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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치 깡패 김용팔
2. 고교생 깡패 3. 미녀와 야수 4. 진짜 사나이 용팔이 5. 깡패가 되고 싶은 아이 6. 의리의 용팔이 7. 베트콩파의 도전 8. 정의란 무엇인가 9. 나쁜 친구들 10. 용팔이, 연예인 매니저 되다 11. 사랑과 배신 12. 11대 1의 전설 13. 명동 사보이호텔 기습사건 |
유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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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거듭해서 당부의 말씀을 드리지만 동원되는 동지들은 모두 우리 신민당의 동지들입니다. 항상 동지라는 말을 사용해 주십시오. 우리는 이제 같은 배를 탄 신민당의 당원들입니다.” 이선중은 앵무새 마냥 지난번 약속 장소에서 했던 말을 반복해서 하고 있었다. 용팔은 왠지 거슬렸다. “저를 당원이라 부르는 건 모르겠지만. 다른 친구들을 그렇게 불러도 되겠습니까? 당원이라 하면 내가 언제 당에 들어갔느냐고 시비를 걸 깡패들이 꼭 있을 텐데요.” 용팔은 이 세계 깡패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내뱉었으나 이선중은 자못 단호하게 말했다. “원래 정치판에서는 단 하루만 같이 당에서 일해도 당원이라 부릅니다. 전통입니다. 그게.”
---「1. 정치 깡패 김용팔」중에서 “싫, 심더. 그곳에 가면 아이들이 막 때려예. 깡패들이 얼마나 많은데예.” “뭐라고? 깡패가 때린다고? 그럼 고아원에 간 적이 있었어?” “한 달…… 있었어예. 깡패 오빠들이 때려서…….” 용팔은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깡패가 때린다고? 깡패가? ‘내가 목표로 하는 깡패…… 물론 정치 깡패와 그런 양아치 깡패와는 전적으로 다른 것이지만.’ 용팔은 마음이 아팠다. 날이 밝아오고 시장은 붐비기 시작했다. 체육관으로 돌아가 학교 갈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판에 언제까지고 이 아이들과 이야기나 할 수는 없었다. 용팔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약국에서 남자아이의 증상을 진단한 후 주사를 놓고 약을 지어 주었다. 약사는 남자아이가 독감에 걸렸다면서 의사보다도 자신이 놓는 주사 한 방에 독감이 떨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용팔은 여자아이의 손에 고씨에게 받은 천 원을 쥐어 주었다. 아이의 눈이 동전보다도 크게 떠졌다. 그런 큰돈은 처음 봤으리라. ---「4. 진짜 사나이 용팔이」중에서 나이가 겨우 스물을 넘었을까. 대학이나 다닐 녀석이 한눈에 보아도 호스티스임이 뻔한 계집애들을 10여 명씩 몰고 다니는 폼이 싹수가 노래 보였다. 어렸을 적 동네 사람들이 용팔에게 싹수가 노랗다는 말을 했을 때는 그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다.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그렇게 말하지 않으리라 가슴속에 새기고 새겼건만 저절로 그 말이 입에서 뱅뱅 도는 것이었다. 특히 용팔을 못살게 굴고 악담을 서슴지 않았던 나물 장수 할머니와 외손자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고씨는 바쁘고도 바빴다. 고급술과 안주들이 빈틈없이 테이블에 올려졌다. 어쩌면 한 달을 벌고도 남을 만한 돈이 고씨에게 안겨질지 모른다. 고씨는 산동네 무허가 판자촌에서 다 떨어진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딸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6. 의리의 용팔이」중에서 갈 때까지 간 것이었다. 베트콩파는 조직이라고도 할 수 없는 동네 양아치에 불과했다. 동대문 운동장 뒤편의 창녀촌에서 매춘업으로 먹고 살다가 청계천 복개 공사로 삶의 터전을 상실하는 바람에 슬며시 을지로로 숨어든 게 일명 베트콩이 이끄는 조직이었다. … 건달은 매춘이나 마약에 손대는 조직을 가장 경멸한다. 그러한 것들로 먹고 사는 인간들이 폭력 조직을 키웠다고 건달 행세를 하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신진 세력들이 전통 있는 건달 조직에게 시비를 걸어 정복하려는 시도가 빈번해지고 있는 참이었다. 손님들이 보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비록 국토건설단으로 다들 붙들려 가는 일이 있더라도 풍전 나이트클럽의 신뢰 유지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건달 체계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해서도 본때를 보여 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7. 베트콩파의 도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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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가 뜻을 이루기 전에는 결코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
건달을 말하면서 ‘장부가 뜻을 이루기 전에는 결코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윤봉길 의사의 비장한 발언을 들먹인다면, 거북하게 생각하거나 심한 반감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용팔은 그와 같은 신념을 가슴에 새기고, 마치 장렬한 애국 투사처럼 정치 깡패로의 길에 들어선다. 당시, 정치인의 요청을 받은 김용팔은 구국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리고 부하 깡패 200여 명을 동원하여 김대중ㆍ김영삼 의원의 통일민주당을 박살 내기 위해 출동한 것이다. 용팔은 구국의 대업을 준비하는 애국자 깡패 대장이라고 믿었다. 주먹계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 김두한을 존경하며 정치를 하고 싶었던 깡패 김용팔의 야망은, 애당초 비극적 결말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 책은 폭력과 조직을 미화하는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하지만 건달 세계에 존재했던 지조와 의리를 보면서 소위 건달이 보여주는 순진할 정도의 우직함에 놀라게 될지 모른다. 김용팔은 조직을 만들지 않고 살아남은 이 시대 마지막 건달, 진정한 낭만 주먹이었다. 약자를 지켜주고 돌봐 주려는 그의 선의와 여린 마음, 정의감과 리더십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 수도 있다. 김용팔은 건달이라는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는 비열하지 않았고 순수하게 몸으로만 싸웠으며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가난하여 가진 것 없이 어둠의 세계에 들어섰고 또 몸으로만 버텨 내야 했지만, 그에게는 의리와 지조, 측은지심이 있었다. 실화를 포함하고 있는 소설 『용팔이』를 보고 김용남 작가의 과거 이력에 대해 놀랄 수도 있다. 하지만 가난한 집의 7남매 가운데 한 명으로 태어나 기대는 것 없이 세상을 헤쳐 나가는 ‘용팔’의 진심을 통해 주인공 ‘용팔’의 삶에 어느새 몰입하게 된다. 지조 있는 주먹이 되고자 했던, 돈키호테 같은 한 건달의 이야기 조직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에 홀로 낭만 주먹을 꿈꾸었던 돈키호테와 같은 깡패 김용팔. 그는 단순한 깡패가 아니라 건달이 되고자 했던 지조 있는 주먹이었다. 훗날 폭력배들이 사용하던 연장(칼이나 도끼 등 흉기)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주먹으로만 승부를 하고자 했던 순진한 폭력 깡패였다. 복서로서 KO왕 주먹을 자랑했던 허버트 강과의 일대일 결투, 청량리 588에서 벌어졌던 11대 1의 전설과도 같은 실전 폭력이 용팔의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그대로 예고한다. 1970, 80년대 부패한 정치인과 비양심적인 기업인들의 뒷이야기, 선량한 사람들을 상대로 폭력과 위협을 가하는 깡패들은 김용팔의 주먹맛을 보고야 만다. 무도한 행태를 보이는 가진 자들이 김용팔의 주먹맛을 시원하게 볼 수 있기를 오히려 기대하고 그 결과에 통쾌해하리라 생각된다. 그 외 호남 출신의 깡패들이 명동,종로,무교동의 진출을 목전에 두고 벌이는 일대 조직 폭력 전쟁, 깡패 용팔이 사랑했던 여인들, 용팔이 사랑한 여인을 빼앗아 간 정적에 대한 그의 대범한 심판, 사랑하는 여인의 행복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헌신적 사랑, [용팔이] 시리즈로 유명했던 영화배우 박노식과 진짜 용팔이 김용남의 풍전 나이트클럽 화장실에서의 충돌 등이 마치 한 편의 극적인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뿐만 아니라 다음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가난을 버티며 살아낸 소시민들의 이야기, 밤무대에서 일하며 알게 된 연예계의 속사정,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당한 이야기 등도 현대사의 흥미를 돋는다. 깡패와 건달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깡패는 법과 도덕을 무시하고, 건달은 그래도 그것을 존중한다. 그런 의미에서 용팔이는 건달이다. 밀실 모략 정치의 희생양으로 정치 깡패가 되었던 ‘용팔이’가 새롭게 돌아왔다. 정치 깡패가 되고자 했던 우직한 건달 ‘용팔이’의 소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