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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시간의 해상도 침묵하는 생명의 서사 존재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아리아 장腸- 내 안의 작은 우주 인생 지폐 한 장 심장 - 우주와 공명하는 뜨거운 박동 시간의 해상도 스스로 걸어 나오는 용기에 대하여 발바닥, 대지大地와 나누는 가장 낮은 대화 러셀의 서가에서 마주한 나의 생生 눈 - 감응하는 존재로의 회귀 뇌와 시간의 공명 꿈꾸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찰나를 깁는 문장 2부 마음의 크기 펴는 손 숨결의 문, 코 아이러니Irony 부재不在를 이어 쓰는 28년의 문장 꽃을 보러 갔다가 사람을 만나고 열린 대문, 넓어진 식탁 손주에게 갚는 오래된 사랑의 빚 빛으로 써 내려가는 삶의 선언문 마음의 크기 - 대를 이어 흐르는 물결 길 잃은 이방인의 당당한 귀환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와 나의 칠십 년 애쓰지 않는 삶의 비밀 내 삶의 한 꼭지 이타카로 가는 두 번째 길 3부 별빛이 건넨 위로 사막의 보석보다 빛나는 가족의 일기 빛의 족보를 찾아가는 길 시간의 층위에서 마주한 가족의 초상 신이 설계한 정원을 걷다 붉은 암벽 위로 피어난 1달러의 계약서 비밀스러운 선물, 빛의 미궁을 걷다 스코츠데일의 별빛이 건넨 위로 사막의 침묵에서 태평양의 선율까지 20억 년의 지층 위에 새긴 별빛 가족사 고사枯死, 가장 처연하고도 성스러운 피에타 퍼플섬에서 마주한 풍경 천안과 아산을 돌아보며 어미홀에 서서 4부 무지의 독백 피부 - 지구의 언어, 깨어나는 감각의 성소 콩팥 - 생명을 여과하는 방 척추 - 곧게 선 존재의 수직선 연녹색의 문장 시들지 않는 푸르름에 관하여 서로의 날숨을 품는 시간 삶, 그 자체가 곧 문화다 산 위에서 쓴 무지의 독백 반사하는 빛이 아름다운 이유 무릎 - 낮아질수록 선명해지는 세계 불완전한 나를 위한 축배 어머니의 유산, 삶이라는 복지 내일로 건네는 안부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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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하이데거는 “존재한다는 것은 던져진 세계 안에서 자신을 열어가는 일”이라 했다. 우리는 선택하지 않은 고통 속에 던져졌으나, 그 안에서 어떤 길을 낼 것인가는 오직 자신의 몫이다. 나는 완성된 꿈을 안고 태어나지 않았다. 다만 걷고, 아파하며, 그 과정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조각해 갈 뿐이다.
---p.52 「꿈꾸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중에서 마음은 본래 작게 태어난다. 어린 날에는 부모가 건네는 웅숭깊은 사랑의 부피를 다 담아내지 못해 쩔쩔맸다. 그 거대한 그늘 아래서 오직 제 몸의 안락함만을 구했던 시절, 부모의 마음은 결코 닿을 수 없는 망망대해와 같았다. 세월이 흐르고 부모의 손길은 아스라이 멀어졌으나, 그 지극한 마음은 마르지 않는 강물처럼 흘러 자식에게 닿고, 놀랍게도 그 물결은 다시 자신에게로 회귀한다. ---p.87 「마음의 크기」 중에서 살다 보면 우리에게도 떠나야 할 때와 머물러야 할 때가 찾아온다. 잡아야 할 인연이 있고, 놓아주어야 할 욕심이 있다. 끝까지 붙들어야 하는 가치가 있는가 하면, 이제는 손을 놓아야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들도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 두 가지 사이의 경계를 조금씩 구별해 가는 혜안을 얻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더 많이’라는 단어가 마음을 움직였다. 더 많은 경험, 더 많은 성취, 더 넓은 세상. 그러나 지금은 스스로에게 ‘무엇이 정말 소중한가’를 묻게 된다. 화려한 외형보다 오래 곁을 지켜준 사람, 새로운 만남보다 마음을 깊이 나눌 수 있는 인연, 먼 곳의 생경한 풍경보다 평범한 하루가 주는 평온함이 비할 데 없이 귀하게 다가온다. ---p.109 「이타카로 가는 두 번째 길」 중에서 간송미술관의 어두운 전시장과 넓은 어미홀, 젖을 물리던 호랑이, 그리고 옻골마을의 오래된 처마 끝은 내 안에서 하나의 문장으로 이어졌다. 세상은 앞으로도 빠르게 변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더 발달하고, 인간의 욕망은 더 거대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인간을 끝내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문명이나 권력이 아니라, 누군가를 품어주는 오래된 마음일 것이다. ---p.156 「어미홀에 서서」 중에서 나는 이제 확신하는 대신 질문하기로 한다. 결론을 내리기보다 여백을 남기기로 한다. 빛이 적은 날 더 깊은 얼굴을 하는 산처럼, 나 또한 다 알 수 없는 나 자신을 풍경처럼 바라본다. 자리에서 일어나 하산을 준비한다. 발바닥에 묻은 흙을 끝내 털어내지 않는다. 조금은 모른 채로, 조금은 느낀 채로 이 생생한 감촉을 간직하고 싶어서다.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그만두기로 한다. 다만, 지금 이 발바닥의 떨림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조용히 다음 걸음을 내디딜 뿐이다. ---p.182 「산 위에서 쓴 무지의 독백」 중에서 인생의 길 위에는 수많은 인연이 스쳐 갔다. 그들의 다정한 손길, 따뜻한 말 한마디, 스치듯 건넨 미소가 마음 한편에 깊은 빛을 남겼다. 때로는 길가의 낯선 꽃송이, 흔들리는 나뭇잎 하나까지도 말을 거는 듯했다. 그 모든 존재가 스승이었고, 내가 오늘까지 걸어올 수 있게 한 동력이었다. ---p.191 「불완전한 나를 위한 축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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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해서 좋은 날들
우리는 종종 지금의 자신을 어떤 기준에 맞춰 평가한다. 충분히 이루었는지, 뒤처지지는 않았는지, 이제는 무언가를 완성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그러나 삶은 한 시점에서 완결되는 작품이 아니다. 지나온 시간을 다시 이해하기도 하고, 오래전에는 알아듣지 못했던 말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마음에 닿기도 한다. 『불완전한 나를 위한 축배』는 바로 그 미완의 시간에서 출발한다. 이 책의 시선은 추상적인 생각에만 머물지 않는다. 혈관과 심장, 장과 눈, 피부와 콩팥, 척추와 무릎처럼 몸의 여러 부분은 살아가기 위한 기관을 넘어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존재를 생각하게 하는 통로가 된다. 저자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소리가 된 편지’로 표현하며 익숙해서 지나치기 쉬운 감각에 의미를 부여한다. 시선은 몸에서 가족의 기억과 여행의 풍경, 자연과 문화, 배움의 순간으로 확장된다. 개인의 감각과 기억에서 출발해 주변 세계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넓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더 많이 소유하기보다 깊이 느끼고, 쉬운 답을 찾기보다 좋은 질문을 품으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삶을 완성된 결과로 평가하기보다 지금도 변화할 수 있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려는 태도다. “불완전하다는 것은, 내 삶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가장 다정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건네는 축배는 모든 일이 잘되리라는 약속이나 독자를 향한 일방적인 위로가 아니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 앞으로 새로운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향해 드는 잔에 가깝다. 삶의 어느 시기를 지나며 지금까지의 자신을 돌아보고 몸과 기억과 풍경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잠시 속도를 늦추고 자기 삶의 다음 문장을 생각할 기회를 건넨다. 완성되지 않았기에 남아 있는 가능성. 그 가능성을 인정하며 오늘의 나를 위한 작은 축배를 들어 보길 바란다. [머리말] 모든 날이 특별할 수는 없다. 지루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던한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평범한 날에도 가만히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소소하게 반짝이는 것들이 남아있다. 그저 여백이 넉넉히 남은 그림처럼 살아가고 싶다. 아직 채우지 않은 빈자리가 있기에 새로운 색을 살포시 더할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붓 터치 하나가 그림 전체의 분위기를 따스하게 바꿀 수도 있으니까. 불완전하다는 것은, 내 삶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가장 다정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남은 생을 무궁무진한 호기심과 동행하며 살아가고 싶다. 더 많이 소유하기보다 더 깊이 느끼고, 손쉬운 답을 찾기보다 더 좋은 질문을 가슴에 품으며,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내 마음이 기뻐하는 소리를 차분히 따라가고 싶다. |