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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제1부 이제 우리도 그런 나이가 되었다 [1주] ‘나였던 그 아이’에서 ‘나인 그 아이’로_『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2주] 우리가 잠시 잊고 지낸 꿈들_『해리 포터』(시리즈), 조앤 롤링 [3주] 나는 지금 무엇에 설레는가_『위대한 개츠비』,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4주] 나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_『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5주] 인생의 연출자가 되어 읽어보라_『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 [6주] 삶의 돈독함과 애틋함_『누비처네』, 목성균 [7주] 작고 미약한 존재에 눈길을 주는 나이로_『야생초 편지』, 황대권 [8주]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되었다_『두보시선』, 두보 [9주] 죽음은 매 순간 우리와 함께 있다_『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10주] 가끔은 너르고 길게, 그리고 느리게_『혼불』, 최명희 [11주] 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_『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 제2부 사유의 문을 열면 새로운 내가 보인다 [12주] 자기 앞의 삶에 서 있는 사람들_『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13주] 낯섦을 받아들이는 용감한 인식_『이방인』, 알베르 카뮈 [14주] 자유인이 되어보자_『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15주] 힘이 아닌 사랑과 지혜의 서사_『칼레발라』, 엘리아스 뢴로트 [16주] 낡은 생각을 보내며 새로운 눈을 뜨다_『중세의 가을』, 요한 하위징아 [17주] 나는 어떤 난장이인가_『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18주] 우리는 어떤 광장에 서 있는가_『광장』, 최인훈 [19주] 지성과 인격이 진화하는 시간_『논어』, 공자 [20주] 판단을 줄이면 삶이 넓어진다_『장자』, 장자 [21주] 나이를 이기는 사유의 힘_『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22주] 사소한 사람은 없다_『체호프 희곡 전집』, 안톤 체호프 제3부 흔들려도 무너져도 다시 서는 법에 대하여 [23주] 포기하지 않는 투쟁이 나를 버티게 한다_『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24주] 삶은 굴곡을 안고 흐른다_『오디세이아』, 호메로스 [25주]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가_『토지』, 박경리 [26주] 그를 신화의 울타리에 가두지 마라_『전태일 평전』, 조영래 [27주] 그래서 더 기억해야 할 아픔_『소년이 온다』, 한강 [28주] 근대의 문을 연 명콤비의 듀엣_『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29주]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 의지_『모비 딕』, 허먼 멜빌 [30주] 도도하게, 당당하게, 치열하게_『스콧 니어링 자서전』, 스콧 니어링 [31주] 누구에게나 카라마조프 가의 피가 흐른다_『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32주] 전복의 상상력은 뇌를 젊게 한다_『회색인 간』, 김동식 [33주] 분노하라고 등 떠미는 건 비겁한 일_『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제4부 세계를 읽는 눈, 나를 지키는 태도 [34주] 편향된 사고의 뿌리를 캐내야_『오리엔탈리즘』, 에드워드 사이드 [35주] 권력보다 지혜와 용기가 앞서야_『맹자』, 맹자 [36주] 분열의 시대,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_『백범일지』, 김구 [37주] 현대의 출발점, 1960년대를 주목하라_『진격의 10년, 1960년대』, 김경집 [38주] 뿌리를 알아야 오늘이 보인다_『삼국유사』, 일연 [39주] 역사와 사랑의 역설_『닥터 지바고』,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40주] 지적 사치를 누릴 수 있는 건 행운이다_『인간 등정의 발자취』, 제이콥 브로노우스키 제5부 나의 언어로 나를 다시 세우는 일 [41주] 지식의 숲을 지나 성찰의 바다로_『코스모스』, 칼 세이건 [42주] 청년의 항해가 노년의 이론이 되다_『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찰스 다윈 [43주] 가끔은 다 내려놓는 연습도_『월든 숲속의 생활』, 헨리 데이비드 소로 [44주] 우리는 걸을 때 철학자가 된다_『걷기예찬』, 다비드 르 브르통 [45주] 조용히 꾸준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_『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46주] 고독은 선물이다_『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47주] 고정된 시각에 저항하는 대담함과 상상력_『열하일기』, 박지원 [48주] 기록은 어떻게 삶을 설명하는가_『승정원일기』, 승정원 소속 기록자 [49주] 신화의 옷을 벗고 현실을 기록하다_『역사』, 헤로도토스 [50주] 순간이나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읽는 힘으면_『사기』, 사마천 [51주] 글도 결국 삶의 얼굴이다_『우리 문장 쓰기』, 이오덕 [52주] 17자에 담긴 삶과 우주_『바쇼하이쿠 선집』, 마쓰오 바쇼 |
전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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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나였던 그 아이’가 ‘나인 그 아이’로 성장하며 ‘나일 그 아이’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과정이다. 생물학적으로는 나이 들어가면서 노쇠하지만 ‘그 아이’는 늙지 않고 나를 늘푸른 나무로 버티게 해준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 동물, 사물 등은 내가 만나온 대상들이자 내가 겪은 삶과 관계의 모습들이지만, 사실 그것은 남의 모습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어린 왕자나 화자의 시선이 아니라 나의 감각으로 『어린 왕자』의 문을 열어보고 느끼면 그 의미가 새록새록 다르게 다가온다. 그걸 관찰자나 관람자의 눈으로 보니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느낄 뿐이다. 이 책은 이야기의 구경꾼이 아니라 주인공이 되어 읽어야 한다. 그것이 『어린 왕자』를 ‘작은 왕자’로 읽는 방식이다. 그렇게 읽을 때 이 책의 진짜 매력을 발견한다.
--- p.18 개츠비는 어리석은 미국판 로맨티스트의 맹목과 몰락을 상징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사랑 앞에서 오직 그로 인해 가슴 뛰게 설렜던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나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는 내내 거기에 마음이 끌렸다. 그 사랑이 설령 비극으로 끝났을지라도 말이다. 단 한순간이라도 사랑에 설레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줄 아는 그 순수함이 어쩌면 ‘위대한’ 게 아닐까? 내 안에도 분명히 개츠비 같은 속물근성과 사랑에 대한 맹목적인 낭만이 있을 것이다. 그것들이 꼭 젊음의 전유물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색이 바라는 것이라며 무감각하기보다 마지막 불꽃일지언정 내 차가운 심장에 뜨거운 사랑의 횃불을 잠시 들여놓아보는 것도 그리 흉 잡힐 일은 아닐 듯하다. --- pp.29-30 죽음은 매 순간 우리와 함께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피할 수 없다면 배워야 한다.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은, 인간 생활의 모든 근심, 걱정, 고통이 덧없음을 깨닫게 해준다. “죽음이 생의 가장 큰 스승임을 잊지 말라”는 퀴블러 로스의 메시지를 기억하자.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면 당당하게 직시하자. 어떤 삶을 살아야 나의 죽음이 아름다울지 생각해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 pp.56-57 『이방인』은 그 내용이 간결하지만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다. 부조리란 개인의 욕구와 사회적 현실의 불일치에서 온다. 그 부조리를 깨닫는 것이 참된 인간의 기본 조건임을 카뮈는 이 작품을 통해 말한다. 실존주의 철학과 문학은 여러 비상식적인 행동과 어긋난 의식이 부조리의 바탕이며 그 의식을 깨뜨려야 실존적 자아를 획득한다고 강조한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의 이 작품만큼 실존주의 문학을 대중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시킨 작품은 없을 것이다. --- p.77 초지일관 늘 용기가 넘치고 지혜로운 사람은 없다. 굴곡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이 그것을 상징한다.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는 가치가 있을 때 비로소 삶의 의지가 생긴다.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오디세우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지금의 내 시간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었다고 대충 버무려질 일이 아니다. 신화의 속살에 담긴 은유를 오롯이 읽어낼 수 있는 지금의 시간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 p.133 저절로 미망에서 깨어날 수는 없다. 더 너른 세상에서 다양한 사건과 사람을 만나면서 스스로 눈을 떠야 가능한 일이다. 고답적 태도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근대성이 발아된다. 그 중심에 산초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소설을 읽어보면 가히 새롭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1547~1616)의 진짜 필력은 단순히 돈키호테라는 인물의 흡인력에 의존하지 않고 차분하게 산초의 잠재적 매력을 키워나간 지점에서 발견된다. 처음에는 어색할지 모르지만 익숙해지면 완전히 새로운 맛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런 두꺼운 책을 느긋하게 읽을 수 있는 건 생애 후반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돈키호테』는 그런 호사를 누리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내 안의 돈키호테는 어떤 모습일까? 내 안의 산초는 발견했는가? --- pp.152-153 예전에는 역사적 사료로서 객관성이 취약하다는 이유로 이 책을 푸대접했다. 굳이 찾아 읽을 생각도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 상징과 은유의 역할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이 갖추어진 나이가 되었다. 행간에 숨은 비유를 읽어낼 수 있을 때 이 책이 담고 있는 엄청난 보물을 캘 수 있다. 그것이 곧 지혜다.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지혜로워지지 않는다. 이런 고전을 읽으며 지혜를 확인하고 키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삼국유사』의 이야기들을 단순한 우화나 설화로만 치부하지 말고 의도와 맥락 등을 짚어가며 해석해보면 무궁무진한 면목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스토리텔링의 시대다. 우리 시대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는 단순한 문학적 성과를 넘어 민족의 정체성을 재고(再考)하여 위상을 제고(提高)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삼국유사』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내는 시선은 분명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전해줄 것이다. --- pp.199-200 점성술과 천문학의 차이는 연금술과 화학의 차이보다 더 근원적이면서 정교하다. 기후와 시공간, 삶과 죽음 등 수많은 화두가 여기에 담겼다. 칼 세이건은 우리가 우주의 일부이니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식의 훈계에 머물지 않는다. 철학적 성찰과 과학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탐구를 통해 우주의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과학적 탐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우리가 우주를 통해 무엇을 깨달아야 하며, 우리의 미래는 어때야 하는지 등을 과학의 언어로 설명하는 동시에 감성적으로 이해하고 상상하게 해준다. 그의 글은 이미 그 자체로 아름답고 위대하다. 칼 세이건 같은 문장가를 다시 만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감탄과 존경의 마음이 절로 솟아나는 걸 느끼게 된다. 7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마지막 페이지가 아쉬울 정도다. 이 책은 과학책인 동시에 탁월한 문학적 성과의 보석이다. --- pp.214-215 『열하일기』는 또한 놀랍도록 솔직하고 때론 해학적이기까지 하다. 연암 문학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기행록에서도 틈틈이 드러난다. 가볍게 여행기로 생각하고 읽으려는 사람에게는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지만(그런 독자들에게는 고미숙의 번역과 해설서를 추천한다. 박수밀의 『열하일기 첫걸음』[돌베개, 2020]도 좋다), 여러 차례 읽을수록 그 매력이 증가한다는 점 또한 이 책만이 가진 특별함이다. 북한에서 1950년대에 먼저 번역한 것을 남한에서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역했고, 2009년에 이르러 기존 번역서의 문제를 고친 완역본이 나왔다는 점도 우리에게 많은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 p.245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한 방랑 시인이 마지막으로 쓴 시는 ‘가을 깊은데 이웃은 무얼 하는 사람일까(秋深き隣は何をする人ぞ)’였다. 이를 두고 옮긴이 류시화는 “바쇼에게는 시가 곧 삶이었으며, 삶의 결과가 곧 시였다”라고 평가했다. 단 17자(정확히는 17개의 발음)의 짧은 시 안에 삶과 우주가 녹아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다행스럽고 고맙게도 우리는 이제 그 짧은 행간을 소화해낼 수 있는 나이에 이르렀다. 하이쿠가 지닌 진면목을 조금씩 다른 맛으로 느낄 수 있고, 살아낸 세월이 길어질수록 그 맛이 더욱 진해짐을 느낄 수 있다. 바쇼의 문장은 우리에게 남은 생 또한 한 편의 정제된 시처럼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건넨다. 덕지덕지 뒤덮은 수사와 장식이 덧없음을 아는 이가 하이쿠에서 만나게 되는 가장 큰 매력은 단순함과 소박함에 진수(眞髓)가 담길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 p.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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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인문학 멘토**
**EBS 인문학 특강 ‘고전 독서’ 강연자** **한국출판평론상 수상 작가** 『고전, 어떻게 읽을까?』, 『다시 읽은 고전』 등을 집필하며 시대를 일깨워온 인문학자 김경집이 추천하는 인생의 전환점에 선 어른을 위한 1년 52주 독서 프로젝트 “명함도 역할도 사라진 지금의 자리, 52편의 고전은 세상이 빼앗을 수 없는 나만의 답을 건넨다” ‘시간은 넉넉해졌는데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모르겠다.’ 은퇴를 앞두었거나 이미 지나온 이들이 공통으로 마주하는 막막함이다. 명함과 역할이 사라진 자리에서 ‘무업장수(無業長壽)’의 날들은 생각보다 길다. 인문학자 김경집은 이 시간을 위한 가장 좋은 처방으로 책 읽기를, 그중에서도 ‘고전 읽기’를 권한다. 『고전, 어떻게 읽을까?』, 『다시 읽은 고전』, 『청춘의 고전』, 『질문하는 십 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 등을 통해 십 대와 청년들에게 고전의 참맛을 일깨워온 그가, 이번에는 인생의 전환점에 선 어른을 위한 신작 『살아갈 날들을 위한 52주 고전 공부』를 선보인다. 한 사람이자 동시대 인문학자로서 나이 듦과 은퇴라는 생의 전환점을 직접 건너오며 치열하게 부딪쳐온 저자 자신의 실존적 고뇌가 오롯이 담긴 결과물이다. 이 책은 1년 52주 동안 매주 한 편의 고전을 깊이 있게 읽어가도록 이끄는 정교한 독서 안내서다. 어찌 52권의 고전으로 충분할까? 100선, 200선으로도 부족하다. 그러나 일단 52주 동안 꾸준히 읽어보며 기초 체력을 다지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어린 왕자』와 『햄릿』에서 출발해 『토지』, 『논어』,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코스모스』를 지나 『사기』와 『바쇼 하이쿠 선집』에 닿기까지, 저자는 문학과 역사, 철학과 과학을 넘나들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실제로 힘이 되는 책들을 골랐다. 선정의 기준은 권위가 아니라 ‘현재성’과 ‘일반성’이다. 나이 듦은 핑계가 아니라 ‘자격’이다 - 젊은 날엔 보이지 않던 문장의 행간을 읽어내는 시간 『위대한 개츠비』나 『노인과 바다』를 처음 읽었을 때를 떠올려 보자. 줄거리는 기억나도 그 이야기가 내 삶에 무엇을 건넸는지는 흐릿하다. 그때는 그 문장을 온전히 받아낼 삶의 더께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은 날의 독서가 시험이나 지식 축적, 혹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기대고 있었다면 이제는 다르다. 살아온 굴곡이 문장의 이면을 읽어내는 눈이 되어준다. 이 책은 나이를 고전 읽기의 장애물이 아니라 조건으로 본다. 1부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시간이 쌓여 늙어가는 것이 아니다. 남은 삶을 더 진지하고 밀도 있게 살 수 있는 나이는 불안과 서러움이 아니라 안도와 희망을 준다. 이제 제대로 인생을 이해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이방인』 앞에서는 삶의 부조리까지 이해할 수 있는 때에 이르렀음을, 체호프 앞에서는 지금이 “드넓은 사유를 품기에 딱 좋은 때”임을, 그리고 바쇼의 하이쿠 앞에서는 “다행스럽고 고맙게도 우리는 이제 그 짧은 행간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나이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세월의 무게만큼 고전의 맛도 깊어진다는 확신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신곡』은 빼고 『회색 인간』은 넣었다 - 권위의 거품을 걷어내고 ‘현재성’과 ‘일반성’을 세운 과감한 기준 이 책의 목록은 익숙한 고전 필독서와 사뭇 다르다. 저자는 고전이라고 무조건 옳거나 반드시 읽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서양 철학의 형이상학이나 단테의 『신곡』처럼 들이는 품에 비해 지금의 우리 삶에 실천적 쓰임이 적은 책은 과감히 덜어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지금의 삶을 비추는 책들이 들어섰다. 일상에서 숨 쉬는 『논어』, 『맹자』, 『장자』 등 동양 고전, 시대의 아픔을 증언하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광장』, 『전태일 평전』, 『소년이 온다』, 세계를 통찰하게 돕는 『중세의 가을』과 『오리엔탈리즘』, 자연과 인간을 잇는 『코스모스』와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그리고 통상의 고전 범주를 넘어 현대적 우화로 기능하는 김동식의 『회색 인간』까지 아우른다. 저자는 이 과감한 선택의 기준을 ‘현재성’과 ‘일반성’에 두었으며, 그 책임 또한 오롯이 자신에게 있다고 밝힌다. 그 단호함이야말로 이 목록을 믿고 따라가게 만드는 힘이다. 다섯 갈래로 걷는 1년의 로드맵 - 나를 돌아보는 성찰에서 나의 언어를 세우는 실천까지 52편의 고전은 다섯 개의 부로 나뉘어 하나의 성장 흐름을 이룬다. 나를 돌아보고, 생각의 폭을 넓히고, 다시 일어서고, 세상을 읽고, 마침내 나의 언어로 정리하는 1년의 여정이다. ☆ 1부 ‘이제 우리도 그런 나이가 되었다’는 『어린 왕자』로 잊고 지낸 꿈을 되짚고, 『죽음과 죽어감』과 『위대한 유산』에서 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가늠하며 지금의 나이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 2부 ‘사유의 문을 열면 새로운 내가 보인다’는 『이방인』과 『장자』를 따라 굳은 생각을 풀고 낯섦을 포용하며 유연한 시선을 회복한다. ☆ 3부 ‘흔들려도 무너져도 다시 서는 법에 대하여’에서는 『노인과 바다』의 끈질긴 투쟁과 『소년이 온다』의 역사적 진실을 마주하며 실패와 좌절 속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 4부 ‘세계를 읽는 눈, 나를 지키는 태도’에서는 『오리엔탈리즘』과 『백범일지』를 통해 편향과 분열의 시대를 읽어내는 안목과 그 속에서 지켜야 할 가치를 세운다. ☆ 5부 ‘나의 언어로 나를 다시 세우는 일’은 『월든』으로 소박한 삶을 회복하고, 이오덕의 『우리 문장 쓰기』, 바쇼의 하이쿠에 닿아 마침내 자신만의 정직한 언어로 삶을 정리한다. 서두르지 않고, 한 주에 한 편씩 - 은퇴를 앞둔 이에게도, 커리어의 정점에 선 이에게도 이 책은 늘어난 시간 앞에서 방향을 찾는 이들을 위해 쓰였지만, 저자의 시선은 은퇴 이후에만 머물지 않는다. 커리어의 정점에서 더 좋은 성과와 아름다운 마무리를 고민하는 중장년에게 고전 읽기는 사유와 통찰의 근육을 키우는 역량이 되고, 그렇게 길러진 근육은 은퇴 이후의 삶을 더 농밀하게 만드는 바탕이 된다. 고전을 펼쳤다가 몇 번이고 덮어 버린 기억이 있는 독자에게도 52주라는 보폭은 충분히 따라갈 만하다. 완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토지』나 『혼불』처럼 일주일에 소화하기 버거운 대하소설은 『분노하라』나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얇은 책과 묶어 2주에 읽거나 따로 한 달을 내어도 좋다고 저자는 권한다. 장마다 참고 도서와 추천 번역본을 밝혀 두어 어떤 판본으로 읽을지 헤맬 일도 없다. 다만 한 가지만은 건너뛰지 않기를 권한다. 각 장의 끝에 놓인 빈칸, ‘나의 시선’이다. ‘오늘의 한 문장’을 곱씹고 ‘인문학자의 시선’을 읽은 뒤, 내 삶에 비추어 한 줄이라도 적어 보는 것. 그 기록이 52주 동안 쌓이면 남이 대신 채워 줄 수 없는 ‘나만의 독서 노트’가 된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로켓의 연료통’이다. 독자가 중력을 벗어나 자기만의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힘껏 추진력을 보태고 나면, 그 뒤의 비행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위대한 유산』을 읽으며 저자가 던진 물음처럼, 이 책은 “유산이 아니라 품격, 명예가 아니라 진실, 체면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지켜갈 남은 날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