 형식적인 보고서 작성 능력은 빠르게 가치를 잃는다. 대신 아직 아무도 던지지 않은 질문, 남들이 보지 못한 현장의 이상 징후, 기존 이론과 배치되는 기이한 결과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 그리고 결과에 이름을 걸고 책임을 지는 학자의 신뢰가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 pp.2223

다섯 번째 질문: 누가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가?
AI가 묻는 말에 답하는 챗봇에 머물 때 질문의 핵심은 ‘성능(얼마나 똑똑한가)’이었다. 그러나 AI가 컴퓨터를 조작하고 금융 거래를 집행하며 공장의 밸브를 돌리는 ‘자율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순간, 무게중심은 ‘권한과 책임’으로 이동한다.

기계가 사람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이, 그 일을 마음대로 결정하도록 허락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AI가 전문의보다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낸다고 해서 수술 여부까지 기계에 일임할 수는 없다. 알고리즘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한 청년의 인생을 가를 채용 탈락의 결정을 설명도 없이 기계에 넘길 수는 없다.

기술은 기계가 할 수 있는 능력의 지평을 넓히지만, 법과 규범은 기계가 하도록 허락할 일의 경계를 긋는다. AI가 똑똑해질수록 중요한 의사결정의 마지막 순간에 인간의 가치판단과 책임을 남겨두는 ‘인간 최종권’의 원칙은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방파제가 된다.
--- p.32

그렇다면 ‘지능자본’이란 무엇인가?
사슬의 끝에서 우리는 비로소 이 책의 핵심 개념을 명쾌하게 정의할 수 있다. AI 모델 하나만을 '자본'이라 부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 최고 점수를 받은 모델이라도 접근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고, 접근할 수 있어도 우리 회사만의 데이터와 엮어내지 못하면 가치를 낳지 못한다. 반대로 모델을 직접 만들지 않았더라도 최고 수준의 지능을 자유롭게 빌려 쓰고, 언제든 대안으로 갈아탈 수 있으며, 이를 자신만의 전문성과 엮어 현실의 가치로 바꿀 줄 아는 이는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이 책은 지능자본을 다음과 같이 정식화한다.

지능자본(Intelligence Capital)=자산(Assets)+권리(Rights)+ 역량(Capabilities)
--- pp.33-34

지능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빚어진다
스마트폰 화면 속 AI와 대화할 때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공정이 모두 끝나 예쁘게 포장된 완제품뿐이다. 질문을 던지면 불과 몇 초 만에 번듯한 보고서, 매끄러운 코드, 감각적인 이미지가 화면 위에 떠오른다. 그러다 보면 지능이 디지털 공간에서 저절로 피어나는 자연물처럼 느껴지기 쉽다.

그러나 그 몇 초의 답 뒤편에는 길고 육중한 산업의 제조 공정이 숨어 있다. 전 세계에서 긁어모은 글과 이미지, 현장 센서의 기록을 정제하고, 수만 개의 GPU를 묶어 몇 달 동안 밤낮없이 연산한다. 그렇게 태어난 기반 모델은 인간의 피드백을 반영한 강화학습(RLHF)과 미세조정을 거쳐 안전성과 쓸모를 검증받은 뒤에야, API라는 파이프라인을 타고 시장에 나온다.
--- pp.37-38

많다고 좋은 AI가 되는 것은 아니다
초기 AI 경쟁에서는 데이터의 양이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많은 데이터를 쓸어 담은 기업이 무조건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기본적인 규모는 여전히 필요하지만, 양만 늘린다고 좋은 지능이 빚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는 편향과 오류, 맥락 없는 쓰레기 정보가 넘쳐난다.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를 무작정 학습시키면 모델의 성능이 떨어지고 그럴듯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심해진다. 스탠퍼드대 보고서가 진단하듯, 무차별적인 데이터 확대는 한계에 부딪혔으며 중복 제거, 정밀 선별, 학습 후 미세조정(Fine-tuning) 같은 데이터 큐레이션 역량이 모델의 승패를 가르는 진짜 병목으로 떠올랐다.
--- p.50

기업의 진짜 고유 지능자산은 화려하게 성공한 매뉴얼보다 오히려 뼈아픈 실패의 기록 속에 숨어 있다. 어떤 설계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는가, 고객이 왜 등을 돌렸는가, 어떤 임계점에서 불량이 터졌는가. 이 실패의 역사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 시행착오가 녹아 있다. 경쟁자가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범용 AI에 묻는다고 해서 결코 얻을 수 없는 독점적 자산이다. 범용 AI가 평준화될수록 이러한 고유한 실패 데이터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범용 AI가 기업의 고유 지능자산을 결합한다면 새로운 유사 사례에 대해서도 매우 합리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즉, 지식은 축적하는 자산이라면, 지능은 작동하는 자산이다.
--- p.51

데이터의 가치는 복제보다 결합에서 커진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복사했는가보다 무엇과 연결했는가가 중요해진다. 고객 데이터와 제품 결한 데이터를 연결하고, 설계 기록과 생산설비의 센서 로그를 연결하며, 현장 작업자의 오랜 구술 경험과 공정데이터를 하나로 엮는다. 그 순간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거대한 인과관계가 드러난다.

이것이 바로 파편화된 데이터가 살아 움직이는 고차원의 지식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AI는 서로 다른 데이터베이스 사이를 넘나들며 인간의 맨눈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미세한 상관관계와 패턴을 실시간으로 추론해 낸다. 그리고 이 결합된 지식이 시스템에 안착해 반복적으로 생산성과 영업이익을 만들어 낼 때 비로소 데이터는 대체 불가능한 지능자본의 강력한 자산으로 등극한다.
--- p.54

지능의 사용은 분산되고, 공장은 집중된다
인공지능의 세계에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두 가지 거대한 힘이 공존한다.

첫 번째 힘은 '사용의 분산'이다. 한 명의 개인이 과거 전문 조직과 맞먹는 지적 능력을 일상에서 부린다. 작은 스타트업이 거대한 모델과 계산 인프라를 빌려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수십 개의 자율 에이전트를 거느리며 대기업 수준의 생산성을 낸다. 생산능력의 접근성 자체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민주화된다.

두 번째 힘은 '공장의 집중'이다. 그 지능을 실제로 대량 생산해 내는 최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초대형 데이터센터, 발전망에는 천문학적인 자본이 필요하다. OECD가 지적하듯 고성능 반도체와 클라우드 인프라는 높은 고정비와 규모의 경제로 인해 구조적으로 소수 거대 플랫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능의 활용은 전 세계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지만, 지능을 찍어내는 물리적 공장은 극소수 거대 자본에 집중된다. 이 입체적인 역설을 직시하지 못하면 AGI 자본주의의 중요한 권력 구조를 놓치게 된다.
--- pp.64-65

최고의 모델과 최고의 사업은 다르다: 모델 밖으로 이동하는 가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벤치마크 1등 모델을 직접 개발했다고 해서, 그 기업이 시장의 모든 부가가치를 독식하고 최고의 비즈니스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없거나, 기업의 기존 전산 시스템과 연결되지 못하거나, 현장의 복잡한 사내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기계가 뱉어내는 오류를 현장에서 비판적으로 걸러낼 전문가가 없고, 시장과 사회가 그 산출물을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면 연구실의 높은 점수는 결코 실제 영업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최상위 프런티어 모델을 직접 개발하지 않은 기업도 시장을 장악하는 거대한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외부의 뛰어난 모델을 API로 유연하게 빌려 쓰되, 여기에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자사만의 고객 데이터와 제조공정비법을 결합한다. 관성에 젖어 있던 조직의 업무 흐름을 재설계하고, 숙련된 현장 인력이 AI의 결과를 신속하게 검증하여 고객에게 완벽한 품질을 보증한다. 그리고 그 치열한 협업의 과정에서 얻은 새로운 데이터를 다시 사내의 독점적 자산으로 축적해 낸다.
--- p.74

모델의 진짜 가치는 업무 흐름의 재설계에 있다
기업이 큰돈을 들여 최첨단 AI 모델을 도입하고 직원들에게 계정을 나누어 주었다고 해서, 생산성이 저절로 폭증하지는 않는다.
결재 단계는 여전히 5단계로 복잡하고, 부서 간 데이터 장벽은 견고하며, 직원들이 AI의 결과를 손으로 엑셀에 다시 옮겨 적고 있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의사결정 구조가 과거에 멈추어 있다면, 최신 AI 모델은 낡은 마차 위에 페라리 엔진을 얹어놓은 꼴에 불과하다.

AI의 진정한 생산성은 모델의 스펙에서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
· 어떤 과업을 AI 에이전트에게 전권 위임할 것인가?
· 인간에게는 어떤 비판적 검증과 전략적 결단을 남길 것인가?
· 여러 AI와 인간의 협업 네트워크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 그리하여 조직의 기존 업무 흐름(Workflow) 자체를 어떻게 바닥부터 재설계할 것인가?
--- p.80

사람 사이에 끼어든 AI, 과업 사이를 잇는 에이전트
초기 생성형 AI가 일터에 들어왔을 때 인간과 기계의 관계는 단순했다. 인간이 일의 중심에 단단히 서 있었다. 자료를 찾다가 막히면 챗봇에게 묻고, 초안을 작성하게 한 뒤, 개발 코드를 추천받는다. 그리고 사람이 그 결과를 꼼꼼히 확인해 다음 업무로 넘겼다.
사람 → AI → 사람.
AI는 단지 특정 과업의 수고를 덜어주는 보조 도구에 불과했다. 이 단계에서는 일자리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자율 에이전트(Agent)가 일터에 들어서면서 구조가 질적으로 도약한다.
--- p.93

인간만의 영역이라는 영원한 안전지대는 없다
기술이 약진할 때마다 인간은 기계가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요새를 찾으려 애써왔다. "창의성과 직관, 공감과 리더십, 도덕적 판단과 책임은 오직 인간만의 영역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직무에서 이 능력들은 최후의 보루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영원히 침범받지 않을 안전지대라고 방심하는 것은 위험하다.

과거 우리는 컴퓨터가 인간의 직관이 필요한 바둑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장담했다. 기계가 시를 짓거나 그림을 창작하고, 수천 줄의 매끄러운 코드를 짜는 것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기술의 경계선은 번번이 인간의 오만을 비웃으며 움직여왔다.

따라서 우리가 던져야 할 성숙한 질문은 "AI가 절대로 못 할 일은 무엇인가"가 아니다.

"AI의 역량이 확장될 때, 인간 노동의 역할은 어느 방향으로 진화해야 하는가?"이다.
--- p.98

직업은 사라지기 전에, 먼저 과업 단위로 쪼개진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직업 하나가 지도에서 지워지는 거대한 파괴로 오지 않는다. 훨씬 조용하고 은밀하게, 그러나 거역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일터의 밑바닥을 잠식한다.

직함은 그대로 남아 있다. 사무실 책상도, 명함도, 공장의 출근 카드도 어제와 다름없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인간이 손수 하던 세부 과업들이 하나씩 기계로 빠져나가고, 남은 일들이 전혀 다른 밀도로 재조립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우리는 같은 직업명을 달고 있으면서도 과거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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