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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숨쉬는 돌
2. 노을 3. 물에서 나온 새 4. 아버지의 방아 5. 돌아오는 길 6. 코스모스 7. 이상한 사진기 8. 먼동 속에서 9. 제비꽃 10. 천년학 11. 솔, 바람, 달빛 든 저 대금 12. 토끼, 우리들의 축복 13. 천년 노래 14. 행복한 눈물 15. 나무를 때리는 아저씨 16. 별이 된 가시나무 17. 별 18. 어린 새 19. 오세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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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다음날도 법당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낮과 밤이 오며 가며 하루가 더 지나가고, 또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아저씨가 법당에 들어간 지 이레째가 되던 날이었습니다. 그날 아침에는 사라벌 골골이 안개로 가득하였습니다. 달반이는 그날 아침도 안개 속에 묻혀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벽화가 궁금한지 주지 스님도 여러 스님들과 함께 불경을 외며 뜰에 서 있었습니다. 인경이 저렁저렁 울었습니다. 실바람이 지나가며 나뭇가지와 나뭇잎에 묻은 안개를 살살 쓸어갔습니다. --- p.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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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지금 너한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후일 네가 마음을 갖기에 따라서 장미꽃보다도 더 거룩하게 될 때가 있을것이다.'
하느님의 이 말씀을 믿고 가시나무는 세상살이를 시작하였습니다. 나무들 사이에 우두커니 서서 눈총만 받고 사는 나날이었지만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서서히 나무들과 풀들을 가려서 옮겼습니다. 과실나무와 꽃나무들은 뜰 안으로 곡식과 채소들은 논밭으로 가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가시나무는 산에서는 밀려 내려오고 들에서는 쫓겨나서 비탈진 언덕같은 곳에서나 간신히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했습니다. 많은 날이 흘렀습니다. 할아버지 가시나무가 죽고, 아들 가시나무가 아버지가 되고, 또 아들 가시나무가 태어나고... --- p.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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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 동화의 애잔하면서도 사색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살려내고 있는 조영훈 화가의 그림과 함께 한 19편의 이야기 속에는, 힘겨운 삶의 고비에서 경험하는 숭고한 극복의 자세와 정결한 깨달음의 순간들이 시적인 언어로 아름답게 형상화 되어 있다.
일찍이 생각하는 동화로 아이와 어른을 아우르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구축했던 정채봉을 정중수 시인은 '눈물의 작가'라고 밝혔듯이 동화집『제비꽃』의 이야기들은 촉촉한 마음의 눈물들을 머금고 있다. 그것은 젊은 시절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혹독한 외로움을 견뎌야 했던 작가 자신의 삶의 내력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절망과 슬픔에서 피워낸 아름다운 희망이며 그리움의 표현들이다. 작가는 돌, 생수, 제비꽃, 가시나무, 대나무와 같은 자연과 무생물에게 생생한 삶의 영혼을 불어넣는데, 그것은 힘없고 소외된 것들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배려이며, 모성애적 카타르시스를 내포한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항상 자리잡고 있는 정채봉의 동화들은 그래서 더욱 애틋한 시선을 지니고 있으며 희생의 고귀함과 그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제비꽃』의 주인공들은 모두 슬픈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다.그러나 하찮은 돌조각, 따가운 가시나무조차도 헤어날 길 없는 운명의 진창 속에서 가룩한 삶의 승화를 목격한다. 슬프고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내고, 생과 사를 넘나드는 병마와 싸워왔던 작가의 섬세하고 넉넉한 손길이 변방에서 방황하는 연약한 자들을따뜻하게 보듬어 안으면서 새로운 희망의 길을 터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채봉 동화는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것들에 중독되어 삶의 깊이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마음속에 맑고 투명한 동심의 세계를 복원하여, 삶의 상처를 환기시키고 그것을 극복할 지혜롭고 평화로운 마음의 눈을 갖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