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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05

곽태호
가을이 오면·13
옛이야기·14

김명순
주저리감·17
길 위의 달팽이·19
꽃밥 익는 연꽃·20
제비꽃 필 무렵·21
유월의 소리·22
아로니아 따는 여름·23

김선예
칠연계곡·27
감나무 가로수·28
먹물·30
잔디·31
그리움을 줍다·32

박영순
그래도 장미꽃은 핀다·37
떠나가는 봄·38
별난 사랑·39
양반 달팽이·40
내 고향 영동·41

배만재
꽃물 들임·45
빈 화분·47
촌부의 하루·48
작약꽃·50
별 그리고 기억·52

배후식
낙상홍·55
거목·56
환상의 대천·57
기다림·59
마음먹기·60

손정선
다시 찾은 나의 집·63
마당 가 나무·65
겨울나무·67

송병서
석공·71
아내의 생일 아침·73
핸드폰을 끄고·74
도장·76
반지·77

송석웅
연화정 연꽃 농장의 사계·81
풀잎들의 시간·83
겨울을 건너는 초록·84
연화정 연못의 작은 숨결·86
연화정의 연잎 마음·88

이미혜
다섯 해·93
빈 둥지·94
파크 골프·95

이은혜
강가의 저녁·99
주름이 부르는 노래·101

황용선
떡시루·105
물 밤·107
산의 식탁·109
파종·111
한 방울 사랑·113
장날·115

발문│양문규·117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30*190*20mm
ISBN13
9791124212202

책 속으로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때
가을바람 소리가 흘러가는
세월을 재촉한다

당신의 어깨에 기대어 저녁의 깊이를 바라본다

가을이 오면 산과 강이 두른 초원에서
흘러가는 것이 강물인지
우리의 시간인지 한참을 생각해 본다
-곽태호, 「가을이 오면」 부분

굳은살 박인 발바닥
인생의 무게 온몸으로 버틴다

별빛 총총한 새벽
달빛 흔적 쫓으며 걷는 길
마을 벗어나니 이슬 젖는 신발

이십 리 길 걷고 나서
배낭 내려두고
신발 끈 질끈 동여맨다
-김명순, 「길 위의 달팽이」 부분

누더기 옷 걸치고
모진 추위 견디며
따사로운 볕에 기대는 너

초록이
이수 천변 크게 열면
햇살 쏟아진다

뾰족하게 올라온 모습
찌를 듯 보이지만
무거운 발 포근히 받아준다
-김선예, 「잔디」 부분

사고팔 욕심 없고 세금 낼 걱정 없이
등에 돋아난 숙명을 묵묵히 업고서

초여름 아침이슬 맞은 접시꽃 그늘 지나
기생초 꽃밭을 뉘엿뉘엿 걷는다
서둘 것 하나 없이 유람하는 너

소나기 맞으며 팔자걸음 걷는 양반이 따로 없구나
-박영순, 「양반 달팽이」 부분

돋은 적 없어 핀 적이 없던
옥상에 두었던 옹기

빛과 그늘과 공존하며
바람과 비를 견디며
실타래처럼 묶여 있다

곱게 만들어진 틈 속으로
어린 바람 한 닢 지난다
-배만재, 「빈 화분 」 부분

겨울 지나 봄 가고 여름 후에 가을 오니 한 해가 간다
해마다 맞이하는 계절 모두가 다르다
나이는 먹고 내가 잡은 터전도 변한다

태양도 돌고 달도 돌고 지구도 돈다
해마다 맞이하는 날도 마냥 다르다
열심히 살았건만 남은 것은 없다

지금부터 작은 탑을 쌓아야 한다
-배후식, 「마음먹기」 부분

여백이 주는
허허로운 나뭇가지
거침없는 눈보라
스쳐 지나도 의연하다

햇살 쏟아지는
순백의 대지 위에
찍힌 발자국

봄을 향해 기대어 서 있다
-손정선, 「겨울나무」 부분

유튜브에 빠져
화면을 넘기다 보면

배터리는 어느새
닳아 있다

문득 내 안에도
수많은 영상이
담겨 있는데

남의 삶을 넘겨보느라
내 것은
꺼내 보지 못했다
-송병서, 「핸드폰을 끄고」 부분

버거운 무게 품은 연잎 한 장도
말 한마디 없이 물길을 내어주고
흘려보낸 자리엔 맑은 숨결만 남아
젖은 하늘 한 조각 다시 담아낸다

연잎 끝 물방울 하나 미끄러지고
바람 한 점 고요히 그 자릴 지난다
비워낸 초록 잎맥 사이사이에는
햇살 한 줌 내려와 오래 머문다
-송석웅, 「연화정의 연잎 마음」 부분

아침 공기를 가르며
꼬마 버스가 달린다

잠이 덜 깬 아이들의 인사
아침 환하게 깨어나고
작은 손 흔드는 모습마다
하루도 함께 웃는다

자그마한 아이들 훌쩍 자라고
수줍던 눈빛 꿈을 품은 반짝임
한 해 두 해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이미혜, 「다섯 해」 부분

아코디언을 펼치면
오래 접어둔 바람이 쏟아진다

한껏 벌어졌다
다시 몸을
접는 사이
지난날의 골목과 저녁의 불빛이
가슴 깊은 곳에서 떠오른다

사랑은 몇 번이고 나를 가두었다가
빈 들판처럼 접어둔다
-이은혜, 「주름이 부르는 노래」 부분

예전의 몸을 벗고
한 알 씨앗으로 돌아왔다

누구의 손도 닿지 않았는데
바람은
나를 제 갈 길에 내려놓는다

말없이 스미는 비
마른 속을 적시고
흙의 어둠은
끝내 닫힌 문이 아니었다
-황용선, 「파종」 부분

출판사 리뷰

충북 영동군 심천면 금강 강가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영동문학관, 그곳엔 영동을 사랑하고 시 낭송과 창작에 몰두하는 아름다운 인생의 향기를 품은 사람들이 있다. 여기 ‘금강사랑 시 모임’동인지는 2024년 9월 모임을 만들어 2026년 9월까지 쓴 글을 모은 시집이다.

‘금강사랑 시 모임’은 영동군 주민동아리 지원 신청서를 내고 선정되었을 때 모두 환호하고 함께 기뻐하였다. 동인지가 나오기까지 격려와 지도해 주신 김완하, 양선규, 이주영 시인님께 감사드리며, 시인들의 ‘한 소절’마다 인생의 여정을 시루에 익혀내듯이 담아내었다. 순수한 맛과 향기를 나누기 바란다.

2026년 10월
금강사랑 시 모임 일동

추천평

금강사랑 시 모임의 시편들은 각기 다른 시선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자신이 살아온 자리에서 시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동이라는 지역을 토대로 시가 써졌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시편에는 좋은 씨앗이 있다. 농사를 짓고, 나무를 가꾸고, 연꽃을 키우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가족과 함께 살아온 시간, 고향을 떠났다가 돌아온 시간도 있고, 새로운 고장에 뿌리내린 시간도 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이라는 가장 좋은 토양이 그것이다. 필요한 것은 그 씨앗을 오래 돌보고, 남의 시를 닮으려 하기보다 자기만이 볼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일이다.
시인은 특별한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평범한 삶 속에서 남들이 지나치는 한 장면을 붙잡아 낼 수 있는 사람이 시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금강사랑 시 모임’의 첫 수확 『시루』는 영동문학의 한 자리에서 소중한 첫걸음을 내디딘 시집이라 할 수 있다. - 양문규 (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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