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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푸른매 ㆍ 1 출옥 ㆍ 2 회고 ㆍ 3 숨은 눈 ㆍ 4 남행 ㆍ 5 어떤 꿈 ㆍ 6 불효 ㆍ 7 접촉 ㆍ 8 예견 ㆍ 9 왜영 ㆍ 10 재회 ㆍ 11 전몰 ㆍ 12 분분 ㆍ 13 군오 ㆍ 14 노량 ㆍ 15 어전 ㆍ 16 자축 ㆍ 17 통제사 ㆍ 18 탐선 ㆍ 19 서진 ㆍ 20 통곡 ㆍ 21 두치진 ㆍ 22 도강 ㆍ 23 추격 ㆍ 24 흔적 ㆍ 25 철쇄 ㆍ 26 척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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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며 어디에 있는가. 한 달이 안 된 뇌옥에서의 날들이 아득했다. 모진 고문에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생각이 시도 때도 없이 들곤 했다. 하지만 사실 그런가. 정말로 나는 죽고 싶었을까.
지금까지 미행하면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이순신은 오래지 않아 어떤 직위에 올라 군을 지휘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머무는 곳마다 지방의 수령과 관리들을 만나 대화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문제는 그것이 언제냐는 것이고 어느 정도의 직위에 앉느냐는 것이다. 그 지위에 따라 자신의 봉록이 결정된다. 천 석, 그래 욕심 부리지 않고 천 석만 하사받아도 고향에는 당당히 돌아갈 수 있다. 호준은 지긋이 준사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전쟁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별 놈이 다 생긴다. 맥없이 죽는 자들이야 그저 하나로 묶어 버리면 되지만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는 자들은 제각기 특성이 있기 마련이다. 재빠르고 간사하며 명민하고, 신중하면서도 대범하고, 사람을 가리지 않고 쉽게 어울리면서도 속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 거짓말도 잘 한다. 그들은 이런 특성들을 하나 이상씩은 가지고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굉장히 운이 좋은 경우다. 그 운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지만. “……이왕 나온 김에 다른 조건도 따져 보는 게 좋겠네. 만이 내륙 깊숙이 들어간 곳도 안 좋아. 포구나 만의 입구를 적이 막아 버리면 그대로 몰살당할 테니까. 그리고 동쪽을 바라보는 해안도 적당하지 않군. 적이 동쪽에서 오는데 뒤로 물러나면 바로 뭍이잖나. 그렇다고 아주 서쪽을 보는 곳도 아니고. 피해서 숨어 있다 해도 적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어서는 안 되니까.” “그런 조건에 들어맞는 곳이 바로…….” 지도를 뚫어지게 내려다보던 유창선이 잠시 숨을 돌린 후 말했다. “여기인 것 같습니다.” 그의 손가락은 강진과 장흥에 걸쳐 있는 반도를 가리켰다. 그는 이순신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생각했다. 아무리 내륙을 싸돌아다닌다 해도 결국 놈은 수군 대장이니 바다로 향할 것이다. 아마 하동에서 구례 쪽으로 간 것 같은데 무엇 때문에 먼 거리를 돌아가는지 몰라도 결국은 아래로 내려올 것이다. 구례에서 바로 내려오면 순천 아니면 낙안인데, 둘 중에서 어느 길목에서 지키는 것이 좋을까?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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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이 바다가 아닌 산속에서 쫓기며 싸웠다고?
마지막 남은 십여 척 전선마저 사라져 버렸다고? 적벽대전도 명량해전에 비하면 평범한 싸움이라고? “그럼 어찌해야 되겠습니까?” “화근을 제거해야지요.” “남아 있는 적의 배를 모두 없애야 한다는 말씀이오?” “뿐만 아니라 저 어딘가에 있을 이순신이란 존재도 역시 없애야겠지요. 최소한 남은 배가 이순신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만은 막아야 하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건 옳은 처방인 것 같소. 이왕 하려면 확실히 해야지.” 고니시는 특수 임무를 맡은 별동대의 대장 고다에게 명령했다. “남아 있는 십여 척의 배를 찾아라. 찾아서 불태워 버리든지 침몰시켜라. 결코 이순신의 손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왜군에게 이순신은 극복할 수 없는 트라우마였다. 설사 아무런 직책도 없이 백의종군하는 일개 노인에 불과하더라도. 단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한 데서 오는 패배의식을 떨치기 위한 작전이 세워진다. 군대 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순신이 바다에 닿기 전에, 수군에 복귀하기 전에 육지에서 제거하라! 최정예 부대들이 동원되어 집요하게 이순신을 쫓는다. 백 년 동안 쉬지 않고 전쟁을 해 온 일본의 무사들, 그중에서도 최고의 사무라이들로 구성된 부대가 이순신 척살대다. 바다가 아닌 산과 강, 들판에서 결전을 벌여야 하는 이순신과 9인의 군관들은 어떻게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 칠천량해전에서 살아남은 경상우수사 배설은 자신의 배 십여 척을 가지고 돌연 숨어 버린다. 왜군은 마지막 남은 배들마저 불태우기 위해 추적하고, 비밀 낭청 장호준과 그의 수하들은 조선 수군의 마지막 희망인 그 배들을 찾기 위해 추적한다. 조선 수군은 판옥선 13척에다 비무장 탐조선과 어선 십 수척. 소수의 수군에다 패잔병과 일반 백성들을 합친 병력은 천여 명이 고작. 1천여 척에 이르고 수만 명의 정예 수군이 타고 있는 왜군 함대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전력이었다. 무엇으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 왜군은 왜 시간을 지체했는가? 왜 이순신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 같은 시간에 그토록 집착했을까? 무엇이 역전의 순간을 만들어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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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나열식 역사소설 아닌 서스펜스 스릴러로
기적 같은 승리 입체감 있게 박진감 넘치게 다룬 역사 팩션 신화 벗고, 사실의 속살 드러낸 명량해전의 웅장한 실체 2013년 영화화 결정(하늘꽃엔터테인먼트 제작예정)! “이순신과 해전의 주역들이 몰아쉬는 거친 숨소리들이 생생하게 들리는 듯했다.” 영화감독 김지훈(‘타워’, ‘7광구’, ‘화려한 휴가’, ‘목포는 항구다’ 등) 기적 같은 승리, 명량해전의 박진감 넘치는 재구성 『전쟁의 늪, 이순신을 지켜라』(송일곤 감독 영화화 예정)로 벼락처럼 등장한 괴력의 작가, 박은우의 신작. 세계 해전사에 가장 극적인 승리로 기록된 명량해전을 백의종군부터 기적 같은 결말까지 집중 조명한 서스펜스 역사소설이다. 소설은 4개의 굵직한 사건과 설정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가장 먼저 이순신이 (백의종군이라) 아무런 군사적 보호도 없이 9명의 군관만을 대동하고 남하한다는 설정이다. 이 과정에서 왜군의 정예군과 이순신의 복귀를 예상한 왜군 수뇌부의 척살대에 차례로 쫓기며, 해상전이 아닌 육전이 먼저 숨 가쁘게 일어난다. 두 번째는 칠천량해전에서 전멸하고 겨우 남은 십여 척의 배가 배설의 도주로 사라졌다는 설정이다. 남해안에 배를 숨길 수 있는 포구는 수백 군데! 나머지 배마저 없애기 위해 해안을 훑는 왜군과 명량해전 최후의 보루를 확보하려는 조선 첩보대 낭청들의 쟁탈전이 추리와 스릴러로 긴박감 넘치게 펼쳐진다. 세 번째는 난중일기에도 여러 번 등장하는 항왜 준사의 활약이다. 순전히 이순신의 목숨을 노리고 투항한 준사는 오히려 그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위기에 몰린 이순신을 구하는 데 공을 세운다. 키워서 잡아먹겠다, 그래서 이순신의 목을 가져가 고국에서 호강하겠다는 일념으로 투신하는 준사는 이 소설의 완급을 조절하는 주요 인물이다. 그리고 무려 100여 쪽 넘는 분량으로 스펙터클하게 그려진 웅장한 명량해전이다. 바다를 뒤집어엎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13척 대 300척의 대결. 남원성마저 함락되어 전라도가 뚫리면서 수군에겐 추스를 시간조차 남지 않는다. 최악의 조건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는지 구체적이며, 치밀한 전개로 기적의 해전이 눈앞에서 보듯 생생하게 살아난다. 올해는 420년 전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임진년이다. 그래서인지 이순신과 당시의 전쟁을 다룬 사극 드라마와 영화가 여러 편 제작 중이다. 『전쟁의 늪, 이순신을 지켜라』에 이어 『명량, 불패의 신화』(하늘꽃엔터테인먼트 제작) 역시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상상력이 복원한 놀라운 해상전의 스펙터클 그리고 드라마 명량해전! 세계 해전사에서 이처럼 스릴 넘치고 드라마틱한 바다 싸움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거의 불가사의에 가깝다. 단 13척의 배로 수백 척의 함대를 싸워 이겼다니! 그 불가해함 때문에 엄연한 사실인데도 신화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해전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실제로 울돌목에 철쇄가 가설되었는지 등 구체적 실상마저 학계에서 분분한 상황이다. 그러나 어떤 역사는 소설가의 상상력이 살을 채움으로써 그 실체가 온전히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경찰도, 과학수사대도 아닌 사설탐정이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듯 박은우 작가는 기발한 상상력과 서스펜스, 절묘한 구성과 생생한 묘사로 독자들에게 ‘명량해전’이라는 실체를 손에 잡히듯 대면하게 해주었다. 하마터면 이순신은 섬진강에서 죽을 뻔했다! 이순신의 백의종군은 임진왜란의 가장 극적인 반전이었다. 명량해전의 시작이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그의 복귀가 없었다면, 그리하여 명량해전의 기적이 없었다면? 1천 척이 넘는 배가 남해와 서해로 거침없이 들이닥쳤을 테고, 배에서 쏟아져 나온 수만의 왜군에게 조선은 남김없이 유린되었을 것이다. 조선의 멸망이다. 가슴 쓸어내릴 상상이지만, 정말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백의종군한 이순신이 남행하여 순천에 이를 때까지 거의 무방비 상태였다는 것! 조정이 그를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사이에 왜군의 작정한 무리들이 그를 죽이려고 맘먹었다면 어땠을까? 실제로 이순신 일행과 왜군이 섬진강 두치진에서 불과 반나절 차이로 엇갈려 지나갔다는 기록이 있다. 명량해전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서스펜스로 무장한 소설에 찔렸더니 가슴이 뛴다! 대공세를 준비하던 일본군은 이순신이 죽지 않고 풀려났다는 정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직책도 없이 복귀하는 이순신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미 조선 수군은 칠천량에서 참패해 궤멸 직전이었다. 관망하는 명군은 전세를 보고 물러날 게 뻔했다. 거리낄 게 없는 왜군은 이순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지만 어떤 왜장들은 달리 생각했다. 이순신을 제거하기 위해 특수전에 능한 까마귀 부대를 비밀리에 출격시킨 것이다. 이순신은 남행하며 흩어진 군대를 모으기도 하고 첩보도 확보하지만 추격하는 정예 군대를 막는 것은 역부족이다.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 오는 까마귀부대의 가공할 전력을 상대하며 이순신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그리하여 당도한 남해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육전에서는 남원성이 함락되고, 고흥반도에는 수백 척의 왜군 대선단이 정박해 대공세를 준비한다. 이순신은 초라한 포구 앞에서 다시 자문한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