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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무엇이 문제인가
지구를 분할하고, 세계관을 강요하다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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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개정 신판 서문

서론

1부 길을 열며: 국경을 어떻게 비판할 것인가?
1장 정치적 기획과 경제적 지배의 도구
2장 권력 경쟁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의 활용
3장 제도가 품은 상상력인가, 상상 속의 제도인가?

2부 국경의 지리적 역사와 복합적 시공간
1장 지금 여기에서? 선형 국경의 두 가지 역설
2장 과거 제국의 뚜렷한 유산
3장 국가, 민족, 선형 국경은 함께 만들어진 것인가?
4장 비서구적 관점에서 바라본 국경

3부 국경의 영토적 속성: 세계 국제관계망의 모순
1장 주권과 영토적 속성: 모호하기 짝이 없는 관계
2장 국경에서 마주하는 시민권과 권리들: 날로 커지는 불균형
3장 월경지: 주권이 경계를 넘어설 때

4부 가변적 국경의 지정학을 향해
1장 국경의 해체와 민주주의
2장 개방, 폐쇄, 차단: 국경 정책의 세 가지 유형
3장 점, 선, 구역: 다양하게 변모하는 개별화된 국경의 형태

5부 마지막 제언: 지구를 열고, 세계를 다시 사유하다
1장 국경은 하나의 상품이기에 세계화에는 국경이 존재한다
2장 국경이 정체성을 만들지, 정체성이 국경을 만들지 않는다
3장 국경은 차별화를 수행하는 시공간적 매개체다

결론

참고문헌

저자 소개 2

저안 로르 아밀라 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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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Laure Amilhat Szary

그르노블 알프스 대학교의 지리학 교수이자 사회과학 연구소(UMR 5194)인 팍트Pacte의 연구원이다. 고등사범학교를 졸업 후 지리 교사 자격증을 땄고 프랑스대학연구소IUF의 명예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아울러 사회과학과 예술이 맺는 연계를 탐구하는 연구·창작 프로젝트인 '국경의 안티아틀라스antiAtlas des frontieres'(http://www.antiatlas.net/) 콜렉티브를 공동 결성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국경 문화: 이론, 상상력, 지정학Border Culture: Theory, Imagination』(Geopolitics Routledge, 2
그르노블 알프스 대학교의 지리학 교수이자 사회과학 연구소(UMR 5194)인 팍트Pacte의 연구원이다. 고등사범학교를 졸업 후 지리 교사 자격증을 땄고 프랑스대학연구소IUF의 명예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아울러 사회과학과 예술이 맺는 연계를 탐구하는 연구·창작 프로젝트인 '국경의 안티아틀라스antiAtlas des frontieres'(http://www.antiatlas.net/) 콜렉티브를 공동 결성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국경 문화: 이론, 상상력, 지정학Border Culture: Theory, Imagination』(Geopolitics Routledge, 2022, V. 콘래드와 공저), 『오늘날의 국경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내일은?Qu'est-ce qu'une frontiere aujourd'hui… et demain?』(PUF, 2024[2015]), 『국경들Frontieres』(Armand Colin, 2020, G. 아메즈와 공동 편집), 『국경성: 현대 이동 국경의 정치학Borderities: the Politics of Contemporary Mobile Borders』(Palgrave Macmillan, 2015, F. 지로와 공동 편집), 『국경 이후, 국경과 함께: 유럽의 접경 역학Apres la frontiere, avec les frontieres: dynamiques transfrontalieres en Europe』(Editions de l'Aube, 2006, M.-C. 푸르니와 공동 편집) 등이 있다.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명예교수로 한국서양사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40여 년 가까이 프랑스 혁명과 18세기 사회를 연구해왔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시리즈(1, 6권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5, 8, 9권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와 『두 도시의 대화』(2026)를 비롯해 『서양 금서의 문화사』, 『지옥에 간 작가들』, 『파리의 치마 밑』,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과 마리 앙투아네트 신화』, 『계몽과 쾌락』, 『오늘 만나는 프랑스 혁명』 등이 있고,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지막 나날』(2025), 『새로 쓴 프랑스 혁명사』(2024 학술원 우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명예교수로 한국서양사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40여 년 가까이 프랑스 혁명과 18세기 사회를 연구해왔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시리즈(1, 6권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5, 8, 9권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와 『두 도시의 대화』(2026)를 비롯해 『서양 금서의 문화사』, 『지옥에 간 작가들』, 『파리의 치마 밑』,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과 마리 앙투아네트 신화』, 『계몽과 쾌락』, 『오늘 만나는 프랑스 혁명』 등이 있고,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지막 나날』(2025), 『새로 쓴 프랑스 혁명사』(2024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 『이야기와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프랑스 혁명』(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프랑스 혁명의 공포정』(2021) 등 앙시앵레짐과 프랑스 혁명 관련 책을 비롯해 『세계 열정의 삼각관계』(2026, ‘판’ 시리즈 01), 『해협을 장악하라』(근간, ‘판’ 시리즈 03), 『만들어진 뿌리』(2026), 『빅 아틀라스』(2026),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세계전쟁사』(2025), 『기술 봉건주의』(2025) 등의 교양서 다수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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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16일
판형
반양장 ?
쪽수, 무게, 크기
306쪽 | 128*188*18mm
ISBN13
9791124088067

책 속으로

이 책은 국경이란 규범을 구체화하는 시공간이라고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새로운 정의는 사회적·정치적·환경적 규범이 완전히 변화하는 상황에서 권력관계를 탐구할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책의 목표는 이 특수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변화를 이해하고자 사람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사회적 상상력의 실체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아울러 국경에 관한 대안적인 상상의 열쇠를 제공함으로써 우리에게 강요된 세계관보다 더 열린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 p.10

국경은 서로 교차하는 상반된 의도들이 투영되기 때문에 흔히 오해가 발생하는 공간이다. 나는 국경을 모순의 공간으로 규정하고 변증법적 방식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특히 현대 국경 이 지닌 세 가지 핵심적인 역설을 명백히 밝혀내는 데 집중할 것이다. 첫째는 개방과 폐쇄의 역설이며, 둘째는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역설이다. 셋째로 국경이 장기 기억과 단기 기억을 번갈아 응축하는 공간이라는 사실 역시 다룰 것이다.
--- p.16

국경은 유럽에서 수출된 인식과 토착적 조건이 상호작용한 결과물이다. 국경이 어떻게 권력 경쟁 체제에 편입되면서 서구식 틀을 변형했는지 규명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의 국경은 식민 지배 시대 이후 인식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태어난 다면적인 결과물이다. 이처럼 지리-역사적 지평을 여는 것은 곧 탈식민주의적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p.28

서구는 어째서 국경을 국가, 영토와 동일한 존재로 상상한 것일까? 오늘날 국가라는 제도는 왜 여전히 이토록 국제적 한계선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 p.42

여기서 내가 하려는 작업은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국가라는 제도가 스스로 정한 국경선 바깥에서, 그리하여 민주적인 감시와 통제 시스템이 전혀 미치지 않는 영역에서 실제로 이 제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숨은 현실을 파헤치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국경이 무엇인지 묻는다고 해서, 그것이 영토와 단단히 고착된 것이라는 사실을 무작정 부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국경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오직 국가라는 제도만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했다는 통념을 깨부술 때, 국가 간의 엄연한 불평등은 물론이고 국경 이면에 개입한 온갖 주체들이 국가와 맺은 복잡한 역학관계가 비로소 똑똑히 드러난다.
--- p.131

나는 ‘국경’이라는 용어를 대단히 특수한 공간적 작용, 즉 개인적 차원과 제도적 차원이 서로 부딪치는 공간인 정치에 따라 거리와 근접성의 복잡한 관계를 조정하는 작용에만 한정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 p.202

국경은 정치적·사회적 조직의 변두리나 예외를 드러내는 공간이 아니라 이 체제의 핵심부로 나아가는 통로다. 따라서 국경을 이해하는 작업은 문자 그대로나 비유적으로나 우리가 나아갈 길을 결정하는 토대가 된다. 다시 말해 우리가 타자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한다는 뜻이다.
--- pp.285-286

오랫동안 이어온 통념과 달리 국경은 영토가 아니라 공간의 문제다. 국경은 영토라는 개념과 그것을 지탱하는 이념적 기반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돕는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단순히 구획하고 사유화한 영역인 영토를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새롭게 짜 맞춘 지리적 문법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해독하는 열쇠를 우리에게 건넨다. 정치적·경제적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려고 만들어낸 고정된 경계라는 서사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국경을 전혀 다르게 정의하게 된다.
--- pp.287-288

출판사 리뷰

국경은 평화를 위한 방벽인가, 차별과 배제를 위한 도구인가?

오늘날 세계는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경을 강화하고, 안보와 경제 논리를 내세워 배타적인 장벽을 높여가는 추세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국경이 탄생하고 변화해 온 자취를 추적하며, 국가 간의 경계가 단순한 영토의 구분을 넘어 인간의 이동, 권력의 구조, 인류의 생존 방식을 어떻게 규정해왔는지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전통적으로 국경은 ‘국가 간의 물리적 경계나 주권의 한계선’으로 여겨졌으나, 이를 유동적이고 사회적으로 재구성되는 문화·정치적 공간으로 재정의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저자 아밀라 샤리는 단순히 지리학 이론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 철학, 정치학을 엮어 ‘경계’라는 인류 보편의 화두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선구적인 지리학자로 국제 학계에서 널리 존경받는 인물이다.

저자에 따르면, “국경은 세계를 일정한 틀로 범주화하고 안팎을 이분화하면서 성장한 서구 합리주의 사상의 토대 위에서 나타났다.” 국경은 분리와 연결, 개방과 폐쇄가 동시에 일어나는 공간이며, 이는 개인이나 국가 모두에 해당한다. “이처럼 국경의 기능은 본래 모순적이다.”

그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선형線型 국경 개념을 최초로 공식화한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부터 최근의 코로나 팬데믹 봉쇄와 공항 송환대기구역에 이르기까지, 국경이 단순한 영토적 방벽이 아니라 권력과 자본, 배타적 통제가 교차하는 복잡한 시공간적 산물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국경을 닫힌 영토의 껍데기가 아닌, 전 지구적 규모로 공간을 착취하고 차등적 포함을 양산하는 ‘초영토적’ 공간으로 재정의한다.

다시 말해 저자는 국경이 국가의 주권을 담는 단순한 그릇이 아니라, 세금 징수와 소비시장 통합, 자원 독점을 관철하기 위해 고안된 강력한 경제적 기획이었음을 예리하게 추적한다. 나아가 유럽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식민주의와 비서구적 조건이 상호작용한 역사적 궤적을 살피며, 국경에 내재된 다층적 시공간의 두께를 복원해낸다.

저자는 우리의 안일한 태도를 이렇게 비판한다. “왜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명백한 증거들을 가졌음에도 여전히 국경에 관한 이분법적인 상상 속에서 허우적대는가?”

지정학적 대전환의 시대, 국경의 본질을 다시 성찰하다

2000년대 중후반 10위권 밖에 있던 한국의 ‘여권 파워’는 2010년대에 점차 뛰어올라 2018년 이후 세계 2~3위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전 세계 188개국을 사전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게 되었으며, 무비자 국가의 GDP 합산 기준 헨리 여권 파워 지수로는 세계 1위다. 이는 수십 년 전 최상위권을 누린 미국 여권이 180개국 기준 공동 10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여권의 외교적 위상과 신뢰도가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는지 알려주는 생생한 증거다.

대다수 한국인은 학교에서 국가를 규정하는 세 요소는 ‘국경, 영토, 주권’이며, 이는 언제나 하나로 일치한다고 배웠다. 여전히 분단국가라는 숙명을 짊어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국경은 ‘3·8선’일 수밖에 없었다. 일상으로 자리 잡은 ‘세계화’된 현실에서 가장 자유롭게 지구촌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게 된 한국인에게 국경 분쟁은 그저 먼 나라들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지정학적 대변혁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 여전히 우리가 그 감각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맞나 싶은 문제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지도 위에 그어진 하나의 선이 국경이며, 그 선을 영원불변한 사실이라고 받아들인 채 살아왔다. 그러나 국경의 계보학을 살펴보면, 자연환경에 따른 각국 영토의 끝이 국경이 아니라 서구식 권력이 직접 작성하고 강요한 정치적 축조물이자 경제적 이유로 창안된 ‘권력과 자본이 교차하는 시공간’이라는 진실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국경의 진짜 본질과 역할, 그 뒤에 감춰진 거대한 역설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 대면해야 한다.

영토를 넘어 공간으로: 타자를 ‘포함하는’ 연결 중심의 세계관

여문책 지정학 총서 ‘판’ 시리즈의 첫 책 『세계 열정의 삼각관계』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된 『국경, 무엇이 문제인가』는 르네상스 이후 근대 국가가 다져온 선형 국경의 신화를 해체하고, 오늘날 전 지구적 불평등과 자본의 이동 속에서 국경이 지닌 실체를 입체적으로 파헤친 비판지정학계의 역작이다. 이 책을 번역한 주명철 교수에 따르면, 비판지정학이란 1980년대 후반 몇몇 학자의 주도로 형성된 현대 정치지리학의 핵심 패러다임으로, 영토와 국경을 자연적으로 주어진 고정된 실체로 보던 전통 지정학적 관점을 비판하고, 공간과 지리적 경계가 지배 권력의 전략이나 담론에 따라 어떻게 구성되고 변형되는지를 해체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을 뜻한다. 그 관점에서 오늘날의 국경 문제를 바라보는 저자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가 공간을 착취하고 사람들을 등급별로 갈라치는 거대한 메커니즘임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이제 국경이란 국가가 설정한 영토적 한계를 완전히 넘어서 작동하는 정치적 실체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영토와 영토성이라는 개념을 정면으로 수용하면서, 국경을 단순히 영토에 갇힌 틀이 아닌 영토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초영토적’ 공간으로 이해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국경이란 단지 영토를 감싸는 껍데기가 아니라 전 지구적 규모로 공간을 착취하고 약탈하는 기계의 부품처럼 작동할 뿐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우리는 오늘날 정치 체제가 내세운 온갖 명분들을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검토해야 한다.” (132쪽)

나아가 저자는 우리가 그동안 안일하게만 여겨온 국경의 실체를 폭로하고 그 이면에 작동하는 권력의 작동 기제를 밝힘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정립할 것을 역설한다.

“국제 경계선은 정치적 프로젝트인 동시에 엄연한 경제적 기획이며, 이 때문에 국경은 ‘발명’된 초기부터 영토 주권의 경계를 넘어 중요한 과정의 중심으로 작동했다. 따라서 국경은 절대 국민국가의 주권을 담는 단순한 그릇이 아니며, 오히려 자원을 차지하려는 가변적 장치의 핵심 요소에 가깝다. 나는 이러한 이중성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결코 본래의 뜻을 왜곡해서 만들어낸 최근의 변화가 아님을 분명히 규명하고자 한다.” (194~195쪽)

“국가 중심적 분석이 은폐해온 국경은 그동안 정치적 사유를 가두는 무대 벽과 다름없었다. [중략] 이제 우리는 이 장벽을 과감히 뜯어내고 국경을 ‘개방된 권력 네트워크’의 내부로 새롭게 재배치해야 한다.” (189쪽)

‘장벽 정치학’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관계의 지리학’으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 귀화자 규모는 2025년 기준으로 순수 귀화 허가를 받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만 총 1만 1,344명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2023년(약 1만 346명)과 2024년(약 1만 1,008명)에 이어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 과거 한국 국적이었다가 상실한 후 다시 국적을 회복한 사람(4,037명)까지 포함하면 2025년 한 해 동안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1만 5,381명이며, 지금까지는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서구권 인구의 유입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거주 외국인과 귀화자, 이민자 2세를 모두 포함한 전체 ‘이주 배경 인구’는 최근 271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5퍼센트를 웃돈다고 한다.

이 같은 통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듯 이제 한국은 다양한 출신지의 세계 시민들이 복작거리며 살아가는 다원주의 사회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3·8선’이나 단일한 국적이라는 낡은 틀로 타자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데 더 큰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국경이 엄밀한 의미의 분리가 아니라 차별화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저자의 경고대로 “오늘날 사람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과정을 오직 하나의 국적이라는 단일한 소속으로만 환원하려는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

우리는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전 세계적으로 국경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가 벌어지는 상황을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그런데 현재의 국경은 19세기 이후 팽창주의적(식민주의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강대국들이 막후에서 벌인 야합과 이권 개입의 결과이며, 지금까지 이 모델에 저항해온 수많은 운동이 실재한다. 이들은 전 지구적 차별에 반대하며, 정의의 보편 가치를 다시 세우자는 논의를 촉발하고 지속해왔다.

저자에 따르면, “국경에 저항하는 행위는 근대 이후 세계의 주류가 된 분할 방식을 넘어 영토와 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식을 발명하는 일과 같다.”
이제 우리도 본격적으로 국경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펼쳐야 할 때를 맞이했다.

“세계의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기존의 영토 분할 방식을 그대로 모방할 것인가, 오늘날 국경을 ‘연결의 공간’으로 밀어 올리는 대안적 혁신의 역동을 따를 것인가?”

이 책은 단순히 지리적 경계를 다루는 지식의 전달을 넘어, 우리가 타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 그 삶의 태도를 뿌리부터 성찰하게 만드는 강력한 지적 나침반이 될 것이며,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불확실한 세계 질서 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지리적 문법을 갈구하는 인문·사회·지정학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놀라운 혜안을 선사할 것이다.

추천평

국가주의적 지정학이 다시 힘을 얻는 지금, 분단을 일상으로 살아온 한국 독자에게 국경을 다시 사유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국경을 지도 위의 안정된 선이 아니라 정치적 통치와 경제적 지배 속에서 개방과 폐쇄, 차단과 연결이 끊임없이 충돌하며 만들어지는 공간으로 본다. 국경은 공항 검색대와 스마트폰, 이주민의 몸 위에서 작동하며 열리고 닫히고 이동한다. 분단, 세계화, 케이팝과 케이드라마,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와 유학생을 대하는 서로 다른 태도에서 보듯, 국경은 우리와 타자를 향한 양가감정이 구체화하는 장소 아닐까. 세계 질서의 균열과 각자도생의 흐름 한가운데에서, 이 책의 비판지정학은 철학, 인류학, 페미니즘, 예술과 결합해 국경에 얽힌 권력의 작동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 신혜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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