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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인
맥도날드 벙어리 출렁다리 구조감 미라의 바다 들개 사이에서 우리는 만나 멀티래빗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 구도가 만든 숲 한밤에 풀들을 밟고 해설 | Drive out 최다영(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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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아래를 보라고, 저 바닥에 양발을 딛고 물속에 머리 꼭대기까지 온몸을 담그면 허리가 씻은 듯이 낫고 몸이 가벼워질 것 같다고.
---「다이브 인」중에서 G는 유리(Glass), 안경(Glasses), 고글(Goggles), 골프채(Golf club), 총(Gun)을 부수고 있었다. ㅎ은 휴대폰, 헤어드라이어, 화분, 헤드폰, 하모니카를 부수고 있었다. 내가 ㅎ에게 손을 내미니 ㅎ이 P를 건넸다. ---「맥도날드 벙어리 그렇게 다 젖으면 찝찝하지도 않냐 물으니 준호는 찝찝한 것도 견딜 줄 알아야지, 하며 빗속의 다리를 쳐다봤다. ---「출렁다리」중에서 샐리가 문 자리에는 샐리의 이빨만큼이나 작은, 쌀알만한 상처가 빨갛게 남았다. 작고 뜨거웠다. 바로 아래 심장이 있는 것처럼 상처가 뛰었다. ---「구조감」중에서 개들에게는 뭘 당부하거나 빌어줄 수 있을까? 열심인 삶, 행복한 삶? 개들이 열심이나 행복이라는 말을 알까? 모를 것 같았다. 개들은 자기가 개인지도 모른다. ---「미라의 바다」중에서 많은 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불행 빼기’였다.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한데, 효과가 있는 일이 대개 그렇듯이 어느 정도의 고통을 수반했다. ---「들개 사이에서 우리는 만나 그러나 돌아보면 그때 재희는 사는 게 암벽등반이라고 믿었고, 따라서 언제나 끝에 갈고리가 달린 끈을 지니고 다녔다. 어디 마땅한 바위만 보이면 갈고리를 던져 걸고 매달릴 심산으로. 어디에든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땅에 머리부터 내리박힐 것 같았다. ---「멀티래빗」중에서 누군가 내 꽉 쥔 주먹을 억지로 펴서 내 시간을 다 빼앗아갔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았고, 시간은 밧줄보다는 빛줄기에 가까워 그저 나를 가볍게 통과해 지나갔을 뿐이라는 걸 수용하는 데만 해도 많은 에너지와 추가적인 시간이 들었다.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중에서 얼마간 단단하고 얼마간 푹신한, 촉촉한 흙 위에 두 발이 안전하게 내려앉는 느낌. 정확하고 분명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두 발. 어느 방향으로 가도 땅이 이어진다는 확신. ---「구도가 만든 숲」중에서 그래서 잊히지 않는 게 무엇이냐고 물으니 노인은 이 이야기의 모든 것이라고 답했다. 풀밭에서 실컷 들이마셨던 남자의 매캐한 냄새, 아무것도 모르고 달려가는 첫째 딸의 뒤통수, 노인의 고백을 듣던 남편의 눈, 머리끄덩이를 잡혔을 때 등 언저리가 서늘해지는 고통까지도. ---「한밤에 풀들을 밟고」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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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을 향한 우리만의 애도와
자기만의 방식으로 완수하는 이별 『다이브 인』의 소설들은 잔해 위에서 출발한다. 「맥도날드 벙어리」 속 온산이라는 도시는 바다에 잠겼고, 「구도가 만든 숲」의 J시는 나무가 쓰러지는 인공 숲을 허물기로 한다. 그곳에는 언제나 누군가를 구조하려거나 사라진 것들을 되돌리려고 하는 고집스러운 인물이 있다. 그래서 잔해는 무너진 세계에서 저마다 끝내 붙들고 있는 거처로 보인다. 심지어 「멀티래빗」의 ‘주황머리’ 여자에게는 냄새나는 쓰레기 수거함마저 제 몸을 숨길 자리가 된다. 온산의 누군가는 물에 잠긴 도시로 돌아가 동생이 있을지 모를 쓰레기 더미를 망치로 부수고, J시의 누군가는 사라진 숲을 복원하겠다며 남의 정원 흙을 퍼 간다. 엉뚱하고 막무가내인 이 몸짓들이 곧 그들만의 애도다. 사라진 것은 끝내 돌아오지 않지만, 그 위를 딛는 발걸음은 조금 달라져 있다. 유영은은 “기억은 일종의 공간이고,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다른 공간을 만들어”(뉴페이스북)낸다고 말한다. 가까운 사이라고 다르지 않다. 「출렁다리」의 ‘나’는 사촌 준호가 꺼내는 추억들 앞에서 당혹스럽다. “어떤 기억은 완전히 준호만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구조감」에서 선우는 아픈 엄마를 동생 세미와 함께 돌봐왔다고 믿지만, 세미에게는 오빠가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선우의 연인인 ‘나’는 그 어긋남이 터져나오는 순간을 지켜본다. 저마다 다른 기억의 공간에 머문다면, 이별의 방식도 같을 수 없다. 그날 밤 ‘나’는 세미의 햄스터를 훔쳐 나오는 것으로 선우와 이별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다. 「멀티래빗」에서 명랑하기만 하던 연주는 홀로 키운 동생을 대학에 보내자마자 ‘주황머리’처럼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숨어버”린 듯 돌연히 사라진다. 헤어지자는 합의도, 잘 가라는 인사도 없는 이별들이다. 이들의 이별은 상대를 다 이해하거나 용서해서가 아니라, 풀리지 않은 마음을 안은 채로 손을 놓아줄 때 완수된다. 「구조감」과 연작을 이루는 「한밤에 풀들을 밟고」에서 ‘나’는 오 년 전 자신의 앞니를 깨뜨리고 사라졌던 세미와 호숫가에서 다시 마주친다. 사과를 받지 않겠다고, 그냥 화내고 미워하게 두라고 말하던 ‘나’는 세미가 자신과 함께했던 제주 여행을 가족여행으로 다르게 기억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럼에도 작품 후반부 “세미가 비슷한 색으로 그 순간을 기억한다면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 ‘나’는, 출입이 금지된 풀밭을 세미와 함께 걷다가 손을 놓으며 세미가 “오래오래 건강하기를” 바란다.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의 ‘나’ 역시 투자금을 들고 사라진 엄마의 교회 친구 조안을 찾아 삼촌과 디즈니랜드를 헤매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조안의 행복을 빌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안을 찾는 대신 “자스민과 알라딘이 양탄자를 타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가는 퍼레이드를 삼촌과 지켜보기로 한다. 미움을 지우지 않고도 누군가의 안부를 빌어주는 것, 떠나가는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 『다이브 인』의 인물들은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별을 완수한다. 살아 있다는 감각에 풍덩 뛰어드는 엉거주춤한 용기 이처럼 유영은의 인물들은 지나간 일을 곱씹는 대신 있는 대로 품어 안는다. 그들이 보다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몸에 닿는 생의 감각이다. 「들개 사이에서 우리는 만나」에서 사 년째 방안에 누워만 지내던 형우는 최면으로 본 자기 전생을 털어놓는다. 전생의 형우는 총을 든 농장 주인에게 쫓기면서도 종종 멈춰 서서 “죽음을 감수하면서 바람을 느끼”던 들개였다. 누나인 ‘나’는 그동안 형우가 불행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애써왔다. 그러나 형우가 전생의 기억을 말한 순간, 실오라기 같은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가고 ‘나’는 자신도 그 바람을 알고 있다고 느낀다. 원인을 밝혀내지 못해도, 남매는 같은 감각 속에서 비로소 잠시 만난다. 「미라의 바다」의 미라는 애니멀호더 엄마 정숙이 거둔 예순세 마리 개와 함께 집안에 갇혀 자랐다. 스물한 살에 구조되어 자립생활관을 거쳐 인쇄소에 취업한 미라는 바다가 찍힌 스티커를 물티슈에 붙이던 어느 날, 진짜 바다의 소리가 궁금해 밤 기차를 탄다. 처음 마주한 밤바다 앞에서 미라는 두려움을 안은 채 한 발씩 물속으로 걸어들어가, 바다의 움직임에 제 호흡을 맞춘다. 스티커 속 납작한 바다가 아니라 몸으로 감각하는 ‘미라의 바다’다. 자립은 그렇게 시작된다. 표제작 「다이브 인」에서 어느 날의 세 시간이 기억에서 사라진 엄마는 그뒤로 끼니마다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휴대폰에 적어두며 더는 아무것도 잃지 않으려 애쓴다. 한편 그 세 시간을 엄마와 함께 보냈다는 소녀 휴이를 따라 동굴에 들어간 ‘나’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못에서 엉성하게 다이빙을 한다. 포근한 물속 돌 틈엔 누군가 끼워둔 기억들이 있고, 그중 엄마의 세 시간도 섞여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꺼내지 않고 더 깊이 내려간다. 잃어버린 시간은 굳이 되찾아 오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차라리 내 몸을 감싸는 살아 있다는 감각이다. 그러니 엉거주춤하더라도 뛰어들 것. 『다이브 인』이 상실 이후의 삶에 건네는 대답은 이토록 단순하고, 또 용감하다. · 작가의 말 내 소설에는 내가 만났던 얼굴, 들었던 말, 안부와 편지, 농담과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다. 무엇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이제 나도 잘 모른다. 내게도 내가 만난 것들이 묻어 있다. 그러니까 아마 나도 어딘가에 조금씩 묻어 있을 것이다. 정확히 포개질 수는 없고 서로 묻고 묻힐 뿐인데, 그래도 소설을 뭐하러 쓰냐 하면, 사실 시간을 좀 끌고 싶다. 도망가기 전에 조금 더 서 있는 시간. 지나간 것을 너무 빨리 지나간 것으로 만들지 않는 시간. 모르는 것을 금세 안다고 하지 않는 시간. 포개질 수 없는 다른 얼굴을 들여다보는 시간. 무서워, 무서워, 하면서. 그러다가 어쨌든 다음 장면으로 가기. 2026년 가을 유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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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에 대해서 우리는 결코 다 알 수 없다. 안다고 말하는 소설은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그가 머물렀던 장소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그 장소가 허름한 집이든, 작은 방이든, 풀숲이든, 동굴이든 상관없다. 그 장소를 끝내 재현해낼 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유영은의 소설은 바로 그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그의 인물들은 더듬거리며 쓰레기 수거함을 청소하고, 인공 숲을 거닐고, 함께 걷던 골목으로 다시 들어선다. 그 작은 차이, 그가 부재한 공간의 미세한 어긋남이 낯선 정동을 불러온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기억의 구조와 감정의 구조, 공간의 구조는 사실 서로 닮아 있는 것이 아닐까? 그것들이 닮아 있다면 그 안에서 계속 머물러도 괜찮지 않을까? 그 덧없는 마음이 유영은 소설의 에너지가 되었다. 사라진 사람과 잃어버린 시간을 끝내 밀어내지 않고, 함께 살아갈 자리를 마련하는 것.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집이 되었다. 그 집에 많은 독자들이 찾아와, 저마다의 상처와 상실을 잠시 내려놓고 함께 머무르기를! - 이기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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