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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 37도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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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미국과 달리 우린 은근히 그런 사실을 즐겼던 것 같아요. 뭐랄까, 열등감에서 오는 자기 위로? 그런 거 말입니다.”
---p.21 “그가 블랙이라면 어떻게 하실 거죠? 그래도 계속 쫓아야 하나요?” “블랙이라면 더욱 그를 주목할 필요가 있겠지. 그가 한국에 남아 있는 이유를 알아야 하니까.” “차라리 공식적인 루트로 존 리의 신상에 대해 알아보는 건 어떨까요? 검사장님이나 청장님이라면 주미대사와 직접 접촉할 수도 있잖아요.” “아니, 그들의 꿍꿍이속을 알고 싶어.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와 관계된 일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기업과 관계된 일인지. 둘 다 그리 좋을 리는 없겠지만.” 소연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중요한 건 존 리라는 인물에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다는 사실이었다. ---p.38 “단순 살인이 아닙니다. 함장님은 오랫동안 고문당했어요. 전 그 이유를 알고 싶은 겁니다.” 여자가 멈칫거린 건 ‘고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였다. 여자는 가방을 힘없이 내려놓으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p.46 남자는 이슬람교도인 압둘 라자크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포타슘 비플로라이드가 핵폭탄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는 것, 그리고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 지역, 특히 이란으로 수출하려 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p.87 소연은 석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초등학교 때 봤던 포스터를 떠올렸다. 낚싯바늘에 매달린 지렁이 를 먹는 작은 물고기와 그 물고기를 잡아먹는 조금 큰 물고기, 그리고 그 물고기를 잡아먹는 더 큰 물고기. 하지만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가장 위에 있는 물고기도 결국엔 낚시꾼의 손에 잡힐 수밖에 없었다. ---p.96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듣게 된다면, 장 검사 역시 나와 같은 배를 타게 되는 거예요.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p.165 모든 사건이 흩어진 퍼즐 같았다. 조각 하나하나가 독립된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의 그림에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이 분명했다. ---p.186 갈라파고스 군도에선 가장 강하고 힘센 생물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적응한 생물이 살아남는다고요. 그런데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하고 이기적인 생물이니까 필연적으로 자멸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강함은 암 덩어리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걸 파괴하고 그 스스로 자멸해 간다고.” ---p.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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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종만큼 강렬하고 존 르 카레만큼 치밀하다.”
- 변영주 영화감독 “한국형 정치 첩보 스릴러의 독보적인 성취에 경의를 표한다.” - 주원규 작가 문학동네작가상·한국추리문학상 수상 작가 김유철의 신작 21세기 최악의 국제 안보 문제가 한국에서 격돌하는 상황을 그린 압도적 긴장감의 하드보일드 첩보 스릴러. 문학동네작가상과 한국추리문학상 수상 김유철 작가의 집념이 빚어낸 장편소설로, 최근 한국 미스터리 소설에서 보기 드문 글로벌 스케일의 강렬하고 정교한 서사를 선보인다. 김유철은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엄중하고 유려한 문체로 풀어내 왔다. 그런 작가의 시선에 포착된 건 한반도의 불안정한 지정학적 위치였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의 이해관계가 서로 대립하면서 북위 37도, 동북아시아의 중심에 자리한 한국은 언제든 다음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언제 터져도 놀랍지 않은 폭탄 위에 앉아, 신기루 같은 일상에 무뎌진 우리의 감각과 사고를 깨우고 확장시키는 지정학적 스릴러가 『북위 37도』다. 세계질서가 무너지고 전 세계에 팽배한 폭력과 분노, 각자도생의 논리를 바라보는 작가의 문제의식이 장르적 상상력으로 극대화된 첩보 스릴러이자 건조한 문체로 뜨거운 메시지를 담은 하드보일드 소설이다. 세계질서가 무너진 21세기를 관통하는 하드보일드 첩보 스릴러 훈련 중 실종된 한국 잠수함이 미국의 대잠 방어망을 뚫고 말리부 해안에 나타나 국제 안보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킨다. 단순 표류로 결론 내려지지만, 사건 발생 2년 만에 잠수함의 함장이 서울의 오피스텔에서 피를 모두 뽑힌 채 발견된다. 사라진 것은 그의 핸드폰뿐. 한강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대학생의 사건을 수사하다 조 함장의 살인 사건까지 맡게 되어 골머리를 앓는 강력계 형사, 수사 대상이던 국정원 차장의 자살에 상처 입은 채 새로운 사건을 맡은 검사, 정체를 숨긴 채 한국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CIA 블랙요원. 서로 다른 목적을 좇던 이들은 자신이 쫓는 진실이 2년 전 잠수함 실종 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같은 시각, 한국에 잠입한 테러리스트는 ‘오로라’ 작전을 완수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진 일주일. 세계 안보의 열쇠를 쥐기 위해 각자의 정의와 신념이 충돌하고 맞서며 전세계의 운명도 극한으로 향한다. 김성종과 존 르 카레를 잇는 21세기 첩보 스릴러 『북위 37도』는 추리소설과 한국 근현대사를 결합해 선 굵은 서사와 강렬한 서스펜스로 한국 추리 소설의 전성기를 열었던 김성종을 연상하게 한다. 현대사의 소용돌이에 빠져든 개인의 비극을 마력의 흡입력과 서스펜스로 극대화하며 국가 권력의 횡포나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에 맞서는 인물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던 김성종처럼 『북위 37도』는 평범한 인물들이 각자의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이 국제적인 음모 한가운데로 뛰어들게 한다는 플롯의 현대적인 변용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조각난 진실을 하나씩 복원하는 추리의 쾌감과 그 진실이 국가 단위의 음모로 확장되는 스케일의 쾌감을 동시에 추구하는 치밀하고 정교한 서사를 통해 지금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자국의 이익이라는 거대한 목표 아래 각각의 인간은 한낱 부품일 뿐이며 언제든 폐기하고 갈아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그려내 첩보 문학의 거장이 된 존 르 카페처럼 김유철의 『북위 37도』는 목적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세계를 냉철하고 치밀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결말은 격동하는 21세기 세계질서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도달한 지점을 보여줌으로써 21세기 첩보 스릴러의 새로운 전형과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시스템의 비밀 통로(Backdoor)를 쥐고 세상을 감시하며, 선한 목적으로만 그 문을 여는 사람들, ‘백도어의 성자들’을 연상케하는 희생과 선의(善意)의 연대라는 결말을 택함으로써 회색으로 점철된 세계에 뭉클한 여운을 선사한다. 가장 뜨거운 군사·정치 요충지 북위 37도 제목에서 사용된 ‘북위 37도’는 가장 오래된 문명의 발상지와 현재 가장 뜨거운 군사·정치 요충지를 상징하는 위도를 가리킨다. 한국, 일본, 미국의 실리콘밸리, 이탈리아, 그리스, 튀르키예,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중국의 칭다오 등 기술과 문명의 핵심 지역과 분쟁 중심지들이 위치해 있다. 자국 중심주의로 향하는 트럼프의 미국과 국방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시진핑의 중국, 러우 전쟁을 기점으로 북한에 군사적 전략자산 기술을 이전 중인 푸틴의 러시아, 그리고 핵폭탄 개발로 주변국을 긴장시키는 김정은의 북한이 있다.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동북아시아의 힘의 균형과 전쟁 억제력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북위 37도』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강대국의 지도자들이 정치 극단주의와 자국 이기주의 성향을 보이며 세계를 전쟁의 위험 속으로 몰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의 고민이 도달한 지점은 힘의 논리에 무너지지 않는 신념의 연대다. 세상을 지배하는 힘이 있다면, 세상을 구하는 비밀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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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증거가 치밀하게 삭제된 잔혹한 살해 현장의 형사, 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외국계 투자회사에 대해 조사하는 검사. 서로 만날 일 없어 보이는 두 사람과 두 개의 사건은 점차 뒤엉켜 모스 부호 같은 흔적들을 남기며 새로운 사건과 거대한 의혹들을 직면한다. 소설 《북위 37도》는 작은 미스터리에서 시작해 세계의 반목과 폭력을 투사하는 정교한 소설이다. 마지막 시퀀스에 돌입하는 순간 존 르 카레와 하드보일드 장르가 교차되듯 휘몰아치며 우리에게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의 서스펜스 넘치는 스릴을 선사한다. 정말 재밌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읽는 즐거움을 맘껏 채워주는 소설이다. - 변영주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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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존재의 폐부를 찌르는 작가 김유철이 완전히 새로운 색깔의 작품으로 나타났다. 소설 《북위 37도》는 살인의 미스터리에서 출발해 국가권력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아프게 날카롭고 뜨겁게 매혹적인 첩보 누아르 소설이다. 이 소설의 극한적 매력은 최신예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의 미스터리한 항로와 바다 깊은 곳의 ‘유령 바닥’(음파 암영대)이라는 과학적이고 지리적인 모티프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치열하게 직조해낸 독창적인 설정에 있다. 하지만 작가는 자극적인 장르적 사건의 나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림팩 훈련의 영웅이었던 함장의 죽음과 평범한 젊은이였던 이들의 희생을 통해 국가권력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인간의 쓸쓸한 뒤란을 다층적으로 묘파한다.
혼란과 격동의 오늘, 국가란 무엇이며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신명을 다하는가. 《북위 37도》는 이 위험하고도 근본적인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한반도의 불안한 분단 현실을 고도로 정련된 스타일리시한 장르적 상상력으로 녹여낸, 한국형 정치 첩보 스릴러의 독보적인 한 성취에 경의를 표한다. - 주원규 (드라마 <강남 비-사이드>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