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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_ 4
1 경과 고찰 · 11 1-1 원시에서 고대까지 15 1-1-1 신화와 철학 15 1-1-2 역사학 21 1-2 중세의 문명권학 27 1-2-1 기본형 27 1-2-2 변이형 30 1-2-3 통괄론 33 1-3 근대의 자국학 38 1-3-1 유럽 38 1-2-2 동아시아 43 1-3-3 다른 여러 곳들 52 1-4 다음 시대로 재출발 67 1-4-1 아래에서 67 1-4-2 위에서 86 1-4-3 세계학은 아직 101 2 작업 재론 · 113 2-1 지방학에서 자국학으로 117 2-1-1 현지조사에서 117 2-1-2 문학사에서 133 2-1-3 연극에서 153 2-2 자국학 비교의 시각 161 2-2-1 한일 비교 161 2-2-2 한중 비교 175 2-2-3 한월·한몽·한태 비교 198 2-2-4 한서 비교 220 2-3 자국학에서 문명권학으로 232 2-3-1 한국문학의 문명사적 위상 232 2-3-2 한시의 변천 239 2-3-3 자국어시가의 상관관계 258 2-3-4 근대시의 경우 274 2-4 자국학에서 세계학으로 277 2-4-1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277 2-4-2 문학사의 시대구분 294 2-4-3 서사문학의 연관 304 2-4-4 연극의 원리 309 2-5 문명권학에서 세계학으로 317 2-5-1 문명권의 구조 317 2-5-2 책봉체제 333 2-5-3 성자전 375 2-5-4 구비서사시 385 2-5-5 소설 393 2-6 세계학의 범위와 실상 403 2-6-1 철학사와 문학사 403 2-6-2 세계문학사 435 2-6-3 창조주권론 468 2-6-4 대등생극론 477 2-6-5 시공인문학 491 3 진로 모색 · 521 3-1 자리 잡기 525 3-1-1 한국에서 525 3-1-2 동아시아로 529 3-1-3 세계로 532 3-2 연결 작업 537 3-2-1 좋은 본보기 537 3-2-2 모국어 548 3-2-3 자아 발견 560 3-3 선후 역전 573 3-3-1 억지와 순리 573 3-3-2 침략과 항쟁 582 3-3-3 남들과의 관련 600 마치며 _ 614 |
CHO, DONG IL,趙東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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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교수가 말해주어야 하는 과거의 사실이다. 학문에 대해 논의하는 학문학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경과를 정리하고 되돌아보아야 한다.
학문론에 총론과 각론이 있어야 한다. 학문은 모두 같다고 하는 총론을 『학문론』(2012)에서 『학문 위 아래 공사』(2025)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저작에서 상당한 정도로 이룩했다. 『대등생극론』(2026)에서 진전을 더 보여주었다. 학문이 시공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밝히는 각론을, 체계를 갖추어 본격적으로 전개하는 작업은 여기서 처음 한다. 먼저 학문 공간론을 갖추자. 학문을 취급하는 영역에 따라 나누어,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나아가보자. 지방학·자국학·문명권학·세계학이 있다. 지방학은 자국학에, 자국학은 문명권학에, 문명권학은 세계학에 포함되면서, 각기 독자적인 의의를 가진다. 어디서 누가 하는 학문도 이런 보편적인 범주에 포함된다. --- p.13 이 작업은 한 나라 문학의 범위 안에서 제대로 할 수 없다. 카타로니아, 바스크, 몽골, 키르기스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국경을 넘어 자리 잡고 있는 민족문학 공동체를 분할해 국가문학사에 각기 소속시키는 것은 횡포이다. 문학사 전개의 보편적인 과정을 알아내는 더 큰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국경을 넘어야 한다. 국가문학사에서 문명권문학사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끼리의 쟁패를 넘어서서 문명권의 동질성을 되찾는 데 문학사가 기여해야 한다. 문명권문학사에서 세계문학사로 나아가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문학은 인류가 하나이면서 서로 다르다는 것을 가장 설득력 있게 말해주어 평화의 길이 다양성에 있음을 알려준다. --- pp.85-86 사람과 범은 삶을 누리는 점에서 서로 대등하고, 어느 쪽이 선하고 악하다고 분별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은 악행을 저질러 형벌로 다스려야 하고, 서로 죽이기를 일삼으며, 금수의 삶을 함부로 침해하지만, 범은 그렇지 않아 자기가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다른 금수를 죽여 먹이를 얻을 따름이라고 했다. 사람은 도의를 실행하고 있어서 금수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 p.165 한문은 동아시아의 공동문어임을 분명하게 했다. 동아시아 문화를 논하는 국제학술회의에서는 공동문어 한문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나는 한문으로 글을 써서, 통역을 거치거나 영어를 사용하는 번거롭고 부정확한 방법을 배제한다. 문장이 온전하지 못하고, 구두발표를 할 때에 한국음으로 읽어야 하는 것을 나무라지 말고, 각자 자기 방식대로 이해하고 보완하기 바란다. 나는 동아시아문학에 대해 『동아시아문학사비교론』, 『동아시아 구비서사시의 양상과 변천』, 『하나이면서 여럿인 동아시아문학』 등의 책을 이미 써냈다. 번역되지 않아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그내용의 일단을 이 기회에 알릴 수 있게 되었다. --- p.242 동아시아문명권의 중간부였던 한국은 오늘날의 세계질서에서도 중간부 노릇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근대문명을 이해하고 재창조하는 작업을 중심부였던 중국보다 앞서면서, 한문문명의 전통을 주변부였던 일본에서 깊이 있게 계승한다. 오늘날 세계문명의 주변부가 된 곳들과 원시 또는 고대의 창조물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또한 주목하고 평가해야 할 사실이다. 중세 및 근대의 문자문명이 고도로 발달했으면서 굿하고, 풍물치고, 탈춤 추면서 하는 신명풀이를 생동하게 잇고 있는 곳이 한국이다. 양면이 생극의 관계를 가지면서 창조력을 증폭한다. 세계문명사 전개의 보편적인 과정을 꿰뚫어볼 수 있게 하는 특이한 증거가 여기 있어 분발하게 한다. 깨달음이 주어지는 대로 담아내려고 부지런히 움직였으나 아직 많이 모자란다. 자아도취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유리한 처지에서 혜택을 누리는 것만큼 남들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의무가 크다. 한국학에서 세계학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의 위치와 기여를 근거로 삼아 얻은 각성을 유사한 조건을 가진 다른 곳들과 비교해서 세계적인 일반론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 p.332 철학자와 시인, 철학과 시의 관계를 이렇게 열거할 수 있는 관련 사항은 피상적인 것들이다. ‘이성’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통찰’은 갖추지 못했다. 논의를 심화해서 다시 살피면, 철학자와 시인, 철학과 시는 ‘통찰’을 구현하는 과업을 두고 경쟁을 한다. ‘통찰’의 존재나 외형에 대해서 ‘이성’에 입각한 논의를 펴서 ‘통찰’ 일반론을 전개하는 데서는 철학이 앞서고, 스스로 터득한 ‘통찰’의 실상을 직접 나타내는 작업은 시가 더 잘할 수 있다. --- p.424 모든 것은 서로 관련된다. 그 양상을 차등론·평등론·대등론에서 각기 다르게 말한다. 이 셋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를 가지고, 타당하고 부당한 것을 시비한다. 이런 논의를 전개한 성과를 새롭게 정리하면서 더 나아간다. 커다란 희망을 말한다. 차등론은 우파의 이념 노릇을 하고 있다. 발전하려면 우열을 가르는 경쟁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고매한 형이상학으로 눈을 가려 험한 세상을 아름답게 여기도록 한다. 평등론은 좌파에서 내세우는 주의이다. 평등론의 이상을 실제로 이룩하려면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상극의 투쟁이 폭력이 되어 차등론을 악화한다. 대등론은 중도 노선이다. 상생이 상극이고 상극이 상생임을 분명하게 하는 생극론을 실행한다. 좌우 편향의 일탈이나 과오를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분투한다. 평화를 이룩하고 화합하면서, 서로 도와 함께 잘살자고 한다. 인류에게 희망이 있다고, 세계사의 미래는 밝다고 한다. 대등생극론이 좌우의 대립과 투쟁을 완화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통일의 방안이고, 지표여야 한다. 지금 우파의 이념도 좌파의 노선도 설득력을 잃고 파탄을 보여주고 있다. 심각한 논란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양쪽 다 대등생극론을 배격할 이유도 능력도 없어, 수락하지 않을 수 없다. 절망이 극도에 이르면 희망이 생긴다. 남북이 대등한 위치에서 생극하는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서든 계속 가지다가, 국가의 장벽을 무너뜨릴 정도로 확대되면 통일이 이루어진다. 정치와 거리가 먼 영역에서부터 피차 도움이 되는 선의의 경쟁을 힘써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학문이나 예술이 주도해 대등생극론의 문명을 총체적으로 창조하는 작업을 통일 과정에서 진행하고, 통일하면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 pp.487-488 이것은 멀리 나아가는 학자에게 부과되는 미래의 임무이다. 한용운은 〈알 수 없어요〉라는 시에서 말했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이제부터 하는 말은 이런 것이다. “떨어지는 오동잎”과 같은 사실을 발견한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파악한다. “누구의 발자취”인가 하는 의문은 어렴풋이 제기하기만 하고 적실하게 해결하지 못한다. 학문을 하면 이런 미완성품이 많아진다. 완성품을 얻으려고 하면, 미완성품이 몇 갑절 늘어나 감당하기 어렵다. 버려야 하는가? 감추어야 하는가? 아니다. 완성품보다 미완성품이 더 소중한 줄 알아야 한다. 미완성품 더미에 진로가 있고, 가능성이 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던 일을 다음 생에 계속할 수 있다고 여기면 아주 어리석다. 미완성품을 되도록 많이 내놓고, 소유권을 포기한 공유물이라고 선언한다. 더 잘 처리할 동지들이 가져가기를 바란다. --- p.523-524 3-3-3 남들과의 관련 역사는 인류 내부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남들 또는 외부와의 관련도 역사이다, 내외의 역사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양상을 가까운 데서 멀리까지 나아가면서 살피기로 한하다. 엄청난 과제여서, 장담하지 말아야 한다. 분명하고 자세한 고찰을 하도록 하는 바람잡이 노릇을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 p.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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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을 어떻게 하면 잘하는가? 열심히 하면 된다. 힘써 노력하면 큰 성과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리석다. 학문은 버리고 공부나 할 따름이다. 연구가 무엇인지 알고 잘하는 지혜가 있어야, 노력을 낭비하지 않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공부는 넓게 하고 연구는 좁게 시작해야 한다. 이 말이 만고의 명언이다. 넓은 공부만 하며 세월을 보내다가 건달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여기저기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한번 시작한 연구가 아주 좋은 선택이어서, 저절로 확대되고 연쇄반응을 일으켜 자꾸 뻗어나도록 해야 한다. 학문은 슬기로우려고 하므로 슬기롭게 해야 한다. 억지나 무리가 없이, 샘이 솟듯이 해야 한다. 한 곳에서 물결을 일으켜 동심원이 멀리까지 확대되게 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 지방문학·자국문학·문명권문학·세계문학이 앞의 것이 뒤에 것에 포괄되어 점차 커지는 관계인 것을 알고, 좁게 시작한 연구를 키워나가야 한다. 문학만 이렇지 않고, 학문의 영역이 한 단계씩 확대되는 것이 어느 경우에나 당연하다. 이런 것들이 시대에 따라 부침한다. 중세에는 문명권학을 받들다가, 근대가 되자 국가가 주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면서 자국학을 힘써 하게 되었다. 이제 지방학에서 재출발해 새로운 사대의 학문을 이룩하고자 한다. 문명권학을 재흥하고 세계학으로 나아가는 것을 새로운 과제로 삼는다. 이런 변화를 알고, 일생 학문을 선후 순서를 잘 갖추어 해야 한다. 계통발생을 개체발생에서 적절하게 재현해야 한다. 세계학문의 내력과 개인학문의 역사를 병행시키면서 새로운 작업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다시 말할 수 있다. 지방학·자국학·문명권학·세계학 순서로 학문의 영역을 한 단계씩 확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 노력을 재검토하며, 일생의 학문을 되돌아본다. 그 핵심과 변화를 요약하며, 너무 많이 써서 미안한 책이 모두 뒤로 물러나 있도록 한다. 독자가 번거롭게 여기지 않도록 돕고, 수고를 줄여주려고 한다. 이 책을 『조동일 선집』이라고 여기고, 먼저 읽기 바란다. 열거 서술을 하는 것은 아니며, 세 장이 한 단계씩 필요한 작업을 한다. 교수와 학자가 각기 할 일, 과거·현재·미래의 구분, 이 양면에서 무엇이 다른지 정리해 말한다. [1. 경과 고찰]은 교수가 말해주어야 하는 과거의 사실이다. [2. 작업 재론]은 강의하는 교수와 연구하는 학자가 함께 감당해야 하는 현재의 과제이다. [3. 진로 모색]은 멀리 나아가는 학자에게 부과되는 미래의 임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