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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누의 집 이야기
이지누
삼인 200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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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먼저 하는 이야기 | 사람의 집에서 사람을 찾다

01 골목 이야기
내게 가장 멀었던 유배지 | “야들이 전부 어데 갔노? 그 집 아는 있능기요?” | “우린 친구 아이가. 니 혼차 그라마 되나?” | 홍랑의 골목에서 술에 취해 봄을 찾았네 | 작지만 풍요로운 사회

02 대문 이야기
“문 걸어라”와 “문 잠궈라” | 하늘로 열린 문과 열두 대문 | 남녀가 서로 달리 드나들었던 문 | 안으로 열리는 문과 밖으로 열리는 문 | 사립문 밖은 온통 풍진인데

03 울타리 이야기
“다래 몽둘이를 치고 들어왔다” | 벽이 있을 뿐 울타리가 없다 | 한울타리에 묶이는 우리와 묶이지 않는 서양 | 관음과 도청의 욕구 | 울타리는 치고, 담은 쌓는다

04 변소 이야기
간혹 그곳에 가고 싶다 | 모과향기 가득한 통시에서 읽던 책 | 할아버지의 헛기침과 변소각시 | 내가 본 것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 불타는 똥의 거리와 하이힐 | 얼레리 꼴레리, 지누하고 전희는걖?| “야가 변소에 빠졌나 우옛노”

05 마당 이야기
허균이 꿈꾸던 집 | 내 마음속의 마당 깊은 집 | 뜰 앞 석류나무 두 그루의 비밀 | 동산바치들이 가꾼 뒷마당 | 석류를 주었던 그리운 희면이

06 지붕 이야기
계곡 장유 선생의 지붕 | 고드름은 하늘이 주신 선물 | 양철지붕을 두드리던 빗소리 | 제비가 내려앉으려다 다시 날아오르는 선 | 수막새에 새기고 싶은 가족의 얼굴

07 우물 이야기
물이 세상으로 나오는 구멍 | “드레 우므레 므를 길라 가고신딘” | 지누가 우물에 빠진 날 | 물지게와 수박화채 | 호랑이 외할아버지의 으름장

08 부엌 이야기
집 있으면 불부터 먼저 들어간다 | “柴어마님 며느라기 낫바 벽바흘 구루지 마오” | 자연 훈제가 된 과메기 | 조왕신의 입에 엿을 붙이다 | 분배가 이루어지는 신성한 장소

09 마루 이야기
김일의 헤딩과 부러진 다리 | 댓돌 위에서 서럽게 운 까닭 | 일곱 자 반 그리고 비트루비우스 | 다섯 자의 여유와 제사 | 동동구리무장수와 각설이 그리고 이웃 | 천리만리 유배 길이었던 쪽마루 | 성주동이와 참종이 | 바람을 이불 삼아 어머니 무릎 베고 잠들던 나의 마루

10 창문 이야기
내가 보던 창 | 내가 듣던 창 | 소리는 막고 풍경은 크게 | 빛은 들어오지만 냄새는 나가지 못하고 | 책을 읽고 시를 짓는 문학의 통로 | 창문에 피었던 꽃

11 구들 이야기
장작 땐 방에서 물걸레질을 하다 | 구들과 마루의 탁월한 더부살이 | 구들장이 홍씨 할아버지 | 아랫목에 묻어 두었던 밥

12 방 이야기
춘원 이광수의 부동산 투기 | 책만 읽던 바보가 만든 이불과 병풍 | 달팽이처럼 작은 띳집 | 우울했던 나의 첫 번째 소풍 | 그림자를 본받다 | 색즉시공 공즉시색

저자 소개 1

한국 문화를 섬세한 눈으로 톺아보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80년대 후반, 구산선문 답사를 하며 불교문화를 익히기 시작했으며, 1992년에 발간된 《나말여초의 선종사상사 연구》(이론과 실천, 추만호)에 사진작업을 했다. 그리고 퇴옹 성철스님 다비식을 시작으로 지금껏 큰 스님들의 다비식을 기록해 오고 있다. 2001년에는 한국 문화를 깊이 있게 다룬 계간지인 《디새집》(열림원)의 편집인으로써 창간을 주도했다. 그 후 〈불교신문〉의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지금은 나라 안 폐사지에 대한 기록은 물론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산재한 마애불의 기록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한국 문화를 섬세한 눈으로 톺아보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80년대 후반, 구산선문 답사를 하며 불교문화를 익히기 시작했으며, 1992년에 발간된 《나말여초의 선종사상사 연구》(이론과 실천, 추만호)에 사진작업을 했다. 그리고 퇴옹 성철스님 다비식을 시작으로 지금껏 큰 스님들의 다비식을 기록해 오고 있다. 2001년에는 한국 문화를 깊이 있게 다룬 계간지인 《디새집》(열림원)의 편집인으로써 창간을 주도했다. 그 후 〈불교신문〉의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지금은 나라 안 폐사지에 대한 기록은 물론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산재한 마애불의 기록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불교문화 외에 민통선 지역이나 비무장지대 그리고 한강에 대한 인문학적인 조사와 사진기록을 하고 있으며, 이 땅의 순정한 민초들에 대한 작업도 이어 오고 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샘터), 《절터, 그 아름다운 만행》(호미), 《잃어버린 풍경 1.2》(호미), 《이지누의 집 이야기》(삼인), 《관독일기》(호미)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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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류충렬
한국화 화가. 민족미술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러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우리 민족의 정서와 참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해 왔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4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51쪽 | 388g | 153*224*20mm
ISBN13
9788991097391

책 속으로

그랬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때로 구더기가 득시글거려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기도 했지만 그곳은 뒤만 보고 나오는 곳이 아니라 내 미래의 한 부분이 준비되던 곳이었지 싶다. 그곳. 그 자그마한 뒷간에 다시 쭈그리고 앉으면 시라도 서너 편 거침없이 써 낼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이제 내가 앉을 곳은 없다. 외갓집이 있던 자리에는 공단이 들어섰고 오순도순 살던 우리 집이 있던 자리는 그 어디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지경으로 거대한 아파트가 들어서고 말았다. 형제들을 공포에 몰아넣던 파란손과 빨간손 귀신이나 변소각시와도 한 번쯤 더 만나 보고 싶지만 이제 그들도 없다. 다만 걸터앉은 변기에는 “징”하는 소리와 함께 나타나서는 물세례를 퍼붓곤 이내 바람을 쏟아 놓으며 속절없이 사라지고 마는 비데귀신이 지키고 있으며, 노란 모과 대신 방향제에서 나오는 모과향만 그득하다. ― <변소 이야기> 중에서

한옥이었던 우리 집의 대문은 종일토록 닫힐 줄을 몰랐다. 낮에는 언제나 활짝 열려 있었으며 저녁 늦도록 반쯤이나 열려 있다가 …… 밤이 이슥해지면 어머니는 우리 사내아이들더러 문을 닫고 빗장을 걸고 들어오라고 했는데, 그것을 한꺼번에 “야들아, 누가 대문 걸고 오니라”라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해 보니 어느 날부터 “야들아, 누가 대문 잠그고 온나”라고 바뀌어 있었다. 서울로 이사를 오고 난 다음부터이다. …… 대문을 잠그고 다시 현관문마저 잠그고 나서야 잠이 들 수 있었으니 생활이 달라진 것이다. 그렇게 변화를 겪은 생활이 “문 걸어라”는 표현을 “문 잠궈라”는 것으로 바뀌게 한 것이다. 표현이 달라진 것은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뜻한다. ― <대문 이야기>에서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 사람의 집에서 사람을 찾다

텔레비전과 신문 광고를 통해 집이 사람의 인격을 대신한다는 무서운 거짓말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것이 거짓말인 까닭은, 자본주의가 선전하고 인정하는 집이란 결국 더 높고, 더 넓고, 더 비싼 집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더 크고 좋은 집에서 우리는 더 깊고 오롯한 풍족함을 가지게 되었는가?
또한 어느 날부터 우리들은 집주인의 생각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아파트나 빌라처럼 규격화되고 표준화되어 만들어진 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곧 집주인의 생각은 사라지고 오히려 집에 생각을 맞추면서 살기 시작한 것이다. 집의 모양새와 그 안에 담게 되는 철학이 바뀌었으니 당연히 너무나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편리함과 합리성을 얻었으되 그만큼 잃어버린 것도 많지 않겠는가.
요즈음 집 구경을 간다는 것은 예전과 사뭇 다르다. 대개는 아파트 시세를 묻고, 몇 평인지를 둘러보고, 집 안을 장식해 놓은 가구와 온갖 인테리어 치장물을 살피는 것이 고작일 터이다. 삐걱거리는 대문을 살포시 열며 마당을 일별하는 일도, 댓돌에 가지런히 신발을 모으는 일도, 툇마루에 걸터앉아 고드름을 따먹는 일도, 눈곱재기창으로 작은 바깥세상을 만나는 일도, 윗목까지 불길이 잘 미치는지 방바닥을 고루고루 만져보는 일도 이제는 흔하지 않다. 이것은 단지 집의 모양이 달라졌음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게다. 그리고 지은이의 말처럼 한갓진 노스탤지어적인 감상만도 아닐 터이다.
우리에게 집은 무엇이었는가? 수백 년 전이 아니라 불과 수십 년 전에 우리는 어떤 집에서 어떤 이야기를 엮으며 살았을까?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머물고 있는 집의 의미는 무엇인가?
물론 오늘날 집에서도 버젓이 사람이 잘 살고 있건만 다시 사람을 찾겠노라 말하는 책이 나왔다.

디오게네스가 한낮의 아테네 거리에서 등불을 켜 들고 “인간은 어디에 있는가?”라며 사람 사이를 헤매고 다녔듯이 나 또한 버젓이 사람이 잘 살고 있는 집에서 다시 사람을 찾으려 한다. 바보 같은 짓일지 모르겠지만 지금같이 사람이 손님처럼 드나드는 집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이었던 시절의 집,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다행스럽게 나에겐 잠시나마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집 안 구석구석 배어 있거나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되새김질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크다. 집이란 세상에 존재하는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들고 그들이 머무는 곳이기 때문이다. ― <먼저 하는 이야기>에서


*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머무는 곳

이 책은 ‘대한민국 사진작가 가운데 가장 글을 많이 쓰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이지누가 민속학에 기대어 인문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집 이야기이다. 골목, 대문, 울타리, 변소, 마당, 지붕, 우물, 부엌, 마루, 창문, 구들, 방 등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그것들에 묻어 있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우리 옛집을 탐색한다. 또 어른들이 들려주었던 집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가득하다.
지은이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머무는 곳’이 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이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곳’이 집이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것은 곧 기능성과 편리함의 측면에서만 바라보게 된 오늘날의 집에 대한 성찰이다.

마루는 방보다 자연에 더 가까이 있었다. 마당은 아예 자연 속에 포함된 것이지만, 마루는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조차 자연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지혜의 소산이다. …… 공간에 대한 실용적 구성으로만 보자면 마루는 지금의 거실에 더 가깝겠지만 이는 오히려 서양의 테라스와 베란다와 가깝다. …… 그러나 나의 생각은 다르다. 베란다를 유리로 막으면 겨우 베란다 공간만큼만 나의 것이 되겠지만 그것을 열어 두면 멀리 보이는 앞산까지도 나의 것이 될 터이니 오히려 더 큰 공간을 가지는 셈이 아니겠는가. ― <마루 이야기>에서


* 집 가꾸기는 곧 사람 가꾸기

세상의 모든 것은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지혜가 쌓이고 쌓여 가능한 것이다. 집도 마찬가지이다.
지은이는 마루, 창문, 지붕 등 우리 옛집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옛 사람들의 지혜와 그것들 하나하나에 배어 있는 소박하며 아름다운 의미들을 톺아본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집에서 같이 산다는 것은 사랑과 가르침을 나누는 일이며, 집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으로 꾸며지고 사람들 또한 그 생각에 따라 가꾸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또한 사람이 집을 가꾸면 집이 사람을 반듯하게 다듬어 주었던 것이라고 말이다.

그해 여름 우리는 대청 앞에 발을 내걸지 않았다. 아버지가 나팔꽃을 심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대나무를 쪼개 마당에 꽂고 사다리를 놓고는 처마 끝으로 줄을 치며 얼기설기 무엇을 만드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나팔꽃은 그 줄을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밤새 웅크리고 있던 보랏빛 나팔꽃은 아침이 되면 스르르 펴져 활짝 피어나니 몹시 신기하기만 했다. 여름이 깊어지고 방학이 끝날 때까지 우리 집 마루 앞에는 그 어떤 발보다도 멋진 꽃발이 쳐진 것이었다. …… 이 모두 마당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마당, 참 고마운 것이었다. ― <마당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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