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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청년패스
두 도시의 대화
1794년 파리와 2026년 서울 반양장
주명철
여문책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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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작하는 말

1부 오락과 사교성과 공론 영역의 발전
01 옛 프랑스인은 오락을 어떻게 생각했나?
02 개인적 독서와 집단적 독서
03 살롱과 지식의 공유 사례
04 하늘 아래 공론의 장
05 옛 프랑스의 사교성의 변화
06 오락의 공간에서 혁명의 공간으로

2부 개인의 경험에서 다중의 경험으로
01 16세기 메노키오와 18세기 메네트라의 환경 차이
02 니콜라 콩타의 사적 경험과 다중의 경험
03 말 더듬는 데물랭, 대중을 선동하다
04 거리의 여왕들: 빵을 든 오뒤, 칼을 찬 테루아뉴

3부 춤추고 노래하는 혁명: 활력이 넘치는 광장
01 전국연맹제: 빗속의 춤으로 표출된 형제애
02 광장의 카니발에서 세운 공화국
03 단두대의 제단: 피의 일상화
04 피로 물든 욕조: 혁명은 혁명을 먹어치운다

4부 얼어붙은 혁명: 미덕의 연극과 침묵의 공포
01 미덕의 공화국과 그 적들: 절대 권력의 정점
02 테르미도르의 반동: 침묵이 부른 파멸

5부 주권의 이전과 죄의 재정의: 대역죄에서 반국가죄로
01 대역죄의 마지막 사례
02 반국가죄의 탄생
03 대역죄에서 반국가죄까지

6부 혁명의 유산과 현재: 230년의 대화
01 소름 끼치는 기시감: 우리와 그들은 얼마나 닮았나?
02 역사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끝맺는 말

저자 소개 1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명예교수로 한국서양사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18세기 사회와 프랑스 혁명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시리즈를 비롯해 『서양 금서의 문화사』, 『지옥에 간 작가들』, 『파리의 치마 밑』,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과 마리 앙투아네트 신화』, 『계몽과 쾌락』, 『오늘 만나는 프랑스 혁명』, 『이판사판역사판』 등이 있으며, 『새로 쓴 프랑스 혁명사』, 『이야기와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프랑스 혁명』, 『프랑스 혁명의 공포정』 등 앙시앵레짐과 프랑스 혁명 관련 책을 여러 권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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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21일
판형
반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140*210*22mm
ISBN13
9791124088050

책 속으로

우리는 ‘희생하는 고통의 저항’에서 ‘새로운 유형의 자발적이고 즐거운 정치 참여’를 주체적으로 창조했고, ‘품격과 흥이 넘치는 동행’이야말로 참여자들이 지치지 않고 독재와 싸움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는 내란세력의 끈질긴 저항을 진압하면서 새로운 민주주의 교과서를 써나가는 중이다.
---p.16

왕실과 최고위 귀족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이 은밀한 오락은 18세기에 이르러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베르사유 궁중의 담장 안에서 이루어지던 당구가 파리의 수많은 카페로 확산하면서, 사교의 성격 자체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과거 궁중의 당구가 철저한 감시와 복종을 확인하는 정치적 무대였다면, 카페의 당구대는 신분과 서열을 떠나 누구나 자유롭게 어우러지고 소통하는 수평적 사교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p.55

혁명의 3대 이념인 자유, 평등, 우애(형제애)에서 혁명이 과격하게 변질됨에 따라 형제애를 강요하는 모순이 발생했다. 혁명 정부에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어김없이 ‘반혁명 분자’로 낙인찍혔고, 이는 ‘형제가 아니므로 죽여야 한다’라는 광기의 논리로 이어졌다.
---p.123

문득 2024년 12월 여의도 집회에 나부끼던 깃발 하나가 떠오른다. “제1교시 수능 끝나면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수능 끝난 제3영역(탄핵형)”, 이 기발한 문구는 10여 년 전 광화문 광장을 수 놓았던 수많은 깃발, 그 ‘비정치적 구호의 정치화’ 현상을 다시금 소환한다.
---p.144

보드빌 극장에서는 〈정숙한 수잔나Chaste Suzanne〉 같은 가벼운 치정극이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은 정치적 메시지가 거세된, 늙은 호색한들의 몸 개그와 여배우의 노출을 보며 낄낄거렸다. 3주 전에는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을 탄압했던 권력이, 왕을 죽인 날 밤에는 ‘아무 생각 없이 웃게 만드는’ 연극을 장려한 것이다. 검열과 장려, 이 이중적인 통제 속에서 시민들은 왕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말초적인 웃음 뒤로 숨겨버렸다.
---p.215

17세기 프랑스의 성군 앙리 4세는 “일요일마다 모든 국민의 냄비에 닭 한 마리를!”이라고 외치며 국력을 키웠다. 그러나 21세기의 탄핵당한 대통령은 법정에서 ‘못 사준 통닭’ 타령하며 자신의 내란죄를 변명했다. 똑같은 ‘닭’을 입에 올렸지만, 한쪽은 위대한 군주의 약속이었고 다른 한쪽은 국가 번영보다는 자신과 처가의 이익부터 챙기다가 몰락한 권력자의 비루한 식탐으로 기억될 뿐이다.
---p.248

시민들이 생업을 뒤로하고 거리로 나와 이들을 ‘괴롭혀야’만 정의가 작동하는 현실은 분명 서글픈 일이다. 그러나 개인의 복을 비는 차원을 넘어, 눈앞의 부조리에 맞서 공동체의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이 행위야말로 로베스피에르가 미처 완성하지 못한 ‘진정한 시민 종교’의 실현일지도 모른다. (중략) ‘빛의 혁명’은 어둠 속에 숨어 국정을 농단하던 주술사들을 대명천지로 끌어내어 발가벗겼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이 저지른 잘못을 낱낱이 알아내지 못했다. 그것을 밝히는 일은 아주 어렵겠지만, 빛의 혁명이 가져올 미래를 상상만 해도 더없이 유쾌하고 통쾌할 뿐이다.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바보나 술주정꾼이 공동체를 망치는 권력을 휘두른다고 하더라도, 다수의 의지로 그 잘못을 막아내는 제도, 그것이 민주주의라는 사실.
---p.294

이토록 단기간에 많은 피가 쏟아지자 당국은 결국 단두대를 옮겨야만 했다. 기존 혁명 광장이 내뿜는 끔찍한 피비린내 때문이었다. 땅이 그 많은 피를 흡수하지 못하자 당국은 기계를 바스티유 광장으로 옮겼으나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에 부딪혀 단 사흘 만에 다시 이동시켰다. 결국 단두대는 도심 외곽 바리에르 뒤 트론Barrière du Trône(오늘날 나시옹 광장)으로 치워졌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단두대는 쉴 틈 없이 작동했다. 구경꾼조차 이제는 환호하지 않았다. 군중은 너무 많은 죽음을 목격한 나머지 공포를 넘어 무관심, 아니 권태를 느꼈다. 죽음은 이제 충격적인 ‘정치적 이벤트’ 가 아니라 매일 오후 4시에 배달되는 일간지처럼 일상이 되었다.
---pp.301~302

혁명은 피를 나눈 형제들조차 이념의 칼날 위에서 춤추게 했다.
미라보 가문의 형제는 서로에게 총구를 겨눈 대표적인 예였다. 미라보 백작(오노레)은 혁명의 불꽃을 피운 위대한 웅변가였지만, 동생인 술꾼 미라보 자작, ‘술통 미라보’는 형의 혁명을 조롱하고 왕당파를 이끌었다. 그들이 철저히 다른 길을 걸었다면, 로베스피에르 형제는 죽음까지 함께한 동지였다. 동생 오귀스탱은 형 막시밀리엥의 그림자였다. 그는 의회에서 형의 체포 명령이 가결되자 “나도 형과 함께 유죄다. 형의 미덕을 공유했으니, 형의 운명도 공유하겠다”라며 체포를 자청했다. 그날 밤, 진압군을 피해 시청 창문으로 뛰어내려 다리가 부러지는 처참한 최후를 맞으면서도 그는 끝까지 형의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단두대에 섰다.
---p.303

쿠통은 공화국을 대표하는 자신들이 ‘국민공회’의 이름으로 소집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로베스피에르는 고개를 저으며 정정했다. “아니, ‘인민의 이름으로’ 소집해야 합니다.”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이 대답은 로베스피에르라는 인간의 본질을 곧이곧대로 보여준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공회’라 는 헌법기관의 권위를 함부로 사칭하거나 부정하려 하지 않았다. 국민공회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민공회에 권력을 부여한 유일한 주권자인 ‘인민’의 이름만이 정당성을 가진다고 믿은 것이다.
---p.335

프랑스 혁명은 구체제를 너무나 신속하고 과격하게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완전히 새로운 체제를 앉혔다. 당시 혁명을 이끌었던 부르주아지는 법률적 지식과 행정적 실무 능력을 갖춘 엘리트였으나, 이 낯설고 새로운 정치 체제를 책임지고 통제해본 ‘정치적 경험’은 전혀 없었다. 그들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었고, 국경 밖에서는 전 유럽의 군주들이 ‘반혁명 동맹’을 맺어 그들을 포위했다. 내부의 미숙함과 외부의 적대적 환경, 이 이중고가 프랑스를 공포정치라는 극단으로 몰고 간 근본 원인이었다.

---p.387

출판사 리뷰

억압을 벗어나려는 열망은 언제나 집단적인 몸짓과 노래로 터져 나왔다. 이러한 저항의 문화는 시대의 요구에 맞게 끊임없이 변모했다. 엄숙한 촛불 집회는 사람들에게 국민적 단결을 경험하게 하는 장이었다. 이제 ‘검찰독재’에 맞선 저항은 경쾌하고 즐거운 축제인 ‘응원봉 혁명’으로 진화했다. 흥겨운 몸짓과 노래는 참가자들의 연대감을 북돋우며 저항의 현장을 해방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18세기 프랑스 구체제(앙시앵레짐Ancien Régime)의 오락과 여가를 살펴보는 연구는 오늘날 우리의 ‘응원봉 혁명’이 지닌 역사적 정당성과 보편성을 고스란히 재확인해준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의 ‘빛의 혁명’과 프랑스의 ‘빛의 세기’가 낳은 혁명은 놀랍게 닮았다. 프랑스 구체제와 혁명기 역사는 삶의 고통을 잊게 하고, 사회 구성원이 공동 목표를 달성하고자 벌인 집단행동에 강력한 결속력을 더해준 핵심 요소를 오락과 사교성에서 명확히 증명한다.
-「시작하는 말」 중에서

⯁ 프랑스 혁명 최고 권위자가 들려주는 민주주의의 위대한 여정

18세기 유럽의 계몽주의 시대는 ‘빛의 세기’로도 불린다. 그 빛의 세기에 일어난 역사상 가장 큰 변곡점이 바로 프랑스 혁명이다. 2015년 말부터 2019년까지 매년 두 권씩 ‘프랑스 혁명사 10부작’이라는 필생의 역작을 펴냄으로써 명실상부하게 국내 프랑스 혁명의 최고 권위자로 자리매김한 주명철 교수가 2024년 12월 3일에 일어난 한국의 ‘친위 쿠데타’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나선 모든 민주시민을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젊은이들의 정치 성향에 관한 통계를 보면서 그들을 불신했다. 그런데 이번에 시위 현장에 참여한 젊은 세대를 보면서 내가 얼마나 어리석게 늙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중략) 아낌없이 나누는 시민들의 헌신을 뒤늦게 확인한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감동이 밀려왔다”라고 말하는 주 교수는 민주시민들에게 마음의 빚을 갚고자 18세기 프랑스 혁명과 우리의 ‘빛의 혁명’을 비교·분석해서 생생한 자료를 남기기로 결심했다고 고백한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해에 태어나 현대사의 모든 중요한 변곡점을 온몸으로 살아낸 역사학자의 통찰, 다짐, 당부가 240여 년이라는 시간과 프랑스-한국이라는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생생한 울림으로 전해져 온다.

⯁ 응원봉과 자유의 나무, 혁명을 움직인 문화의 힘

주명철 교수는 오늘날 우리의 ‘응원봉 혁명’이 지닌 역사적 정당성과 보편성을 찾기 위해 18세기 프랑스 구체제의 오락과 여가를 먼저 살펴본다. 우리나라의 ‘빛의 혁명’과 프랑스의 ‘빛의 세기’가 낳은 혁명이 놀랍도록 닮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앙시앵레짐 시기에 두드러지게 발전하기 시작한 오락, 사교성, 공론장의 활성화가 자연스럽게 ‘정치적 훈련의 장’이라는 기능으로 이어졌고, 이후 더욱 강력한 혁명의 공론장으로 거듭난 과정을 추적한다. 특히 폭발적으로 늘어난 독서 인구와 각종 살롱, 카페 등이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수직적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수평적 연대’의 힘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매우 흥미롭게 전해준다. 여기서 저자는 특히 민중의 적극적인 문화 전유와 새로운 유형의 즐거운 정치 참여 현상에 주목한다.
프랑스 혁명의 다양한 상징 중 수평적 연대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자유의 나무’다. 1790년 1월 페리고르 지방의 농민 반란이 기원인 ‘자유의 나무’ 심기는 혁명의 열기와 함께 순식간에 퍼져나가 1792년 봄에는 프랑스 전역의 광장을 ‘숲’처럼 뒤덮기 시작했고, 점점 혁명의 신성한 토템이 되었다. 이는 탐욕스러운 도시 한복판에 ‘순수한 자연의 법’을 세우려는 행위였다. 저자는 설탕, 식료품, 빵 가게 앞에서 벌어진 아수라장이 ‘파괴적인 무질서’였다면, 자유의 나무 주위를 도는 춤은 ‘질서 있는 연대’였다고 평가한다.

“민중은 약탈 대신 춤을 선택함으로써 자신들이 폭도가 아니라 주권자임을 증명하려 했다. 그들은 참나무 주위를 돌며 춤을 추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끈질긴 생명력의 시위였다.”(156쪽)

⯁ 혁명과 민주주의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240여 년 전 프랑스 민중의 시위를 훌쩍 뛰어넘은 ‘응원봉 혁명’이 한국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엄혹한 독재 정권에 맞서 목숨 걸고 저항한 선배 시민들의 큰 희생이 있다. 이를 튼튼한 뿌리 삼아 면면히 지켜온 ‘민주주의’라는 숭고한 가치는 오늘날 ‘촛불 집회’의 엄숙함을 넘어 온갖 재기발랄한 문구와 화려한 응원봉이 어우러진 가장 아름다운 ‘빛의 혁명’으로 진화했다. 이로써 한국의 민주시민들은 더없이 평화롭고 문화적인 방식으로 전 세계에 민주주의의 위대함과 뜨거운 연대의 힘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혁명이 결코 멀리 있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평범한 시민들의 작은 용기들이 모여 거대한 흐름을 만드는 과정임을 현실 속에서 체험하는 중이다. 프랑스 혁명이 신분제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유럽 전역에 자유의 서사를 전파했듯, 한국 시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저항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는 여타 국가들에 깊은 영감과 희망의 이중주를 선사했다. 민주주의는 한 번 주어지면 영원한 것이 아니라, 권력의 오만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바로잡으려는 주권자들의 깨어 있는 의식 속에서 비로소 살아 숨 쉰다는 것을 프랑스와 한국의 두 시대가 동시에 증언한다.
우리가 이뤄낸 ‘빛의 혁명’은 프랑스 혁명이 그러했던 것처럼,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민주주의의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시민 스스로가 역사의 저항 주체이자 진정한 주권자임을 선언한 위대한 승리의 기록이다.

⯁ 어지러운 정치 현실을 깨우는 역사학자의 준엄한 경종

프랑스 혁명기에 이름을 남긴 숱한 역사적 인물 가운데 특히 로베스피에르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우리가 여러 번 곱씹어야 할 묵직한 통찰이다.

“그는 뼛속까지 원칙주의자였다. 그의 이러한 인품은 고결하다. 하지만 현실은 냉엄했다. 그가 단어의 정의와 절차적 정당성을 고뇌하는 그 순간에도, 밖에서는 그를 믿고 칼을 든 앙리오와 상퀼로트들이 비를 맞으며 덜덜 떨었다. 지도자가 철학적 고뇌에 빠져 머뭇거리는 사이, 그를 위해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힌 사람들은 갈 길을 잃었다. 원칙주의자의 고결함은 그를 따르던 현실의 추종자들에게 아무런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했다. 이것이 혁명가 로베스피에르의 가장 무서운 한계였다.”(335쪽)

고결한 원칙주의자가 목숨 걸고 함께 혁명을 일궈온 동지들까지 단두대로 보내버리고 공포정치를 일삼자 좌우 날개가 다 잘린 처량한 새 같은 신세가 된 로베스피에르도 결국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냉엄한 현실, 권력을 부여한 주권자만이 정당성을 갖는다는 자명한 진실을 외면하는 정치인들과 어렵게 이뤄낸 ‘빛의 혁명’이 지지부진해 보여 답답해하는 민주시민이 여전히 많은 지금, 이 책은 시대의 거목이 비추는 따뜻한 등불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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