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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붙박이 별 | 영원한 푸른 카레 도넛 1부 중간이의 여정 줄다리기 | 천재성 검사 | 보급형 비스포크 슈트 | 크록스의 위대한 여정 | 혹의 존재론적 관점 | 소외된 왼손잡이들을 위하여 | 우주 속 외딴 성 | 젓가락의 춤 | 죽음을 위한 여정 2부 핍의 여정 해방 자본주의 | 기록된 종말론 | 비확인 생명체에 관한 단상 | 이온화된 라단조의 아리아 | 지옥과 천국의 불가분한 관계 | 계속해서 쓰시오 | 확신 없는 세계에서의 잼잼 | 레종 데타르 | 인간의 형상을 한 괴물, 괴물의 형상을 한 인간 | 고요한 바다 3부 조우 핍과 함께 춤을 | 이야기 속 이야기 | 메탈릭 메이플라이 | 어쩌면 자격지심일지도 | 넌 끝내 아무것도 알 수 없을 것이니 | 쓰레기로 쌓아 올린 신의 형상 | 인간 발전의 끝은 자기 파괴 | 코스믹 락, 시저, 페이퍼 4부 종착 지점 그라데이션 디스토션 | 환상, 현실, 구원 | 무한을 위한 원형 | 너, 나, 우리로 크레센도 | 연기 없는 연극 | 그렇게 우리는 | 그렇게 또 부유하는 작가의 말 미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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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최종적인 엔딩(사실은 아니지만)은 블랙홀에 의한 해체다. 모든 부유자를 비롯해 지구인들은 겉보기에 태양과 같은 항성이나 목성 같은 거대 행성에 끌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모두 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초거대 질량 블랙홀보다 훨씬 큰, 인간의 관측 시스템으로는 관측하지 못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영원한 푸른 카레 도넛」중에서 물리적 혹은 우주적 관점에서, 지구가 부유자들을 버린 것과 부유자들이 지구를 버린 것은 구별되지 않는다. 지구가 중간이의 기준에서 탈락한 것이다. (…) 결국 그는 차라리 자신이 지구를 버린 것으로 여기기로 했다. 보편에서 탈락한 것이 아니라 보편이 자신을 담지 못한 것으로. 둘 모두 우주적인 관점에서는 다를 것이 없었다. ---「줄다리기」중에서 중간이의 시각에서 인간이란 평생 진리라는 이름의 제 그림자를 쫓다 스러지는 존재이며, 부유자는 그런 인간이 도달한 최종적인 진화 형태였다. 그럼에도 중간이 역시 굴레에 갇혀 있기를 멈추지 못하는 것은 언젠가 진리에 닿으리라는 깊은 오해에서 비롯된 희망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희망은 이 우주를 지탱하는 가장 잔혹하고도 달콤한 동력이다. ---「크록스의 위대한 여정」중에서 “왜 내가 걜 죽였다고 하는 거야?” 아이는 숨을 고르고는 답했다. “이제 그 애는 전으로 못 돌아가거든. 절대.” “그게 죽인 거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죽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그래.” 중간이가 반문했다. “무슨 말이야?” 아이는 다소 풀린 눈으로 중간이 어깨 너머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에게 죽음은… 과거로 더는 돌아가지 못하게 될 때마다 일어나는 거야.” ---「혹의 존재론적 관점」중에서 “독서와 천체 관측은 본질적으로 서로 닮은 것 같아.” 잊을 수 없는 음성이었다. 목소리는 어떤 고급 종이보다도 부드러웠고, 그 내용은 중간이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중간이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왼쪽이가 그곳에 서 있었다. 왼쪽이는 재가 되어버린 소설 잔해들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멀리 있는 빛을 응시할수록, 결국 과거를 보게 된다는 점에서.” 중간이는 왼쪽이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만을 향한 혼잣말을 내뱉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빛이 사그라지듯이, 책도 결국 사라져버려. 그래서 다행이야.” “왜 그렇게 생각해?” 얼떨결에 튀어나온 물음이었다. 왼쪽이가 답했다. “우리 역시 언젠가는 사라질 테니까.” ---「소외된 왼손잡이들을 위하여」중에서 “너는… 왜 이야기를 써?” 그 말을 뱉자마자 중간이는 놀라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버렸다. 깊은 잠에 빠진 오른이는 무의식적으로 제 코끝의 혹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한동안 왼쪽이는 대답이 없었다. 중간이는 홀로 물음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아님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혹은… 중간이의 심장 박동이 서서히 잦아들고 무거운 눈꺼풀이 감기려던 찰나, 어둠을 뚫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절대 부유하지 않을 거니까.” ---「소외된 왼손잡이들을 위하여」중에서 “그렇게까지 처절하게 맞서지 않아도 괜찮아.” 그러자 핍은 거칠게 삿대질하면서 중간이를 밀쳐냈다. “그럼, 너처럼 패배자가 되어 구석에 가만히 처박혀 있으라는 거야?” “그게 우리가 졌다는 뜻은 아니야.” ---「기록된 종말론」중에서 부유하기 전날 밤, 핍은 몰래 숨겨온 매직펜을 꺼내 기둥의 가장 높은 곳에 자신만의 문장을 새기기 시작했다. 펜촉이 거친 표면을 긁는 소리가 마치 모기의 날갯짓처럼 귀를 날카롭게 자극했다. 다른 아이들이 지구에서의 마지막 욕망을 채우려 분주할 때, 핍은 단 한 문장을 남긴 뒤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진보와 퇴보는 하나다. ---「이온화된 라단조의 아리아」중에서 그때 저 먼 암흑 속에서 핍은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한 점을 발견했다. ---「확신 없는 세계에서의 잼잼」중에서 - 왜 나를 붙잡은 거야? - 내가 붙잡은 게 아니야. 네가 내 쪽으로 온 거지. - 나는 그런 적 없어. - 그럼 우리가 같은 쪽으로 무너진 거겠지. ---「핍과 함께 춤을」중에서 “네 이야기라서 그런 거잖아. 전부.” ---「넌 끝내 아무것도 알 수 없을 것이니」중에서 “이건 이제 네 이야기이기도 해.” “그게 무슨 말이야?”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부터, 그건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야. 그걸 읽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되는 거지.” ---「넌 끝내 아무것도 알 수 없을 것이니」중에서 - 스스로 의식을 가지고 선택하며 나아가 파장을 만드는 것, 그게 목소리야. ---「쓰레기로 쌓아 올린 신의 형상」중에서 - 우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해. 중간이와 핍의 헬멧이 다시 마주쳤을 때 중간이가 말을 이었다. - 우리는 지금부터 우리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어. ---「쓰레기로 쌓아 올린 신의 형상」중에서 과연 환상이 현실을 구원할 수 있을까? 형체도 실체도 없고, 심지어 그것을 체험할 주체조차 부재한 상황에서. 현실의 부산물로 잉태된 말과 그 말들이 꽈리처럼 얽혀 탄생한 이야기가 이 망가진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가장 부정한 순간에 태어난 가장 안온한 서사가 인간의 삶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까? ---「환상, 현실, 구원」중에서 문득 중간이는 책에서 보았던 낚시꾼이라는 이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작은 연못가에 낚싯대를 드리운 채 앉아 있었다. 수 시간 동안 물보라 하나 일지 않는 정적 속에서, 그들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수면을 응시할 뿐이었다. 비릿한 물비린내조차 동이 틀 무렵이면 감각의 저편으로 밀려났다. 그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그곳에 머무는 것일까? 정말로 물고기가 낚이기만을 바라며 그 귀한 시간을 견디는 것일까? 비린내를 맡으며 낚시를 해본 적 없는 중간이로서는 그 속내를 알 길이 없었으나 그럼에도 인류의 역사 속에 그런 찰나를 기꺼이 견딘 이들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는 마음 한구석이 기묘하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환상, 현실, 구원」중에서 “의미는 우리가 만드는 거야.” ---「환상, 현실, 구원」중에서 “넌… 왜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 거야? 이미 끝이 정해져 있는데.” 중간이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말했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거야. 어떤 세계에서는 답이 있었으면 해서….” 하나는 중간이와 눈을 맞췄다. 중간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근데 나 이젠 알아. 우린 답을 찾지 못할 거야.” ---「너, 나 우리로 크레센도」중에서 “우리에게 세상은 둘로 구별됐다. 있음과 없음, 빛과 어둠….” 멀지 않은 곳에서 이아는 눈을 감고 하나의 목소리로 되살아나는 자신의 문장들을 들었다. 자신이 쓴 이야기임에도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나는 오래도록 이야기를 읽고, 또 읽었다. 이윽고 이야기의 끝에 다다랐을 때, 해가 지며 저녁노을이 두 사람을 비추었다. 마지막 문장을 읽어 내려가던 하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니 우리 삶은 우리가 결정해야 해. 비록 그 끝이 멸망일지라도.” ---「너, 나 우리로 크레센도」중에서 자신이 밀려났기에 하나가 이곳에 남게 된 것이라면,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가 하나에게 남게 된 것이라면, 이아는 그 사실만으로도 부유를 버틸 수 있었다. 하나가 와락 이아를 끌어안았다. 하나는 이아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제야 알 것 같아. 이야기는….” 하나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결국 부유하는 모든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거야.” 하나는 이아의 이야기를 듣고 연기하며 이아가 왜 그토록 집요하게 이야기를 썼는지 어렴풋이 깨달았다. 서사 자체에 구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구원은 오직 그 이야기를 누리는 사람에게 있었다. 아무리 처참한 비극이라도 사람에게는 그것을 넘어설 힘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중에서 “아마 영원히 닿지 못하겠지.” 혹은 이미 도달했는지도 몰랐다. 우주에는 중심이 없으니, 끝이라는 경계 또한 없을 테니까. ---「그렇게 또 부유하는」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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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중간이의 여정
“물리적 혹은 우주적 관점에서, 지구가 부유자들을 버린 것과 부유자들이 지구를 버린 것은 구별되지 않는다. 결국 그는 차라리 자신이 지구를 버린 것으로 여기기로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중간이는 이미 부유하고 있었다. 이 절대적인 무력감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대체 무엇인가. 이 물음의 답을 찾아 중간이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로 한다. 지구에서의 삶으로, 그리고 자신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순간으로. 2부 핍의 여정 “너희는 철저히 속고 있다. 우주를 표류할 수 있는 슈트를 걸쳤다고 해서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의식을 잃기 전 핍이 마지막으로 들은 말. “사용자의 의식을 슈트에 백업합니다.” 그렇다면 핍은 정말 살아 있는 것일까. 핍은 이미 죽었고, 핍의 의식이 탑재된 기계만 남은 것은 아닌가. 그리고 가장 두려운 질문, 그렇다면 핍은 여전히 인간인가. 3부 조우 “잠시 둘은 조우를 후회했다. 조우하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마침내 우주적인 확률로 중간이와 핍이 조우한다. 우주에서 부유자들이 나누는 대화는 그 자체로 추측과 해석, 상상이 개입하는 하나의 이야기다. 4부 종착 지점 “이제야 알 것 같아. 이야기는 결국 부유하는 모든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거야.” 과연 환상이 현실을 구원할 수 있을까? 중간이의 물음에 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까, 중간이는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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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삶이 주어진다면,
인간은 그것을 무엇으로 견딜 수 있을까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할 수 있는 희망은 『부유자들』의 이야기는 스스로를 ‘중간이’라 이름하는 한 부유자의 시점에서 대부분 전개된다. 중간이는 어째서 부유하게 되었는가, 어째서 들어주는 이 아무도 없이 혼자서 우주를 부유하는 주제에 계속해서 이야기를 지어내는가. 이 기원을 찾아 중간이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로 한다. ‘천재성 검사’에서 탈락한 뒤 우주로 사출될 날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던 어느 날, 중간이는 시설의 도서관이라는 곳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생각을 거듭하던 중간이가 결국 “우리 세계에선 앞이 보이지 않아”라고 혼잣말했을 때, “우지끈, 숲속에서 큰 참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책장이 무너진다. “그러자 허공에서 얽히고설키는 먼지들은 마치 책들이 꾸는 꿈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 먼지 속으로 걸어가기로 한다. “다른 세계에서의 가능성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에게 주어진 유일한 필기구는 밥 먹을 때 쓰는 젓가락이다. 그것으로 수용 시설의 벽을 푹푹 찍어 내리며 중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작가는 한때 이야기를 통하여 답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했었노라고 고백한다. 이후 무수한 방황 끝에 깨달은 것은 이야기만으로는 “결코 답을 찾을 수 없고 찾아서도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이야기, 소설은 완결된 정답의 자리가 아니라, 끝내 보이지 않는 답을 찾아가는 길 위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가장 쓸모없어 보이는 이야기일지라도 누군가의 “현실과 삶들에 아주 미세한 진동이라도 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무한한 우주 공간에서 핍과 중간이 두 부유자가 조우하는 것과 같은 기적이 아닐까. 인식하기 힘들 정도로 아주 미세한 진동이라도 우리의 우주에서는 어떤 결과와 만남을 낳을지 예측할 수 없다. 부유자 핍은 저 멀리 보이는 중간이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갈망하며 죄암질을 반복한 끝에 결국 손가락을 잃는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방울방울 맺힌 핏방울들이 끝내 그를 중간이에게 데려다준다. 정지한 듯 보이는 이 세상에 느껴질 듯 말 듯 미약한, 하지만 누구보다 절박하고 간절한 떨림을 흘려보내는 것. 그것이 김준녕이 끝내 붙들고자 하는 희망이고, 그 희망이 마침내 누군가와 통하고 조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부유자들』의 우주가 우리에게 전하는 경이로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